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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존을 통해 본 유통 생태계의 연결과 변화

물건 팔아 마진 남기는 유통 사업?
‘긍정적 사용자 체험’이 성패 좌우

박찬희 | 381호 (2023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다양한 사업자와 사용자가 네트워크로 맞물린 세상에서 사업의 주도적 지위는 이 관계를 연결하는, 특히 사용자 접점(user interface)을 확보한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특정 참가자를 중심으로 연결될 때 더 많은 가치가 만들어진다면 그 지위는 더욱 강해지고, 이 참가자는 이른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서로의 사업 모델을 모방하면서 상대방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아마존과 월마트의 전략도 주도적 지위를 빼앗기 위한 플랫폼 경쟁의 단면이다. 한 번 네트워크 효과의 중심에서 주도권을 쥔 플랫폼 사업자에 쏠림 현상이 발생하면 더욱 막강해질 것 같지만 다양한 사용자 접점에서 구체적 현실을 풀어내지 못하면 압도적 플랫폼도 언제든 무력해질 수 있다. 나름의 안목과 전문성으로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주는 큐레이션을 보강하지 못하면 언제든 전문 사업자에 잠식당할 수 있다. 옴니채널 환경에서 입체적 전략을 구사해 다양한 접점에서 만족스런 사용자 체험을 어떻게 만들어낼 것인지 끊임없이 고민하는 기업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



서로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연결해 거래를 만드는 일을 ‘상업’이라고 한다. 이는 직접 무언가를 만드는 ‘공업’과 구분된다. 산업 분류에서는 유통이란 개념도 나오는데 사실 산업은 경영자를 위한 개념이 아니어서 사업을 둘러싼 다양한 관계를 담지 못한다. 백화점, 온라인 쇼핑 같은 유통업을 생각해 보자. 집화, 창고, 배송 전시 등 실물의 흐름과 결제, 신용, 보험과 같은 금융의 과정이 시설, 온라인 시스템의 운영과 함께 이뤄진다. 이 과정에서 고객은 물론 다양한 사업 파트너와 관계를 만들어간다. 더 넓게는 도시 개발, 교통, 건축의 세계와 함께하고, 전시, 공연, 스포츠와도 연결된다.

따라서 현실의 경영자는 세상 모든 일을 생각하며 사업 기회를 찾는다. 꽉 막힌 경영학 수업에서나 뻔한 얘기들을 외워댈 뿐이다. 유통, 넓게는 상업 활동을 두고 ‘하는 일 없이 중간에 끼어들어 돈을 번다’고 오해하는 경우도 있는데 가치는 오로지 땀 흘려 만드는 일에서만 나온다는 단순한 논리와 근로 기반의 일만 노동으로 인정하는 대중의 심리가 그 기저에 깔려 있다. 실제로 고물가가 이슈가 되면 민심 처방으로 ‘중간상 폭리’를 수사했던 사례가 있는데 이는 그만큼 상업 활동이 만드는 가치가 대중에게 쉽게 와 닿지 않는다는 뜻이다. (DBR minibox I ‘상업 활동이 만드는 가치’ 참고.)


사업 생태계의 연결과 네트워크 효과

그렇지만 온라인과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곳곳의 시장과 참여자들이 더 넓은 범위에서 촘촘하게 연결되면서 상업 거래가 만드는 무형의 가치는 더욱더 커지고 있다. 이를 다양한 사업자와 사용자가 맞물린 관계에서 생기는 ‘네트워크 효과(network externality)’를 중심으로 생각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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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1]에서 아마존은 좋은 판매자를 선별해서 구매자와 연결하면 방문자가 늘고 이를 바탕으로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림 2]는 이를 양면 시장과 플랫폼의 틀에서 재해석한다. 더 많은 구매자가 모이면 정보 교류와 협력 등 상호작용으로 네트워크 효과가 발생한다. 판매자들 사이에서도 판 자체가 커지고 관심이 높아지면서 같은 효과가 생긴다. 더 많은 구매자가 모이면 더 많은 판매자가 따라 모이고, 확대된 판매자 기반이 구매자 기반을 키우는 교차 네트워크 효과(cross-sided network externality)가 발생한다. 이런 효과가 뚜렷할 때 이른바 양면 시장(two-sided market)이 형성된다.1 양면 시장의 참가자들은 연결되는 사용자 접점(user interface)에서 거래 행위를 수행하고 나름의 사용자 체험(user experience)을 형성하는데 좋은 사용자 체험이 쌓이면 사용자 접점을 강화한다. 시골 장터가 북적거리면 손님들이 신나고 장사도 잘되며 음식 장사, 지게꾼도 돈을 벌고, 장터에서 얻은 이득과 재미에 만족하면 더욱 잘 모이는 이치와 같다.

