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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일본의 업무 공간에 부는 변화

일본 지하철역 1인용 박스 오피스 인기
미술관, 사우나, 열차도 사무실로 변신 중

정희선 | 318호 (2021년 04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사회적인 변화가 비교적 더디게 일어나는 것으로 알려진 일본에서도 일하는 공간의 모습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위성 오피스의 증가, 도심에서 외곽으로의 이전, 터치리스 기술의 도입, AI와 사물인터넷을 이용한 혼잡도 예방 등 코로나19 이후 오피스는 더 분산되고, 더 스마트해지는 중이다. 무엇보다 전통적인 오피스를 만들던 개발업자들뿐만 아니라 안경 제조사와 커피숍, 캠핑용품 제조사, 호텔 등 전혀 다른 산업들까지 새로운 업무 공간을 제시하며 변화의 틈새에서 기회를 찾고 있다. 이에 따라 지하철역, 자가용이나 기차, 미술관, 사우나 등 기존에는 상상하지도 못했던 공간들이 업무용으로 변신하면서 오피스의 경계를 해체, 확장하기 시작했다.



오피스는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 19)은 우리가 가지고 있던 공간에 대한 인식과 활용 방안을 크게 바꿔 놓았다. 그중에서도 특히 일하는 공간에 커다란 변화가 일고 있다. 일하는 장소가 분산되면서 사람들의 행동반경이 바뀌었고, 소비가 이뤄지는 장소도 자연스럽게 이전과 달라졌다.

모든 게 더딘 것처럼 보이는 일본 사회에서도 최근 1년간 일하는 공간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으며 일본 기업도 이에 대응하는 데 여념이 없다. 변화는 누군가에게는 기회이기도 하다.

1. 오피스가 분산되고 있다

오피스 분산은 코로나19 확산 전부터 감지된 변화이다. 일본에서는 최근 3년간 ‘일하는 방식 개혁(働き方改革)’이라는 말이 자주 들린다. 이는 일본 사회의 고질병으로 꼽히는 긴 야근 시간을 줄이고 일과 삶의 균형을 가지자는 취지로 정부가 시작한 캠페인이다. 캠페인의 일환으로 히타치 제작소와 후지쓰 같은 일본 대기업 중 일부는 위성 오피스(Satellite office)를 설치하고 주 1∼2회 재택근무를 장려하기 시작했다.

일부 대기업에 한정돼 2018년 즈음부터 시작된 이런 변화는 2020년 3월 코로나19를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됐다. 출근하는 인원을 줄이기 위해 위성 오피스를 만드는 기업도, 이미 있는 공유 오피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 기업도 있다. 한 예로, 후지쓰는 2023년까지 도쿄 본사를 포함한 기존 오피스를 절반으로 줄이고 재택근무와 위성 오피스를 확대하기로 결정했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에는 일본 각지에서 근무하는 직원 8만 명을 재택근무로 돌리면서 사무실 출근 인원을 전체 인원의 25%로 제한했다. 그리고 이렇게 위성 오피스에 대한 수요가 커지자 부동산 대기업들은 공유 오피스 사업을 공격적으로 확대했다. 미쓰이부동산이 운영하는 공유 오피스 ‘워크스타일링(Work Styling)’의 경우 2020년 여름까지 55개가 운영 중이었으나 2021년 2월, 100개까지 늘어났다.

기업들이 임대료가 비싼 지역에서 빠져나가 본사를 외곽으로 옮기는 움직임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지난해 미국의 휴렛팩커드 엔터프라이즈(HPE)와 오라클(Oracle)이 실리콘밸리를 떠나 텍사스 오스틴으로 본사를 이전할 계획을 밝혔던 것과 같은 변화가 일본에서도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인재 파견 기업 파소나그룹(Pasona Group)은 도쿄 본사의 주요 부서를 2020년 12월부터 단계적으로 일본 효고현에 위치한 아와지섬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했다. 본사 직원 4600명 중 1200명이 이전 대상이다. 창업자 야스유키 난부 대표는 니혼게이자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아와지섬은 임대료가 수도권의 5분의 1에 불과해 경비를 절감할 수 있으며 이렇게 절감한 비용을 사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고 말했다.

2. 오피스가 스마트해지고 있다

하지만 모든 기업이 교외로 이전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업무의 특성상 여전히 중심 업무 지구에 모여 있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기업들에 주어진 선택지는 바로 오피스 내 밀집을 피하고 움직임을 분산하는 기술을 활용하는 것이다. 이를 도와줄 스마트 기술에는 버튼이나 패널 등을 직접 만지지 않고도 조작 가능하게 하는 ‘터치리스(touchless)’ 기술이 있다. 엘리베이터 제조업체인 후지테크(Fujitec)는 엘리베이터 버튼을 손으로 누르지 않고 근처에 손을 갖다 대기만 해도 적외선 센서를 이용해 가고자 하는 층이 눌러지는 기술을 개발했다. 또한 미쓰비시전기의 엘리베이터는 안면 인식 기술을 활용해 직원의 얼굴과 근무하고 있는 층을 연동해 얼굴 인증만으로 직원이 일하는 공간으로 이동한다. 엘리베이터뿐만 아니라 터치리스 기능이 담긴 패널도 속속 시장에 등장하고 있다.

인공지능(AI) 및 IoT를 활용해 오피스의 혼잡을 예방하려는 시도도 있다. 소프트뱅크 본사가 이전한 ‘도쿄 포트시티 다케시바(Tokyo Port City Takeshiba)’라는 건물은 2020년 9월 오픈했다. 소프트뱅크와 빌딩 개발사인 도큐부동산은 인공지능 카메라와 센서 등 1000대가 넘는 최첨단 장비를 설치해 건물의 혼잡도를 실시간으로 측정하고 입주사 직원들에게 전달한다. 이 같은 스마트 기술은 직원들의 출근 시간이나 점심시간을 분산시킴으로써 감염 리스크와 스트레스를 줄여준다. 앱을 활용하면 빌딩 내 점포나 화장실의 혼잡도까지도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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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정희선hsjung3000@gmail.com

    유자베이스 애널리스트

    정희선 애널리스트는 미국 인디애나대에서 MBA를 취득한 후 글로벌 컨설팅사 LEK 도쿄 지점에서 경영 컨설턴트로 근무했다. 현재는 산업 및 기업 정보 분석 플랫폼을 제공하는 일본 유자베이스(Uzabase)에서 애널리스트로 활동 중이다. 『도쿄 리테일 트렌드』, 『도쿄 트렌드 인사이트』를 출간했고 일본 트렌드 관련 칼럼을 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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