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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K-RE100의 현재와 미래

좌초 위기 ‘한국형 RE100’ 살릴 수 있나

백광열 | 366호 (2023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미국의 빅테크 기업은 재생에너지 인증서(REC)를 발행하는 방식으로 RE100을 달성하고 있으며 한국 또한 K-RE100 제도를 도입해 기업의 RE100 달성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은 재생에너지 공급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데다 탄소배출권의 남발로 REC 발급이 어려우며, 한전의 녹색 프리미엄 제도는 그린워싱의 위험이 있다. 정부는 상쇄 배출권과 REC의 수입을 지원하는 방향으로 K-RE100 제도를 개선하는 한편 기업은 그린워싱의 리스크를 적극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MAGA(Microsoft/Meta, Apple, Google, Amazon)로 불리는 미국의 빅테크 기업들은 기후변화 방지 책임을 강조하며 청정/재생에너지 확보를 추진해왔다. 특히 애플과 구글은 일찍이 2017년부터 양사가 사용하는 에너지를 100% 청정/재생에너지라고 밝히며 RE100을 달성했다고 주장했다. 이들 기업이 RE100을 달성했다는 것은 연간 기준 전 세계 데이터센터 등 작업장 등에서 기업 운영을 위해 소비하는 전기량(㎿h)과 동일한 규모의 재생에너지(㎿h)를 전기와 REC(Renewable Energy Certificate, 재생에너지 인증서)로 확보했음을 의미한다. 즉, 실질적으로 100% 재생에너지만을 사용했다기보다는 현존하는 RE100 규정에 근거해 재생에너지로 간주되는 에너지를 100% 사용했다고 이해해야 한다. 그런데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면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다. 더 큰 문제는 애플, 구글이 활용하는 상대적으로 쉬운 방식의 청정/재생에너지의 확보가 한국 기업에는 어렵다는 점이다. 다음에서는 빅테크 기업들이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을 살펴보고 한국 기업이 RE100 달성을 하기 어려운 이유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을 제시하고자 한다.

MAGA가 재생에너지를 확보하는 방법

대부분 선진국에서는 소비자가 전기의 종류를 선택할 수 있으며 높은 가격을 지불하면 청정/재생 전기를 직접 구매할 수도 있다. 여러 이동통신 사업자가 같은 네트워크로 서비스를 공급하는 것처럼 여러 발전사가 동일 전력망을 통해 다른 종류의 전기를 공급하기 때문이다. 이에 기업은 우리나라의 동부발전과 같은 발전사와 직접 청정/재생 전력 공급 계약(PPA, Power Purchase Agreement)을 맺거나 한전 같은 전력 공급사와 PPA를 맺어 청정/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그런데 후진국에서 이런 식의 전력 구매가 불가능할 경우 이들 기업은 REC를 활용한다. 예컨대, 구글이 한국에서 100㎿h의 전기를 사용하면 49.5t의 탄소가 배출된다.1 이에 MAGA는 베트남 태양광발전 업체에서 100㎿h어치 REC를 구매해 한국에서의 비청정 발전을 청정 발전으로 변환시킨다. 1t의 탄소배출권을 이용해 1t의 탄소 배출을 상쇄하는 것과 같은 논리이다. 이처럼 MAGA는 가능한 최대로 청정에너지를 직접 구매해 사용하고 그게 불가능할 경우는 REC를 이용해 RE100의 조건을 충족시킨다.