DBR minibox I

상업 활동이 만드는 가치



고대 중국에서는 상(商)이라는 개념으로 거래를 통해서 만들어지는 무형의 가치를 이해했다. 이를 경제학의 개념으로 풀어보자. 먼저, 서로 원하는 바가 다른 사람들끼리 교환 거래를 하면 후생이 개선되는 교환 경제의 이득이 있다. 상업 활동으로 거래 범위가 넓어지면 자급자족 수준을 넘어서 생산 활동이 집중되고 전문화돼 규모의 경제와 전문성이 발생한다. 국가가 사람이 모이고 물건을 더 잘 만들게 시장 기구와 산업을 지원해서 고용, 기술 진보 등 더 큰 외부성(externality)을 만들어낼 수 있다. 국제 무역의 이득을 설명할 때도 적용되는 논리다.

사람들이 편하게 모여서 거래를 하려면 일정한 연결 거점이 있어야 하는데 이것이 시장이다. 물건 사는 사람이 많이 모여 번성해야 서로 정보 교환도 하고 사업 기회도 만든다. 그러면 물건 파는 사람들도 많이 모이고 이들 사이에도 경쟁과 협력을 통해 무형의 가치가 만들어진다. 이들의 거래를 지원하는 보관, 운송, 금융과 같은 사업들이 자리를 잡는다.

이런 시장의 다면적 관계와 상승 작용은 고대 실크로드는 물론 21세기의 유통 현장에서도 벌어진다. 오래전 약장사들의 마술 공연처럼 오늘날의 쇼핑몰도 눈길을 끄는 행사로 사람들을 끌어모은다. 은행, 약국이 입점해서 편의를 제공하고 지원 인력들이 안전한 환경을 만든다. 고대의 무역항이나 오늘날 세계 교역의 중심지도 이렇게 진화한 결과다. 사람이 편하게 모이려면 지리적 조건이 중요한데 교통수단의 발달로 시장의 범위는 훨씬 넓어졌고 새로운 거점이 등장했다. 장보고의 청해진은 중국 양쯔강 하류의 경제적 번영을 기회 삼아 무역로의 안전과 편의를 확보해 번성했다.

이런 이커머스 모델이 더 큰 사업 가치를 만들려면 참가자들이 편하고 안전하게 거래할 수 있는 기반이 갖춰져야 하는데 더 많은 구매자와 판매자가 모이면 더 좋은 IT 서비스와 실물 배송 등 협력 업체가 모이는 다른 측면의 교차 네트워크 효과도 발생한다. 마찬가지로 더 좋은 협력 업체가 모이면 구매자와 판매자도 더 모인다. 아마존은 [그림 1]과 같이 이런 선순환 과정이 아마존의 경쟁력이라고 설명한다. [그림 2]는 양면 시장의 중개자(intermediary)로서 아마존의 역할과 조건을 보여준다.

