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R1. 글로벌 펫 비즈니스 어디까지 왔나

도그워킹 중개, 반려인끼리 데이팅 앱…
참신한 아이디어로 반려인을 미소 짓게

320호 (2021년 0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반려동물을 사람과 동격으로 여기는 펫 휴머니제이션은 돌이킬 수 없는 사회 풍조다. 이러한 현상에 발맞춰 세계 각국에서는 참신한 아이디어와 첨단 기술을 결합한 새로운 펫테크 비즈니스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그워킹 중개 서비스, 개별 반려동물의 장내 미생물을 고려한 맞춤형 건강식, 심지어는 반려인끼리의 데이팅 앱까지 펫테크에 한계란 없다. 성공하는 펫테크 기업의 법칙은 간단하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사람보다 더 사람다운 대접을 해주려는 반려인의 마음을 이해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아직 국내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에 유의하는 동시에 글로벌 진출이 상대적으로 용이하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사람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정의를 이해할 때 펫 비즈니스 분야에서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세간에는 세대를 구분하는 몇 가지 흥미로운 기준이 있다. 이를테면 스크린도어가 없는 지하철 승강장을 기억하면 구세대, 어깨에 불주사 자국이 있으면 최소 40대 이상이라고들 한다. 남자의 경우엔 군 복무 중 착용한 군복 색깔로도 세대가 구분된다. 10년이 아니라 1, 2년 만에도 강산을 넘어 온 세상이 통째로 변하다 보니 주변 환경과 사물에 대해 세대마다 서로 다른 기억이나 경험을 갖는 것이다.

동물에 대해서도 유사한 세대 간 차이가 엿보인다. 동물이 아플 때 가는 곳은 ‘가축병원’일까, ‘동물병원’일까? 집에서 기르는 동물은 ‘애완동물’일까, ‘반려동물’일까? 40대 중반인 필자의 어린 시절에 개는 마당이나 대문 간에 목줄로 묶어 놓고 집을 지키는 동물이었다. 형편이 넉넉한 집에서나 개가 아플 때 가축병원에서 약을 얻어다 먹였다.

하지만 어느새 개는 안방까지 자유롭게 드나들고, 가축병원은 동물병원을 넘어 ‘애니멀 클리닉’이라는 생소한 이름으로 불리게 됐다. 1990년대 초까지만 해도 CT나 MRI 같은 의료장비는 사람이 사용하기에도 비용 부담이 컸는데, 요즘은 동물병원에서도 흔하게 사용된다. 더 놀라운 일은 ‘도둑고양이’에게 벌어졌다. 천덕꾸러기, 아니 ‘박멸’의 대상으로 여겨지던 길고양이가 개의 아성을 위협하는 수준으로까지 대접받는 시대가 됐다. 사람들은 길고양이를 귀여워하고 동시에 가여워하며 먹을 것을 챙겨주기도 한다. 뱀과 두꺼비를 애지중지하며 안방에서 키우는 사람들이 있다는 건 이제 뉴스도 아니다. 논란의 여지가 없지 않지만 어찌 됐건 집에서 기르는 동물이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는’ 애완을 넘어 ‘평생 동고동락하는’ 반려의 대상으로 여겨지며 대한민국에 ‘견생역전’ ‘묘생역전’ 현상이 자주 목격되고 있다.

펫 휴머니제이션, 외로운 도시인의 생존 본능

펫 휴머니제이션(pet humanization) 1 은 말 그대로 고기나 가죽을 얻기 위한 목적이 아닌 보고 즐기는 등 비실용적 목적으로 기르는 동물이 인간화되는 사회적 현상을 일컫는다. 여기서의 인간화는 동물을 집 안에 들이고, 사람처럼 옷을 입히고, 이름을 지어 부르는 수준을 넘어선 개념이다. 동물에게 사람과 같은 인격이나 권리를 부여하고, 사람에 준하는 수준의 음식(‘먹이’ ‘사료’가 아니라 ‘음식’이다!) 및 의료를 제공하는 등의 일련의 사고와 행동을 포괄한다. 사람에게도 고가의 의료적 치료에 해당하는 장기이식술, 종양 치료, 만성질병에 대한 장기적 지지요법, 호스피스 치료 등을 동물에게도 제공하는 현상이 펫 휴머니제이션의 한 예다.

펫 휴머니제이션이라는 표현은 체코 출신의 저명한 철학자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의 논문에서 처음 등장했다. 후설은 인간은 인간을 둘러싼 존재에 의해 규정되며 동물 또한 그러한데, 특히 가정에서 사육되는 동물에게 그러한 경향이 강하게 나타난다고 주장했다. 오늘날 펫 휴머니제이션과 동일한 개념은 아니지만 이 용어의 시초를 제시한 것이다. 이후 이 개념은 2차 세계대전 이후 경제 성장과 사회 안정에 힘입어 서구 사회를 중심으로 빠르게 퍼져나가면서 고도화됐다. 특히 2000년대 초중반 가족 해체 및 1인 가구의 증가, 기술 발달에 따른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열풍에 힘입어 더 이상 거스를 수 없는, 21세기를 대표하는 사회 풍조로 자리 잡았다.

