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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BR Case Study: 국내 첫 비대면 진료•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

“주말 밤 진료… 처방약도 배송받아”
고객의 아픔과 불편함까지 싹 치유

최호진,김동영 | 361호 (2023년 0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국내 최초의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는 2020년 11월 서비스 론칭 후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430만 건, 누적 제휴 의료 기관 2500여 곳을 확보하며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닥터나우의 성장 비결은 기존 의료 시장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한 점이다. 사용자가 언제 어디서든 진료받을 수 있도록 24시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이름과 사진 등 의사 프로필과 진료비를 투명하게 공개해 기존 환자 고객의 불편을 개선했다. 또한 사용자가 평균 1시간 내에 처방약을 빠르게 배송받을 수 있도록 ‘제휴 약국 근거리 매칭 시스템’을 도입해 감기 몸살로 빠른 약 수급이 필요한 환자, 일상을 멈추고 병원•약국에 가기 어려운 직장인 등의 니즈를 충족했다. 이 밖에 내과•피부과 등 기존의 진료 과목 구분이 공급자(의사) 중심이라는 문제의식 아래, 코로나19•감기•여드름 등 증상별로 구분한 비대면 진료 탭을 추가하는 등 수요자(환자) 중심의 UX, UI를 구현한 점도 성공 비결로 꼽힌다.



“당근마켓처럼 엄마들 필수 앱이라고 생각해요. 요즘 코로나 유행 때문에 연결되는 시간이 조금 걸려서 그렇지 주말, 공휴일에도 진료받을 수 있고, 아이 데리고 병원 가는 시간을 줄여줘서 몸도 마음도 너무 편해요.”

“주말 밤에 소아과 진료받아서 덕분에 살았습니다. 아이가 열이 나서 진짜 난감했거든요. 약도 1시간 만에 받았습니다. 주변에 소문 많이 내겠습니다.”

2020년 11월 출시한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를 사용한 아이 엄마들이 구글플레이스토어에 남긴 후기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비대면 진료 수요가 늘어나면서 급성장한 닥터나우는 코로나19가 안정기로 접어든 현재도 꾸준히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늦은 밤, 어린 자녀가 아파 마음 졸이는 부모, 병원에 가기 위해 반차를 써야 하는 직장인, 병원 접근성이 떨어지는 비도시 지역 주민 등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거나 기존 의료 서비스에 불편을 느낀 사용자들이 24시간 비대면 진료가 가능한 닥터나우에 몰려들었기 때문이다.

닥터나우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021년 1분기 기준 5만 건에서 불과 2년 만인 2022년 12월 말 기준 430만 건으로 급증했다. 경기 침체로 투자가 위축되며 스타트업 시장이 얼어붙고 있던 지난해 6월, 닥터나우는 400억 원 규모의 시리즈B 투자를 유치하기도 했다. 현재까지 누적 투자액은 520억 원 규모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는 “아플 때 닥터나우를 찾는 ‘국민 앱’을 만들고 싶다”며 “목표는 유니콘(기업 가치 1조 원 이상)이 아닌 데카콘(기업 가치 10조 원 이상)”이라고 밝혔다.

전국경제인연합회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 세계 원격의료 시장 규모는 총 305억 달러(약 37조5000억 원)를 기록했다. 1990년대부터 원격의료가 일찍이 도입된 미국에서는 B2B2C, B2C 등 다양한 원격의료 비즈니스 모델이 등장한 반면 코로나19 확산 이후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국내에서는 관련 시장이 이제 막 움트고 있다. 시장 변화를 감지하며 재빠르게 서비스를 출시한 닥터나우는 업계 1위 업체로 자리매김하며 성장 가도를 이어가는 중이다. 비대면 진료 불모지였던 국내에서 닥터나우는 어떻게 시장을 개척했을까? 국내 최초의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 닥터나우의 창업 스토리와 성장 비결을 DBR가 취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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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의 꿈을 품은 의대생

장 대표가 원격진료를 처음 접한 건 의료 봉사 현장이었다. 그는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5년간 대전역 인근 노숙인 의료봉사센터에서 봉사 활동을 했다. 노숙인을 진료하는 의료진을 도와 잔심부름을 하고 거동이 불편한 장애인 환자를 대신해 약을 받아오기도 했다. 이따금씩 봉사 현장에 못 온 의료진이 전화로 노숙인 환자의 몸 상태를 살폈는데 함께 봉사 활동을 하던 의료진은 “이게 바로 원격진료다”라고 설명했다. 장 대표가 원격진료를 간접 체험한 순간이었다. 원격진료가 환자와 의사, 약사 모두의 편의를 높일 수 있다는 점을 깨닫고 진로를 구체화했다. ‘원격진료하는 의사.’ 그가 정한 목표였다.

처음에는 의사만 되면 목표를 이룰 줄 알았다. 학업에 몰두해 의대 6곳에 지원했지만 면접에서 번번이 낙방했다. 면접 때마다 공통적으로 나온 “의대 와서 뭘 하고 싶나”라는 질문에 다른 지원자들은 “신경외과요” “흉부외과요”라며 전공하고 싶은 과목을 대답했다. 장 대표는 “원격진료요”라고 호기롭게 답변했지만 그럴 때마다 면접 분위기는 차갑게 식었다. 그도 그럴 것이 당시 의료계에는 특정 병원에 쏠림 현상이 일어날 수 있다는 이유로 원격진료에 반대하는 여론이 팽배했다. 지원한 의대 6곳 중 5곳에서 고배를 마신 장 대표는 유일하게 합격한 한양대 의대에 진학했다. 당시 한양대는 의대 입시 전형에 면접이 없었다.