더 넓은 범위에서 좋은 참가자가 많이 모이면 여기서 얻어지는 사업 정보와 영향력이 다시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구매자와 판매자가 다양한 접점에서 만나고 일련의 활동들이 의미 있는 정보로 활용되는 인공지능(AI)과 빅데이터의 시대에서는 이런 모델이 더 주목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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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 경쟁을 위한 전략

이렇듯 다양한 사업자와 사용자가 맞물린 생태계에서 사업의 주도적 지위는 이 관계를 이어주는, 특히 사용자 접점(user interface)을 확보한 참가자에게 돌아간다. 특정 참가자를 중심으로 연결될 때 더 많은 가치가 만들어진다면 그 지위는 더욱 강해지고, 이 참가자는 이른바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된다. 이렇게 양면 시장에서 플랫폼이 되기 위한 전략은 크게 세 가지로 정리된다.2

첫째, 필요한 경우 보조금을 사용해 사용자 기반을 키워 교차 네트워크 효과를 확대한다. 마중물을 부어 우물에서 물을 퍼 올리듯이 판을 먼저 키우는 전략이다. 보조금이 없었다면 소수의 부유층만 스마트폰을 쓰고 관련된 망 투자나 애플리케이션(앱) 개발도 부진했을 것이다. 둘째, 적절한 네트워크를 만들거나 활용해서 유리한 판을 만든다. 애플과 같이 ‘내가 주도권(그립)을 쥐는’ 네트워크가 나을지 마이크로소프트처럼 ‘널리 확장할 수 있는’ 네트워크가 나을지는 선택의 문제다. 사용자가 여러 개의 네트워크를 사용하면 여러 접촉면 사이에 형성되는 사용자 체험에 대응해야 한다. 미디어나 게임이 대표적인 예다. 셋째, 주도적 지위를 빼앗는 ‘플랫폼 흡수(platform envelopment)’를 생각해야 한다. 특히 돈이 흐르는 길목을 장악하는 게 중요하다. 어도비(Adobe)는 PDF 문서를 읽는 사용자들에게는 무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출판, 편집에 쓰는 기업 고객에게 사용료를 받아 판을 키워왔다. 그러다 최근 대체 가능한 앱이 늘자 확보한 지위를 바탕으로 일반 사용자들도 서명과 편집 기능을 사용할 수 있는 기능을 더한 뒤 유료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문서 분야에 힘을 쏟는 등의 변화를 보고 단순히 문서 읽기 서비스만으로는 사용자를 붙잡고 수익을 확보하기 어렵게 된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네트워크로 연결된 경제에서는 더 많이 모이고 연결되면 더 큰 가치가 발생하는데 추가적인 생산 비용이 크게 들지 않기 때문에 쏠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 선발 주자는 참가자들을 록인(lock-in)하기 위해 기술적 사양으로 전환 비용을 높이거나 멤버십을 활용한다. 이 모든 게 사용자 접점과 사용자 체험을 확보하려는 노력이다.


아마존과 월마트의 플랫폼 흡수

아마존과 월마트의 경쟁을 플랫폼 전략의 관점에서 살펴보자. 이 둘은 서로의 사업 모델이 나름의 입지를 확보한 상태에서 상대방의 영역으로 확대하는 플랫폼 흡수 경쟁을 진행 중이다. 아마존은 식품 유통 업체 홀푸드(Whole Foods)를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거점을 확보하고, 월마트는 온라인을 강화하면서 오프라인 기반을 바탕으로 더 편하고 빠른 서비스를 시도하고 있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널리 쓰이면서 온라인을 통해 쇼핑과 결제는 물론 불만 처리와 반품, 환불까지 쉽게 처리할 수 있게 됐고, 아마존은 이를 효과적으로 구현하는 시스템 기반을 구축해 이커머스 시장에서 주도적 지위를 다졌다. 가격 비교, 배송 속도 등에서 차별적 경쟁력을 확보하는 한편 유료 멤버십 가입자에게 빠른 배송과 무료 반품을 제공하는 프라임(Prime) 서비스를 제공했다. 하지만 아마존은 온라인 상거래에 머물지 않고 오프라인 거점까지 확보해 나가고 있다. 양면 시장의 다른 접점인 사업자들에게는 결제, 보관, 물류, 배송을 대행하는 풀필먼트 서비스를 제공해 투자 부담을 덜어주고 다른 한편 주문 처리와 물적 흐름에 대한 통제력을 높여 거래의 안정성을 확보했다. 이를 위해 물류 시설을 확대하고 있는데 홀푸드를 인수한 것도 오프라인 거점을 늘리기 위함이다. 모두 월마트와 같은 전통적인 오프라인 기반 유통 사업자는 물론 이베이(eBay) 같은 다른 온라인 사업자를 상대로도 플랫폼 지위를 확보하려는 전략이다.

