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과 이종교배 통찰력의 키워드

2호 (2008년 2월 Issue 1)

동아비즈니스리뷰(DBR) 창간호에서 ‘부족한 것을 찾아 해결하는 노력’이 통찰력을 키울 수 있는 주요한 방법임을 제시했다. 두 번째 방법으로 문제를 재해석하는 훈련을 쌓을 것을 권하고 싶다. 모든 문제는 핵심과 주변으로 구분된다. 핵심을 정확히 파악하면 문제는 쉽게 풀리지만 주변을 잡으면 고생만 하고 엉뚱한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1980년대 중반 세계 피아노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였다. 하지만 피아노 회사는 계속 늘어나 업체 간 과당경쟁과 출혈경쟁이 계속되는 상황이었다. 바로 이 시점에 일본의 대표적인 악기 제조업체인 야마하는 전혀 새로운 돌파구를 찾았다.
 
이미 세계적인 피아노 제조회사로 명성을 날리고 있던 야마하는 더 이상 판매가 증가하지 않자 새로운 관점으로 문제를 보기 시작했다. 문제의 핵심을 다시 정의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마하는 자체 소비자들을 조사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야마하 피아노를 구입한 소비자들이 구매 초기에만 잠깐 연주를 할 뿐 그 이후에는 10년이 지나도 거의 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야마하는 이 사실을 놓고 다양한 해석을 시도했다. 그들은 왜 비싼 피아노를 사놓고 10년 동안 겨우 몇 번밖에 치지 않을까? 이 문제에 해답을 찾기 위한 야마하의 노력은 다음과 같은 통찰에 최종 도달하게 됐다.
 
연주하기 편한 피아노를 찾는다
야마하의 피아노는 전문가가 연주하기에는 좋은 피아노이지만 일반인이 연주하기에는 쉽지 않다는 사실을 발견한 것이다. 이에 따라 야마하는 세계 최초로 피아노에 전자칩을 연결해 리듬과 멜로디, 다양한 음원을 내장한 디지털 전자 피아노를 개발하게 됐다. 디지털 전자 피아노는 기존의 클래식 피아노에 비해 가격도 저렴할 뿐 아니라 다양한 리듬, 멜로디, 음원을 원하는 대로 조정할 수 있어 일반인이 연주하기에 훨씬 편리했다. 그 결과 피아노 시장은 클래식 피아노와 디지털 전자 피아노 시장으로 크게 양분됐다. 야마하는 클래식 피아노 시장에서의 지위는 그대로 유지하면서 디지털 전자피아노 시장의 개척자로서 열매를 고스란히 가져갔다.
 
또 다른 예를 살펴보자. 2004년 영국의 명품백화점인 헤롯백화점에 기능성신발을 입점 시킨 뒤 돌풍을 일으킨 중소기업 아이손도 대표적인 예다. 1990년 이후 나이키를 시작으로 운동화 시장은 가볍고 기능이 좋은 고기능화를 중심으로 개발됐다. 마라톤 운동화도 무게가 300∼400g으로 가벼워졌다. 이처럼 가볍고 기능이 좋은 운동화 시장은 나이키를 비롯해서 리복 아디다스 미즈노와 같은 글로벌 브랜드들이 과점했다.
 
이 과정에서 한국의 운동화 제조업체들은 고기능성에 밀려 점차 쇠락하는 운명에 놓여있었다. 그러나 부산에 있는 아이손이라는 브랜드는 전혀 새로운 기회를 포착했다.
 
무거운 운동화가 건강을 돕는다
아이손은 최근 건강에 대한 열풍이 사회적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건강열풍의 첫 번째 단추는 다이어트에서 시작됐다. 이 회사는 대부분의 국민이 다이어트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지만 정작 다이어트를 위한 운동은 별로 하고 있지 않다는 점을 발견했다. 또한 운동하는 선수들이 모래주머니를 종아리에 차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이 둘의 조합을 통해 신제품에 대한 통찰을 발견했다.
 
그것은 운동화를 무겁게 해 다이어트의 효과를 높이는 것이었다. 이 운동화는 한 짝이 각각 1.1∼1.4kg이다. 실제로 이 신발을 신고 30분간 걸으면 40분간 등산이나 축구를 한 것과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다. 수백 번의 테스트와 보완을 통해 만들어진 이 신발은 다이어트와 건강에 관심이 높은 직장인과 여성층의 결핍을 제대로 충족했다. 2004년 출시 이후 매출은 이후 해마다 두 배 이상으로 올리고 있다. 아이손이 발견한 문제의 재해석은 다음과 같다.
‘가벼운 운동화가 건강을 돕는 것이 아니라 무거운 운동화가 건강을 돕는다’
 
New Meets of 2 Plane
통찰을 얻기 위한 세 번째 방법은 이전에 만나보지 않은 새로운 개념을 만나게 하는 것이다. 1992년 인지심리학자인 로버트 와이어는 통찰의 단서가 될만한 연구를 발표했다. 소비자 정보처리에 대한 과거 70년간의 이론을 종합 분석한 이 연구(humor elicitation)에 따르면 통찰이 발생하는 가장 대표적인 순간이 바로 ‘이전에 만나지 않았던 두 개의 개념이 새롭게 만나는 순간 (New Meets of 2 Plane)’ 이라는 것이다.
 
