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가 나이 들어간다’는 문제의식이 쏟아지는 요즘, 정작 ‘노인들은 어떤 삶을 원하는가’는 충분히 논의되지 못한다. 당장 쏟아지는 노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급급한 나머지 노인이 진정으로 원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그리고 그들의 가치 추구가 비즈니스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논의되지 못했다. 노인들의 욕구들을 가장 잘 반영하면서 앞으로 성장 가능성이 큰 사업 영역은 무엇일까? 이 글에서는 노인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3가지 가치와 이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업들이 시장을 넓힐 수 있는 측면을 짚어본다. 특히 ‘사는 장소(place)’를 통해 가치를 구현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중점적으로 짚어본다.
노인 문제는 이제 더 이상 노인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2050년이면 한국은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40%에 달하는 초고령 국가에 접어든다. 65세에 은퇴한다고 가정하면 20~50년의 노후 동안 많은 사람이 사회적 역할 상실, 소득 감소로 인한 경제적 어려움, 건강상의 문제, 사별과 이별로 인한 외로움을 겪는 셈이다.
그간 노인 빈곤과 치매, 암 등 심각한 질병으로 인해 사회적 보호와 경제적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 대한 건강보험 제도, 장기 요양 제도 등 정책적, 제도적 연구와 고민은 상당 부분 진척됐다. 하지만 정작 전체 인구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노인들이 얼마나 행복하고 인간답게 살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은 이제야 시작되고 있다.
우리의 고민은 앞으로 갈 길이 멀다. 아직 우리 사회에서는 ‘노인’에 대한 정의조차 사회적인 합의가 돼 있지 않고 노인에 대한 이해도 매우 부족하다. 70세의 건강한 자영업자는 노인인가? 60세의 치매 환자는 사회와 격리된 노인으로서 보호받아야 하는 대상인가? 은퇴한 노인들은 30년 넘는 노후의 시간을 어떻게 살아가야 행복할 것인가? 이런 문제에 관한 연구와 고민은 이제 막 걸음마를 뗀 단계다. 역사상 한 번도 경험한 적이 없는 초고령 사회, 지금도 계속 진화하고 있는 미래에 대한 숙제가 우리 앞에 놓여 있다.
고령화를 먼저 경험한 해외 선진국들은 수십 년 전부터 노화와 노년에 관해 연구해왔다. 정책적인 고민도 훨씬 깊다. 기업들도 매우 다양한 사업 모델을 통해 노인 문제에 접근해 성공 사례를 축적하고 있다. 특히 노인 주거(시니어 리빙) 영역의 경우,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 모두에서 노인 문제 해결 방법에 대한 다양한 정책을 시도해 성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인구문제를 논할 때 주로 노인의 증가 현상을 부정적으로만 규정하고 인구 구성을 맞추기 위한 출산 및 육아 지원 정책을 고민해왔다. 하지만 반대로 이미 벌어지는 현상, 즉 증가하는 노인층이 건강하게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하는 방법과 그 솔루션을 찾기 위해 빚어지는 비즈니스 기회들에 대해서는 관심이 덜했다. 따라서 노인의 주거 문제를 중심으로 기업들이 노인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노후의 주거 환경과 행복도의 관계에 대해 살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