한편, 월마트는 기존의 오프라인 사업 기반에 온라인 거래의 모델을 더하고 매장 시설을 고객에 대한 서비스 거점으로 삼는 전략을 폈다. 상당 부분 범용화된 온라인 거래와 스마트 물류의 역량을 확보하고 기존의 온라인 사업체들을 인수해 보완하는 한편 이를 기반으로 풀필먼트 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옴니채널(omnichannel) 전략을 내걸고 오프라인 매장을 쇼핑 체험을 넘어서 배송과 서비스의 거점으로 삼아 더 빠른 배송과 함께 현장 수령과 반품이 가능하도록 만들었다. 단독 주택이 많은 데다 집들이 서로 멀리 떨어져 있는 미국의 경우 배송받은 물건을 집 앞에 쌓아 둘 수도, 때맞춰 반품하기도 불편한 점에 착안한 것이다. 또한 오프라인의 강점을 활용해 식료품 매장을 중심으로 고객에 대한 직접 서비스를 강화하고 병원 등 생활 시설을 입점시키는 사업 모델을 도입했다. 월마트는 아마존이 클라우드 서비스(AWS)에서 얻는 정보와 이익에 주목해 협력 업체들에 ‘보안’을 이유로 AWS 사용을 제재하는 ‘후방 차단’에 나서기도 했다.

물론 이런 플랫폼 흡수 전략에도 불구하고 아마존은 여전히 오프라인 기반에서 불리하고 월마트는 도시 지역 고소득층의 구매 집단에 아직 취약하다. 아울러 이들의 경쟁은 다른 온라인, 오프라인 업체들의 기반을 더 빼앗기도 하고 쇼피파이(Shopify)와 같은 풀필먼트 전문 사업자에게 함께 위협받기도 한다. 생활과 사업의 생태계 변화, 특히 거주 양식과 드론, 자율주행 등 교통 체계의 변화는 이들 다양한 사업 모델 사이의 경쟁에 새로운 도전이 될 것이다.


다양한 연결 접점과 옴니채널

온라인으로 연결된 경제에서 네트워크 효과가 부각되면서 그 중심에 있는 플랫폼 사업자의 주도권이 커졌지만 사업의 현실은 더욱 복잡하다. 먼저 자리 잡은 사업자가 독주하는 쏠림 현상을 경계하는 목소리도 높지만 막강하던 플랫폼이 무력해지는 일도 많다. 사용자는 다양한 기기(device)와 네트워크에 접속하고 직접 실물로 제품과 서비스를 대할 수도 있기 때문에 이들 사이에서 선택지가 많고 체험 기회도 복합적이다. 따라서 온라인 중개업자가 참가자들(사용자, 사업자, 관련자)을 상대로 가지는 장악력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애플은 아이튠즈를 음악 콘텐츠의 중심으로 만들려는 전략에 실패했고,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도 동남아 진출에 실패했다. 현금 결제는 물론 오토바이 서비스도 필요한 동남아 환경에 맞춘 그랩(Grab)에 당해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네트워크 효과와 록인 전략이 마법의 절대반지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준다. 어느 한 가지라도 불편하거나 더 좋은 대안을 찾으면 언제든 떠나갈 수 있는 ‘자유시민’을 모아두는 일이 쉬울 리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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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자가 여러 채널을 통해 상품의 정보를 얻고 체험하며 편하게 구매 결제와 고객 서비스를 받는 옴니채널 현상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다. 옴니채널은 다양한 네트워크와 플랫폼에 연결되는 상황을 마케팅 고유의 테마인 ‘채널’을 중심으로 해석한 것이다. SNS는 물론 드라마나 광고까지 직접적으로 상품을 노출해 사람들을 쇼핑 체험으로 끌어들이는 현실에서 사용자 접점은 더욱 복합적으로 형성된다. 여러 채널에서 얻은 사용자 체험이 서로 충돌하는 경우도 생긴다. 배송 지연에 울컥해 반품하려던 옷을 친애하는 스타나 친구의 인스타그램 사진을 보고 하나 더 추가로 구입할 수도 있다. 한 채널에서 만족스러운 경험을 했더라도 다른 채널에서의 불만족스러운 경험이 그 효과를 상쇄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아마존이 아무리 운영체제를 개선하고 오프라인 거점을 확대해도 모든 접촉면을 장악할 수는 없다. 다양한 접점에서 얻은 사용자 체험은 바로 정보 탐색과 구매 행동에 반영되고, 그 채널은 TV, 스마트폰, 컴퓨터 화면 등으로 다변화돼 있다. 실물의 흐름은 지리와 교통, 노동의 현실과 맞물려 돌아가고, 미디어와 SNS는 문화, 정서와 맞닿아 있어 통제가 더욱 어렵다. 아마존은 [그림 3]과같이 옴니채널 환경으로의 진화를 설명한다.