오래전부터 REC를 사용해 온 MAGA는 동남아와 남미, 아프리카 등에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REC를 확보했다. 예컨대, 학교와 병원 등 비영리성 기관에 친환경 발전 건설비의 25%를 지원하고 발전에서 나오는 REC를 영구히 확보했다. 하지만 정확한 가격과 용도를 밝히지 않고 시장가보다 저렴하게 구매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현존하는 청정 발전에는 1㎿h당 가격을 지불하고 REC를 구매하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들이 REC를 활용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MAGA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하지 않는데 탄소배출권은 비청정에너지를 청정에너지로 변환시키지 못하며 대부분 환경적인 가치가 떨어지기 때문이다.2 더군다나 탄소배출권 발행에 필요한 사업계획서이자 각국 규제기관 통과 및 검인증에 가장 중요한 자료인 PDD(Project Design Document)는 작성 방법이 까다로워 많은 시간과 경비를 투자해야 한다. 기후변화협약국(UNFCCC)이나 베라(VERRA) 등 배출권 발행 기관이 인정하는 전문 업체인 DOE(Designated Operating Entity)나 VVB(Validation Verification Body)를 고용해 탄소배출권 신청 및 인증서를 제출해야 하며 기후금융 전문 변호사들이 예탁과 배달 과정 계약서인 배출 감축 구매계약서(ERPA, Emission Reduction Purchase Agreement)를 작성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하지만 REC의 경우 한두 페이지의 사업설명서로 인증과 전달이 가능하기에 상대적으로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그래서 MAGA는 REC와 아직 국내에는 잘 소개가 잘 안 돼 있지만 탄소를 대기에서 실질적으로 제거하는 대신 가격이 탄소배출권의 몇십 배가 넘는 탄소제거권(CDR, Carbon Dioxide Removal)을 선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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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형 RE100의 문제점

한국도 2021년 신재생에너지원과 녹색 발전 인증서만으로 생산된 전기를 구매할 수 있는 한국형 RE100 제도를 도입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과 한전의 규제, 기후금융 역량의 부족으로 제대로 실행이 안 되고 있다. K-RE100 제도에 따라 한국 기업은 한전의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 재생에너지 인증서(REC)3 , 사업체의 자체 발전, 발전사 지분 투자, 양자 혹은 3자 전력 구매 계약(PPA)으로 재생에너지를 확보할 수 있다.

①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 기업 등 전기 소비자가 기존 전기요금과 별도의 녹색 프리미엄(현재 ㎾h당 10원)을 한전에 납부하고, 한전은 이 자금을 추후 재생에너지 발전에 투자. (소비자가 직접 재생 전기를 사용하는 것은 아님.)

② 재생에너지 공급인증서(REC) 구매: 기업 등 전기 소비자가 REC를 직접 구매.

③ 양자/3자 전력 공급 계약(PPA/Tripartite PPA): 전기 소비자 업체와 한전(양자) 혹은 전기 소비자 업체와 한전,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자(3자)의 PPA 체결.

④ 지분 투자: 전기 소비자가 재생에너지 발전 사업에 직접 투자.

⑤ 자가발전: 전기 소비자가 직접 설비를 설치하고 생산된 전력을 사용.

그런데 문제는 한국에서 재생에너지 발전 비율이 글로벌 추세에 한참 못 미친다는 것이다. 2021년 전체 전력에서 태양열과 풍력이 차지하는 비중은 4.7%이며 67%가 여전히 석탄과 LNG 같은 화석연료에서 생성된다.4 일본의 경우 재생/청정에너지에서 생성된 전력 비율이 23%, 중국은 29%로 한국보다 훨씬 높다. 다시 말해, 기업이 국내에서 사용 가능한 태양광, 풍력 등 재생 전력 자체가 턱없이 부족한 현실이다. 참고로 원자력과 생태 파괴가 심각한 수력발전은 청정에너지로 인정받지 못한다.

한국의 재생에너지 보급률이 이처럼 낮은 이유로는 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복잡한 인허가 절차, 낙후되고 경직된 전력 시장 시스템 등 다양한 요인이 있다. 재생에너지 보급을 높이기 위한 시도들이 있지만 번번이 좌절되고 있다. 산지 태양광이 대표적인 예이다. 나무도 노후해지면 탄소 포집을 못하고 오히려 탄소 배출을 한다. 오래전 전문 지식이나 경험 없이 급하게 식재된 한국 산림의 상당 부분은 종의 특성과 노후화로 인해 탄소 포집이 어려운 상태다. 탄소 포집을 늘리려면 오래된 산림을 베어내 나무로 바이오매스 발전을 하거나 신규 조림 혹은 산지 태양광을 설치하는 식의 조치가 필요하다. 그런데 한국에서 산지 태양광은 산사태 위험 등 다른 이유들로 인해 제대로 추진되지 않고 있다. 참고로 한국과 기후가 비슷한 일본의 태양광발전은 일본 총 전력의 10%에 가까워 한국 총 재생에너지 비율인 4.7%의 두 배가 넘는다.

