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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쁜 아파트’ 도시 문화를 바꾼다

홍성용 | 37호 (2009년 7월 Issue 2)
대대적인 경제 한파로 대부분의 기업들이 큰 어려움을 겪었다. 경기 활황과 침체는 항상 반복된다. 이런 순환 과정에서 경기가 하강 국면에 접어들었을 때 가장 크게 타격 받는 분야 중 하나가 바로 주택 시장이다. 특히 한국 주택 시장은 아파트 같은 공동주택(이하 아파트)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는데, 위기 때마다 건설업체들이 줄줄이 도산한다. 건설사 부도는 관련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칠 뿐만 아니라, 특별한 기술력이 없는 단순 노동 계층에도 영향을 미쳐 사회 불안의 요인이 된다.

사실 도시에서 아파트는 다양한 의미를 갖고 있다. 아파트는 주거 안정을 위한 사회복지 수단인 동시에, 도시 경관을 구성하는 요소이자, 다양한 판매 활동이 일어나는 상업적 활동의 대상이기도 하다. 또 한 시대의 문화를 파악할 수 있는 유산이라는 의미도 갖고 있다. 따라서 어떤 관점에서 접근하느냐에 따라 아파트에 대해 다양하게 생각할 수 있다. 필자는 ‘스페이스 마케팅’ 관점에서 접근하고자 한다.
 
스페이스 마케팅 관점에서 바라보면, 아파트는 개별 상품이면서 동시에 도시 경관과 도시 문화를 구축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개별 단독주택과 달리, 아파트는 대량공급과 원가 절감, 표준화라는 개념을 중시하는 ‘사회적 주택(social house)’이라는 특징을 갖고 있다. 사회주의적 색채가 강한 주거 정책을 편 유럽 등 선진국들은 아파트를 사회복지 향상을 위한 임대주택 용도로 활용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아파트는 사회복지와는 전혀 다른, 이익을 추구하는 대표적인 투자 상품으로 인식되고 있다. 아파트가 투자 대상으로 변하면서 공간이 주는 가치와 상관없이 어느 지역에 위치해 있느냐에 따라 가격이 정해지는 현상이 나타났다.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받아야 하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대단히 불행한 일이다.

아파트가 수익 확보와 이윤 추구의 대상으로 전락하면서 대부분의 아파트는 몇 개의 획일적인 평면 스타일로 꾸며졌다. 사람들이 재테크 수단으로 아파트를 바라봤기 때문에 건설사들도 공간에 투자할 필요가 별로 없었다.
 
2006년 국토연구원에서 조사한 결과는 흥미롭다. 수도권 거주자의 평균 주택 거주 기간이 5.33년에 불과했다. 왜 5년일까? 유추해보면 5년은 양도세 면제 기간이다. 결국 부동산 차익을 얻기 위해 집을 5년마다 팔았다고 볼 수 있다. 차익 실현에만 집중하다 보니 소비자들은 상품의 질을 제대로 따지지 않고 서둘러 아파트를 구입했다. 이제 소비자들은 아파트가 정말 매력적인 상품인지 재검토해야 한다.
 
상품으로 아파트를 바라보면 문제가 한둘이 아니다. 공급되는 주거 공간의 단순함은 소비자들의 주거 선택권을 제한하고 있다. 전 국민이 표준화된 아파트에 사는 것은 의식이나 경험의 제약으로 연결된다. 별 문제가 없는 듯하지만, 이는 다양성 상실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단순한 주거 공간만큼 표준화된 건축 입면은 디자인적으로 매력이 떨어져 사회주의 국가의 도시 풍경과 비슷하다. 기껏 차별화를 한다는 게 페인트칠 정도다. 사실 아파트 대량생산은 건설업체 입장에서도 그다지 좋은 전략이 아니다. 일시에 대규모 분양을 해야 하기 때문에, 분양이 잘되지 않으면 경기 침체기에 심각한 자금 압박을 받을 수 있다.
 
분양 제도는 주거 안정을 위한 복지 정책의 일환으로 도입됐다. 하지만 이제 어느 정도 주택 문제가 해결됐기 때문에 분양 제도를 수정할 필요가 있다. 즉 공공사업과 민간사업을 철저히 이분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
 
스페이스 마케팅에서 분양 정책을 언급하는 이유는 문제 해결의 실마리가 여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외환위기 이후 건설경기 부양책 중 하나로 분양가 자율화가 추진되면서 시장에 새로운 주거 상품이 등장했다. 소비자들이 매력적으로 느낄 만한 새로운 공간이 지속적으로 개발되면서 외환위기 이후 분양된 아파트들이 그 이전보다 형식과 내용, 그리고 마감 측면에서 진일보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들은 외환위기 이전 아파트보다 그 이후 아파트들에 훨씬 더 높은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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