우여곡절 끝에 진학한 의대에서 원격진료의 꿈은 더욱 선명해졌다. 의대생이 되니 아플 때 바로 물어볼 사람이 주위에 많아 좋았다. 눈이 아프면 사진을 찍어 안과 선배한테 물어보고, 운동하다 발목이 삐면 외과 선배한테 연락해 처치법을 물어봤다. 집안에 의사 가족이 없다 보니 의대생이 되기 전까지는 아플 때 의사한테 바로 물어보고 기댈 수 있다는 게 이렇게 큰 장점인지 몰랐다. 편의를 누릴수록 모든 사람에게 이런 ‘의사 친구’를 만들어 주고 싶다는 생각이 확고해졌다.

원격진료를 향한 의지는 창업 결심으로 이어졌다. 의대에 재학하며 해외 탐방을 다녀보니 미국의 텔라닥, 일본의 메디컬노트 등 해외에서는 이미 원격진료 회사들이 성업하고 있었다. 특히 보수적인 분위기의 일본이 공식적으로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것을 보며 확신을 얻었다. 우리나라도 결국 원격의료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생각이 굳어졌다. 원격진료가 갖는 이점은 단순히 의료 편의성 그 이상이었다. 병원 대부분이 문을 닫는 야간 시간, 경증 질환자가 응급실 대신 원격진료를 이용할 수 있기 때문에 응급실 과밀화 해소에도 기여할 수 있었다. 당시 국내에서는 원격진료가 불법이었지만 창업 의지를 꺾지 않았다. 장 대표는 “비대면 진료, 약 배송 서비스가 현실화될 수 없는 상황이었지만 장기적인 관점을 갖고 창업을 결심했다”며 “관련 법제화를 위해 노력하며 향후 5년 이내 서비스를 출시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고 말했다.

2019년 9월 법인 ‘닥터가이드(현 닥터나우)’를 설립했다. 창업 후 가장 먼저 맞닥뜨린 어려움은 구인이었다. 경영, 개발, 디자인 수업을 청강하며 사업 지식을 쌓고, 본격적으로 함께 창업할 멤버를 구했지만 녹록지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의대생 하나만 믿고 선뜻 합류를 결정하는 건 무모한 일이었다. 골머리를 앓던 중 당시 창업을 염두에 두고 청강하던 디자인 수업에서 교수님이 던진 한마디가 실마리가 됐다.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에서 수상하면 삼성이나 LG에 쉽게 입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장 대표는 상상을 시작했다. ‘3대 디자인 어워드에 입상하면 시상식 옆자리에 삼성이나 LG 디자이너들이 앉아 있을 테고, 이들과 친해지면 좋은 디자이너를 소개받을 수 있겠지?’ 단순한 생각이었지만 곧바로 실행에 옮겼다. 꼬박 하룻밤을 새워 환자가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모자 형태의 수액 팩을 디자인했다. 최종 출품 전 디자인을 전공하는 친구에게 아르바이트비 10만 원을 주고 수정을 맡겼다. 그렇게 출품한 ‘이동형 정맥 수액 팩 적용 유속 감지 IoT 디바이스’는 세계 3대 디자인 어워드 중 하나인 ‘2019 IDEA 디자인 어워드’에서 본상을 받았다. 아쉽게도 시상식이 하필 전공 시험 일정과 겹쳐 계획한 대로 직접 참석하지는 못했지만 이후 수상자 모임을 통해 창업 멤버로 합류할 디자이너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2019년 12월, 마침내 창업 멤버 4명이 모였다. 장 대표와 디자이너, 개발자 2명이었다. 개발자 2명은 모교는 물론 건국대, 연세대 등 타 대학에 모집 공고를 붙이고 동아리방을 도는 등 각고의 노력 끝에 어렵게 구했다. 당시 네이버에서 인턴을 하던 개발자 친구에게 창업 멤버로 합류할 것을 제안하며 이렇게 설득했다. “네이버에서는 너 한 명 없어도 크게 달라지는 게 없지만 원격진료는 의료 산업을 완전히 혁신할 수 있다. 창업에 합류하면 역사의 한 획을 함께 그을 수 있다.”

약국 1000곳을 발로 뛰다

의료 산업 혁신을 위한 첫걸음은 ‘처방전 보안 전송 프로그램’이었다. 창업팀은 앱을 이용해 병원에서 약국으로 처방전을 보내는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었다. 프로그램 개발을 시작한 지 3개월이 채 지나지 않아 예상치 못한 변수가 생겼다. 코로나19가 터진 것이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기회가 됐다. 정부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그동안 불법이었던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기 때문이다. 창업 당시 장 대표는 몇 년이 걸릴지 모를 지난한 과정을 거쳐 원격진료를 허용하지 않는 현행법을 바꾸겠다고 각오했었다. 그러나 코로나19라는 변수로 원격진료 사업을 본격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렸고, 장 대표는 이에 곧바로 뛰어들었다.

