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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전자 휴대전화 마케팅 사령탑 마창민 상무

고객도 모르는 ‘은밀한 속내’ 읽어라

박용 | 32호 (2009년 5월 Issue 1)
LG
전자는 지난해 세계 시장에서 1억70만 대의 휴대전화를 판매했다. 세계적인 불황 속에서도 연간 판매량 1억 대를 돌파하며 ‘글로벌 빅3’ 반열에 오른 것이다. 미국 모토로라를 제친 LG는 이제 세계 1위 노키아, 2위 삼성전자와의 간극 좁히기에 나서고 있다.
 
약진하고 있는 LG전자 휴대전화 마케팅의 전략 사령탑이 마창민 MC사업본부 상무(41)다. 글로벌 생활용품업체 존슨앤존슨에서 마케터를 시작한 마 상무는 2005년 LG전자에 합류했다.
 
“내놓는 상품마다 소비자가 열광할 수 있습니까. 그건 ‘신이 내린 마케팅’이죠. 그 자체가 목표가 될 수도 없고, 모든 마케팅을 이렇게 할 수도 없어요.”
 
마 상무는 달변가였다. 질문이 채 끝나기 전에 답이 툭 튀어나오고, 한번 얘기를 시작하면 속사포처럼 쏟아냈다. 하지만 그의 마케팅 철학은 요란하지 않았다. 오히려 단순하고 현실적이었다.
 
그는 “삶의 현장에서 건진 마케팅 아이디어, 즉 ‘컨슈머 인사이트(consumer insight)’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놀라운 끄덕임’을 찾아라
“소비자가 알고 있는 것을 찾아내는 일은 쉽습니다. 컨슈머 인사이트란 소비자들이 모르고 있었지만, 누군가 얘기를 해주면 ‘아하’ 하고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는 ‘놀라운 끄덕임’으로 정의할 수 있어요.”
 
마 상무는 소비자의 ‘놀라운 끄덕임’이 ‘잔잔한 감동’으로 이어질 때 원하던 결과를 얻어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즉 컨슈머 인사이트가 가치(value)와 편익(benefit)을 주는 상품이나 서비스로 바뀔 때 구매 동기가 생긴다.
 
마 상무는 “우리가 추구하는 ‘잔잔한 감동’은 10억 원이 넘는 슈퍼카 ‘엔초 페라리’를 봤을 때의 열광이나 놀라움과는 차원이 다른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소비자 자신도 정확하게 알지 못하는 은밀한 속내를 어떻게 읽어낼까. 마 상무는 제품 기획, 구매, 디자인, 마케팅, 영업 부서의 협업을 통해 인사이트를 찾는다고 설명했다.
 
예를 들어 상품 기획 초기 단계에서 각 지역별로 흩어져 있는 상품이나 마케팅에 관한 컨슈머 인사이트를 수집해 마케팅 콘셉트를 구체화하는 ‘인사이트 버스(insight bus)’ 제도가 대표적이다. 이 프로그램은 상품 기획, 구매, 마케팅 등 여러 부서 담당자들이 함께 참여하는 점도 특징이다. 뉴스와 댓글, 웹사이트, 블로그 등 다양한 채널에서 소비자의 목소리를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컨슈머 인사이트를 발굴하기도 한다. 세계 각국 소비자들의 생활과 제품 사용 행태를 관찰하며 컨슈머 인사이트를 찾는 ‘현지 밀착 생활 연구(lifestyle research)’에서도 제품 개발 아이디어가 나온다. 이런 방식으로 컨슈머 인사이트를 구체화한 휴대전화 모델이 초콜릿폰이다.
 
‘마음의 빗장’을 열어라
초콜릿폰은 가격과 기능 중심의 휴대전화 시장에서 디자인으로 승부를 걸었다. 실제로 소비자의 휴대전화 구매 행태를 조사하면 구매 요인으로 가격과 기능을 꼽는 응답이 월등하게 많았다. 반면 디자인을 꼽은 답변은 거의 나오지 않았다.
 