이처럼 ‘나에게 맞고 편한’ 좋은 경험이 어우러지면 충성도를 높이지만 작은 실망감에 곧바로 다른 대안을 찾는 현상이 발생한다. 아마존이나 쿠팡이 예능, 스포츠의 영상 서비스에 진출하고 편집된 영상을 쇼핑에 연결하려는 전략은 옴니채널 환경에서의 복합적 사용자 체험을 고려한 것이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은 막강한 플랫폼들이 얽혀 있고 방송, 광고, OTT 서비스까지 더해진 옴니채널 환경에서 아마존이 모든 접점을 장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쿠팡도 마찬가지다. 나에게 유리한 사용자 체험을 이끌어내서 반드시 ‘나를 통해 돈을 쓰도록’ 만들어야 한다. 이 틈에서 홈쇼핑의 입장은 계속 어려워진다. 홈쇼핑 회사들은 방송을 보면서 모바일로 구매하는 고객들 때문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애써 만든 방송이 광고에 그치고, 물건을 팔아 남는 마진과 창고, 배송 같은 물류 과정에 대한 영향력은 온라인에 고스란히 빼앗기기 때문이다. 상품평이 SNS 메시지를 통해 실시간으로 공유되고, 예전에는 홈쇼핑에 나오려 애쓰던 판매자들이 SNS 마케팅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고민이다. 온라인에 고객 접점을 계속 빼앗기느니 차라리 TV에 더 익숙한 세대, 구체적 설명이 필요한 고객을 대상으로 ‘길고 상세한 광고’를 입점시키면 어떨까? 예를 들어, 부동산이나 자동차 같은 고관여 제품들을 대상으로 말이다. 대형 화면에 몰입감을 높이는 구성이 더해지면 해볼 만한 일이다.

백화점 같은 오프라인 사업자가 온라인 접점을 확충해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오늘날 백화점은 전시장이 되고 있다. 직접 입어본 옷의 제품 번호를 기록한 뒤 온라인에서 시장 가격을 비교하고 다른 브랜드와 견주어 본다. 이 정보로 아웃렛에서 비슷한 이월상품을 찾는다. 이제는 매장과 상품을 어디까지 올릴지, 결제와 금융, 배송까지 모두 포함할지 등 득실을 따져 나름의 옴니채널을 설계해야 한다. 최대한 ‘선택의 중심’이 되는 것이 중요하다. 개별 브랜드 차원에서도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온라인 사업자는 주문과 결제의 효율성에 더해 배송, 반품, 불만 처리 등 오프라인 접점에서의 긍정적 사용자 체험을 만들고 SNS를 통해 확인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사용자 접점의 상황을 예측하고 추론하면서 대응해야 하는데 이 부분에서 인공지능과 빅데이터가 빛을 발할 수 있다.


