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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 Guru 인터뷰

고객만족도, 생산성 소비자를 잡는 두 수레바퀴

클라스 포넬 | 3호 (2008년 2월 Issue 2)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소비자 인사이트를 기반으로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은 모든 기업의 지상과제입니다. 하지만 무조건 고객만족도만 높여서는 안 됩니다. 고객만족과 생산성의 조화를 추구해야 합니다.”
 
고객만족 경영의 전도사인 미국 미시간대 클라스 포넬(Claes Fornell) 교수가 한국 기업인들에게 던진 메시지다. 고객만족 분야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포넬 교수는 세계적으로 가장 높은 신뢰도와 완성도를 인정받고 있는 미국 고객만족도지수(ACSI·American Customer Satisfaction Index)를 개발, 이 분야의 대가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방한한 포넬 교수는 동아비즈니스리뷰와 인터뷰를 갖고 고객만족 경영의 중요성이 날로 커질 것이라는 점을 거듭 강조했다.
“고객만족이 왜 중요한지에 대한 답은 간단합니다. 두 차례의 징벌(punishment)이 가해지기 때문이죠. 고객만족도가 떨어지면 첫 번째로 고객이 떠나고, 두 번째로 투자자가 떠납니다. 주식시장의 냉담한 반응은 시장가치 저하, 투자자금 회수 등으로 이어집니다. 반면 고객만족도를 높인 기업들은 투자자들의 상품 재구매, 주가 상승, 추가 투자 유치 등의 보상을 받습니다. 고객만족도가 높은 기업의 재무성과가 좋다는 것은 수많은 연구 결과가 입증하고 있습니다.”
 
포넬 교수는 아직 많은 기업들이 두 번째 징벌에 대해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미국 자동차산업을 보세요. 고객만족도가 하락한 후 GM, 포드, 크라이슬러가 어떤 일을 겪었는지 말입니다. 그들은 고객들의 관심을 끌만한 차를 만들지 못했습니다. 진정한 고객만족이 무엇인지를 간과한 거죠. 미국 자동차산업의 몰락이 미국 경제 전체와 내가 있는 미시간 주에 가져온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습니다. 대다수 미국 기업들은 ‘경쟁 입찰을 통해 더 낮은 가격을 써내고 그 게임에서 승리한다’는 식의 성공 전략을 구사했습니다. 하지만 고객만족이 수반되지 않는 승리는 무의미합니다.”
 
포넬 교수는 자신이 주창하는 고객만족 경영의 궁극적 목표가 생산성과 고객만족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에 진출한 현대자동차의 예를 들었다.
“현대차가 미국 시장에서 엄청난 성공을 이뤄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것만큼 생산성도 빨리 향상시키지 못했다는 것이 아쉽습니다.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속도가 너무 빨랐고 과도했던 거죠. 현대차는 도요타에 비해 아직 단위생산비용(Cost Per Unit)이 높습니다. 현대차가 미국에서 더 큰 성공을 이뤄내려면 고객만족도보다 생산성에 신경을 써야 합니다.”
 
포넬 교수는 높아진 고객만족도를 수익성 향상으로 어떻게 연결시킬지를 고민하라고 강조했다.
“고객만족도가 높아진 기업들은 두 가지 전략을 구사할 수 있습니다. 첫째, 가격을 낮춰 경쟁업체를 위협하거나 둘째, 가격을 높여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죠. 도요타와 현대차의 차이는 간단합니다. 도요타는 높은 고객만족도를 기반으로 가격 결정력(pricing power)을 행사한 반면 현대차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도요타가 최근 미국에서 신차 가격을 올렸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이나 고객만족도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고객만족도와 생산성의 조화입니다. 이를 감안할 때 현대차가 제네시스 같은 높은 마진의 차를 얼마나 성공적으로 판매하느냐는 매우 중요합니다.”
 
고객만족 최우선 조건은 가격 아닌 품질
포넬 교수는 가격보다는 품질관리가 고객만족도를 높이는데 훨씬 중요한 요소라고 강조했다.
“가격이 내려갈수록 고객만족도가 올라갈 것이란 생각은 매우 위험합니다. 낮은 가격 때문에 이 상품을 사는 신규 고객은 대부분 상품에 대한 다른 사람의 추천이나 좋은 평가보다는 빠듯한 예산 때문에 구입하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신규 고객들이 제품에 만족하지 못하면 전반적인 고객 만족도가 크게 하락합니다.”
 
