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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화된 세상, 차별화로 성공하는 10가지 방법

이장우 | 27호 (2009년 2월 Issue 2)
오늘날 우리 모두는 차별화로 가득찬 세상에 살고 있다. 애플은 ‘다르게 생각하라(Think Different)’는 광고 슬로건을 사용하고 있다. 기능성 화장품으로 유명한 클리니크는 제품명 자체가 ‘극적으로 다른 모이스처라이징 젤(Dramatically Different Moisturizing Gel)’이다. 패션디자이너인 앙드레 김은 오로지 흰색 옷만, 산업디자이너인 카림 라시드는 핑크색 옷만 입는다. 자신들의 의상부터 차별화를 시도한 것이다.
 
개개인이 자기만의 둥지를 만들어가는 ‘코쿠닝’시대이다 보니 개성을 극대화하는 ‘차별화’라는 개념이 각광받고 있다. 심지어 다르지 않으면 도태된다는 막연한 두려움 때문에 무조건적으로 차별화를 추구하는 일종의 ‘차별화 노이로제’ 현상까지 나타난다. 이제는 무조건적인 차별화에 대해서도 차별화를 시도해야 할 상황이다.
 
사실 차별화는 대량생산 시대를 마감하고 대량 맞춤시대를 열어준 가장 의미 있고 영향력 있는 마케팅 활동 중 하나다. 차별화를 통한 치열한 경쟁은 결국 대량맞춤 시대를 열고 고객의 취향이 더 존중 받는 시대를 만들었다. 한 예로 기아차의 소울이나 BMW의 미니를 사는 고객은 이제 원하는 색상과 디자인을 직접 선택해 자신만의 차를 고를 수 있다.
 
또 차별화에 능숙하지 못한 기업이 브랜드 가치와 무관하게 시대 흐름에 적응하지 못하고 무너지는 사례를 종종 볼 수 있었다. 대표적으로 가장 오래되고 유명한 도자기 회사인 웨지우드를 들 수 있다. 1759년에 설립된 이래 250년의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던 이 회사는 지난 5년 동안의 누적 적자를 견디지 못하고 올해 1월 5일 파산신청을 했다. 영국 도자기의 아버지로 불린 조시아 웨지우드가 설립한 이 회사는 항상 최고의 품질과 최상의 디자인으로 세계 시장을 선도해 왔다. 그러나 새로운 경쟁자 출현으로 시장 지배력을 상실했다. 제품 판매가는 다른 경쟁자에 비해 높았지만 그 만큼 고객이 원하는 차별적 가치를 만들어내지 못한 것이다.
 
과감한 차별화 필요
포지셔닝 전문가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잭 트라우트는 자신의 저서 ‘튀지 말고 차별화하라(Differentiate or Die)’를 통해 치열한 경쟁에서 생존하기 위한 최고 전략으로 바로 이 차별화를 제시하고 있다. 차별화는 이제 기업 규모나 업종과 상관없이 마케팅의 중요한 성공 요인 중 하나로 떠올랐다. 그러나 얼마나 많은 기업이 이 차별화를 올바르게 이해하고 제대로 활용하고 있을까. ‘차별화의 법칙’의 저자 홍성준 박사는 단순히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가격과 품질을 뛰어넘는 과감한 차별화 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별화의 본질에 대한 통찰 없이 남들과 조금 다르게 하는 것만으로는 생존할 수 없다는 얘기다. 