골라주는 일, 큐레이션(curation)

온라인으로 연결된 세상에서 더 넓은 범위에서 정보를 탐색하고 공유할 수 있다. 그런데 정보가 너무 많고 복잡해서 혼란스러우니 고민이다. 이른바 부(負)의 네트워크 효과(negative network externality)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의미 있는 정보를 가려서 제공하는 큐레이션(curation)의 가치가 부각된다. 큐레이션은 제한된 인식 능력으로 인한 혼돈 상황에서 ‘주목(attention)’과 판단을 돕는 행동과학적 모델을 활용한 개념이다. [그림 4]는 구매 결정을 앞두고 혼란한 상태(messy middle)에서 가닥을 잡는 인지 과정을 통해 큐레이션의 역할을 보여준다.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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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은 일정한 테마에 맞춘 작품들을 전시한다. 큐레이터의 일이다. 유통 사업도 원래 상품을 선별해서 추천하는 큐레이션 서비스였다. 사람들은 ‘알아서 좋은 것들을 갖다 놓았겠지’ 하는 생각에 백화점을 방문했고, 점장의 안목을 믿고 전문 매장을 일일이 찾아다니는 노력을 덜고자 편집숍을 찾았다. 방송사, 극장, 서점도 잘 골라 모아서 보여주던 사업이다. 온라인 시대에서도 사람들은 너무 많은 정보에 지쳐서 제대로 가려서 추천해주는 역할에 대한 수요가 더 커졌다. IPTV 사업자나 OTT 서비스의 고민도 비슷하다. 볼 것이 넘쳐나는 세상에 화면은 한정되니 콘텐츠를 둘러보는 것도 힘들다. 그래서 화면 구성과 추천 콘텐츠가 중요하고 스스로도 잘 모르는 사람의 마음을 읽어서 딱 맞는 아이템을 제시해야 살아남는다.

큐레이션 서비스가 사용자 접점의 핵심이 되면 특정 분야에 집중해서 전문성을 인정받은 사업자가 유리해진다. 온라인 쇼핑의 경우 검색하면 같은 상품이 무수히 잡힌다. 나름대로 필터링 기준을 두고 추천 상품을 제시하는 플랫폼도 있지만 이런 추천은 입점한 다른 판매자를 배제한다는 점에서 자칫 사업 모델을 부정하는 것처럼 비칠 수 있다. 아마존의 뿌리인 서적 거래의 경우 여행, 스포츠, 요리 등 특정 테마를 중심으로 책을 추천하는 ‘전문 서점’들이 모인 ‘북샵.org’가 주목받고 있는데 이는 전문적 큐레이션의 가치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우리나라의 무신사, 스타일난다 같은 사업자들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회사와 제품의 정체성이 강한 브랜드는 큐레이션 서비스와 긴장 관계에 있다. 이탈리아 럭셔리 브랜드 아르마니(Armani) 블랙라벨은 백화점에 입점하지 않는다. 고객으로 하여금 자사 브랜드 매장에서 셔츠 하나라도 더 사게 만들겠다는 심사다. 아르마니 스스로가 선택의 중심이 되겠다는 전략이다. 유통 사업자가 고객들로부터 나름의 전문적인 안목과 신뢰성을 인정받아야 브랜드 입장에서도 입점의 유인이 있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와 제품의 정체성을 중시하는 브랜드들은 자체 채널을 강화해 이탈하고, 결과적으로 유통 채널에는 싸구려만 남게 될 수 있다. 중고차 거래에 품질 검사와 인증을 도입한 SK엔카 사례, 직접 제품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고 매입해서 파는 방식으로 사기 거래의 문제를 해결한 중고 명품 쇼핑몰의 사례처럼 유통 사업자가 고객의 신뢰를 얻기 위해 노력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좋은 제품을 고를 수 있도록 도와주는 큐레이션 역량을 입증함으로써 고객과 판매자에게 ‘이 플랫폼을 거쳐야만 하는 이유’를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아마존과 쿠팡의 속사정, 생각할 점들

사업 생태계의 다양한 참가자가 서로 연결된 관계에서 유통 사업을 이해하면 새로운 가치가 발견되고 관련된 기회가 보인다. 변화의 속사정이 보이고 방향을 읽을 수 있다. 유통 사업을 단지 고객에게 물건 팔아서 마진이나 남기는 일로 생각하면 불가능한 일이다.