설상가상으로 한국에서는 풍력, 태양광발전에 탄소배출권을 발행하기 때문에 추가적인 REC 발행이나 확보가 불가능하다. 탄소배출권이 발행된 전기에는 REC를 추가 발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탄소배출권의 5가지 조건은 측량성, 인증성, 영구성, 집행성, 추가성이다. 환경 규제 때문에 의무적으로 혹은 이익이 발생되기에 진행하는 사업은 배출권 없이도 진행됐을 사업이기에 탄소배출권 발행이 안 된다는 조건이 추가성에 해당된다. 즉, 수익성(IRR, Internal Rate of Return)이 비용(WACC, Weighted Average Cost of Capital)보다 크면 그 사업은 경제적인 이유로 진행되기에, 이익이 나는 국내 태양광이나 풍력발전에는 배출권 발행이 안 되는 게 맞으며 이 규정은 전 세계가 준수하고 있다. 그런데 한국만 수익성이 나는 태양광, 풍력에 탄소배출권을 발행하고 있으며 탄소배출권이 발행된 국내 청정 발전에는 REC 발행이 안 된다.

경쟁국에 비해 재생에너지 발전이 턱없이 부족한데 그나마 탄소배출권의 남발로 REC 발행 및 사용이 안 되니 국내 기업들은 천생 수입 REC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으로 해외 REC 수입도 어려워질 전망이다. MAGA 등이 남용한 저가 개도국 REC 수입 및 사용 금지 요구가 NGO 사이에서 강력하게 제기되면서 MAGA도 더 이상 개도국 REC를 수입하지 않으려는 입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REC를 발행/인증해주는 기구(The International REC Standard Foundation 등)에서 머지않아 국가 단위의 REC 발행만을 인정할 가능성이 높다.

REC 확보가 어려워짐에 따라 현재 국내 기업이 가장 많이 활용하는 것은 전기요금보다 10원/㎾h 비싸기에 상대적으로 저렴한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이다. 그런데 녹색 프리미엄은 추가 비용이 신재생에너지 발전 설비 조성에 100% 투자된다는 보장이 없어 이를 사용하는 회사는 해외 수출 시 그린워싱 혐의와 누명을 쓸 위험이 있다는 점도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유럽은 이미 이런 문제점을 경험했다. 동유럽의 탄소배출권 배출 방식인 녹색투자제도(GIS, Green Investment Scheme)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서유럽은 2001년 미국이 탈퇴한 교토 체제의 중심이 되면서 동유럽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동유럽 국가를 ‘전환 체제 경제(EIT, Economies in Transition)’로 정의하고 후진국에만 부여된 탄소배출권 발행을 허락했다. 동유럽 국가에서 100대의 전투기를 생산하고 1000대의 탱크를 제조하다 이를 중단하니 그만큼 탄소 배출이 감소했다는 명분으로 이를 탄소배출권으로 전환시켰다. 이는 동유럽에 간접적 경제 원조를 하는 동시에 서유럽이 필요로 하는 배출권을 저가에 다량으로 생성하려는 얄팍한 수가 깔린 행동이었다. 물론 비유럽 국가들은 이를 맹공격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문제를 일으킨 게 GIS인데 동유럽에서 추후 녹색산업을 육성하려면 생성될 탄소배출권을 미리 발행하는 방식으로 엄청난 비난을 받았다. 헝가리 등에서 초기에 배출권이 발행됐지만 추후/미래 사업이라 사업 진행 여부가 확인이 안 되면서 흐지부지됐다.5

