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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keting

中企 공격적 해외 진출 땐 ‘경쟁자와의 협력’이 안전판

한지영 | 421호 (2025년 7월 Issue 2)
Based on “ Coopetition and the marketing/entrepreneurship interface in an international arena”(2023) by Crick, J.M., Crick, D. & Ferrigno, G. in International Journal of Entrepreneurial Behavior and Research, Vol. ahead-of-print. doi: 10.1108/IJEBR-01-2022-0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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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2000년대 초반까지 소니와 삼성은 TV, 오디오, 반도체 등 전자제품 전반에 걸쳐 치열하게 경쟁해 왔다. 특허 분쟁이나 기술 유출 논란으로 긴장감이 고조되기도 했지만 2004년 두 기업은 뜻밖에도 손을 잡고 LCD 합작사 ‘S-LCD’를 설립했다. 이처럼 경쟁자 간 전략적 협력, 즉 ‘Co-opetition(협력적 경쟁)’은 오늘날 기업들이 생존과 성장을 위해 활용하는 주요 전략 중 하나로 부상하고 있다.

특히 자원이 제한적인 중소기업의 경우 해외시장 진출 과정에서 경쟁자와 협력해 진입장벽을 낮추거나 현지 시장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하지만 협력과 경쟁이라는 상반된 관계를 동시에 조율하는 일은 결코 간단하지 않으며 그로 인한 성과 또한 복합적일 수 있다.

해외시장을 노리는 중소기업 경영자들은 문화적 차이, 규제, 운영 환경의 복잡성 등 다양한 어려움에 직면해 시행착오를 겪기 쉽다. 이러한 환경에서 마케팅 전략과 기업가정신이 어떻게 상호작용하고 실제 조직 행동으로 이어지는지를 명확히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 국내에서 효과를 봤던 마케팅 전략이 해외시장에서는 다르게 작용할 수 있는 만큼 해외 진출 시에는 ‘기업가적 마케팅 지향성(Entrepreneurial Marketing Orientation, EMO)’과 기업 성과 간의 관계를 정교하게 분석할 필요가 있다. EMO는 불확실한 시장 환경 속에서 기회를 포착하고 창의적이며 선제적으로 고객 가치를 창출하려는 마케팅적 사고방식이다. 혁신, 위험 감수, 자원의 유연한 활용, 고객 중심 사고 등이 이 개념의 핵심 요소로 작용한다.

이러한 EMO와 성과 간의 관계는 단선적인 직선 관계가 아니라 일정 수준을 넘어서면 되레 성과가 하락하는 ‘역U자형’의 비선형 구조일 가능성이 제기된다. 또한 경쟁자와의 전략적 협력이 이러한 비선형 관계를 조절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 본 연구는 자원 기반 이론(Resource-Based Theory, RBT)을 기반으로 다음 두 가지 연구 질문을 설정했다.

1. 해외시장 진입 시 기업가적 마케팅 지향성과 성과 간에는 역U자형의 관계가 존재하는가?

2. 경쟁자와의 전략적 협력이 이 관계를 긍정적으로 조절하는가?

이 가설들을 검증하기 위해 연구는 와인 산업에 종사하는 282개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위계적 회귀분석을 통해 실증 분석을 수행했다. 이를 통해 국제 시장에서 기업가적 마케팅과 경쟁자 협력이 기업 성과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이론적이면서도 실무적으로 조망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무엇을 발견했나?

연구 결과, 기업가적 마케팅 지향성은 해외 진출 초기에는 기업 성과를 높이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했지만 일정 수준을 초과하면 오히려 성과가 하락하는 전환점이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나치게 강한 지향성은 과도한 정보 수집, 무리한 선제 대응, 성급한 시장 진입 등으로 이어져 자원 낭비와 전략적 판단 오류를 유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요컨대 ‘너무 앞서가면 오히려 길을 잃는다’는 메시지를 던진다.

또한 경쟁자와의 전략적 협력은 이러한 리스크를 완화하는 데 효과적인 변수로 작용했다. 협력을 통해 기업은 시장 정보의 부족을 보완하고, 과도한 모험을 줄이며, 차별화 전략이 현실과 괴리되지 않도록 점검할 수 있었다. 정보 공유, 공동 마케팅, 공급망 연계와 같은 협력 활동은 해외시장의 불확실성을 줄이는 안전장치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적과의 전략적 동침’이 실질적인 전략으로 기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이 연구는 중소기업이 해외시장에 진출할 때 ‘공격성과 균형감각 사이의 전략적 긴장’을 어떻게 조율하느냐에 따라 성패가 갈릴 수 있다는 점을 시사한다. 불확실성이 큰 글로벌 시장에서는 ‘과감한 도전’과 ‘전략적 협력’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고려하는 균형 전략이 요구된다.

자원이 한정된 중소기업은 모든 마케팅 활동에 자원을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필요하다. 혁신을 추구하고 위험을 감수하는 태도는 성과 향상에 기여할 수 있지만 이러한 지향성이 지나칠 경우 오히려 성과를 저해할 수 있다. 예컨대 시장에 너무 빠르게 진입하거나 불확실성이 큰 전략에 과감히 투자하는 경우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지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기업은 자신의 역량과 시장 상황에 맞는 전략적 균형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또한 해외시장은 낯설고 예측 불가능성이 큰 만큼 경쟁자와의 전략적 협력은 중소기업이 생존 가능성을 높이는 데 유효한 수단이 될 수 있다. 신뢰를 바탕으로 정보, 자원, 마케팅 비용, 물류 인프라 등을 공유하는 방식은 성과를 향상시킬 수 있으며 실제로 해외시장에서는 경쟁자 간 협력이 국내보다 더 자연스럽고 빈번하게 이뤄지기도 한다.

다만 협력이 과도하면 민감한 정보가 유출되거나, 경쟁력을 상실하거나 오히려 상대에게 주도권을 내줄 위험이 존재한다. 따라서 협력의 범위와 깊이를 조절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신중하게 선택하는 전략적 안목이 필요하다. 특히 핵심 기술이나 고객 정보 등 민감한 자산은 철저한 판단하에 공유 여부를 결정해야 한다.

결론적으로 이 연구는 해외시장을 겨냥한 중소기업이 무조건 앞서가기보다는 자신의 역량에 맞는 속도와 방향을 찾고 필요할 때는 전략적 파트너와 손잡는 ‘유연한 실용주의’를 통해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 한지영jeo0915@naver.com

    삼경에프에스 전무, 기술경영학 박사

    필자는 서울대 소비자아동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 기술경영전문대학원에서 기술경영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하리보를 비롯한 세계적인 글로벌 식품 브랜드를 수입 유통하고 있는 삼경에프에스에서 CMO로 일하고 있으며 경희대 경영대학원에서 ‘Business Case Study’와 ‘Marketing for Going Global’ 과목을 강의하고 있다. 주요 관심 연구 분야는 디지털 기술과 마케팅 성과 창출, 조직 변화 관리와 리더십, 조직 커뮤니케이션, 조직 자원 이론, 경영 전략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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