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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계로 보는 세상

영업손익과 영업외손익의 차이

최종학 | 367호 (2023년 04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2021년 초, SK가 LG의 영업 비밀을 침해한 것이 맞다는 국제무역위원회 판결이 나오면서 SK는 LG에 보상금을 지급하게 됐다. 이때 SK이노베이션은 소송의 결과로 지불하게 된 금액을 영업외비용으로 계산한 반면, 이 돈을 받은 LG에너지솔루션은 해당 금액을 영업이익 계산에 포함했다. 같은 돈을 두고 어떤 회사는 영업손익으로, 다른 회사는 영업외손익으로 분류한 것이다.

이렇게 영업 관련성에 대한 판단이 달라질 수 있다 보니 의도적으로 영업손실 기록을 회피하는 기업들도 있다. 분류 조정을 사용하기도 하고, 손상차손을 더 많이 기록하거나 특정 사업부의 성과가 나쁠 때 중단 사업으로 분류한 뒤 매각하는 식으로 영업이익을 부풀린다. 이런 일이 자주 발생하는 것을 막기 위해 국제회계기준위원회는 2019년 말 영업이익이 손상차손이나 유형자산 처분손익 등까지 포괄하도록 회계 기준을 바꾸겠다는 내용의 공개 초안을 발표했다. 만약 공개 초안대로 손익계산서의 형식이 바뀐다면 앞으로 투자자들은 영업이익 수치를 액면 그대로 이용하는 것이 아니라 항목별로 더 정교하게 구분해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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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영업 비밀 침해와 특허 침해를 이유로 미국 법원과 국제무역위원회(International Trade Commission, ITC)에 소송을 제기했다. 2017년부터 2019년 사이에 LG화학의 배터리사업부에서 일하던 기술직 직원 100여 명이 배터리 사업의 후발 주자이자 급성장을 시작한 SK로 이직했는데 SK 측이 이들을 이용해 배터리 기술을 조직적으로 훔쳐 갔다는 것이 LG의 주장이었다. 심지어 이 기술은 LG가 30여 년 동안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개발한 것이었다. 이에 대해 SK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이직한 것이며 SK는 정상적으로 경력직 사원에 대한 채용을 한 것뿐이라고 반발했다. 또한 SK의 기술력은 세계 최고 수준이므로 굳이 LG의 기술을 훔칠 필요가 없다고 주장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두 대기업 집단 사이에 이례적으로 치열한 싸움이 시작된 것이다.

내연기관 자동차가 전기 자동차 시대로 변하면서 전기 자동차에 장착되는 배터리 수요가 급증했고, 당시 세계 배터리 시장은 매년 그 규모가 두 배 정도가 될 정도로 급성장하고 있었다. 그러다 보니 배터리 회사들 사이에서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는데 그중에서 LG화학은 약 23%의 시장점유율로 2위, SK이노베이션은 5%로 6위를 차지하고 있었다. 시장점유율 6%로 5위였던 삼성SDI까지 포함하면 한국의 3개 회사가 상위권을 차지하면서 중국 및 일본의 회사들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두 회사의 치열한 다툼 끝에 ITC는 2021년 초 SK가 LG의 영업 비밀을 침해한 것이 맞다는 판결을 내렸다. 그리고 SK가 만든 리튬이온배터리의 미국 수입을 10년간 금지했다. 하지만 SK가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계약한 미국 소재 자동차회사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대해서는 각각 4년과 2년 동안 미국 내 생산을 위한 배터리와 부품 수입을 허용한다는 유예 조치를 발표했다. 유예 조치가 있긴 했으나 이는 실질적으로 SK가 배터리 사업을 할 수 없도록 막는 판단이었다. 세계 제1의 자동차 시장인 미국 시장을 포기하고는 SK가 배터리 사업에서 경쟁할 수 없기 때문이다.

ITC의 이 판단 때문에 미국 정부는 딜레마에 빠지게 됐다. SK는 포드와 폴크스바겐에 공급하기로 계약한 배터리를 생산하기 위해 미국 조지아주에 공장을 짓고 있었는데 이 판결에 따르면 유예 기간이 끝나면 미국에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으니 공장 건립을 중지해야 했다. 또한 포드와 폴크스바겐도 유예 기간이 끝나면 배터리를 공급받을 수 없으니 사업에 차질이 생길 것이 분명했다. 만약 SK가 배터리를 공급할 수 없다면 배터리 업체들 중 시장점유율이 높은 중국 회사로 주문이 옮겨갈 수도 있는데 이는 중국과 여러 일로 대립하고 있는 미국 바이든 행정부 입장에서는 받아들이기 힘든 일이었다.1 그래서 바이든 행정부는 두 회사에 협상을 할 것을 종용했다고 알려졌다. 협상이 쉽게 종료되지 않자 우리나라 정부도 직접 나서서 두 회사에 강하게 협력을 요청했다고 언론에 보도된 바 있다. 정부 입장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두 회사가 싸우는 탓에 어부지리로 일본과 중국 기업에 좋을 일이 돌아가도록 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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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종학

    최종학acchoi@snu.ac.kr

    서울대 경영학과 교수

    필자는 서울대 경영대학 학사와 석사를 거쳐 미국 일리노이주립대에서 회계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홍콩과기대 교수를 거쳐 서울대 경영대학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서울대에서 우수강의상과 우수연구상을 다수 수상하는 등 활발한 강의 및 연구 활동을 하고 있다. 저서로는 『숫자로 경영하라』 시리즈 1, 2, 3, 4, 5권과 『재무제표분석과 기업가치평가』, 수필집 『잠시 멈추고 돌아보는 시간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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