여기에는 물론 비거니즘(Veganism)2 트렌드에 익숙하고 동물권 운동에 적극적인 밀레니얼세대가 큰 기여를 했다. 밀레니얼세대는 왜 동물을 사람처럼 여길까? 크게 두 가지 배경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선 외로움 때문이다. 인간은 대부분의 영장류가 그러하듯 집단을 이뤄 생활해왔다. 그래야 침입자나 포식동물의 공격에서 살아남기 유리하다. 수십만 년 이상 집단생활을 해온 인류의 DNA에는 반대급부로 외로움이 장착됐다. 외로움이라는 부정적 감정은 무리를 이루고 생존에 성공해 자손을 남긴 인류가 혼자되는 것을 회피할 목적으로 만들어낸 진화적 심리 기제다. 그런데 사회가 고도화돼 기존 가족 체계나 공동체가 무너지면서 여기서 발생한 근원적 외로움을 대체할 수단으로 동물이 부상하게 된 것이다.

다음으로는 도시화와 경제 발전으로 인해 밀레니얼세대는 동물 관련 경험이 윗세대와 다르기 때문이다. 1990년대까지만 해도 서울 외곽의 웬만한 재래시장에는 생닭을 잡아주는 가게가 있었다. 경기 성남 모란시장에서는 개를 도축했고, 사람들은 허약하거나 운동하는 자녀에게 개소주를 고아 먹였다. 단독주택에 살며 키우던 개를 개장수에게 팔아버리는 일도 흔했다. 시골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이들은 닭이나 개, 염소나 돼지를 잡는 일을 심심찮게 목격했다. 또한 다양한 야생동물이 뛰어다니고 죽는 모습도 자주 봤다. 그 때문에 동물의 고통과 죽음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였고, 사람과 동물을 구별해 인식했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출생한 세대에게는 이러한 경험이 거의 전무하다. 그런 이유로 동물의 고통과 죽음에 훨씬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이러한 배경에서 밀레니얼세대는 사람과 동물을 같은 선에 놓고 보는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을 가속화, 그리고 강화시키고 있다.

글로벌 펫테크 트렌드

펫 휴머니제이션은 이제 거스를 수 없는 조류다. 사회는 더욱 고도화될 것이고, 이 과정에서 반려동물은 인간화 수준을 넘어 인간과 ‘동등한’ 대우를 받는 일이 이미 생겨나고 있고, 점점 더 늘어나고 강화될 것이다. 경제학자 요제프 슘페터는 일찍이 기업가정신을 ‘동물적 본능’에 비유했다. 그가 말한 동물적 본능이란 시장 가치와 수익을 본능적으로 찾아내고 실현하는 능력을 가리킨다. 그간 잡힐 듯 잡히지 않으며 가능성에만 머물던 펫 비즈니스가 펫 휴머니제이션이라는 로켓을 타고 광대한 우주로 나아가는 이 순간, 유능한 기업가라면 슘페터가 말한 동물적 본능을 발휘할 타이밍이 드디어 도래한 것이다.

전체 규모가 1조 원 이상인 국내의 수많은 산업 분야 중 최근 10년간 매년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는 산업의 대표주자를 꼽을 때 반려동물 관련 시장을 빼놓긴 어렵다. 펫 비즈니스의 빠른 성장세는 펫 휴머니제이션에 기인하며 펫 휴머니제이션이 가속화되면서 펫 비즈니스에 기술을 결합한 펫테크 분야에서는 더욱 다양하고 놀라운 비즈니스 모델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펫 비즈니스는 관련 사업을 직접적으로 시도하려는 기업뿐 아니라 밀레니얼세대 이하를 타깃으로 하는 모든 경영 주체가 관심을 가져야 할 영역이다. 단순히 시장 자체의 성장세 때문이 아니라 소비자의 감성, 더 나아가 심리를 읽을 수 있는 신박한 영역이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혁신적인 펫테크 기업 사례를 살펴보자.

1. 펫시팅
- 활발한 인수합병으로 대형화 추세

2020년 말 기준으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글로벌 펫테크 기업들은 주로 펫시팅(pet sitting)3 분야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 기업으로는 로버(Rover), 스위프토(Swifto), 바로우마이도기(BorrowMyDoggy), 웨그호텔스(WagHotels), 도그히어로(Dog Hero), 구도그(Gudog) 등이 있다. 이들은 도그워킹(dog walking), 즉 개를 산책시키거나 애견호텔 운영 등을 주된 비즈니스 모델로 삼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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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시애틀에 기반한 로버는 이 시장에서 단연코 발군의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이 3억 달러(약 3400억 원)에 달하고 이미 5건의 인수합병(M&A)을 성사시켜4 북미 지역 최대의 펫시팅 스타트업으로 성장했다. 비록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사업 부진으로 40% 감원을 발표했지만 여전히 이 분야 최고의 유니콘 기업으로 기업공개를 눈앞에 두고 있다. 로버의 비즈니스 모델은 매우 간단하다. 온라인으로 개를 산책 시켜 줄 사람을 중개해주고 15∼20%의 수수료를 받는다. 개가 가족 구성원으로 지위가 향상되고, 산책의 중요성이 대중적으로 널리 알려지며, 더 나아가 개의 산책에 대한 법적 규제가 생겨나면서 지인끼리 알음알음으로 해결하던 개 산책이 산업으로까지 성장한 것이다.

