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본격 개장한 동원글로벌터미널 부산(DGT)은 동원그룹이 야심 차게 선보인 국내 최초 완전 자동화 스마트항만이다. 4차 산업혁명 기술을 활용해 수동 작업과 인적 노동력에 의존했던 항만물류 업계의 한계를 극복했다. 장비 국산화로 유관 산업을 함께 활성화하겠다는 거시 어젠다를 내놔 사업 추진력을 강화했고 인공지능(AI)·디지털 트윈 등 전사적 기술 역량을 총동원해 까다로웠던 디지털 통합 관리 시스템을 완성했다. 무엇보다 일자리 상실에 대한 근로자들의 불안감을 고용승계·재교육 약속으로 정면 돌파했다. 동원은 2006년 로엑스(LOEX) 출범, 2017년 동부익스프레스 인수 등 연쇄적인 ‘체인 이노베이션’으로 물류라는 새로운 성장엔진을 달았다. 나아가 글로벌 선진 항만에 버금가는 한국형 스마트항만 조성에 성공하면서 확고한 미래 성장 동력을 확보했다.
고요함을 넘어 적막함까지 느껴진다. 흔히 항만이라고 하면 떠오르는 분주한 근로자, 다양한 차량의 모습이 사라진 까닭이다. 하늘 높이 솟은 컨테이너 크레인 상부에는 당연히 있어야 할 조종실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다. 수많은 카메라와 센서로 무장한 컨테이너 크레인은 중앙 컨트롤타워에서 인공지능(AI) 솔루션을 활용해 조종한다. 컨테이너를 옮기는 차량에도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광활하게 펼쳐진 부두 위를 전기로 움직이는 자율주행 무인 화물차들이 질서 정연하게 오갈 뿐이다. 사람이 부대끼며 일하는 곳이라면 당연히 존재할 떠들썩함이 바로 이곳, 부산항 신항 서컨테이너부두 2-5단계 동원글로벌터미널 부산(DGT)에는 존재하지 않는다. 얼굴을 스쳐 가는 바닷바람의 소리, 인접 부두의 방송 멘트나 소음 같은 것들이 외려 귀에 흘러든다. 이곳이 완전 자동화 달성11엄밀히 따지면 일부 원격 조정 수동 작업이 이뤄지는 부분은 있다. 컨테이너 크레인으로 선박에서 컨테이너를 들어 올리거나 내릴 때는 마지막으로 체결을 하거나 화물을 푸는 조작은 사람이 한다. 크레인은 수십 m 줄에 매달려 육지와 배를 오르내리는데 바람이 세게 불거나 예측하지 못한 파도가 치는 경우 제어할 수 없는 흔들림 문제로 사고가 발생할 수 있다. 유럽이나 중국의 스마트항만 역시 이 작업만큼은 사람이 한다. 또한 야드에 적재한 컨테이너를 항만 구역 바깥 외부 트럭에 싣는 작업도 사람이 개입한다. 외부 물류 기사들이 관여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안전사고 가능성을 없애려는 취지다. 조만간 자동화로 전환할 예정이다.
닫기에 성공한 스마트항만이기 때문이다.
3월 13일 방문한 경남 창원시 진해구 DGT는 마치 거대한 스마트 물류센터와 같은 모습을 자랑했다. 푸르른 바다를 향해 뻗은 높이 93m 파란색 자동화 컨테이너 크레인22이중 트롤리(Dual Trolley) 기술이 적용됐다. 네덜란드 로테르담항, 미국 롱비치항 등 선진 항만에서도 최근 도입한 방식이다. 컨테이너 하역을 위한 트롤리(권상기계장치)를 1개가 아닌 2개를 장착해 효율성을 크게 높인 것이 특징이다.
닫기 9기가 선석에 접안한 화물선에서 쉴 새 없이 화물을 끌어올렸다. 크레인의 맨 끝에 달린 ‘프라이머리 트롤리(Primary Trolley)’가 크레인 중간에 위치한 라싱(Lashing, 화물고정) 플랫폼에 컨테이너를 내리면 다시 세컨드리 트롤리(Secondary Trolley)가 지상의 자동이송장비(AGV, Automated Guided Vehicle)에 화물을 차례로 실어줬다. 총 60대에 달하는 AGV는 바닥에 매립한 무인 차량 위치 감지 장비를 따라 일사불란하게 부두를 오가며 컨테이너를 날랐다. 이송 구역이 혼잡하면 알아서 잠시 대기하거나 우회 경로를 탐색해 효율적으로 움직였다. AGV의 종착지는 컨테이너를 적재하는 야드 구역. 형형색색 컨테이너가 몬드리안의 추상화처럼 가지런히 놓였다. 이 작품을 그려내는 건 완전 자동화한 46기의 높이 34m 주황색 야드 크레인이다. AGV에게 건네받은 컨테이너를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알아서 차곡차곡 쌓아 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