가장 먼저 론칭한 앱은 ‘콜로나맵’1 이었다. 전화로 원격진료가 가능한 대구 소재 병원을 알려주는 앱이었다. 코로나19 확산 초기인 2020년 2월, 대구에서 집단 감염이 발생하자 2~3주간 밤을 새우며 서비스를 개발했다. 약 배달이 가능한 약국을 알려주고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약국’ 앱도 함께 론칭했다. 원격진료 서비스까지 함께 제공하고 싶었지만 당시 개발 역량으로는 역부족이었다. 트래픽을 감당하지 못해 종종 서버가 터지기도 했다. 우선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확장하면서 원격진료 서비스 도입을 준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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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격진료와 처방약 배달을 핵심 서비스로 정하고 가장 노력을 쏟은 분야는 영업이었다. 제휴 약국과 병원을 늘리기 위해 직접 발로 뛰었다. “오늘은 선릉이야”라는 식으로 그날 영업을 뛸 지역을 정하고 아침에 모인 장 대표와 직원 3명은 회사 소개 자료를 100부씩 나눠 갖고 인근 약국을 돌아다녔다. 처음에는 “약 배달은 불법 아닌가”라는 반응이 대부분이었다. 비대면 진료와 약 배달이 허용됐다는 사실을 모르는 약사들이 “무슨 소리냐”며 냉대하기도 했다.

병원 제휴를 위해서는 학연까지 활용했다. 의대 내 사진 동아리 소속이었던 장 대표는 동아리 선배 명부를 받아 병원을 직접 방문했다. 명부에는 선배들이 어떤 과를 졸업해, 어느 병원에서 근무하는지가 기재돼 있었다. 직접 연락하고 찾아가 비대면 진료가 가능하다는 사실을 알리면서 제휴를 설득했다. 이렇게 직접 발로 뛰며 영업한 병원은 수백 곳, 약국은 1000곳 이상에 달했다. 그러나 그중 제휴에 성공한 병원 및 약국은 모두 합쳐 10여 곳에 불과했다. 적은 숫자였지만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송 플랫폼 론칭에 대한 의지가 강했기에 서비스를 계속 고도화해나갔다. 약 배달에 더해 비대면 진료 서비스에 필요한 프로그램을 추가 개발하는 등 서비스를 확장하며 장 대표 포함 4명이었던 직원도 10명으로 늘었다. 배달약국을 론칭하고 8개월간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준비한 닥터가이드는 2020년 11월, ‘닥터나우’ 앱을 공식 론칭했다. 비대면 진료와 처방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국내 최초의 플랫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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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에서 최고로,
닥터나우의 성장 비결

론칭 초기 10여 곳에 불과했던 닥터나우의 제휴 의료 기관(병원, 약국)은 2022년 10월 기준, 2500여 곳으로 늘었다. 현재는 의료 기관이 닥터나우에 먼저 제휴를 요청해오는 인바운드 비중이 90% 이상이다. 누적 다운로드 수도 2021년 1분기 기준 5만 건에서 지난해 말 430만 건으로 껑충 뛰었다. 닥터나우가 2년 만에 업계 선두 주자로 자리매김한 성장 비결은 무엇일까?

1. ‘진료와 처방’이라는 의료 핵심 서비스 구현

병원 위치나 전문의 찾기 등 의료의 주변 요소를 다룬 서비스는 기존에도 있었다. 그러나 닥터나우는 의료의 주변 요소가 아닌 ‘진료와 처방’이라는 핵심 서비스를 구현했다. 기존의 의료 서비스 앱들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현재 닥터나우는 내과, 외과, 안과, 피부과, 이비인후과 등 총 20개 과목의 비대면 진료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이어트, 피부 관리 등 비급여 항목을 특화해 홍보하는 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달리 닥터나우는 ‘아플 때 닥터나우’라는 미션을 내세우며 경증 질환 진료 및 처방을 강조해왔다. 그 결과, 현재 닥터나우에서 이용률이 높은 항목은 코로나19(29.6%), 감기(27.8%), 방광염•질염(18.5%), 통증(복통, 두통 등 15.2%), 여드름(6.4%) 순이다. 이용률이 높은 상위 5개 진료 중 여드름을 제외한 4개가 모두 급여 진료2 다. 장 대표는 “경증 질환자들이 급여 진료를 많이 이용하고 있다”며 “탈모나 다이어트 등 비급여 진료에 한정하지 않고 전 과목에 걸쳐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이 언제 어디든 정말 아플 때 닥터나우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성공 비결 중 하나”라고 말했다.

2. 의료 시장의 페인포인트 해소

환자가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약국에서 처방약을 받는 기존의 고객 여정에는 여러 페인포인트가 있었다. 병원과 약국에 직접 방문한 뒤 얼마나 걸릴지 모르는 대기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의사의 성별도, 진료비가 얼마나 나올지도 미리 알 수 없었다. 닥터나우는 이 모든 페인포인트를 해소하는 솔루션이다. 닥터나우 앱을 이용하면 병원에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24시간 원하는 시간에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다. 증상에 맞는 진료 과목과 의사를 선택한 뒤 증상을 기재해 진료를 신청하면 해당 의사와 유선이나 화상으로 진료를 보는 식이다. 닥터나우 이용률이 가장 높은 시간대는 오전 9~11시, 오후 3~5시다. 병원에 가기 위해 휴가를 쓰기 어려운 직장인, 어린아이를 키우는 부모 등 일상생활을 멈추고 병원을 방문하기 어려운 이용자들의 불편을 해소해 호응을 얻고 있다.