로버가 펫시팅 업계의 선두에 선 비결은 이 시장의 잠재력을 알아보고 가장 먼저 시장에 뛰어들었다는 데 있다. 공유경제의 대표주자 에어비앤비와 우버가 각각 2007년과 2008년에 설립됐는데 로버는 이보다 불과 3∼4년 뒤인 2011년에 사업을 개시했다. 또 이 회사는 다른 후발 및 경쟁사보다 발 빠른 확장 전략을 펼치며 선두의 입지를 굳건히 하고 있다.

도그워킹 서비스를 제공하는 여러 기업 중 가장 흥미로운 사례는 영국의 바로우마이도기다. 이들은 도그워킹 중개 사업을 약간 비틀었다. 개를 키우고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 사람들이 잠시 개를 빌려 함께 놀고 산책하면서도 돈을 벌 수 있도록 해준다. 동시에 개를 키우는 사람은 저렴한 비용으로 개 산책을 의뢰할 수 있다. 일견 로버나 스위프토5 와 별 차이가 없어 보이지만 ‘개를 빌린다’는 개념을 창안했다는 점이 관심을 불러일으킨다. 이 회사는 특히 코로나 팬데믹으로 영국을 비롯한 유럽 지역에서 자택 대기령이 장기화되면서 인기를 끌었다. 생필품을 사거나 병원을 방문할 때, 그리고 개를 산책시킬 때만 외부 활동이 허락되자 개가 없는 사람들이 외출할 목적으로 바로우마이도기를 통해 개를 빌리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또한 사람을 만날 수 없게 되자 다른 사람의 개를 통해 심적 치유를 얻을 목적으로 ‘마치 연애 상대를 탐색하듯’ 자신의 마음에 드는 개를 고르는 현상까지 벌어지고 있다고 한다.

영미권 이외에 브라질이나 스페인 6 등에서도 펫시팅 관련 스타트업이 꾸준한 강세를 보이고 있다. 2억 명 넘는 인구를 자랑하며 특히 애견인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진 브라질에서 2014년 창업한 도그히어로는 로버보다 확장된 비즈니스 모델을 펼친다. 산책 외에도 ‘히어로’라고 불리는 서비스 제공자들의 집에서 개가 잠을 자는 호텔링, 낮에 고객의 집으로 찾아와 개와 놀아주는 유치원 서비스 등을 제공한다. 개 주인이 출장이나 여행으로 집을 비운 사이 정기적으로 집으로 방문해 개를 관리해주는 서비스, 수의사 알선 서비스도 개시했다. 도그히어로가 확보한 히어로는 1만8000여 명으로 이미 100만 마리 이상의 개가 이 서비스를 이용했다고 한다. 이내 멕시코, 아르헨티나 등 주요 국가로 서비스를 확장했다.

앞서 언급한 로버는 유사한 카테고리에 속하는 스타트업 다섯 곳을 인수했을 뿐 아니라 2019년 도그히어로에도 투자했다. 배달의민족을 인수한 독일 딜리버리히어로의 행보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투자 유치로 확보한 막강한 자금력을 기반으로 세계 각국의 우수한 유사 스타트업을 잠식해 나가고 있는 것이다.

2. 펫푸드
- 사람의 음식과 차별을 두지 말라

펫시팅 다음으로 주목받는 분야는 펫푸드다. 대표적인 기업으로는 2014년 미국 뉴욕에서 설립된 파머스독(The Farmer’s Dog)을 꼽을 수 있다. 회사 이름에도 드러나듯 신선한 재료를 써서 영양가 넘치는 반려동물을 위한 음식을 만드는 회사다. 공동 창업자 중 한 명이 키우던 개가 2년간 심각한 소화장애를 겪었으나 수의사의 조언에 따라 사료가 아닌 음식을 만들어주자 단 하루 만에 모든 증상이 사라진 것에서 영감을 받아 사업을 시작했다고 한다. 초저온 냉동을 통해 가공돼 유통기한이 수개월 이상인 일반 사료와 달리 이 회사는 하루 이틀 내 소비하는 신선한 먹거리를 모토로 한다. 1억 건 이상의 주문량을 자랑하며, 사람이 보기에도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패키지와 탁월한 기호성으로 각광을 받고 있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 4900만 달러를 돌파하며 승승장구하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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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머스독과 비슷하지만 조금 더 기술력을 원천 경쟁력으로 삼고 있는 회사로는 2015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된 놈놈나우(NomNomNow)가 있다. 일반적인 펫푸드 스타트업이 기호성 부분에서 비교적 상대하기 용이한 개에 집중하는 데 반해 이 회사는 까다롭고 섬세한 입맛을 지닌 고양이를 위한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점이 눈길을 끈다. 반려동물 세계에서 고양이는 개에 비하면 아직 그 숫자가 적은 편이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숫자를 넘어선 시장 규모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놓치지 않은 것이다. 특히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들 중에는 고관여 소비자가 많다. 따라서 고가의 고급 제품을 선호하는 고양이 주인을 고려해 고양이 관련 제품을 포트폴리오에 넣은 것은 분명 탁월한 전략이다. 기술적 측면에서는 각 개체의 분변을 분석해 마이크로바이옴(체내에 서식하는 세균과 바이러스 등 각종 미생물)을 개선할 수 있는 맞춤형 먹이를 생산하는 것이 놈놈나우만의 차별화된 경쟁력이다. 비교적 최근에야 인간을 대상으로 한 마이크로바이옴 맞춤 제품이 등장한다는 것을 감안할 때 매우 선진적인 비즈니스 모델이라고 평가할 수 있다. 마이크로바이옴은 대장 건강의 측면에서 오래전부터 관심의 대상이었지만 최근에서야 크론병(만성 염증성 장질환)을 비롯한 다양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는 데 유용하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바이오제약업계의 큰 화두로 부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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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영국 런던에서 설립된 버터넛박스(Butternut Box)에 대한 언급도 빼놓을 수 없다. 이 스타트업은 개를 위한 프레시 푸드를 만드는 다른 회사들과 별 차별점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부산물, 보존재, 양을 늘리기 위한 눈속임 재료가 없는 이른바 3무(無) 음식임을 강조해 시장을 장악해나가고 있다. 이 회사의 홈페이지 메인 화면에는 개발자들이 자신들이 만든 애견용 음식을 시식하는 코믹한 영상이 올려져 있다. 이것만으로도 잠재구매자, 즉 개를 키우는 반려인들에게 그 어떤 마케팅보다도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5800만 달러로, 반려동물 음식 스타트업계의 최고 스타라 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눈여겨볼 회사는 지난해 설립돼 최근 20만 파운드에 달하는 초기 투자를 유치한 영국 스타트업 더팩(The Pack)이다. 이 회사는 개를 위한 비건 사료를 개발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식품 선택권이 없는 동물에게 주인인 인간의 취향을 강요하는 동물 학대라고 비판하지만 유럽 지역의 수많은 채식주의자 애견인으로부터는 열렬한 환영을 받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할로(Halo), 와일드어스(Wild Earth) 등이 비건 사료 라인을 론칭한 바 있지만 이 업체는 오로지 비건 사료만 생산한다는 점이 특이하다.

