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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7. AI for Business : 비즈니스 영역에서 AI와의 협업 어떻게

AI 전문가를 현업에 배치하는 것보다
현업 인재 상대로 AI 교육 실시하는것이 효과적

김윤진 | 312호 (2021년 01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디지털 시대에는 아날로그 시대의 규모의 논리와 무관한 새로운 질서가 형성되고 있으며, 모든 영역에서 인간과 AI가 협업하지 않고는 경쟁력을 가질 수 없다. 그렇다면 비즈니스 영역에서 인간과 AI의 협업을 어떻게 달성할 수 있을까? 첫째, AI를 적용하는 데 있어 사람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고, 사람들의 힘을 빌려 양질의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 둘째, AI가 사람의 편향을 확대 재생산해 사회적 비용을 키우지 않도록 감시해야 한다. 셋째, 단순 AI 도입을 넘어 협업 체계 구축부터 먼저 고민해야 한다. 아울러 기업의 내부 인력을 양성할 때는 기술 인재를 찾는 데 급급하기보다는 현업의 문제를 알고 올바른 방향을 제시할 실무 인재들을 상대로 AI를 교육하는 데 초점을 둬야 한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인턴 연구원 이재영(장안대 인터넷정보통신과 4학년) 씨가 참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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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인공지능)가 비즈니스를 혁신할 것인가? 제프 빅햄(Jeff Bigham) 미국 카네기멜론대 컴퓨터 과학 교수는 “AI는 결국 사람의 지능에서 영감을 받고, 사람의 데이터를 통해 강력해지고, 사람의 경험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때 비로소 가치가 있다”고 말했다. 이는 AI를 도입하는 데 있어서도 결국 ‘사람’이 핵심이라는 메시지를 던진다. 비즈니스 영역에서도 예외는 없다. AI에 대해 이야기할 때 기술이나 알고리즘 자체에만 신경을 쓰고 사람을 간과하는 것은 큰 패착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AI의 의사결정에 따라 행동하는 주체가 사람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법원에서는 이미 AI를 도입해 기소자의 연령, 전과 기록 등을 바탕으로 사람의 구속과 석방 여부를 결정하기 시작했다. 또한 국내에서는 KB국민은행 등이 AI를 인사 시스템에 적용해 데이터 수집 결과를 바탕으로 직원들을 업무에 배치하고 있다. 사람이 AI의 결정에 따라 수동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적응하거나 저항하는 사례도 있다. 쇼핑몰 등 판매자들이 구글 같은 검색 엔진 알고리즘의 작동 방식을 이해하고, 자신들의 콘텐츠를 상단에 띄우기 위해 AI와 맞서는 ‘검색 엔진 최적화’가 대표적인 예다. 과거 경찰관에게 돌을 던지던 시위대가 이제는 안면 인식 AI와 싸우기 위해 레이저 포인터로 CCTV를 쏘는 것도 AI의 약점을 파고들어 맞서는 시도의 하나다.

동아비즈니스포럼 2020의 조인트 세션인 ‘AI 포 비즈니스’의 강연을 맡은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는 “결국 가치를 만들어내는 건 사람이기 때문에 AI를 비즈니스에 도입함에 있어 AI만 생각하는 접근은 위험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회사에 AI를 도입해 사람들과 협업하게 만드는 과정은 결코 녹록지 않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모델을 학습시키는 머신러닝 강의 등이 온라인에 넘쳐난다 해서 실무에 바로 적용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조직의 목표를 설정하고, 조직이 풀고자 하는 문제와 현업의 니즈를 파악하고, 모델을 실제 제품의 UI나 서비스와 연동하는 부분에 많은 고민과 전문성이 필요하다. AI가 비즈니스의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시대, 기업들이 어떻게 하면 AI를 성공적으로 도입해 혁신할 수 있을지 ‘AI 포 비즈니스’의 주요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인공지능이 이끄는 비즈니스 혁신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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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포 비즈니스’의 첫 번째 강연자로 나선 김경준 딜로이트컨설팅 부회장은 코로나 이후 AI가 이끄는 혁신이 가속화됐다고 설명했다. 교육이나 공공 부문처럼 디지털 전환이 비교적 더디게 진행되던 영역들도 코로나 이후 디지털 전환을 하지 않을 수 없게 되면서 모든 산업에 걸쳐 예외 없이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로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지면서 원격 교육이 시작됐고, 직장인들이 회사에 가지 못하게 되면서 재택근무가 일상화됐다.

김 부회장은 오늘날의 디지털 전환을 정보 혁명과 똑같은 관점에서 바라볼 것을 주문했다. 1980년대 앨빈 토플러는 ‘제3의 물결’을 처음 이야기하면서 컴퓨터와 휴대폰의 보급으로 정보 산업이 새롭게 태동하고 성장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이 기존 산업에 침투해 정보화 혁신을 이룰 것이라고 예측했다. 그리고 실제 혁신의 결과 1990년대 유통, 미디어, 제조 등 전 산업은 1980년대와 완전히 다른 모습을 띠게 됐다. 디지털 시대로의 전환도 똑같다. 처음에는 AI, 클라우드, 플랫폼 기반의 산업이 새롭게 태동하고 성장하다가 궁극적으로는 이 기술이 기존 산업에 침투하게 될 것이다. 이미 재래시장에서 생선가게를 운영하는 분들마저 ‘온라인 판매를 해야 하냐?’를 고민하고, 동네 맛집 점포들의 명암이 배달 플랫폼에서 얼마나 노출되는지에 따라 엇갈리는 상황이 기존 산업의 격변이 본격화했음을 보여준다.