마 상무와 LG전자 실무진의 생각은 달랐다. 소비자들의 잠재된 의식 속에는 ‘디자인’이 자리잡고 있다고 판단했다. 소비자들이 다른 제품을 고를 때는 디자인을 따진다는 점에 주목했다. 그리고 ‘디자인만 예쁘면 휴대전화를 사겠다’는 소비자의 내면 심리에 초점을 맞춰 신제품 개발에 들어갔다.
 
마 상무는 “소비자들은 모두 자신만의 관문(엔트리 속성)이 있는데, 어떤 상품이든 이 기본적인 관문을 통과하지 못하면 구매 대상이 될 수 없다”며 “초콜릿폰은 디자인 속성을 기능이나 가격과 동등한 위치의 ‘엔트리 속성’으로 옮기려는 시도”라고 설명했다.
 
감성적인 느낌을 강조하기 위한 브랜드 네이밍도 시도했다. 첨단 정보통신 기기인 휴대전화에 ‘초콜릿’이라는 식품 이름을 붙인 것. 소비자들이 초콜릿에서 달콤함, 프리미엄, 쌉쌀함, 유치함 등 다양한 감성적 느낌을 받는다는 점에 착안했다.
 
디자인을 앞세운 전략은 맞아떨어졌다. 시판 3개월이면 생사(生死)가 결정될 정도로 치열한 경쟁이 펼쳐지는 휴대전화 시장에서 초콜릿폰은 2000만 대 이상 팔려나가며 LG전자의 히트 모델로 떠올랐다.
 
“사람들은 묘하게도 반짝이는 것에 끌립니다. 모든 연령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죠. 반짝이는 새 동전보다는 헌 동전을 먼저 쓰고, 금붙이로 개성을 강조하기도 합니다. 남자들이 중요한 일을 앞두고 구두부터 닦는 심리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어요.”
LG전자는 여세를 몰아 세계 시장에서 1300만 대가 팔린 샤인폰을 내놨다. 이 모델 모티브는 ‘반짝이는 것에는 끌림이 있다’는 컨슈머 인사이트다. 반짝임을 강조하는 메탈 느낌의 휴대전화로 소비자들을 사로잡았다.
 
‘인사이트 이노베이션’에 나서라
마 상무는 마케터가 ‘특별한 것’ ‘새로운 것’ ‘달라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주문했다. 새로운 것에 집착하다 보면 ‘다른 것을 위한 다른 것’을 시장에 내놓게 될 수 있다는 뜻이다. 새로운 기술과 반짝이는 아이디어가 적용됐더라도 소비자가 필요로 하는 신제품이 아니라 마케터를 위한 신제품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로운 시도는 노벨상을 탈 정도의 신기술이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죠. 소비자를 어떤 각도로 보느냐에 따라 컨슈머 인사이트는 무궁무진합니다.”
 
마 상무는 소비자의 일상은 물론 기술, 비용, 시장 타이밍 등의 관점에서 컨슈머 인사이트를 찾아내 상품화하는 ‘인사이트 이노베이션’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새로운 기술은 이전까지 할 수 없었던 다양한 상상력을 현실로 옮길 수 있다. 인터넷이 등장하면서 저렴한 인터넷 전화가 탄생했고, 휴대전화 배터리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더 얇은 휴대전화가 나왔다. 비용도 마찬가지다. 땅콩이 들어간 초콜릿 바는 초콜릿보다 저렴한 땅콩을 넣어 원가를 줄이려다 나온 아이디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기술, 비용, 시장 타이밍을 어떻게 조절하느냐에 따라 소비자에게 새로운 편익과 가치를 줄 수 있다.
 
액정 화면을 손가락으로 건드려 조작하는 70만 원대 터치 폰을 50만 원대로 대중화한 LG전자의 쿠키폰도 이런 고민에서 나왔다. 소비자가 원하는 제품을 보다 빨리 저렴하게 내놓자는 발상이다. 기술 발전 속도와 부품 원가 하락 등에 따라 가격이 내려가는 속도를 6개월 정도 앞당겼다.
 