그는 브랜드 가치(brand equity)나 기술, 시장점유율 역시 고객만족도를 높이는 데 결정적 요인은 아니라고 평가했다.
“고가제품에서는 브랜드 가치가 상당한 의미를 지니지만 저가제품에서는 별 의미가 없습니다. 기술이나 시장점유율도 마찬가지죠. 애플의 아이팟은 기술적으로 가장 뛰어난 제품이 아니었지만 혁신적인 디자인으로 고객들의 높은 만족도를 이끌어냈습니다. 사우스웨스트는 미국 항공사 가운데 규모도 작고 시장점유율도 낮지만 고객 만족도는 대형 항공사보다 훨씬 높습니다.”
또 서비스 산업은 제조업보다 생산성과 고객만족도의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 포넬 교수는 지적했다.
“서비스 산업은 매우 노동집약적인 산업이기 때문에 수익성을 높이기 위한 감원 등이 역효과를 낳을 여지가 존재합니다. 만약 어느 호텔에서 직원을 10% 감원해 재무제표 상의 생산성을 대폭 높였다고 가정합시다. 하지만 이로 인해 고객들이 과거에 받았던 수준의 서비스를 받지 못한다면 그 고객은 만족하지 못할 겁니다. 감원으로 얻은 것 이상의 손실이 발생한 거죠.”
 
포넬 교수는 우수한 품질 관리를 통해 고객만족도와 생산성의 조화를 이뤄낸 예로 유통업체 코스트코를 들었다.
“코스트코는 다른 대형 유통업체와 달리 제품 라인을 매우 간소화시켰습니다. 자신들이 잘 아는 상품, 고객들이 특히 좋아하는 상품만으로 구성했죠. 흔히 유통업계에서는 고객들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야만 고객만족도가 높아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코스트코는 소수의 뛰어난 제품으로 고객을 공략했습니다.”
 
포넬 교수는 고객만족도를 정확히 파악하려면 측정의 척도와 질이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기업은 고객이 원하는 것을 제공해줘야 하는데 개별 고객들의 요구사항이 제각각이라는 게 문제입니다. 따라서 고객에 대한 세분화(segmen-tation), 목표 고객의 정확한 선정(targeting)이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과학적이고 체계적인 잣대로 고객만족도를 측정해야 하고 풍부한 실증 연구(field study)도 뒷받침돼야 합니다.”
 
고객만족도 측정의 질부터 높여야
그는 ACSI가 비교적 단기간 내에 고객만족 측정의 세계적 표준으로 자리 잡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고 설명했다. ACSI를 내놓기 전 다양한 케이스 스터디를 발굴하고 세계적인 학술지에 검증을 받는 등 많은 노력을 기울였기 때문에 지표의 신뢰성을 담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는 그러나 최근 널리 사용되고 있는 NPS(Net Promoter Score·순 추천 고객 지수)의 효용성에 대해서는 의문을 표했다. NPS의 핵심은 다른 사람의 추천을 계량화하는 것인데 추천이라는 것이 계량화하기도 어렵고 그 활용도 역시 낮다고 그는 말했다.
“당신이 나에게 어떤 상품에 대해 추천한다고 가정합시다. 그 추천이 어떤 효과를 미치려면 전제 조건이 필요합니다. 바로 내가 그 제품을 사용해보지 않았어야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사람들이 쓰는 제품은 대부분 처음 구입한 것이 아니라 반복적으로 구입하는 상품들입이다. 내가 써 봤고 그 성능과 효용을 알고 있는 제품을 구입하는 데 타인의 추천이 과연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요.”
 
포넬 교수는 쉽게 고객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과 관련, 고객들의 불만을 적극 이용하라고 권고했다. “고객의 불만을 모으는 것은 저렴한 방법으로 고객만족도를 평가하고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방법입니다. 시장조사에서 드러나지 않는 고객들의 잠재 욕구를 파악하는 데도 매우 효과적이죠. 고객 불만이 전혀 없는 회사보다는 고객 불만을 고쳐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이탈하려는 고객을 붙잡는 회사가 훨씬 수익성이 높습니다.”
 
필자는 스웨덴 출신으로 1976년 스웨덴 룬드 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듀크대, 노스웨스턴대 등을 거쳐 1980년부터 미국 미시간대 로스 경영대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미시간대 산하 국가품질조사연구소(National Quality Research Center) 소장으로 재직하며 ACSI를 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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