실제로 아마존의 이익은 대부분 클라우드 서비스(AWS)에서 나온다. 2022년의 경우 AWS의 전체 매출에서의 비중은 13%지만 이익에서의 비중은 거의 100%다. 온라인 거래가 (e북 포함) 자기 재고 판매와 제3자 중개 물량을 합해서 매출의 70%에 달하는데 프라임 구독료나 광고 서비스에 비해 마진은 적다. 그 대신에 온라인 거래로 모은 사용자와 사업자는 클라우드 서비스와 광고 서비스, 구독료 수익의 기반이 된다. 상거래 데이터는 사용자의 생각과 행동이 고스란히 담겨 있고, 시간과 상황에 맞춰 마케팅에 활용될 수 있는 강력한 자원이다. 구글이나 애플이 사용자 데이터를 사업적으로 수집해 사용하기 어려워진 상황에서 이 같은 자산은 더욱 중요하다. 거래의 플랫폼이 정보의 플랫폼으로서 더 큰 힘을 갖게 된 셈이다.

한편 쿠팡도 온라인 상거래에서 시작해 실물의 흐름에 작용하는 지리, 교통, 노동의 현실도 함께 풀어가면서 국내 이커머스 시장에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다. SSG나 롯데, G마켓 같은 선발 사업자들이 있었지만 쿠팡은 적자를 무릅쓰고 돈을 쏟아부어 판을 장악했다. 쿠팡 서비스의 핵심은 빠르고 편한 배송과 반품인데 이는 온 국민이 좁은 공간에 모여 스마트폰을 들고 사는 데다 문 앞에 배달받고 반품 물건을 두어도 별문제가 없는 한국이란 독특한 환경이어서 가능했다. 물론 이 같은 환경은 다른 사업자들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지만 쿠팡은 한참 어렵던 시점에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비전펀드로부터 추가 투자를 받아내 돈줄을 열었다. 쿠팡 경영진을 밀어주지 않으면 비전펀드의 향후 펀딩에도 타격이 오는 상황을 이용해 대규모의 추가 투자를 받고 이를 바탕으로 채권단의 협력을 끌어낸 것이다.

경영권을 걸고 투자를 끌어 쓰는, 소위 ‘바람과 물을 부리는 전쟁’은 대주주 지분과 경영권이 성역인 기업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이후 코로나 팬데믹 위기까지 쿠팡에 날개를 달아줬다. 쿠팡은 수익성이 개선되고 투자 여력이 생기면 언제든 아마존처럼 오프라인 거점 확보에 나설 수 있다. 이 경우 그동안 웅크리고 버티던 회사들은 인수합병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 같은 부동산이라도 미래 가치를 인정받은 회사에선 가치 평가가 달라지고 금융 여력이 더해지니 인수합병의 유인은 더 크다.

이처럼 아마존이 사용자 기반을 정보와 돈의 원천으로 삼는 점이나 쿠팡이 한국 특유의 사업 환경에서 남다른 가능성을 만든 사례는 유통 사업에도 IT, 금융을 포함한 전략적 접근이 필요함을 보여준다. 다양한 SNS 플랫폼에 TV 방송과 광고, OTT 서비스까지 더해진 옴니채널 환경에서 이제는 입체적 전략 없이는 사용자 체험을 따라잡을 수 없다. 한정된 화면에 비슷한 상품이 무수히 뜨는 온라인 쇼핑의 한계를 큐레이션 서비스로 보완하지 못하면 특정 테마에 초점을 둔 전문 사업자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이는 결국 어떤 사업자들을 파트너로 삼을지 정하는 결정이기도 하다.4

좋은 판매자에게는 쇼피파이 같은 대안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잠시 헤매다 보면 애써 구축한 사용자 집단은 휴면 고객이 되고 아쉬울 것 없는 판매자와 관련 사업자들은 순식간에 떠난다. 하루 종일 TV를 보고 SNS에서 수다를 떨어도 마음먹고 돈을 쓰려고 할 때는 결국 쿠팡에 들어가게 만들려면 어떤 노력이 필요할까? 이에 대한 고민은 계속돼야 한다.


백화점과 쇼핑몰은 놀이동산?