3. 하드웨어 펫 헬스케어
- 잘 먹고, 잘 싸고, 잘 운동하도록

사실 펫 비즈니스에서 가장 많은 스타트업이 포진해 있는 분야가 펫헬스다. 따라서 펫헬스 영역은 하드웨어 스타트업과 그 나머지를 구분해 보는 게 좋다. 우선 하드웨어 스타트업 중 두각을 나타내는 대표적 기업으로 오비(Obe), 톨레타(Toletta), 타일로(Tailio), 위슬(Whistle)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면서 가장 흔하게 사용하는 먹이 그릇과 물그릇에도 기술이 적용될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한 회사가 바로 미국의 오비다. 사람과 마찬가지로 동물에게도 얼마나 먹고 마시는가가 중요한 건강의 잣대다. 그런데 반려동물이 얼마나 먹고 마시는지 체크하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오비는 최신 사물인터넷(IoT) 기술을 접목한 스마트 먹이 그릇과 물그릇을 스마트폰 앱과 연동해 장기간에 걸친 먹이 섭취량과 음수량을 추적할 수 있게 한다. 또 이를 통해 반려동물의 소화기 계통 문제나 비만 등 만성 질병을 사전에 경고한다.

잘 먹는다면 그다음으로는 잘 싸는 것이 중요하다. 반려동물의 배설과 관련한 테크 기반 스타트업은 흥미롭게도 개보다는 고양이에게 집중돼 있는 편이다. 그간 고양이 배변과 관련한 하드웨어 스타트업들은 배설물을 자동으로 치우는 데 집중해왔다. 빨리 분변을 치우고 싶어 하는 반려인들을 고려한 시도지만 시장에서의 성과는 신통치 않은 편이었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대부분의 제품이 고양이의 배변 과정에 내포된, 생각보다 복잡한 요소를 충분히 고려하지 않았거나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양이가 이 화장실을 사용하지 않거나 사용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문제가 발생했다. 개발과 제조에 많은 비용이 소요되는 점 역시 한계로 작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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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시행착오를 감안해 최근에는 배설물을 자동으로 치우기보다는 화장실에서 얻을 수 있는 배변 관련 정보에 집중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일본의 유명 전자회사 샤프(Sharp)나 톨레타, 타일로 같은 기업 모두 배변량, 배변 간격, 배변에 소요되는 시간 등의 정보를 얻는 고양이 화장실 개발에 특화돼 있다.