많은 회사가 제품도 잘 만들고 차별화도 열심히 했지만 신제품 출시나 시장 진입에 번번이 실패하고 있다는 사실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단지 차별화했다고 해서 시장에서 경쟁자를 쉽게 이길 수 있는 것은 결코 아니다. 차별화는 기본이다. 마케팅에서 감초와 같은 차별화는 단지 마케팅의 시작을 위한 필요조건이지 결코 마케팅의 마지막 성공을 보장하는 필요충분조건이 아니다. 아무리 새롭고 위력적인 차별화로 시장 진입에 성공하거나 경쟁자를 이긴다 해도 시장에서 차별화의 약효는 갈수록 떨어지고 빠르게 진부화된다. 무조건 다르게만 한다고 차별화가 되는 것은 더욱 아니다. 특히 무조건 차별화를 하고 보자는 기업은 더 위험하다. 치열한 시장 경쟁에서 기업들이 차별화로 성공하기 위한 10가지 방법을 제시한다.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라
첫째, 차별보다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 내는 것이 훨씬 유리하다. 차원을 달리하는 원초적인 차별화가 더 효과적이다. 본래 표준화한 제품이나 거대 브랜드를 이기려면 직접경쟁보다 간접경쟁 제품을 출시하는 등 경쟁 구도를 바꾸는 게 더 낫다. 간접경쟁을 하면 제품 자체에서 차이가 나기 때문에 육안으로 확연히 구분된다. 예를 들어 폴라로이드 즉석카메라와 캐논·올림푸스·삼성 등 디지털카메라는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회사 측에서 굳이 차별화 포인트를 설명하지 않아도 소비자들은 쉽게 구분한다. 먹고 마시는 화장품은 바로 이와 같은 근본적인 차이를 만들어낸 사례다. 네슬레의 글로웰 브랜드는 미용음료화장품(Nutricosmetics)이라는 근본적인 차별화를 시도했다. 이런 상품들은 가격탄력성과 가격민감성이 둔하기 때문에 유연한 가격 정책을 펼 수 있고 마진 확보가 용이하다. 이런 점에서 차별화와 한 차원 다른 ‘차격화(差格化)’가 더 어울리는 표현일지도 모르겠다.
 
둘째, 차별화의 장을 바꿀 수 있는 혁신이 필요하다. 시장 흐름을 보면 늘 차별화의 기준이 변하고 있다. 이 기준에는 기술·가격·디자인·포장·사이즈·기능·유통·사업모델 등과 같은 여러 차별적 요소가 활용된다. 나이키·아디다스·푸마는 글로벌 빅3 스포츠 브랜드로 경쟁해 왔다. 그러나 아디다스와 푸마는 스포츠웨어 시장에서 더 이상 나이키를 이길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질 샌더스나 스텔라 매카트니 같은 유명 패션 디자이너와 공동 작업을 통해 패션브랜드로 새로운 차별화를 추진, 좋은 성과를 냈다. 이 점은 펩시가 콜라 시장에서 더 이상 코카콜라를 이기기 힘들다고 판단해 물·스낵 등 비콜라 부문을 공략해 차별화한 것과도 일맥 상통한다. 지금 펩시의 기업 가치는 오히려 코카콜라보다 높다.

셋째, 차별화의 수명주기를 고려해야 한다. 차별화 홍수 속에서 수명 주기가 갈수록 짧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짧아지는 차별화 수명주기를 어떻게 연장할 것인가가 관건이다. 차별화를 만들어 내면서 현재의 차별화를 이어줄 다음 단계의 차별화를 염두에 두어야 한다. 소니 바이오의 컬러 노트북도 처음에는 아름답고 신선한 디자인이라는 이미지를 줬지만 지금은 델과 같은 회사에서도 비슷한 컬러 노트북을 내놓고 있다. 따라서 노트북 시장에서 디자인 차별화는 금세 진부한 전략으로 전락했다. 차별화를 전략으로 채택하려면 적어도 2단계 앞을 내다 보는 차별화의 연속성(Differentiation Con-tinuum)을 감안해야 한다.
 
넷째, 독창성이 요구된다. 외양적인 차별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적인 서브 카테고리를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 콘텐츠를 차별하는 것보다 차별화의 원천이 되는 ‘콘텍스트(context)’를 보강해야 한다. 닌텐도 위(Wii)는 독창적인 차별화를 시도하기 위해 몸을 움직이며 즐기는 게임을 개발했다. 조이스틱으로 게임의 캐릭터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사용자가 캐릭터와 한 몸이 되어 움직여야 하는 게임기를 만든 것이다. 이제 위핏(Wii Fit)은 게임기에서 다이어트기로 또 한 번 변신 중이다. 경쟁사인 소니가 그래픽·사운드 등과 같은 콘텐츠에 기초한 리얼리즘에 혼신의 힘을 기울일 때 닌텐도는 사용자가 몸으로 느낄 수 있는 콘텍스트적 리얼리즘으로 차별화를 이루어 냈다는 점에서 높이 평가할 만하다.
 