정보A와 정보B 가 새롭게 만나면 ‘정보 A+B’가 된다. 정보A+B는 각기 정보A와 정보B의 단순합보다 더 많은 연상을 만들어낸다. 각각의 세부 속성들이 만들어내는 새로운 연상과 기억의 조합이 있기 때문이다. 일종의 시너지가 발생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이해가 쉽다.
 
   
소설책은 재미로 읽는 책이다. 반면 자기 계발서는 자기 계발을 위한 지침서다. 과거에는 이 두 개념의 책이 서로 만난 적이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 소설과 자기계발서가 만나서 새로운 영역이 만들어졌다. 그것이 바로 셀픽션 소설이다. 셀픽션은 자기계발(self)과 소설(fiction)을 접목시킨 새로운 단어다. 이러한 셀픽션 도서는 서점가에 새로운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누가 내 치즈를 옮겼는가>는 셀픽션 소설의 대부 격에 해당한다. 자기 계발서를 최초로 소설의 형태로 선보인 이 책은 2000년에 출간돼 수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이런 셀픽션 소설로 독자들은 재미와 교훈을 같이 얻게 된다. 소설은 재미만 있고, 자기개발서는 교훈만 있는데 이 둘을 접목시킴으로써 재미와 교훈이 동시에 발생한 것이다. 이 책을 시작으로 <마시멜로 이야기> <밀리언 달러 티켓> <청소부밥> <에너지버스> 등이 독자의 사랑을 받고 있다.
 
21세기의 천재 가운데 한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는 MIT대학의 자문위원인 토드 사일러(Todd Siler)에 따르면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서로 만나본 적이 없는 두 개의 개념을 만나게 해주는 전문가다. 다빈치가 살았던 15세기말 16세기초의 베네치아는 평상시에는 문제가 없었지만 비만 오면 홍수가 지는 치명적인 문제를 안고 있었다. 바로 이점을 다빈치가 해결했다. 그 해결의 실마리는 바로 만나보지 않은 두 개념의 새로운 만남을 통해 이루어졌다. 다빈치는 해부학자이면서, 식물화가이고, 발명가다. 그래서 다빈치는 사람의 혈류 흐름을 잘 알고 있었을 뿐 아니라 강물의 지류와 본류의 흐름도 이해하고 있었다. 이때 그가 발견한 것은 인체의 혈류의 흐름과 강의 지류의 흐름이 형태상 비슷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인체의 혈류는 흘러넘치지 않지만 강은 넘친다는 것을 발견했다. 왜 인체의 피는 흘러넘치지 않는데 강물은 흘러넘칠까? 그것은 물의 흐름을 조절하는 밸브 시스템이 없기 때문이라는 것을 알게 됐다.
 
이후 다빈치는 처음으로 인체의 혈류 조절시스템인 판막과 베네치아를 관통하는 강물을 만나게 했다. 그래서 도출된 것이 바로 지금의 댐이다. 다빈치는 이전에 한번도 만난 적이 없던 인체의 혈류구조와 식물의 수분구조, 그리고 운하의 지류구조를 만나게 해 준 것이다. 다빈치가 밸브 시스템을 운하의 지류구조에 접목시킴으로써 이탈리아는 홍수 때 수량을 조절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미국식 품질혁신 + 일본식 승급체제
품질경영개선의 대명사인 6시그마 역시 새로운 만남을 통해 통찰이 이루어진 전형적 사례다. 6시그마는 미국 모토로라에서 시작한 품질혁신운동인데, 단계별로 불량률 관리를 다르게 한다는 측면에서 효율성이 높아 지금은 전 세계에서 채택하고 있다. 6 시그마의 단계는 모두 5단계로 구분되는데 이는 일본 가라테의 승급체계와 접목을 통해 만들어졌다. 다시말해 미국의 무결점 생산절차를 일본의 가라테의 승급체계와 새롭게 만나게 해 6 시그마를 구조화한 것이다.
 
6시그마는 일본 가라테의 5단계 승급체계와 접목되면서 개념적 이해가 쉬워졌고 불량률 개선의 정도를 가시화했다. 이제는 생산성 향상을 위해 거의 모든 기업이 생산현장에서 6 시그마를 채택하고 있다. 두 개념의 만남에 의해 새로운 문화가 탄생한 것이다.
동아비즈니스리뷰 298호 Future Mobility 2020년 6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