한편 2010년 이후 폭발적인 성장세를 보이는 웨어러블(wearable) 분야는 개를 중심으로 발전하는 추세다. 초기에는 주로 GPS 트래킹 기능을 통해 개의 운동량을 측정하거나 분실 시 개의 위치를 파악하는 데 주안을 뒀다. 이 분야에서 가장 대표적인 회사는 미국의 휘슬(Whistle)이다. 컨설팅회사 베인앤드컴퍼니에서 반려동물산업 부문을 담당하던 컨설턴트 출신의 벤 제이콤이 2012년 설립했고, 2016년 미국에서 대형 펫테크 전문 펀드를 운영하는 마르스(Mars)에 1억1700만 달러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으며 인수됐다. 휘슬은 목걸이에 부착하는 펜던트 형태의 GPS 트래킹 장비와 허브를 개발, 출시했다. 이를 통해 스마트폰 앱으로 개의 산책을 비롯한 운동량을 모니터링할 수 있다. 최근에는 가속도 센서를 추가해 실내에서도 활용 가능하다. 특히 총활동량 외에도 그 구성 내용, 즉 걷기나 뛰기 같은 특정 동작까지 인지하는 기능으로 진화하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전자산업계의 오랜 강자였지만 빛을 많이 잃은 일본의 샤프도 최근 열심히 반려동물 시장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개가 아닌 고양이용 제품을 통해서다. 2018년 샤프는 고양이에게 자주 발생하며, 발병 24시간 만에 죽을 수 있을 정도로 치명적이고, 치료에도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는 요로 폐색 등 하부요로계 증후군을 모니터링하는 기능을 갖춘 스마트 화장실을 출시했다. 이 제품의 원리는 이렇다. 고양이의 경우 배뇨 빈도가 잦은 것이 요로 폐색의 주요 원인이기 때문에 이러한 빈도를 측정해 높아질 경우 요료 폐색 가능성을 경고하는 것이다. 아쉽게도 일본 현지에서만 판매되고 있지만 글로벌 기업의 반려동물시장 진출이라는 측면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4. 소프트웨어 펫 헬스케어
- 원격진료에 금융을 혼합

미국과 유럽 등지에서는 원격진료를 비롯한 다양한 ‘펫 디지털 헬스케어’ 서비스가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가장 대표적 사례로는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의 ‘펫 프로 커넥트(Pet Pro Connect)’를 들 수 있다. 세계적 제약사인 베링거인겔하임은 사람뿐만 아니라 가축이나 반려동물 의약품에서도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데 최근 수의사와 반려인을 연결해주는 원격진료 플랫폼을 출시했다. 반려인이 겪는 가장 큰 문제가 반려동물이 아픈지, 정상인지를 제대로 판단하지 못해 동물병원에 가야 할 골든아워를 놓치는 것이란 점에 착안해 이 서비스는 화상 전화로 수의사가 반려동물의 모습을 직접 관찰해 내원 여부를 조언해준다.

사실 이러한 베링거인겔하임의 서비스는 원격진료(telemedicine)라기보다는 원격으로 중증 또는 응급 여부를 판단하는 텔레트리아지(teletriage)의 개념에 속한다고 봐야 한다. 진정한 원격진료가 되려면 실제로 원격으로 진료하고 처방하는 것까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여기에는 제약이 존재한다. 미국을 예로 들자면 원격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최근 수개월 이내에 수의사가 해당 반려동물을 면대면으로 진료한 기록이 있어야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는 수의사의 원격의료가 원천적으로 금지돼 있다. 이런 이유에서 아직 반려동물 원격진료 사업에 한계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텔레트리아지는 특정 상황에서 큰 가치를 발휘한다. 야간 상황 및 고양이 진료 부분에서 특히 그렇다. 예컨대 새벽 1시에 반려동물이 이상 증후를 보이면 야간응급실을 운영하는 동물병원과 먼 곳에 거주하는 반려인들은 혼란에 빠지기 십상이다. 미국과 유럽의 소도시에서는 더욱 그렇다. 이러한 상황에서 텔레트리아지가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또 통계에 따르면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은 개를 키우는 사람에 비해 연간 동물병원 내방률이 20∼30%가량 낮다. 고양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기란 전쟁을 치르는 것에 가까울 정도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통제나 훈련이 어렵고 먹이사슬의 중간에 위치한 중위포식자 출신인 고양이는 새로운 환경에 놓이는 것을 잘 견디지 못한다. 병원에 데려가는 과정에서 예민해진 고양이가 할퀴는 바람에 보호자의 팔뚝이 선혈로 낭자해 지거나 동물병원이 난장판이 되는 일도 흔하다. 이런 상황 때문에 고양이의 내원 빈도는 떨어지게 되고 결과적으로 병을 키우는 상황으로 이어지곤 한다. 따라서 반려묘 가족에게 텔레트리아지는 긴요한 수단이 된다.

원격진료 분야에서는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는 기업이 최근 크게 늘었다. 현재 미국 및 유럽에서는 애스크벳(AskVet), 텔레벳(Televet), 에어벳(Airvet), 추이(Chewy), 폽(Pawp), 버추우프(Virtuwoof), 펫데스크(PetDesk) 등 여러 회사가 반려동물 원격진료 분야에서 각축을 벌이고 있다. 대부분 월 가입비 20∼30달러를 받고 수의사 또는 동물 행동 전문가가 화상을 통해 조언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들 서비스 중 일부가 금융과 결합된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는 점이다. 애스크벳과 폽은 특정한 조건(보통 해당 서비스를 일정 기간 이상 사용하는 조건)을 충족하면 최대 3000달러의 응급 진료비를 대출해 주는 방식으로 경쟁 우위를 구축하고 있다.