그런데 이번에 한국 정부에서 새로 만든 녹색 프리미엄은 GIS와 구조가 같다. 즉, 한전에 현재 1㎾h에 10원인 녹색 프리미엄을 내면 한전의 전기가 청정/재생 전기로 둔갑을 하는데 한전은 이 기금으로 추후 청정 발전을 하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강제성이 없기 때문에 그린워싱의 의심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애플은 국내 대기업 고객사에 녹색 프리미엄을 통한 재생에너지 공급을 자제할 것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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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E100의 발전 방안

2022년 4월 기준 지난 1년간 총 84개 기업의 한국형 K-RE100을 통한 소비량은 국내 전체 상용 전력 사용량 278TWh의 0.3%인 1.45TWh다. K-RE100 제도의 영향은 이처럼 아직까지 미미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저렴하지만 그린워싱의 위험이 있는 녹색 프리미엄(Green Premium)이 99%이며 양자 PPA는 한 건만 진행 중으로 3자 간 PPA는 없다. 지분 투자 및 자가발전을 통한 REC 조달도 매우 낮은 수준으로 현존하는 국내 K-RE100 체제하에서는 RE100 달성이 사실상 불가능해 보인다.

탄소배출권 발행 기구로 UN CDM, VERRA, Gold Standard, American Carbon Registry, Climate Action Reserve 등 여럿이 서로 경쟁하듯이 REC 규제 및 발행에도 하나의, 즉 국제 기준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미국의 경우 환경청이 REC 규제 및 발행을 하고 태국, 남미 일부 국가, 이스라엘, 싱가포르 등의 기후금융 후진국은 준국제기구 규칙과 방법론을 사용한다.6 한국의 경우 한국에너지공단이 REC 규제 발행을 한다. RE100을 달성하려면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REC 수입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또한 충주댐처럼 초기에는 환경 및 생태계 파괴가 심각했지만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됐을 경우, 이를 과학적으로 증명한 뒤 청정 발전으로 인정해 REC 발행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

또 국내 상쇄 탄소배출권 제도를 새로 정비해 REC 공급을 늘려야 한다. 유럽은 처음부터 유럽 내에서 생성되는 상쇄배출권(Offset)7 을 인정하지 않고 정부에서 발행하는 할당배출권(European Union Allowance)
8 만을 사용했다. 2012년 기준으로 수입 상쇄배출권도 대부분 금지했다. 유럽의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 방지는 의무인데 상쇄배출권 발행의 경우 추가성의 요건을 충족시키지 못한다는 게 이유였다.

탄소배출권은 추가성, 측량성, 인증성, 영구성, 집행성의 5가지 조건, 즉 제3자 독립기관의 배출 감축 인증과 측량이 필요하고 영구적이며 실질적인 감축 집행이 가능해야 한다. 문제는 경제 이론인 외부성(externality)에 기초를 두고 있는 추가성이다. 예컨대, UN 탄소배출권제도 규칙으로 양돈장에서 돼지 분뇨를 하천에 안 버리고 탱크에 모으면 메탄가스를 포집할 수 있다. 1t의 메탄은 21t의 이산화탄소에 해당해 메탄 1t을 줄이면 21t의 탄소배출권이 발급된다. 그런데 강원도 홍천과 베트남의 꽝하이 양돈장에서 돼지 분뇨를 처리해 메탄을 줄이면 베트남 업체에는 탄소배출권이 발행되는 반면 한국 업체는 발행이 안 된다. 바로 추가성의 요건 때문이다. 한국에서는 환경법에 의해 돼지 분뇨 처리가 의무화돼 있지만 베트남에서는 의무가 아니다. 한국 양돈장은 해야 할 일을 한 것이기에 추가성 적용이 안 된다. 환경보호 및 기후변화 방지 의무가 있는 유럽 기업은 원칙적으로 추가성 성립이 안 되기에 상쇄배출권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며 한국도 유럽처럼 환경보호와 지구온난화 방지 의무가 있기에 국내에서의 상쇄배출권 생성을 금지시켜야 한다. 그리고 추가성이 존재하는 개도국 상쇄배출권을 수입할 수 있도록 허용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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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워싱을 경계해야