또한 기존에는 환자가 진료 전에 의사와 진료비에 관한 정보를 미리 알 수 없었다면 닥터나우에는 이름과 사진 등 의사 프로필과 진료비가 공개돼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금액대가 높은 탈모, 여드름 등 비급여 진료비가 투명하게 공개돼 있어 이용자들의 만족도가 높다. 이 밖에 사용자가 진료 신청에 참고할 수 있도록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후기와 별점을 확인할 수 있는 리뷰 서비스도 구현했다.

닥터나우는 환자뿐만 아니라 의사의 페인포인트도 개선했다. 일반적으로 병원들은 위치한 지역에 따라 환자가 몰리는 시간이 정해져 있다. 가령, 회사가 밀집한 지역에는 점심시간이나 퇴근 이후 저녁 시간대에 이용률이 높다. 환자가 몰리는 피크 시간대 외에는 사실상 쉬는 시간인 셈이다.

페인포인트를 인지한 닥터나우는 자사와의 제휴가 의사와 병원에 부가가치를 창출할 기회가 되도록 서비스를 구축했다. 제휴 의사 전용 프로그램에서 비대면 진료 영업시간을 조정할 수 있도록 하고, 대면 진료가 많은 시간에는 비대면 진료를 잠시 멈추고 앱상에 ‘대기’ 상태로 변경할 수 있도록 서비스를 정교화했다.

사용자뿐만 아니라 의사의 페인포인트를 개선하는 모델로 인해 닥터나우의 제휴 의원 수는 나날이 늘어나는 추세다. 2021년 2분기 기준 50곳이었던 누적 제휴 의료 기관 수는 2022년 3분기 2500곳으로 급증했다. 장 대표는 “병원 입지와 인테리어 등에 비용을 들이기보다 진료 자체에 집중해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닥터나우 제휴를 문의하는 병원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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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약국 방문 없이 처방약 당일 배송

비대면 진료와 연동한 약 배달 서비스도 닥터나우의 핵심 서비스 중 하나다. 평균 1시간 이내에 처방약을 배달받을 수 있는 ‘퀵 배송’, 평균 4시간 이내에 받을 수 있는 ‘오늘 배송’을 이용하면 직접 약국을 방문하지 않고 처방약을 당일 수령할 수 있다. 다음 날 아침 7시까지 받을 수 있는 ‘새벽 배송’, 2~3일 내 받을 수 있는 ‘택배 배송’도 가능하다. 배송 유형에 따라 배송비는 3000~8000원으로 형성돼 있다. 환자가 약사에게 처방전을 직접 전달할 필요도 없다. 이용자가 퀵 배송, 오늘 배송 등 처방약 수령 방식을 선택하면 비대면 진료를 마친 의사가 닥터나우가 만든 제휴 의사 전용 프로그램을 통해 처방전을 제휴 약국으로 직접 전송한다.

장 대표는 “약 배송이라는 기존에 없던 서비스를 제공한 점이 사용자들에게 ‘와우 포인트’가 됐다”며 “감기, 몸살 등으로 빠른 약 수급이 필요한 환자, 일상을 멈추고 병원•약국에 가기 어려운 직장인과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 사이에서 약 배달 서비스의 인기가 높다”고 설명했다.

닥터나우는 초기부터 배달 업체와 제휴해 약 배달 인프라를 구축하고 인프라 대응팀과 고객 경험팀을 만들어 신속하게 약 배달 서비스를 관리했다. 배달이 잘 완료됐는지 확인하고 문제가 생길 시 실시간으로 대응하는 관제센터도 만들었다. 관제센터를 통해 의약품 조제 상황부터 상품 픽업, 운송 경로, 도착 시간까지 전 과정을 관리하고 있다. 또한 고객이 빠르게 약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희망 수령 주소지에서 가장 가까운 곳의 제휴 약국이 자동 매칭되도록 ‘제휴 약국 근거리 매칭 시스템’을 도입했다. 주소지 근거리의 제휴 약국이 자동 매칭되면 협력 배달 업체 기사가 해당 약국으로 이동한 뒤 약을 수령해 고객에게 전달하는 방식이다. 닥터나우에 따르면 제휴 약국 근거리 매칭 시스템 도입으로 타 약 배달 플랫폼 대비 50% 이상 빠른 배송 시스템을 구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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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는 현재 전국적으로 약 배달 인프라를 확보하고 있다. 광역시 등 대도시에서는 닥터나우가 제공하는 모든 종류의 배송이 가능하고, 도서산간 등 그 밖의 지역에서는 택배 배송이 가능하다. 장 대표는 “닥터나우의 배송 서비스는 ‘근거리 자동 매칭’ 시스템에 기반해 사용자가 있는 곳 근처에 약국이 있으면 빠르게 약을 배달받을 수 있다”며 “타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수준인 의료 기관 2500여 곳과 제휴를 맺고 있기 때문에 업계에서 가장 빠른 약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닥터나우는 협력 배달 업체가 아직 진출하지 않은 일부 지역까지 배달 인프라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4. 의사 아닌 환자 중심 UX, UI 구현

닥터나우는 기존 의료 서비스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독특한 사용자 경험(UX)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를 제공한다. 바로 ‘증상 진료’ 탭이다. 이용자들이 감기, 여드름 등 ‘증상’을 선택해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 있도록 탭을 구현한 것이다. 보통 내과, 외과, 피부과 등 진료 ‘과목’별로 구분 짓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장 대표는 평소 이런 구분이 공급자(의사) 중심의 사고방식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다. 증상이 있을 때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 모르는 환자도 많았기 때문이다.

