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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일즈커뮤니케이션

남성에겐 ‘팩트’를 제공하고
여성에겐 ‘경험’을 공유하라

이수민 | 379호 (2023년 10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남성과 여성은 호르몬의 차이로 인해 정보를 다르게 처리한다. 남성호르몬을 대표하는 테스토스테론은 목표 달성에 공격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빠르고 체계적인 정보 처리를 중시한다. 이에 반해 여성호르몬을 대표하는 에스트로겐은 감성 공유와 의사소통에 강점을 보인다. 세일즈 커뮤니케이션 상황에서 남성에게는 객관적 정보, 여성에게는 주관적 경험을 강조해야 하는 이유이다. 성호르몬은 남성, 여성 모두에게 분비되는 것이므로 개개인의 성향에 주목해야 할 필요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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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맨골드 감독의 영화 ‘포드 V 페라리’를 아내와 OTT(온라인 동영상 서비스)로 보았다. 감동과 재미가 있었다. “차는 역시 엔진과 속도지! 영화관에서 대형 스크린으로 봤으면 더 좋았을 텐데.” 아내도 영화에 꽤 만족한 눈치다. 이때다 싶어 슬쩍 미뤄두고 있었던 말을 꺼냈다. “여보, 며칠 전 자동차 대리점에서 연락이 왔는데 이번에 신형 SUV가 출시될 계획이래. 근데 정말 대단한 차인 것 같아. 소형인 데도 엔진이 250마력이나 된다고 해. 특히 출발한 뒤 시속 100㎞까지 도달하는 데 6초밖에 안 걸린다니 정말 빠른 차야. 당신 생각은 어때?” 그런데 돌아온 아내의 말이 무덤덤하다. “그래서 뭐?” 나름 긍정적 반응을 기대했는데 무엇이 잘못된 걸까?

자동차 세일즈 담당자가 이 사례의 남편처럼 여성 고객을 대하면 어떨까? 호의적 반응을 받을 가능성이 낮다. 때론 기대보다 낮은 반응에 실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남성들에게 통하는 세일즈 방식이 여성들에게는 정반대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성별 차이 때문이다. 이러한 성별 차이를 만드는 대표적인 물질이 호르몬이다. 특히 테스토스테론으로 대표되는 남성호르몬과 에스트로겐으로 대표되는 여성호르몬은 남성과 여성의 행동에 많은 영향을 미친다. 사실 남성호르몬과 여성호르몬이라는 말은 정확한 표현은 아니다. 남성도 에스트로겐을, 여성도 테스토스테론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호르몬 농도에 있어 차이가 있을 뿐이다.1 예를 들어 테스토스테론의 경우 평균적으로 남성의 수치가 여성보다 열 배가량 높다고 한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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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성들에게 가장 큰 동기 중 하나는 목표 달성을 통해 성취감을 맛보는 것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목표 달성에 공격적으로 집중하게 만드는 호르몬이다. 또한 좌뇌의 분석 기능을 떨어뜨려 목표 달성을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한다. 효율성을 중시하므로 외부 세계의 정보들을 단순화시켜 체계적이고 신속하게 처리하는 것을 선호한다.

에스트로겐은 부드러움과 온화함을 책임지는 전형적인 여성호르몬이다. ‘관용 호르몬’으로 불린다. 우뇌에서 강하게 활성화되는 에스트로겐의 작용으로 여성들은 감정 공유와 의사소통에 능하다. 사람이나 사물과의 관계가 이들을 움직이는 주요 동기다.

그런데 반드시 유의해야 할 점이 있다. 위의 성별 차이는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의미다. 개개인으로 보면 남성 같은 여성도 있고, 여성 같은 남성도 있다. 또한 시간의 흐름에 따라 호르몬 분비 비율도 바뀐다. 연구에 따르면 폐경을 맞은 여성들은 에스트로겐은 감소하고 테스토스테론의 분비는 활발해진다.3

호르몬 외에도 살아온 환경, 주변의 기대와 교육 등 남성상이나 여성상을 만드는 변수는 다양하다. 따라서 ‘남성상을 가진 사람’과 ‘여성상을 가진 사람’으로 구분하는 것이 정확한 표현이지만 여기선 편의상 남성과 여성으로 구분한다.

남녀의 차이를 세일즈 글쓰기에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까? 다음의 두 가지 차이를 고려해 글을 쓰자.


첫째, 선호하는 정보 형태가 다르다

남성에게는 객관적 정보, 여성에게는 주관적 경험을

남녀의 뇌가 서로 다른 탓에 선호하는 정보 형태도 다르다. 체계적 사고를 하는 남성은 신뢰할 만한 곳에서 작성된 데이터와 자료 같은 객관적인 정보를 선호한다. 반면에 여성은 구매를 할 때 다른 사람의 경험에 큰 영향을 받는다.

