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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과 신뢰의 꼬리표’ 태그 이코노미가 온다

김경훈 | 27호 (2009년 2월 Issue 2)
‘꼬리표 경제’, 즉 태그 이코노미(tag economy) 시대가 오고 있다.
 
태그는 일반적으로 물건에 붙이는 가격표를 뜻한다. 그러나 태그 이코노미에서 꼬리표는 상품과 서비스에 붙이는 ‘신뢰와 안심의 표시’다. 이때 태그는 △제품에 환경과 건강을 위협하는 위해물질이 들어있지는 않은지 △제품이 이산화탄소 과다배출 등 잘못된 공정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닌지 △제3세계 노동자를 불합리하게 착취해 만든 것은 아닌지 등을 표시한다. 앞으로는 위험회피를 넘어 철학적 신념 등의 가치 증진을 위한 차별화된 태그들도 속속 등장할 것이다.
 
태그 이코노미는 궁극적으로 생산자와 소비자 사이의 상호신뢰를 기반으로 하는 새로운 소통 경제다. 생산자와 소비자는 태그를 통해 커뮤니케이션하고 믿음을 나눈다. 태그 이코노미 시대에는 소통과 신뢰가 상품의 직접적인 기능이나 품질 이상의 가치를 갖는다.
 
태그 이코노미의 등장 배경
태그 이코노미는 사실 새삼스러운 것이 아니다. 그 ‘모태’라 할 수 있는 공정무역(fair trade)이 시작된 것은 무려 60여 년 전이다. 미국의 평범한 가정주부이던 에드나 루스 바일러는 1946년 푸에르토리코를 여행하던 중 현지인들의 참담한 빈곤을 목격했다. 그는 현지인들을 돕기 위해 수공예품을 미국에 가져와 팔기 시작했다. 이런 그의 노력으로 ‘텐 사우전드 빌리지(Ten Thousand Villages)’라는 단체가 태어났다. 이 단체는 현재 35개국에서 81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지만 공정무역의 실적은 최근까지 매우 미미한 수준이었다. 공정무역이 시작된 지 60여 년이 흘렀지만 지구촌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에도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도덕적 경제행위의 중요성이 이전보다 훨씬 커지고 있다. 태그 이코노미가 본격적으로 도래할 조짐이 보인다는 말이다. 가장 큰 이유는 환경문제 등의 잠재적 위협이 이제는 실질적 위험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반 소비자는 물론 국가까지 나서 환경파괴와 불공정·불합리한 상품경제에 대한 대응책을 만들고 있다.
 
소비자 인식 변화의 글로벌화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주로 선진국 국민들만이 도덕적 경제행위에 관심을 가졌지만 최근에는 숨 가쁜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삶을 돌아볼 여유를 갖게 된 많은 중진국과 개발도상국 국민들도 이에 대한 인식을 새롭게 하기 시작했다.
 
디지털 및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 역시 태그 이코노미에 힘을 실어준다. 현재 태그의 신뢰성을 첨단 기술로 보증해 주는 각종 기법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아래에 소개하는 다양한 사례는 디지털 기술이 태그 이코노미에 어떻게 결정적 기여를 하는지 분명히 보여 준다.
 
이처럼 다양한 요인이 맞물리고 안전과 신뢰에 대한 소비자의 높은 기대치가 강력한 에너지로 작용하면서 태그 이코노미의 움직임에는 이제 놀라운 가속도가 붙기 시작했다.
 
태그 이코노미의 2가지 키워드와 사례
1. 차별화한 가치를 표현하는 밸류 태그(value tag)
과거 태그는 특정 상품의 단순한 변별 또는 식별을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태그 이코노미에서의 태그는 이전과 다른 ‘차별화한 가치’를 상품에 부여한다. 기업 입장에서 가치를 차별화하는 밸류 태그는 적극적인 비즈니스 자원 역할을 한다. 이제 그 사례를 살펴보자.
 
① 소비자가 목장에서 재봉 과정까지 추적 뉴질랜드의 메리노 양털 전문 의류기업 아이스브레이커는 2008년 8월에 새로운 바코드 시스템을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메리노 양털이 생산되는 뉴질랜드의 양떼목장에서부터 최종 의류 제품이 나오기까지 전 과정을 소비자들이 추적할 수 있게 해 준다.
 
아이스브레이커는 모든 제품의 레이블에 바코드 번호를 부착한다. 소비자가 이 번호를 웹사이트(www.icebreaker.com/site/baacode/index.html)에 입력하면 자기 옷을 짠 양털실이 뉴질랜드 남부의 목장 120곳 중 어디에서 나왔는지를 알 수 있다. 웹사이트는 사진과 비디오를 통해 털을 제공한 양떼의 모습에서부터 실 만들기, 옷감 짜기, 재봉에 이르는 전 과정을 보여 준다.
 
제레미 문 아이스브레이커 최고경영자(CEO)는 이 시스템이 “제품이 어디서 만들어졌는가가 아니라 어떻게 만들었는지를 보여 주는 데 더 중점을 둔다”고 말한다. 이 회사는 바코드를 통해 원재료의 신뢰성을 증명함과 동시에 전체 생산 과정의 세심한 관리와 투명성을 보여 줘 제품 가치를 업그레이드하고 있다.
 
② 스웨터에 사용된 동물 패스포트 네덜란드의 니트 브랜드인 플록스는 아이스브레이커와 비슷하지만 좀 더 특화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이 회사는 양털 스웨터와 토끼털 장갑, 알파카 털로 만든 목도리, 염소 털로 만든 모자 등 다양한 니트 제품을 생산한다. 이런 제품의 레이블에는 특별한 아이덴티티 카드가 붙어 있다. 바로 원재료를 제공하는 동물들의 ‘패스포트’다. 패스포트에는 해당 제품의 원모(原毛)를 생산한 양·토끼·알파카 등 동물의 아이디 번호가 새겨져 있으며 이들의 사진과 함께 품종, 몸무게, 연령, 태어난 농장주소도 실려 있다.
 
플록스의 디자이너인 크리스티엔 메인데르츠마는 그동안 염색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털을 원료로 사용해 왔다. 하지만 2008년부터는 색깔 있는 실을 사용한 제품들도 선보였다. 이 경우 어떤 자연원료로 만든 염료인지, 원료는 어디에서 재배되었는지 등의 이력을 제품 레이블에 표시한다. 이 사례는 태그가 제품의 신뢰성을 증명하는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이제는 디자인 가치를 높이는 요소로까지 활용된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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