백화점은 비싼 땅을 창고와 주차장으로 쓰는 고비용 사업이다. ‘백화점=엄선된 고급품’의 등식은 오래전에 깨져서 소수의 프리미엄 매장을 제외하면 전문 브랜드와 할인 매장에 밀리기 딱 좋다. 사정은 쇼핑몰도 비슷한데 브랜드를 입점시켜 돈을 버는 사업 모델은 점차 유사해지고 있다.

플랫폼 경쟁의 틀은 오프라인에도 대부분 적용되는데 구매자 접점에 더해서 판매자 접점을 충실하게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샤넬처럼 ‘격을 다르게 만드는’ 브랜드를 상전 대접하듯 유명한 맛집은 찾아가 모셔야 하는 세상이 됐다. 좋은 물류 창고와 운송, 더 효과적인 결제와 분쟁 처리 서비스를 확보하지 못하면 고객은 바로 돌아서기 때문이다.

옴니채널 환경에서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다수의 온라인 접점에서의 일들을 만족스런 사용자 체험으로 만드는 전략이 필요하다. 뉴욕의 백화점들은 매장을 전시와 체험의 공간으로 바꾸고 있고 여러 쇼핑몰도 실내 공간을 나들이 체험의 장으로 정의하고 있다. 신나게 입어 보며 수다를 떨다 배송은 집으로 받고 그 기억을 SNS로 나누는 체험의 공간으로 만들면 결국 놀이동산과 비슷한 경험을 하는 셈이다. 이때 커피와 디저트 값, 주차비는 입장료, 식사나 소품 구입 비용은 놀이기구 요금에 비견할 만하다. 입어 보고 사진을 찍으면 할인 쿠폰을 주거나 비슷한 이월상품을 아웃렛 재고에서까지 찾아 결제해 주면 어떨까?

유통은 돈과 사람을 모아서 상권을 만드는 개발 사업이기도 하다. 백화점과 쇼핑몰을 놀이동산 같은 체험의 장으로 만들려면 여가와 문화를 담아야 하는데 스포츠 시설을 포함하는 시도들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입점 업체를 압박해서 마진을 짜내는 데서 역할이 멈춰버린 기존 인력들로 이런 변화가 어렵다면 전혀 다른 종류의 인재를 찾아야 한다.

사업은 물건을 만들어 내다 파는 일이 아니다. 작은 노점 하나를 열어도 세상만사를 고민하며 경쟁과 협력의 방정식을 풀어야 한다. 아마존이나 쿠팡도, 백화점이나 쇼핑몰도 마찬가지다. 플랫폼이든 옴니채널이든, 빅데이터든 10분 읽고 30분 생각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 험한 세상에 남들 다 아는 내용 외우면 망하기 딱 좋다.



참고문헌

1. Rochet, Jean-Charles, and Jean Tirole. “Platform competition in two-sided markets.” Journal of the european economic association 1.4 (2003): 990-1029

2. Eisenmann, Thomas, Geoffrey Parker, and Marshall W. Van Alstyne. “Strategies for two-sided markets.” Harvard business review 84.10 (2006): 92.

3. Amar, Jorge, et al. “Redefine the omnichannel approach: Focus on what truly matters.” McKinsey & Company insights, June 2020 (2020).

4. Sebastian, Ina M., Peter Weill, and Stephanie L. Woerner. “Driving growth in digital ecosystems.” MIT Sloan Management Review (2020).

5. https://www.thinkwithgoogle.com/intl/en-emea/consumer-insights/consumer-journey/retail-product-curation-choice/

6. https://sell.amazon.com.sg/blog/omnichannel

7. https://www.tomahawk.nl/master-the-messy-middle/

8. 박찬희, “융합과 통섭…산업 경계 넘어 Arena로 간다”, DBR 179호 Issue 2 (2015년 6월)

  • 박찬희 |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전략경영 전공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다양한 실전 체험을 통해 얻은 전략의 지혜를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알리는 한편 기업과 정부에 도움이 되고자 애쓰고 있다. 시류에 거슬러 힘에 부치면 수업과 운동으로 버틴다.
    cparkdba@ca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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