장 대표는 “의대에 재학하는 동안 선배들에게 가장 많이 했던 질문도 ‘이런 증상일 때 어느 과에 가야 돼?’였다”며 “사용자(환자) 관점에서 접근해 감기, 여드름, 복통 등 증상만 선택하면 관련 진료를 전문으로 보는 의사를 보여주는 식으로 UI를 구현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닥터나우는 오미크론 변이로 인한 코로나19 대유행 시기, UI를 빠르게 변경해 사용자 경험을 개선했다. 코로나19 유행 초기에는 확진자가 병원이나 생활치료센터에 격리돼 정부의 관리를 받았다. 그러나 오미크론 변이로 확진자가 급증하자 정부는 지난해 2월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방역 지침을 변경했다. 갑작스런 변화에 현장에서는 혼선이 빚어졌다. 자가 격리 상태에서 어떻게 진료와 약 처방을 받느냐며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왔다. 특히 동거 가족을 통해 처방약을 수령할 수 없는 1인 가구 환자들이 답답함을 토로했다.

재택 치료 현장의 혼란을 읽은 닥터나우는 앱을 열면 가장 먼저 보이는 홈 화면의 증상 진료 카테고리에 코로나 치료 탭을 새로 만들었다. 또한 홈 화면 상단에 ‘빠른 진료받기’ 서비스 탭을 추가했다. 코로나 확진자 급증에 따라 즉시 진료와 처방을 원하는 수요 역시 빠르게 늘어났기 때문이다. 또한 ‘코로나19 재택 치료 진료비, 약값, 약 배달 0원’ 등의 홍보 문구로 닥터나우의 비대면 진료도 일반 병원 진료처럼 정부 지원 아래 무료로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닥터나우에서 무료로 코로나 진료와 약 처방 및 수령까지 가능하다는 사실이 입소문을 타며 이용자가 급증했다. 정부가 재택 치료를 원칙으로 방역 지침을 변경한 2022년 1분기 닥터나우의 누적 다운로드 수는 240만 건을 기록해 60만 건이었던 전 동기 대비 4배 증가했다. 장 대표는 “코로나 오미크론 대유행 당시 하루 평균 이용자가 50만~60만 명이었다”며 “이 대유행이 닥터나우가 전국적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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닥터나우의 향후 과제

오미크론 변이 유행 당시, 변화에 기민하게 대응하며 급성장한 닥터나우는 코로나19가 안정기로 접어들자 제2의 도약을 시도했다. 사용자 확장을 위해 지난해 8월 실시간 무료 상담 서비스를 도입했다. “소변을 봤는데 거품이 있다” “배 아플 때 매실 먹어도 괜찮나”와 같이 병원에 갈 정도로 심각하지 않은 경증 혹은 단순한 의료 지식에 대한 궁금증을 질문하면 전문 의료인이 무료로 답변해주는 서비스다. 닥터나우가 직접 고용한 의료진과 제휴 의사들이 24시간 이용자들의 질문에 5분 이내로 답변해준다.

실시간 무료 상담 서비스를 도입한 후 대부분의 병원이 문을 닫은 밤 11시~새벽 1시 등 심야시간대에 닥터나우 사용량이 증가했다. 장 대표는 “회사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드는 서비스지만 비대면 진료 이용률이 상대적으로 낮은 주말과 늦은 밤, 닥터나우에 접속하는 사용자가 많아졌다”며 “실시간 무료로 전문적인 의료 상담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해 이용자들에게 ‘아플 때 닥터나우’라는 미션을 확실히 각인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용자들의 의사 친구’로 자리매김하며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는 닥터나우이지만 넘어야 할 큰 산이 남았다. 바로 규제다. 코로나19 유행으로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했을 뿐 아직 전면 허용된 상황은 아니다. 장 대표는 “정부가 올해까지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겠다고 공표한 만큼 복지부와 긴밀히 논의하고 협조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닥터나우는 복지부와의 협력 채널을 다각화하기 위해 2021년 7월 원격의료산업협의회(이하 원산협)를 발족했다. 닥터나우 출시 이후 이용자들이 급증했지만 대한의사협회 등 이익 단체를 중심으로 비대면 진료를 둘러싼 이슈가 불거질 때마다 그에 대한 대응이 어려웠기 때문이다. 원격의료 산업계에는 의료 및 의약계처럼 구심점을 갖고 목소리를 낼 단체가 없다는 점을 인지한 장 대표는 앱 마켓에서 원격진료 서비스를 운영하는 업체를 일일이 찾아 연락해 원산협 동참을 설득했다. 13개사로 발족한 원산협은 현재 공동회장사 닥터나우와 엠디스퀘어를 비롯해 총 18개사가 참여하고 있다. 장 대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를 앞두고 사회적 논의 과정에서 제기된 우려와 문제들을 산업계가 먼저 나서 해소해 나갈 것”이라며 “복지부와의 원활한 소통, 비대면 진료 기업 합동 기술개발, 법정 단체 설립 등을 추진하며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을 조성해나가겠다”라고 밝혔다.


