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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5선

인간·품질·관계·그린·희망에 주목하라

백종현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극심한 변화가 휘몰아쳤던 2023년을 뒤로 하고 불확실성만이 확실한 2024년을 대비해야 할 때다. 글로벌 소비자들의 심리적, 행태적 변화를 세심하게 분석해 비즈니스 전략에 반영해야 한다. 앞으로 AI를 보완하는 인간다움에 대한 소비자 욕구가 더욱 커질 것이다. 또 소비자들은 가격보다 개개인에게 제품이나 서비스가 얼마나 의미 있는지, 품질을 철저하게 따질 것이며, 대인 관계에 대한 욕구도 커질 것이다. 지속가능성을 실천하는 브랜드를 더욱 신뢰하고, 각종 혼란 속에서도 긍정적인 관점을 솔직 담백하게 확산시키는 브랜드가 인기를 끌게 될 전망이다.



2023년은 가히 모든 산업 분야에서 변화가 몰아친 한 해였다. 사람들은 더 이상 마스크를 쓰지 않게 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여파는 여전하다. 정치적 분쟁으로 글로벌 경제가 휘청이고 있다. 챗GPT를 시작으로 과거에 비해 우월한 성능을 자랑하는 생성형 AI 서비스들이 등장해 일자리를 위협하기 시작했다. 이런 극심한 변화를 마주한 소비자들은 혼란과 불안 속에서 2024년을 맞이하게 됐다. 불확실성만이 유일하게 확실해진 오늘날, 기업은 이런 소비자들의 심리적, 행태적 변화를 읽고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영국계 트렌드 리서치 기업인 민텔의 글로벌 소비자 트렌드 리포트를 통해 2024년, 기업이 주목해야 할 트렌드 키워드를 살펴보자. 전 세계 86개국에서 소비자들이 구매한 신제품 디자인, 성분, 원재료, 맛, 제형 등의 구매 정보는 모두 ‘글로벌 신제품 데이터베이스(GNPD, Global New Product Database)’에 매일 업데이트되는데 민텔 리포트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다. 따라서 특정 개인의 의견이나 일부 소비자 조사에 국한되지 않고 제품 데이터에 기반한 과학적 정보인 것이 장점이다.


1. 인간다움(Being Human)

기술 발전으로 인간은 자동화를 통해 업무와 일상의 효율성을 높임으로써 보다 의미 있는 활동을 할 수 있는 여가 시간을 확보하게 됐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 AI 기반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앞지르면서 기술에 저항하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2023 민텔의 조사 결과에 따르면 독일 소비자의 48%는 기술이 생산성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데 동의하고 일본 소비자의 25%는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라이프스타일을 개선하고 싶어 한다. 다른 한편 영국 소비자의 47%는 AI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인식이 커진 것 자체를 우려했는데 생성형 AI 기술이 인간의 생산성을 앞지른다는 불안감 탓이다.

소비자들이 새로운 기술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기술의 도움을 받는 동시에 위협을 느끼고 인간다움을 지향하는 그 중간 지점을 브랜드들이 노려야 한다. ‘Being Human’은 얼굴 없는 알고리즘과 동시에 그와 대조적인 인간다움을 추구해야 함을 의미한다. 기술을 감성적으로 활용하는 것은 인간다움을 강조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 아르헨티나의 인터넷 은행인 브루뱅크(Brubank)는 아르헨티나 기업가의 날을 기념해 흥미로운 광고 이벤트를 진행했다. 자사 앱을 사용하는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그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매장의 모습과 느낌이 무엇인지에 대한 아이디어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다. 이렇게 모은 아이디어를 AI를 활용해 멋진 디자인으로 시각화했다. 이를 통해 소상공인은 상상 속 ‘꿈의 매장’을 실제 디자인으로 만나보는 경험을 했다. 이는 기업이 위협적으로 느껴졌던 AI 기술의 이미지를 사람들의 꿈을 그려주는 도구로 변신시킨 사례로 주목할 만하다. 기술이 일상에 확산될수록 기술에 피로감을 느끼는 소비자들도 늘어나고 있다. 소비자들은 이런 기술 피로감을 해소하기 위해 자기표현이나 대인 관계 등 인간적인 소통 방식에 초점을 맞춘 서비스를 찾게 될 것이다.

2. 가격보다는 품질(More Than Money)

‘가치(Value)’는 지불한 가격(Price) 대비 소비자가 느끼는 품질(Quality)의 비율로 정의된다. 브랜드는 보통 더 나은 가치를 제공하기 위해 ‘가격’ 측면만 관리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기업이 더욱 주목해야 할 부분은 ‘품질’이다. 경제적 부담이 커지면서 소비자들은 가격 대비 자신에게 해당 제품이 얼마나 도움이 되는지, 의미가 있는지를 따지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민텔의 2023년 라이프스타일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소비자의 70%는 천연 성분으로 제조된 미용 제품에 더 관심이 있으며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할 의향이 있다. 또한 지난 12개월간 가구를 구매한 경험이 있는 영국 소비자의 67%는 자주 교체해야 하는 저렴한 가구를 구입하는 것보다 오래 사용할 수 있는 고품질 가구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하는 것을 선호한다.