기업은 K-RE100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그린워싱의 위험을 인지하고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 기후변화에 앞장선다는 글로벌 기업들도 그린워싱으로 비난받고 있는 게 현실이다. 한 예로 영국의 석유회사인 BP는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의 콘셉트를 만들어 기후변화의 책임을 석유 회사가 아닌 소비자에게 돌렸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9 한국인 한 명이 12t, 일본인 8t, 프랑스인 4.5t 등의 탄소 발자국을 남긴다고 밝혀 기후변화의 책임이 개개인에게 있는 것처럼 탄소 프레임을 씌운 것이다. BP는 마케팅 회사인 오길비매더(Ogilvy Mather)에 2억5000만 달러를 지불하고 이 전략을 만들었는데 2001년 기업 로고도 그리스 에너지의 신, 헬리오스(Helios)와 꽃 모양으로 바꾸고 BP의 약자도 ‘British Petroleum’이 아닌 ‘탈석유(Beyond Petroleum)’를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이는 마약상이 마약 중독자에게, 담배 회사가 흡연자에게 마약과 흡연의 책임을 돌리는 것과 마찬가지의 어불성설의 마케팅 프레임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현재 디즈니, 셸(Shell), 구찌 등이 사용하는 산림 탄소배출권도 90%가 실질적인 탄소 배출 감소가 이뤄지지 않는 ‘가짜’라는 비판이 나오면서 산업계, 학계, 환경권에서 뜨거운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가짜 탄소배출권을 구매한 기업이 상품에 ‘탄소 중립’이라는 딱지를 붙인 채 고객에게 고가로 팔고 있는 셈이라는 비판이 나온다.10 앞서 2020년에는 환경 NGO인 TNC(The Nature Conservancy)가 소유하고 있던 필라델피아 근처 1200㏊ 산림이 갑자기 파괴 위험이 있기에 보호해야 한다는 명목으로 산림 파괴 방지 탄소배출권(REDD, Reducing Emissions from Deforestation and Degradation)을 발행해 디즈니, JP모건, 블랙록에 판매했다. 하지만 이것이 과연 탄소배출권의 추가성의 요건을 충족시키고 있는지 논란을 낳았다.11 남산이나 설악산국립공원의 산림이 파괴될 가능성이 있으니 이를 보존하기 위해 산림 파괴 방지 탄소배출권을 팔아 그 돈으로 산림 보호하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는 비판이다. 이는 연 예산 1조 원이 넘는 세계 최대 환경 단체인 TNC의 탄소 프로젝트였으며 세계 최고 수준의 환경 단체인 Winrock International이 운영하는 ACR(American Carbon Reserve)에서 탄소배출권 검/인증 및 발행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비판을 받았다.

이처럼 탄소배출권과 기후금융은 만만찮은 문제이며 섣부른 대응은 기업에 더 큰 화를 불러올 수 있다. 한국 기업 또한 섣부르게 탄소배출권 사업에 뛰어들기에 앞서 기후변화를 둘러싼 국제적 정치 경제뿐 아니라 에너지, 환경, 경제의 3E(Energy, Environment, Economy)가 긴밀하게 얽혀 있는 기후금융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탄소 중립을 추진해야 한다.
  • 백광열 |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필자는 캐나다 토론토대에서 경제학을, 맥길대에서 경영학을 전공하고 캐나다 재무부 장관 수석 경제 고문과 총리 수석 정책 고문을 역임했다. JP모건이 인수한 세계 최대 탄소배출권 기업인 에코시큐러티즈(EcoSecurities)에서 기후금융 수석 전략 고문을 맡아 탄소배출권 정책을 분석, 예측하고 상품을 개발했다. MIT-연세대 기후변화와 경제 프로젝트 공동 대표와 연세대 기후금융연구원장을 맡았다. 인도네시아 폐목 발전, 태국 조림, 캐나다 삼림 파괴 방지 등 여러 유엔배출권 프로젝트를 직접 진행했으며 현재 글로벌 IT 기업들의 탄소 정책을 자문하고 있다. 연세대 경제대학원 기후금융 겸임교수, 국제기후채권기구(Climate Bonds Initiative) 고문으로 활동하고 있다.
    kwangyul.peck@yonsei.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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