최호진 기자 hojin@donga.com


DBR mini box I : Interview: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

“77%가 동네 의원 이용… 의료 문턱 낮추는 데 기여”

닥터나우는 출시 2년 만에 누적 다운로드 수 430만 건을 기록하고 업계 최대 수준인 누적 제휴 의료 기관 2500여 곳을 확보하며 성장 가도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국내 최초의 비대면 진료 및 약 배달 플랫폼인 만큼 대한의사협회, 약사회 등 이익 단체를 중심으로 닥터나우 서비스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오진 발생, 의약품 오남용 위험이 대표적이다. 장지호 닥터나우 대표에게 이 같은 우려에 대한 입장을 직접 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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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면 진료와 비교했을 때 진료 정확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데.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의 보완제라고 생각한다. 복통이 있던 환자가 매실액만 먹고 자려다 닥터나우에서 비대면 진료를 받고 급성 맹장염을 발견한 사례가 있다. 비대면 진료를 본 의사가 맹장염이 의심되니 응급실에 가볼 것을 권유했고 맹장이 터지기 전에 발견할 수 있었다. 이처럼 제때 병원에 안 가 병을 키우는 경우가 있다. 닥터나우는 의료 문턱을 낮추고 비대면 진료를 통해 위험을 최소화한다는 예방 의학 측면에서 효용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의약물 오남용 위험은 없나?

비대면 진료는 대면 진료와 동일하게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DUR(Drug Utilization Review, 의약품 안전사용 서비스)를 통해 진행되고 있다. 의사, 약사는 해당 시스템에서 환자 정보 및 발급받은 처방전 내역 등을 확인할 수 있고, 복약 지도 역시 대면 진료와 동일하게 필수 사항으로 준수하고 있다.

의약물 오남용에 대한 우려를 인지하고 있지만 의약품 처방은 약사 고유의 권한이라 중개 플랫폼인 닥터나우가 다루기 민감한 부분이다. 안전한 비대면 진료 환경에 필요한 부분은 복지부에 적극 요청하고 있다. 일례로 지난해 국정감사에 출석해 마약류나 향정신성의약품은 비대면 진료로 처방할 수 없도록 해달라고 요청했다. 닥터나우의 요구가 반영돼 복지부는 지난해 11월 특정 의약품에 대해서는 비대면 처방을 제한하는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앞으로도 복지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비대면 진료에 대한 우려를 해소해 나갈 계획이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면 상급 종합병원에 쏠림 현상이 일어날 것이란 우려도 나오는데.

일부 상급 의원에 쏠림 현상이 나타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실제 비대면 진료는 주로 동네 의원에서 이뤄지고 있다. 복지부가 발표한 ‘비대면 진료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이후 2022년 1월까지 이뤄진 비대면 진료 건수 중 77%가 1차 병원으로 분류되는 의원급에서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비대면 진료가 전면 허용되면 아산병원, 삼성병원 등 상급 종합병원에 환자가 몰리고 동네 병원은 망할 것이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사실이 아니라는 게 데이터로 입증되고 있다.

코로나19로 비대면 진료가 한시적으로 허용된 상황이다. 다시 불허된다면 닥터나우에 큰 리스크인데.

OECD 38개국 중 우리나라를 제외한 37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고 있다. 정부가 2020년 2월 비대면 진료를 한시적으로 허용한 이후 2022년 10월 말까지 약 3400만 건의 비대면 진료가 이뤄졌다. 비대면 진료의 효용성을 경험한 국민이 대다수이기 때문에 과거로 회귀하지 않을 것이라 믿는다. 비대면 진료는 국민 건강 증진과 의료 접근성 향상을 위한 핵심 수단이다. 지난 오미크론 변이 대유행 시기, 해남 땅끝 마을의 코로나 확진자가 닥터나우를 이용해 비대면 진료를 받았다는 후기를 남기기도 했다. 복지부도 법제화를 공표하고 국정 과제로도 선정된 만큼 비대면 진료 허용에 대한 정부의 의지는 뚜렷하다고 보고 있다.

향후 어떤 수익 모델을 고려하고 있나.

세상에 없던 서비스를 내놓았기 때문에 지금 당장은 수익보다 어떻게 해야 사용자들에게 최상의 만족감을 제공할 수 있을지에 집중하고 있다. “닥터나우 서비스를 계속 이용하고 싶다”는 앱 리뷰가 많은 만큼 지속가능한 서비스를 위해 어떻게 수익을 낼 수 있을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다. 이용자에게 혜택을 주고 사용자 경험을 높이는 방향에서 다양한 수익 모델을 고안해 나갈 예정이다.


1997년생인 장지호 대표는 2019년 한양대 의대 본과 3학년 1학기를 앞두고 닥터나우를 창업했다. 현재 의대 휴학 상태로 닥터나우를 경영하고 있으며 지난해 5월 포브스 ‘30세 이하 아시아 리더 30인’에 선정됐다. 한국원격의료연구회 분과의원장과 벤처기업협회 부회장을 겸직하고 있다.

DBR mini box II : 성공 요인 및 시사점

‘非소비 부문’의 혁신… 서비스 넘어 시스템을 구축

성공 요인 1 비소비 계층 확보

닥터나우가 성장할 수 있었던 핵심 비결은 ‘비소비(nonconsumption)’ 분야에 대한 공략이다. 고(故) 클레이튼 크리스텐슨 전 하버드경영대학원 교수는 잠재 소비자가 자기 삶의 특정 측면에서 발전을 필사적으로 원하지만 해당 문제에 대한 간단한 해결책이 없는 상태를 ‘비소비’라고 정의했다. 비소비 상태의 경우 사람들의 대응은 단순하다. 그저 불편하게 생활하거나 크게 효과 없는 차선책을 찾을 뿐이다. 가령, 병원을 이용하기 위해 휴가를 내거나 비도시 지역에서 병원에 가기 위해 하루를 허비한다.