이외에도 톡톡 튀는 아이디어와 기술로 무장한 펫테크 스타트업이 적지 않다. 2016년 미국에서 설립된 스크래치페이(Scratchpay)는 동물병원 비용을 신용카드 없이 결제하는 서비스, 즉 핀테크와 펫테크를 결합한 서비스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있다. 일종의 긴급 자금 융통 서비스인 셈인데 일정한 수준 이상의 신용점수를 보유하고 있는 고객을 대상으로 별도의 복잡한 절차 없이 가입 즉시 최대 1만 달러의 동물병원비를 20%대의 금리로 최대 24개월간 분납할 수 있게 해준다. 발생한 병원비는 스크래치페이가 동물병원에 대납하기 때문에 고객과 스크래치페이 사이에는 차주-대주 관계가 발생한다. 흥미롭게도 일정 금액 이하로 6개월 내 상환을 약속할 경우 이자를 전혀 지불하지 않아도 된다. 이와 유사한 서비스로는 사람 및 동물의 병원비 모두에 적용 가능한 신용카드 서비스 케어크레디트(Carecredit)가 있다. 케어크레디트는 일반 신용카드와 동일한데 병원비 결제에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5. 반려인 데이팅 서비스
- 개를 사랑하는 사람끼리 사귀어 볼까요

지금까지 반려동물을 키우는 사람들이 구매•사용하지만 서비스의 수혜자는 반려동물인 펫 비즈니스 모델을 살펴봤다. 하지만 반려동물을 키우는 주체가 결국 사람이다 보니 반려동물을 매개로 사람의 후생을 증진시키는 서비스도 속속 선을 보이고 있다. 디그(Dig), 틴도그(Tindog) 등 개를 키우는 사람을 대상으로 한 데이트 앱이 이에 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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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첫선을 보인 미국의 스타트업 디그(Dig)는 개가 땅을 파는 행동에서 이름을 따왔다. 사랑하는 자신의 개와 함께 땅을 팔 개를 가진 ‘파트너’를 찾는다는 의미로 이름을 지었다고 한다. 디그는 개에 관한 대소사를 공유하고 개와 함께 참여하는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자연스럽게 새로운 사람을 만날 기회를 제공한다. 개가 공통된 관심사이자 아이스 브레이커(ice breaker), 분위기 메이커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일반 데이팅 앱보다 커플 성사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코로나 팬데믹으로 오프라인 이벤트는 완전 중단됐고 오로지 온라인을 통해 회원들을 연결하도록 사업 모델을 대폭 수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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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미국 기업인 틴도그는 유명 데이트 앱인 틴더에서 이름을 딴 서비스다. 단순 데이트 앱을 넘어 개의 건강, 품종, 행동 상담 같은 것들을 다루는 개 전문 매거진 기능도 한다. 개에 관한 다양한 콘텐츠로 구독자 및 참여자를 모으고, 이들 간에 자연스럽게 이슈를 공유하도록 해 관계가 형성될 수 있도록 하는 점이 흥미롭다. 일종의 콘텐츠 기반 데이트 앱인 셈이다.

국내에선 디지털 펫 헬스케어 활발

우리나라에서도 펫 휴머니제이션 현상이 일어나고 있지만 영미권의 그것은 우리보다 한참 앞서 있다는 것을 이처럼 다양한 펫테크 기업과 서비스에서 짐작할 수 있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미국인의 36%가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생일 선물을 주고, 27%가 전문 사진사를 고용해 반려동물의 초상 사진을 촬영하며, 90%가 반려동물을 자신의 가족으로 생각한다는 관련 통계를 볼 때 7 다양한 펫테크 스타트업의 발흥은 어찌 보면 당연하고도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국내의 반려 인구도 전 인구의 4분의 1에 육박한다. 통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국내에서 길러지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 개체 수는 1000만 마리를 상회한다. 향후 반려 인구 및 반려동물 개체 수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내에서도 펫 비즈니스는 명확한 ‘기회의 땅’인 셈이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들도 혁신을 시도하고 있다. 해외에 비해 아직 그 성과가 제한적인 것은 사실이나 새로운 도전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이다.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성과를 내고 있는 분야는 헬스케어다. 볼레디, 고미몰 같은 1세대 펫테크 스타트업들이 하드웨어 시장에 도전장을 내밀었다가 의미 있는 성장을 이뤄내지 못한 뒤 펫테크 시장이 잠시 침체됐지만 후속 세대가 헬스케어를 공략하며 꺼져가던 불씨를 되살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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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핏펫은 가장 뛰어난 성과를 내고 있는 스타트업이다. 2017년 설립 이후 3년여 만에 누적 투자 유치 금액 250억 원을 상회하며 매출도 연 100억 원을 바라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핏펫의 대표 상품은 소변으로 개의 건강 상태를 진단하는 솔루션으로, 이 스타트업은 반려동물 보험시장 진출 역시 꾀하고 있다. 아쉬운 점은 실제 매출의 상당 부분이 헬스케어보다는 사료 등 일반 제품을 판매하는 커머스에서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풍부한 유동성과 시장 내 공고한 입지를 바탕으로 의미 있는 헬스케어 부문의 성과를 기대해 본다.

커머스 분야에서는 좋은 성과를 내는 기업이 다수 포진해 있다. 그중 펫닥과 펫프렌즈가 선두를 달린다. 이들은 모두 핏펫과 유사한 시기에 사업을 개시했는데 다소간 결의 차이는 있지만 기본적으로 다양한 애완동물 관련 상품을 판매하는 플랫폼으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차이가 있다면 펫닥은 동물병원과의 공고한 관계를 기반 삼아 성장하는 전략이 두드러진다. 펫프렌즈는 1시간 내 총알 배송을 주요 전략으로 구사하고 있다.