세일즈 제품이 자동차이고 이 차의 우수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경우를 예로 들어보자. 남녀에 따라 강조 포인트가 달라야 한다. 남성 고객에게는 정보의 객관성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반면 여성 고객에게는 제품을 사용한 다른 사람의 리뷰 제공이 효과적이다. 이때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이 작성한 리뷰라면 효과는 배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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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마디로 여성들은 What(제품의 특징)보다 Who(사용하는 사람)가 구매 결정에 더 큰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입소문 마케팅도 여성들을 대상으로 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둘째, 구매에 작용하는 가장 큰 힘이 다르다

남성은 성취감, 여성은 관계를

잠깐 원시 시대로 돌아가보자. 이때 가장 중요한 활동은 무엇이었을까? 사냥이다. 먹이 확보가 생존의 필수 조건이기 때문이다. 테스토스테론은 여기에 필요한 대표적인 호르몬이다. 먹이에 대한 공격성은 높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할지 모를 위험들은 낙관적으로 바라보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 결과로 매머드와 같은 거대 동물에게도 겁 없이 달려들 수 있었다. 이런 이유로 사냥은 주로 테스토스테론의 분비가 많은 남성들의 책임이었다.

그렇다면 사냥이 더 이상 주된 활동이 아닌 지금은 어떨까? 남성들의 사냥 본능은 여전히 남아 있다. 다만 사냥의 대상이 매머드, 들소 등의 동물에서 자동차나 옷 같은 물건이나 취미생활로 바뀌었을 뿐이다. 여기서는 물건 구매에 대해서 주로 다루겠다.

원시시대에서는 사냥을 할 때 그날 정해진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큰일이었다. 목표 달성에 실패하면 부족의 생계가 위협받았다. 따라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해야 했다. 사냥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희생은 당연히 감수해야 하는 일로 받아들여졌다. 이 습성이 오늘날까지 이어졌다. 현대의 남성들에게도 구매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목표 달성이다. 남성들은 필요한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면 약간의 손해를 보더라도 사는 경우가 많다. 그 물건을 사는 것이 목표이고, 목표는 달성돼야 하기 때문이다.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 남녀는 어떻게 반응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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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품의 사양과 기능을 보니 꼭 필요한 물건인 것 같다. 마침 이런 기능을 갖춘 제품을 사려고 했는데 잘됐다. 가격이 표시돼 있지 않아 담당자에게 물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금 비쌌다. 15만 원대로 예상했는데 20만 원이라고 한다.

이 경우 남성들은 곧장 구매할 가능성이 높다. 그들의 사냥 욕구가 테스토스테론 분비를 촉진하고 성취감을 맛보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남성 고객을 대상으로 세일즈를 한다면 먼저 ‘구매의 필요성’을 강조해야 한다. 제품 구입을 그들의 사냥 목표로 만들어야 한다는 말이다. 그들에게 목표는 웬만한 희생은 감수하게 만든다. 테스토스테론으로 뇌가 촉촉이 적셔진 남성이라면 사냥 실패로 인한 스트레스가 더 감당하기 어려운 법이다.

위의 상황에서 여성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남성들의 반응과는 대부분 다르다. 제품 위주의 설명만으로는 그들의 관심을 끌거나 구매를 유도하기 힘들다. 왜 그럴까? 여성들은 제품을 구매하기 전에 관계를 먼저 구매한다는 말이 있다. 제품에 대한 논리적 설득 이전에 신뢰 관계를 먼저 만들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여성을 상대로 세일즈를 할 때는 관계가 없으면 세일즈도 없다고 생각하는 편이 좋다. 특히 제품의 가격이 비쌀수록 이 말은 더 잘 적용된다.

여성들을 대상으로 세일즈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는 가능한 감정적 느낌을 주는 부드럽고 다정한 단어를 사용하자. 그들의 에스트로겐과 결합해 좋은 관계를 만드는 데 도움을 준다. 그렇다고 오해는 하지 말자. 여성에게도 성취감은 중요하고, 남성에게도 관계는 중요하다. 다만 상대적인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 이수민 | SM&J PARTNERS 대표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경영전문석사학위를 받았다. 현대경제연구원, 현대자동차에서 경력을 쌓고, 잡 크래프팅 전문가 백수진 박사와 강의 중심 교육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 프레임워크 이해 및 활용’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몰입’ ‘사내강사 강의스킬’ ‘조직관점 MBTI’ ‘B2B 협상스킬’ 등이 주된 강의 분야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서로는 『좋은 강사가 되고 싶은가요?』 『이제 말이 아닌 글로 팔아라』가 있다.
    sumin@smnjpartner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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