하지만 혁신가들에게 이러한 비소비 상태는 새로운 시장을 창조하는 기회가 된다. 전통적인 관점에서 비소비 경제는 사업 기회로 부정적이다. 흔히 제품 유형이나 가격, 개인이나 기업 고객의 인구통계학 및 소비자의 심리 성향 등을 기준으로 시장을 분석하기 때문이다. 이런 분석으로는 비소비 상태에 놓인 수십억 명을 파악할 수 없다. 가난하거나 교육 수준이 낮다는 이유 등으로 해당 서비스에 경제성이 없다는 결론이 도출되는 탓이다.

통신회사 AT&T는 과거 휴대전화 사업에 투자를 결정하기 위해 컨설팅을 의뢰했다. 저명한 컨설팅 기업은 21세기 초반 휴대전화 시장 규모가 100만 대 미만일 것으로 예측했다. 당시 휴대폰은 크고 비싼 탓에 아무나 사용할 수 없는 사치품이었기에 이들의 분석이 옳은 것처럼 보였다. 당시 다양한 지표와 보고서들이 이를 뒷받침했다. 하지만 2001년까지 전 세계에 휴대전화가 10억 대 넘게 보급됐고 오늘날 그 규모는 75억 대 이상이다. 휴대전화가 발전을 원하지만 해결책을 찾을 수 없던 비소비 계층의 수요를 충족시킨 셈이다.

닥터나우 역시 비대면 진료로 벌 수 있는 수익보다는 수많은 의료 비소비 계층의 어려움에 집중했다. 대부분의 병원이 오전 10시∼오후 6시에 영업하기 때문에 진료를 받기 위해 반차를 꼭 써야 하는 직장인, 병원이 멀어 정기적으로 복용해야 하는 약을 타기 어려운 비도시 지역 거주자, 밤늦은 시간 이유를 알 수 없는 갑작스런 아기의 울음에 안절부절못하는 부모 등 수많은 잠재 소비자에게 해결책을 제안한 것이다. 닥터나우가 법•제도적인 한계를 안고 있어도, 이해관계자의 반발이 있어도 계속해서 많은 소비자의 호응을 받으며 성장하는 이유다.

성공 요인 2 ‘제도 탓’을 하지 않는 혁신

닥터나우가 비대면 진료 시장을 견인할 수 있었던 핵심 요인은 ‘제도 탓’을 하지 않는 경영 방식에서도 찾을 수 있다. 비대면 진료가 이제 막 도입된 초기 서비스인 만큼 기업도 정부도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할 수 있다. 닥터나우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서비스를 운영하며 직면하는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협력해 서비스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이를 준수하며 이용자, 정부 등 여러 이해관계자의 신뢰를 얻는 식이다.

혁신을 구현하는 과정에서 법이나 제도는 절대적인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혁신에 유리한 법•제도 도입을 설득하기 위해 많은 국가가 허용하고 있으니 우리나라도 예외일 수 없다는 논리는 효과적이지 않다. 법이나 시스템, 제도와 관련된 문제들은 단순히 입법이나 법제화만으로 고칠 순 없기 때문이다. 마치 특정 제도가 제대로 마련되기만 하면 선진국처럼 성공할 수 있을 듯하지만 성공적인 제도는 결코 규정이나 규제의 문제가 아니다. 법과 제도는 사람들이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이다. 제도는 기본적으로 사람들이 높이 평가하는 가치를 반영한다. 즉, 사회의 가치관을 ‘반영’하는 것이지 ‘창조’하는 것이 아니라는 의미다. 덴마크에는 무려 200쪽에 달하는 보건 관련 법률이 존재한다. 그러나 이 방대한 양의 법률은 무엇이 덴마크 의사에게 동기를 부여하는지 혹은 보건 체계에 공적 자금을 투입하는 일이 왜 높은 우선순위가 돼야 하는지 설명하지 않는다. 세계은행 수석 이코노미스트이자 미국 하버드 케네디공공정책대학원 교수인 랜트 프리칫은 이러한 가치는 법률 조항이 아닌 규범적인 사항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오랜 기간 제도와 혁신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의 논쟁 대상이었다. 기업가들은 혁신이 경제 번영에 기여하기 위해서는 당연히 제도가 먼저라고 주장한다. 정치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좋은 제도가 없는 환경에서 혁신은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좋은 제도가 있더라도 시장이 없으면 아무런 효과가 없다. 인구 1500만 명에 1인당 GDP가 약 900달러밖에 되지 않는 말리 같은 가난한 나라가 인구 6600만 명에 1인당 GDP가 4만4000달러인 프랑스의 사법제도를 그대로 복제해 실행한다 해도 그 제도의 효과가 프랑스에서 내는 것과 동일할 리 없다. 무엇보다 프랑스의 제도는 수백 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자국 사정에 맞게 진화한 결과이기에 그 맥락 속에서 효용을 발휘한다. 제도를 그대로 이식하는 것이 답이 될 순 없다는 의미다. 그보다는 어떤 서비스가 한 국가의 경제적•사회적 발전을 돕는다면 사회의 문화와 제도도 그에 맞춰 변하게 될 것이다.