국내 펫테크와 관련해서는 펫트너와 돌로박스를 언급할 만하다. 성장세는 아직 제한적이지만 펫트너는 영미식 펫시팅 서비스를 다소 변형해 수의사 및 수의학도와 수의테크니션 중심으로 펫시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독창적인 서비스 모델을 설계한 게 흥미롭다. 펫트너는 이러한 독특한 기획력에 힘입어 디지털헬스케어파트너스로부터 초기 투자 유치에 성공한 바 있다. 돌로박스는 이미 해외나 국내 다른 분야에서 비교적 널리 적용되는 구독 모델을 장난감, 사료, 간식 등으로 구성해 반려동물 분야에 적용했다는 점에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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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국내 스타트업의 하드웨어 기반 건강 및 생활 관리 서비스를 살펴보자. 필자가 대표를 맡고 있는 우주라컴퍼니는 개를 과감히 생략하고 성장세가 빠른 고양이에만 집중하는 펫 디지털 헬스케어 회사다. 현재 웨어러블과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질병의 증후를 조기에 포착하는 텔레트리아지에 집중하고 있다. 이후 체중, 배변 습관, 심음(心音) 등 추가적 데이터를 확보하고 이를 동물병원의 EMR(Electronic Medical Record) 데이터와 연동해 질병의 조기 경고 및 질병 발병 예측 모델로 진화시켜 나가고자 한다. 반려동물용 체중 관리 하드웨어 스타트업, 열사람도 좋은 성과를 내고 있다. 개, 고양이 할 것 없이 모두 사용 가능한 공용 하드웨어 플랫폼을 기반으로 반려동물의 체중을 관리하는 데 방점을 두고 있다. 체중은 가장 중요하지만 정기적 관리를 간과하기 쉬운 반려동물의 건강 정보다.

최근 10억 원의 투자를 유치한 골골송작곡가는 하드웨어 기반 국내 펫테크 스타트업 중 가장 선두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자동화된 배변 처리 기능을 갖춘 고양이 화장실을 시판 중인데 보통의 스타트업이 엄두를 내기 어려운 대형 하드웨어 제품인 고양이 화장실을 성공적으로 론칭했다는 점에서 그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다. 바램은 엘지유플러스와의 협업으로 널리 알려진 회사다. 원래 반려동물 분야에서 활동하던 기업은 아니었지만 탄탄한 로봇 기술을 바탕으로 반려동물의 행동에 능동적으로 반응하는 반려동물용 장난감, 이른바 인터랙티브 로봇 토이(interactive robot toy)를 개발했다. 이를 통해 GS홈쇼핑 등으로부터 55억 원 이상의 투자를 유치하면서 단숨에 하드웨어 기반 펫테크 기업의 대명사로 떠올랐다. 일반적으로 하드웨어 분야는 스타트업이 도전하기 어려운 것으로 여겨진다. 하지만 바램은 기존 사업을 통해 확보한 기술력과 인력, 자금을 근간으로 비교적 짧은 시간 안에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 좋은 성과를 낸 모범적 피벗 사례라 할 수 있다.

펫 비즈니스의 성공법칙,
No more old fashion!

펫 시장에서 성공하는 기업이 되기 위한 조건 내지 전략을 한마디로 압축한다면 필자는 ‘노 모어 올드 패션(No More Old Fashion)!’이라는 표현을 쓰고 싶다. 서두에서 강조했듯 세상은 변하고 있다. 기업 리더의 상당수는 중장년층의 남성이다. 그런데 펫 비즈니스에서의 최대 고객층은 구매력과 시장 영향력 모두에서 40대 미만의 여성이다. 이러한 고객 특성을 고려할 때 안전이나 위생을 담보할 수 없는 중국산 저가 장난감이나 사료로는 시장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

반려동물(pet)과 가족(family)을 결합한 ‘펫팸족’이라는 신조어가 나올 정도로 반려동물에게 큰 가치를 부여하는 잠재 고객들은 나의 반려동물이 동물로 대우받는 것을 참지 못한다. 이들은 내가 굶거나 질 낮은 음식을 먹을지언정 자신의 ‘아이’에게는 ‘인간’다운 삶을 선사하고 싶어 한다. 포털의 뉴스란을 찬찬히 보라. 유명 연예인이나 기업가가 연루된 사건 못지않게 개나 고양이에 대한 학대 뉴스가 자주 메인에 오른다. 이런 뉴스에 대한 댓글은 사람 대상 범죄의 그것 이상으로 뜨겁게 달아오르곤 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수많은 사람이 굶거나 부상이나 질병으로 사망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 길고양이나 유기견 한 마리의 죽음이나 부상이 큰 이슈가 된다는 게 일견 이해하기 어렵지만 이것이 펫휴머니제이션 시대의 ‘뉴노멀’이다. 펫 비즈니스를 하는 경영자가 반려동물을, 과거에 그랬듯 ‘사람 아래 동물’로만 여긴다면 그 기업에 미래는 없다고 강조하고 싶다.

그리고 또 주의할 게 있다. 반려동물 산업은 구매 결정자(반려인)와 최종 사용자(반려동물)가 분리된 채 병립하는 독특한 시장이라는 점이다. 참고로 현존하는 시장 중 이와 가장 유사한 형태의 시장이 유아동 시장이다. 하지만 유아동은 구매자(성인)와 사용자(아동)이 같은 종(種)이라 감정이나 생각의 많은 부분을 공감할 수 있다. 반면 동물은 그렇지 않다. 심지어 각 종마다 큰 차이가 존재한다. 그렇다 보니 발생하는 몇 가지 딜레마에 주의가 필요하다.