이 같은 경향은 단순 제품뿐 아니라 제품을 만들고 유통하는 브랜드로도 확대 적용된다. 미국 소비자의 78%는 리테일 매장 브랜드가 제품의 품질을 반영한다는 데 동의한다. 고급 자동차를 소유한 중국 최상위층 소비자의 30%는 더 흥미로운 브랜드 스토리에 매력을 느낀다고 답했다. 오랫동안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았던 전통 있는 브랜드도 기존의 헤리티지에 안주해서는 안 된다. 달라진 시대상에 따라 언제 어떻게 외면받을지 모르기 때문이다. 브랜드의 헤리티지를 유지하는 동시에 오늘날 소비자들이 공감하는 사회적인 메시지 역시 효과적으로 전달하는 사례로 글로벌 소스 브랜드 하인즈가 있다. 하인즈는 올해 ‘소스메리카(Saucemerica)’라는 이름으로 미국 50개 주별 한정판 소스 패키지를 출시했다. 미국인이 좋아하는 소스 맛과 미국의 각 주를 대표하는 로컬 라벨을 선보였는데 미국 소비자로 하여금 하나의 미국이라는 생각과 더불어 각자의 고향에 대한 자부심을 동시에 고취시키는 데 성공했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사회에서 어떤 포지셔닝을 갖는지, 브랜드의 오랜 전통이 무엇인지보다는 그것이 개인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더 중요하게 생각한다. 그렇기에 앞으로 브랜드는 소비자와 정서적인 유대감을 형성하고 소비자의 우선순위를 존중하는 관계를 형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소비자는 브랜드가 자신의 정체성과 취향을 이해하면서 유쾌하고 때로는 솔직한 모습을 보여주기를 바라며, 특히 솔직하다 못해 소비자에게만큼은 한없이 취약한 브랜드에 동질의 매력을 느끼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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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관계 르네상스 (Relationship Renaissance)

팬데믹 기간에 소비자는 전화, 톡, 영상 통화, 화상 회의 등 그 어느 때보다 많은 디지털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활용하면서 스트레스와 극심한 피로감을 겪었다. 이런 번아웃 증세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람들과 직접적인 관계를 형성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니즈가 커지고 있다. 2023 민텔 레저 및 건강 보고서에 따르면 태국 소비자의 67%는 혼자보다 다른 사람들과 함께 건강한 습관을 유지하고 싶어 한다. 또 미국 소비자의 62%는 친구, 가족과 함께 여가 시간을 보내는 것을 선호한다고 답했다.

팬데믹 시기 사람과의 연결이 차단되면서 사용자 개인에게 편안함을 주는 제품을 만드는 셀프 케어 산업이 발전했다. 하지만 이제 셀프 케어 산업은 개인에 국한되지 않고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통해 개인의 건강을 개선하는 방식으로 확장돼야 한다. 예컨대, 식음료 및 뷰티 기업들도 모닝커피부터 저녁 스킨케어 요법까지 혼자서 했던 일상을 이제는 혼자서 할 필요가 없는 것으로 재설계하면서 연결의 의미를 되살릴 수 있을 것이다. 웰빙(Wellbeing)뿐 아니라 자기 계발이나 스트레스 케어 측면에서 대인 관계의 부활은 중요한 비즈니스 트렌드로 부상할 것이다. 전통적으로 개인 활동에 대한 선호도가 강한 일본도 예외가 아니다. 카페 겸 바인 도쿄의 ‘도모다치가 야테루’는 친구가 운영하는 콘셉트를 선보여 인기를 끌고 있다. 이곳에서 직원들은 손님을 마치 오래 알던 친구가 방문한 것처럼 응대한다. 사실 이 가게의 직원들은 배우나 모델 출신들로 연기에 탁월하다. 메뉴조차도 친구가 추천하는 식의 느낌을 살렸다. 예를 들어 새로 개발한 딸기밀크 음료의 메뉴명을 ‘직접 개발했다는 메뉴가 이거야?’로 정해 손님들이 재치 있게 주문하게 하거나 직원이 추천하는 랜덤 메뉴를 원한다면 “항상 마시는 걸로”라고 주문하면 되는 식이다.