마 상무는 “40∼50만 원대 휴대전화를 쓰고 있지만 70만 원대 터치 폰을 동경하는 소비자에게 익사이트먼트(excite-ment)를 줄 수 있는 상품이 쿠키폰”이라고 말했다. 2008년 말 세계 시장에 등장한 쿠키폰은 5개월 만에 200만 대가 팔렸다.
 
‘사야 할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라
“불황이 닥치면 소비자들은 2년 쓰던 휴대전화도 3년은 써야 한다고 의식을 바꾸게 됩니다. 오래 쓰려고 더 비싼 제품을 사기도 하구요.”
 
마 상무는 불황기에 무조건 가격을 낮추는 것보다는 소비자의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하는 유연한 마케팅 전략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불황일수록 소비자들은 자신의 결정을 합리화하고 싶어 하는 심리가 있다고 했다. 자신이 스마트한 결정을 했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돈을 더 쓰는 경향이 있다는 뜻이다.
 
“10가지 기능을 5만 원에 사던 사람들이 불황 때는 6가지 기능을 4만 원에 삽니다. 소비자들의 표현이 달라지는 거죠. 소비자 세그먼트에 맞는 제품, 사야 할 이유가 있는 제품을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마 상무는 ‘통합 타깃 마케팅’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젊은 세대에 타깃을 맞추고 그들만을 공략하는 식의 단순한 타깃 마케팅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여러 계층이 공통적으로 좋아할 수 있는 속성을 찾아내 대상 고객을 확장하는 전략이다. 라이프스타일과 구매 요인을 교직(交織)한 ‘통합 세그먼트 메트릭스’를 통해 다양한 앵글로 타깃 고객을 들여다보며 마케팅의 공통분모를 잡아낸다.
 
“실버폰은 노인을 위해 키패드를 키우고 간단한 기능만 넣은 제품이죠. 하지만 젊은 소비자들도 이 단순함 때문에 제품을 살 수 있습니다. 타깃 마케팅을 한다고 실버폰 디자인을 노인들이 선호하는 컬러로 꾸미면 다른 연령층은 구매를 포기하게 됩니다.”
 
LG전자는 실버 세대를 겨냥한 휴대전화를 개발해 와인색 등의 고급스러운 컬러를 쓰고 이름도 ‘와인폰’이라고 붙였다. 신제품인 ‘롤리팝 폰’도 17∼23세를 겨냥하고 있지만 사용자 환경(UI)은 30∼40대 고객도 쉽게 쓸 수 있도록 단순하게 꾸몄다.
 
점유율을 사지 마라
“불황기에 마케팅 비용을 늘려 시장 순위를 바꿔야 한다는 말을 하지만 모든 회사에 들어맞는 얘기는 아닙니다.”
 
마 상무는 불황기에는 유연한 마케팅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즉 상품이나 서비스 구성이 마케팅에 돈을 퍼부어도 효과가 나지 않는다면 비용을 과감하게 줄여야 한다. 기업 문화에 따라 공격적이고 도전적인 마케팅을 시도할 수도 있고, 보수적인 전략으로 선회할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일부 회사는 경쟁사가 마케팅 비용을 줄이는 틈을 타 공격적인 마케팅으로 시장점유율을 확대할 수도 있다.
 
마 상무는 “시장의 경쟁 상황, 제품의 특성, 기업 문화 등을 고려해 불황기 마케팅 전략을 짜야 한다”며 “마케팅을 강화해 매출을 늘리더라도 이렇게 늘어난 시장점유율을 지속할 수 없으면 헛일”이라고 말했다. 불황기에 공격적인 마케팅을 선택하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돈으로 사는 것이 아니라, 지속할 수 있는 성장을 위한 자산에 마케팅 비용을 투자하는 ‘건강한 성장(healthy growth)’을 지향해야 한다는 얘기다.

아집이 실패를 부른다
“휴대전화 개발에 보통 18∼24개월이 걸립니다. 마케터가 유연한 판단을 하지 않으면 처음 생각했던 것과 마지막에 나온 결과물이 크게 달라지는 실수를 저지르게 되죠.”
 