한 예가 맛있는 음식(사료)과 건강한 음식 사이의 딜레마다. 즉 개나 고양이가 입맛을 다시며 달려드는 음식이 꼭 그들의 건강에 좋다고 할 수 없는데, 이 때문에 기업은 결정의 문제에 봉착할 수 있다. 맛도 좋고 건강에도 좋으면 금상첨화겠지만 우리가 먹는 음식도 그러하듯 항상 그럴 수만은 없다. 단기적으로는 실제 돈을 쓰는 소비자, 즉 사람의 입장이 기업에 더 중요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100년까지 롱런할 수 있는 펫테크 기업으로 성장하고자 한다면 궁극적으로는 진짜 소비자인 동물을 위한 제품을 추구해야 한다. 자신의 반려동물에게 좋지 않은 구매 판단을 내리는 소비자를 계몽하고자 노력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어느 시점부터는 소비자의 외면을 받거나 심지어 부도덕한 기업으로 몰릴 수도 있다. 예전에 초등학생을 주 소비자로 삼던 수많은 불량식품 제조사가 대형 식품사로 성장하지 못한 이유를 생각해보면 이 점을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실제로 소위 ‘츄르’라고 불리는 고양이용 액상 간식 제품들은 입맛 까다로운 고양이도 잘 먹는다고 해서 매우 인기를 끌었지만 최근 이들 제품에 영양분은 거의 없고 염도가 지나치게 높다는 수의사들의 지적이 제기되며 고양이 집사들 사이에서 보이콧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마지막으로 아직은 시장 규모가 작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 개와 고양이 등 국내 반려동물 시장 총규모가 3조 원이다, 6조 원이다 논란에 휩싸인 지 오래이나 최소 3조 원 이상이라는 점에 대해서는 이견이 없는 것 같다. 문제는 반려동물 시장이라고 통칭하기에 적절치 않게 각 시장이 분절돼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개와 고양이 및 기타 소동물 등 종으로 구분되고, 사료•의료•용품•서비스 등 다시 종 내에서 세부 카테고리가 나뉘어진다. 그렇다 보니 규모가 큰 기업이 들어와 의미 있는 성과를 내기에는 사업의 효율성이 떨어진다. 다만 사람을 대상으로 한 제품•서비스에 비해 해외 시장 진출이 용이하며 전 세계 시장 규모가 작지 않다는 점에서 긍정적 측면이 존재한다. 특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 지역의 반려 인구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이른바 케이펫(K-pet) 내지 펫 비즈니스의 한류를 기대해볼 만도 하다.

‘케이펫’ 시대를 향해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10여 년 전 이마트에서 자신의 반려견 이름을 딴 펫숍을 열었다. 해당 펫숍이 경영 실적 측면에서 신세계그룹의 여타 프로젝트에 비해 크게 눈에 띄는 성과는 내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지만 날로 커져가는 반려동물 시장의 산업적 가치를 고려할 때 그의 사업가적 선구안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을 만하다.

국내에서 보기 힘든 프리미엄 제품군을 한데 모아 선보였고, 심지어 반려동물과 함께 입장할 수 있는 쇼핑 공간을 마련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이마트는 경쟁사 대비 동물 친화적이라는 평가도 얻었다. 삼성, 현대 등 대기업은 아직 ‘사람 고객’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가까운 미래에 직접 또는 오픈이노베이션 형태로 사람과 반려동물 모두를 위한 다양한 제품 및 서비스를 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삼성그룹 금융 계열사들의 오픈이노베이션에는 고양이용 디지털 헬스케어를 통한 보험료 합리화 솔루션이 응모 과제로 제시되기도 했다.

어찌 보면 펫 휴머니제이션이 화두가 된 현재 사람과 동물을 구분하는 것이 무의미할지도 모른다. 사람용 세탁기에 동물용 소형 세탁기가 부착되거나 사람용 냉장고 한편에 김치냉장고 대신 동물용 음식을 위한 냉장실이 마련될 수도 있다. 사람이 자리를 비운 사이 개와 고양이의 엔터테인먼트를 위해 상호교감형 장난감이나 TV 프로그램이 우리 일상으로 들어온 지 오래다. 동물을 사람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생각하고 고민하는 기업이라면 펫 휴머니제이션이라는 사람과 동물의 새로운 관계 정의 시대에 강력한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다.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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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용주 우주라컴퍼니 대표•경영학 박사 shim.yongju@ujura.com
심용주 대표는 국비유학생으로 브라질 상파울루경영학교(FGV-EAESP)에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현재 서울대 수의과대학 석박사통합과정에서 고양이의 행동을 연구하고 있다. 20여년간 고양이와 앵무새 등 다양한 동물의 브리더(breeder, 육종 및 인공증식전문가)로 활동했으며 고양이 전문 디지털 헬스케어 스타트업 우주라컴퍼니의 공동 창업자이자 대표이사이기도 하다. SBS ‘TV동물농장’을 비롯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동물을 사랑하는 대중과 소통하고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21호 Power of Voice 2021년 05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