소비자가 과거보다 대인 관계에 더 신경 쓰게 된 데는 기후변화의 영향도 있다. 지구환경이 예전과 같지 않다는 것을 깨닫고 미래 사회에 대응해야 한다는 불안감이 커진 소비자들은 가족을 넘어 전 지구적으로 광범위한 공동체 의식을 불러일으킨다. 브랜드는 이들에게 사람들 간의 연결에서 오는 안심, 케어받는 기분을 집중 제공하는 방향으로 비즈니스 전략을 설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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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새로운 기후변화 대응(New Green Reality)

2023 민텔의 지속가능성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소비자의 60%가 기업이 지속가능한 척만 하고 있다는 데 동의했으며 중국 소비자의 77%는 뷰티 브랜드가 지속가능성에 주요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 소비자들은 기업들이 단순히 판매를 위한 목적으로 기후 메시지를 활용하거나 작은 행동이 기후변화를 늦출 것이라는 식으로 지나치게 소극적인 메시지를 내놓는 것을 경계한다. 또 지속가능성을 마케팅 문구로만 사용하는 것을 그린워싱(Green washing)으로 간주한다. 소비자들에게 지속가능성은 미래 생존을 위한 필수 요소이며 브랜드들이 소비자와 협력해 적극적으로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데 동참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다.

앞으로 브랜드는 경쟁 우위를 갖추기 위해서라도 기후 적응과 지속가능성을 비즈니스의 핵심 원칙으로 채택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지속가능성에 대한 장기 계획을 재검토하고 목표 수립과 측정 가능한 지표로 그 노력을 입증해야 한다. 또 이를 실천하기 위해 소비자에게 지속가능성 실천 지침을 제공하고 상황에 따라 그 지침을 신속하고 유연하게 변경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민텔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39%는 ‘세탁 망을 사용해 미세섬유 거르기’ 등 지속가능한 제품 관리 방법에 대한 지침이 포함된 라벨에 관심이 있다고 답했다. 영국의 슈퍼마켓 브랜드 리들(Lidl)은 영국 슈퍼마켓 최초로 동남아시아의 버려진 물병으로 만든 해양 플라스틱 방지 인증 재활용 플라스틱 물병을 도입했다. 이 패키지 소재는 2020년부터 리들이 자체 브랜드로 내놓는 생선, 빵가루, 소시지, 과일 등 신선 제품 포장에도 활용됐다. 리들은 해양 오염 방지를 위해 플라스틱 재활용하기를 윤리적 목표로 잡고 관련 공급업체와 지속적인 파트너십을 구축하고 있다. 소비자는 이처럼 지속가능성 지침을 제공하는 브랜드를 존중하고 따를 것이며 브랜드가 자신들의 죄책감을 덜어주는 것에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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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긍정적 관점(Positive Perspectives)

치솟는 물가와 정치적 불안정, 기후변화 등 극심한 불확실성 속에서 소비자들은 브랜드가 이 같은 불확실성에 대처할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기대하고 있다. 2023 민텔 소비자 금융 회복 보고서에 따르면 영국 소비자의 64%는 금융 서비스 제공 업체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비자에게 공정한 지원을 제공할 것으로 기대한다. 불확실성에 따른 불안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음을 깨달은 소비자들의 절망감이 커지고 있다. 브랜드는 이들이 불확실성에 대처하는 데 필요한 긍정적인 관점을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네덜란드에서 열린 2023 Faal(Failure Festival)은 위트레흐트대 실패연구소가 주최하는 축제로 정신 건강 개선에 대한 강연과 활동을 통해 젊은 세대가 실패를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도록 장려한다. 국내에서는 카이스트 실패연구소가 비슷한 역할을 하고 있다. 카이스트는 실패를 가치 있는 자산으로 여겨 실패 경험을 데이터베이스로 구축하고 있으며 실패 주간을 맞아 망한 과제를 자랑하는 대회를 진행한다. 기업 또한 소비자들이 혼란 속에서 좌절하지 않고 질서를 찾아갈 수 있도록 방향성을 제시하는 메시지를 던질 수 있다.

단, 여기서 긍정적 관점을 제시하라는 것이 소비자에게 막연한 희망을 던지라는 의미는 아니다. 현실적인 한계를 부정하는 핑크빛 메시지는 소비자들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 오히려 앞으로도 불확실성이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을 기업 또한 솔직하게 인정하고 소비자와 브랜드가 함께 불확실성을 극복해 나가자는 관점을 취하는 것이 소비자에게 진정성 있게 다가가는 데 더 효과적일 것이다. 브랜드는 소비자 스스로 충분히 회복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해야 한다. 브랜드와 더불어 불확실성에 직면해 대처하는 경험을 한 소비자는 이런 경험을 계속 이어 나가기 위해 이 브랜드를 더 자주 활용하게 될 것이다.
  • 백종현 | 민텔코리아 대표

    필자는 일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일본 시장 전문가로 8년간 GS리테일에서 상품기획MD로 근무하며 스티키 몬스터 음료, 디즈니 썸썸 아메리카노 등 다수의 GS25 히트 제품을 출시했다. 영국계 트렌드 리서치 기업인 민텔 한국지사에 합류해 5년간 약 80개 이상의 국내 소비재 고객사를 확보하며 민텔 한국 지사를 빠르게 성장시켰다.
    jpaek@minte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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