다섯째, 차별화를 위해 다른 강점을 버릴 수 있어야 한다. 크록스 신발은 캐주얼 신발로서의 편안함과 안락함을 위해 세련된 디자인을 포기했다. 북미 시장에서 거의 모든 비즈니스맨의 필수품인 블랙베리 휴대전화는 e메일 시장을 집중 공략하기 위해 기존 휴대전화의 여러 기능을 포기함으로써 대성공을 거두었다.
 
여섯째, 유일무이하게 차별화해야 한다(only & first). 경주 보문단지에 생긴 오성급 라궁호텔은 고급 전통 한옥 호텔이다. 서양식 호텔과는 차별을 넘어 근본적인 차이가 난다. W호텔이 감각적인 스타일로 차별화해 기존의 특급 호텔과는 완전히 다른 포지셔닝에 성공했듯이 라궁도 유일무이하게 최초의 전통한옥 호텔로 차별화해 새로운 위치를 자리잡고 있다.
 
일곱째, 소비자에게 말이 필요 없이 한 눈에 확 느낄 수 있는 유별난 차별화를 해야 한다. 기아차의 소울은 디자인을 통해 브랜드 이미지가 저절로 형성되어 차별화가 쉽게 눈에 들어온다. 유별난 차별화가 성공하면 광고 도움 없이도 소비자들을 한 눈에 사로잡을 수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교대역에 선보인 자일리톨 광고는 그 흔한 비주얼이나 이미지가 없다. 대신 4면으로 된 광고판 전체가 문자뿐인 광고 메시지로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다. 비주얼이 없기 때문에 오히려 소비자들의 눈길을 사로잡는 별난 차별화라고 할 수 있다.
 
여덟째, 필요한 경우에는 대규모 차별화를 통한 물량 공세로 진열대를 장악할 필요가 있다. 고객의 선택을 다양하게 만들어 주고 선택의 폭을 넓혀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일본의 유명한 광고회사 하쿠호도 출신인 나카타니 아키히로는 700권이 넘는 책을 출간한 다작 작가다. 그의 저서들은 1년에 250만 권이나 팔리고 있다. 작가로서 그의 성공 비결은 다작을 통해 많은 책을 출간, 유명서점에서 자신만의 판매서가가 생기도록 차별화를 해야겠다고 결심한 데서 기인한다. 보브화장품은 딸기·검은콩·호박·콜라겐 등 무려 20가지가 넘는 안면용 마스크팩 제품을 만들어 시장 진열대를 장악하고 있다.
 
아홉째, 고객이 돈을 지불하고 싶어하는 차별화를 해야 한다. 스타벅스를 시작으로 고급커피 전문점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디초코릿 브랜드 커피 전문점이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생겨났다. 후발주자이지만 압구정점을 시작으로 최고급 재료를 이용한 수제 초콜릿을 만들어 커피와 함께 파는 맛의 차별화를 선보이며 빠른 속도로 입지를 굳혀가고 있다. 초콜릿 몇 개 값이 커피 가격보다 비싸지만 잘 팔리고 있다. 고객들이 이런 차별화에 돈을 지불하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 파리에 문을 연 콜레트 바는 생수를 전문으로 파는 물 바(water bar)다. 일반적으로 위스키 바나 와인 바는 있지만 물 바는 전무후무하다. 소비자가 차별화한 제품·기능이나 서비스를 돈을 주고 구입해야 진정한 차별화는 유지되고 발전될 수 있다. 모든 차별화를 새롭게 시도할 때는 항상 고객 입장에서 돈을 내고 살만한 가치가 있는지 반드시 짚고 넘어 가야 한다.
 
마지막으로 기능과 서비스를 더하기보다 이를 없애는 차별화도 필요하다. 모든 가전 회사가 비디오카메라의 성능을 복잡하게 만들어 차별화를 시도하고 있을 때 미국의 플립은 반대로 거의 모든 기능을 없애고 단순히 촬영하고 컴퓨터에 업로딩하는 기능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했다. 나중에 시장에서 소비자 반응이 좋아지고 판매가 늘어나면서 제품을 취급하는 소매유통 업체들이 성능을 추가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플립은 이를 거부했다. 단순함의 차별화 법칙을 유지함으로써 효과를 누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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