그는 마케터로 살아오면서 자신만이 옳다고 믿는 아집(我執)에 빠졌을 때 큰 실수를 저지르기 쉽다는 점을 깨달았다. 예를 들어 하드디스크 가격은 그대로지만 용량은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발전했다. 그런데 마케터의 아집으로 2년 전에 생각했던 10만 원대 하드디스크 성능을 현재 시장에 적용하는 실수를 하게 된다. 결국 ‘이 정도 가격대에는 이 정도 성능은 돼야 한다’는 소비자의 기준을 넘지 못해 실패로 이어진다.
 
마 상무는 내부 커뮤니케이션도 강조했다. 마케터의 생각을 내부 구성원이 공유하면 조직의 마케팅 역량과 시장 침투력이 훨씬 커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거꾸로 상사를 설득하지 못하면 마케팅 전략을 다시 한 번 검토해야 한다. 그는 “상사를 이해하고 설득하는 노력이 중요하다”며 “설득할 수 없다면 내가 틀렸다고 생각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불황과 호황을 반복하는 경기 사이클은 제품 마케팅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외부 요인이다. 훌륭한 마케터는 경기를 포착하는 동물적인 감각이 있을 듯싶었다.
 
“신문에 실린 기본적인 경기 지표와 소비자 동향 기사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학생들을 보면 경기를 읽을 수 있어요. 부모에게 용돈을 타 쓰니까요. 또 인터넷 접속이 늘고, TV 판매량이 늘어나면 경기가 나빠지는 신호로 볼 수 있어요. 밖에 나가지 않고 집에서 많은 시간을 보낸다는 뜻이거든요.”
 
끊임없이 창조하고 실행하라
최신 트렌드를 포착하는 노하우가 있을까. “카피다. 모든 것을 베낀다”는 뜻밖의 대답이 돌아왔다. 창조의 근원은 ‘모방’에서 시작한다는 설명이다. 마 상무는 누군가가 만들어낸 것에 새로운 가치를 더하는 것이 창조의 시작이라고 강조했다.
 
“떡볶이를 먹을 때도, 운동 경기를 볼 때도 항상 질문을 던집니다. 왜 이건 싫고, 저건 좋을까. 사람들이 좋아하는 이유가 뭘까. 이유를 찾으면 곧바로 휴대전화에 적용합니다.”
 
마 상무는 2006년 생활용품업체의 체험 프로그램을 휴대전화 마케팅에 과감히 응용했다. 휴대전화 수명 주기가 짧아지고 유통 채널도 다양해지는 등 제품 속성이 생활용품과 비슷해지므로, 생활용품 브랜드들이 주로 사용하는 체험 마케팅 프로그램이 효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했다.
 
먼저 회사를 찾아가 휴대전화를 하루 종일 쓰도록 빌려주고 퇴근할 때 돌려받는 마케팅을 시작했다. 특히 시장 진입 초기(point of market entry) 단계의 15, 16세 학생들에게 체험 마케팅이 먹혀들었다. 또래 집단끼리의 구전 효과가 컸기 때문이다.
 
“패션 감각이 아무리 뛰어나면 뭐 합니까. 좋은 옷을 고르고 잘 입어야 감각이 살아나는 것이죠. 무엇보다 실행(execu-tion)이 중요합니다.”
 
마 상무는 인터뷰 말미에 마케팅은 창조적인 작업이지만, 과학적이고 계량적인 분석과 과감한 실행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남이 보지 않는 것을 찾아내 남이 낼 수 없는 제품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다.
 
“눈썹 밀고 머리 박박 깎는다고 공부 잘하는 게 아니잖아요. 공부하는 법을 냉철하게 분석하고, 창조적인 자기만의 공부법을 개발해 과감하게 실행하지 않으면 성적이 제자리를 맴돌 수밖에 없습니다.”
  • 박용 박용 | - 동아일보 기자
    -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부설 국가보안기술연구소(NSRI) 연구원
    -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 정책연구팀 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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