제도는 사회에 속한 사람들이 가진 문화와 가치관을 반영한다. 그리고 가치관이란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 구성원이 함께 살아가는 방식을 의미한다. 아무리 선한 의도라도 외부에서 이식된 제도는 효과적일 수 없는 이유다. 결국 강력한 제도를 구축한다는 것은 다른 곳에서 잘 작동하는 제도를 수입한다는 의미가 아니다. OECD 38개국 가운데 37개국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더라도 우리나라 상황에 맞는 비대면 의료 제도가 형성될 때 혁신이 제도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 이런 맥락에서 닥터나우가 법제화 과정에 참여해 제도를 만들어 가고 있다는 점은 유의미하며 비대면 의료 서비스의 지속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적극적인 대응 필요

닥터나우가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잠재 고객의 입장에서 자사 서비스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혁신가들 입장에서는 자신이 내놓은 서비스를 소비자들이 사용하지 않는 이유를 이해하기 어렵다. 기존의 낡은 방식을 버리면 비소비 상태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소비자 입장에서 기존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혁신을 받아들이는 과정은 매우 복잡하다. 비대면 진료도 예외가 아니다. 사람들에게는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욕구와 변화를 거부하려는 마음이 동시에 작용한다는 점을 이해해야 한다.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욕구가 작동하기 위해서는 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동기가 강력해 어떤 행동을 취하고 싶어지도록 만들어야 한다. 그저 성가시거나 번거로운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라면 기존 방식을 바꿀 이유가 없다. 그뿐만 아니라 새로운 문제해결 방식 역시 매우 매력적이어야 한다. 어려운 과제에 대한 새로운 해결책은 소비자가 자신의 삶을 이전보다 훨씬 낫게 만들어야 한다.

한편 많은 혁신가가 자주 놓치지만 무시할 수 없는 강력한 힘이 있다. 바로 변화를 거부하려는 마음이다. 소비자들에게 익숙함에서 벗어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현재 방식에 만족해 더 나은 해결책을 거부할 수 있고, 마음에 썩 들진 않지만 편하다는 이유로 기존 방식을 고수하기도 한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대니얼 카너먼은 이를 ‘손실 회피’ 성향이라고 설명한다. 인간은 새롭게 얻을 수 있는 이득보다 발생할지 모르는 손실을 두 배 이상 크게 느낀다는 것이다.

혁신가들은 새로운 해결책을 찾으려는 소비자의 욕구에만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가 제시한 새로운 해결책이 기존 방식을 버리고 갈아타기에 충분히 매력적이라는 점에만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과잉 진료, 의약물 오남용 등 닥터나우 서비스를 둘러싸고 나타나는 크고 작은 잡음들에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장점보다 단점을 크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대면 진료에서 나타날 수 있는 문제가 비대면 진료에서도 나타난다면 소비자들의 변화를 거부하는 마음이 작동할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한다.

서비스가 아닌 시스템을 구축한다는 마음가짐

닥터나우의 노력은 비대면 의료 ‘서비스’가 아닌 비대면 의료 ‘시스템’을 구축하는 과정이라는 점에서 사회적인 의미가 크다. 닥터나우의 성공은 의료 산업의 지형을 바꿀 전환점이 될 수 있다. 의료 자원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고, 더 많은 일자리와 보다 정교한 의료 제도, 더 큰 시장 가치 창출로 이어질 수 있다. 무엇보다 비소비 부문에서 비즈니스 기회를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의료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이 낮은 다양한 소비자의 수요를 충족시킨 점은 제도적 제약이나 이해관계자 반발을 뛰어넘는 가치를 제공할 수 있다. 수도권 및 대도시 중심의 비즈니스 모델이 비소비 상태에 놓인 계층이 많은 지역으로 확산될 때 그 가치가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물론 아직 수익 모델이 없다는 점은 닥터나우가 가진 한계다. 그러나 당장 수익을 좇기보다 의료 서비스의 사각지대에 놓인 더 많은 잠재 소비자의 문제를 해결하며 수익이 좇아오도록 만들어야 한다. 닥터나우가 만들어 가는 것은 하나의 서비스가 아닌 새로운 의료 체계임을 잊지 않을 때 진정한 성공을 경험할 수 있을 것이다.


김동영 KDI 전문연구원 kimdy@kdi.re.kr
필자는 한국개발연구원 전문연구원으로 디지털 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현업의 사례와 경제적 인사이트를 연결하기 위해 많이 듣고, 읽고, 쓰고 있다. DBR ‘파괴 없는 K-혁신 리포트’를 비롯해 한국경제신문 주간 칼럼 ‘4차산업혁명이야기’ ‘디지털 이코노미’를 연재하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 비영리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협회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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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영 | KDI 전문연구원

    필자는 디지털·플랫폼 경제를 연구하고 있다. 중앙대 겸임교수이며 사단법인 모빌리티&플랫폼 협회장을 지냈다. KBS 성기영의 경제쇼 디지털경제 코너에 출연 중이다. 한국경제신문 주간 칼럼 ‘4차산업혁명이야기’와 ‘디지털이코노미’ 필자이며 EBS ‘위대한 수업(Great Minds)’의 자문위원(경제 분야)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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