그렇다면 2020년 디지털 전환의 변곡점을 맞이해 기업들은 어떻게 달라져야 할까? 이제는 특허, 기술, 브랜드도 중요하지만 기업의 핵심 자원이 데이터, 알고리즘, AI로 대표되는 사이버 자산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데이터를 입력하고 알고리즘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밸류 크리에이션(value creation) 블랙박스’ 없이는 아무것도 만들어낼 수 없는 시대가 된 것이다. 고객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고 사업 전략도 바꿔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크게 인프라 사업자, 플랫폼 사업자, 정보 제공자, 제품 제조사 등 네 가지 사업 모델이 존재한다. 앞의 세 가지 유형은 데이터베이스(DB) 기반의 디지털 사업 모델이지만 마지막 하나는 아날로그 사업 모델이다. 이 아날로그 사업 모델을 가진 제품 제조사들은 시대에 맞게 체질을 바꿔야만 생존할 수 있다. 제품 제조만 열심히 해봤자 이익은 앞선 디지털 사업자들에 다 빼앗기거나 양보해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제품 제조사들의 성공적인 변신이 바로 AI에 달렸다. AI는 인간이 사용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다. 과거에는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수립하는 것까지 전부 인간의 몫이고 프로세스 구현 단계에서만 기계가 도입됐다면 이제는 문제를 발견하는 첫 단계에서부터 인간과 기계가 협력할 여지가 생겼다. 인간과 기계의 상호작용 범위가 확장되고 있는 셈이다. 또한 산업혁명이 기계화에, 정보화 혁명이 자동화에 초점을 뒀다면 디지털 전환의 핵심은 의사결정(decision)에 있다. 인간이 혼자 하던 판단을 기계가 도우면서 자칫 편향적이거나 경험이 제한될 수 있는 개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완성도를 높여가고 있다. 기업 관점에서 보더라도 이제 AI가 의사결정을 요구하는 모든 형태의 기업 활동에 다 적용될 수 있게 됐다.

실제로 AI 활용 분야는 전방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미국에서는 F-16이라는 첨단 전투기를 가장 잘 조종하는 우수 조종사 ‘탑건’이 AI 조종사와 맞붙은 적이 있었다. 그런데 이 AI는 미사일을 쓰지 않고 기관포만 쓰는 조건에서도 탑건을 5대0으로 완전히 이기면서 큰 화제를 모았다. 이 승부로부터 미국 공군이 얻은 교훈은 두 가지였다. 첫째, 디지털 시대에는 아날로그 시대에서의 규모의 논리와 무관한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질 수 있다. 실제로 여덟 번의 토너먼트를 거치는 동안 직원이 100명 남짓인 중소기업 ‘헤론 시스템(Heron Systems)’이 개발한 AI가 준결승에서 F-22, F-35 등 최첨단 전투기를 만들어 왔던 세계 최대 ‘록히드마틴(Lockhead Martin)’의 AI를 뛰어넘고 우승을 거머쥐었다. 둘째, 미래의 전장에서는 인간과 기계가 철저하게 협력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유인기가 편대장을 맡고, 무인기가 편대원을 맡는 등 AI와의 역할 분담이 어떤 식으로 이뤄져야 효율이 극대화되는지가 전투를 통해 확인됐다.

이처럼 지금도 어딘가에서(where), 누군가는(who), 어떤 방식으로든(how) AI, 데이터, 알고리즘을 활용해 각 분야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가고 있다. 새로운 회사는 물론 기존 회사들도 이런 기술을 활용해 사업하는 방식을 바꾸고 있기에 이런 변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미래가 없다. 정리하자면, 디지털 격변이 가속화되고 있고 AI가 이 디지털 시대 사업의 필수 조건이 된 만큼 AI를 업종에 맞게 적절한 형태로 커스터마이즈(customize)해 도구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한다. 디지털 시대에는 AI가 곧 비즈니스의 엔진이다.



비즈니스 영역에서의
Human-AI Collaboration

김주호 KAIST 전산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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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주호 KAIST 교수는 기업들이 이 AI란 엔진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중간에 좌절하지 않기 위해서는 세 가지 장벽을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째, AI를 비즈니스에 성공적으로 적용하려면 생각보다 엄청난 양의 수작업이 필요하다. AI와 컴퓨터 비전 기술의 기반이 되는 데이터세트인 이미지넷에는 1400만 장의 이미지가 2만2000개 정도 카테고리에 걸쳐 분포돼 있다. 갈수록 딥러닝의 에러율이 낮아지는 까닭 역시 이런 큰 스케일의 데이터가 있기 때문이다. 관건은 데이터를 모으는 것인데 이 작업을 하는 주체가 바로 사람이다. 다시 말해, 양질의 데이터세트를 만들고 AI에 정답을 가르쳐줄 수 있는 건 여전히 사람이라는 의미다. 어떤 이미지에 자동차가 있는지, 없는지 등 정답을 달아주는 작업을 소수의 힘으로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런 작업은 크라우드소싱 등의 방식으로 외부 집단이 수행하게 된다. 이렇게 많은 수의 사람들이 조금씩 작업을 하다 보면 다양성과 효율이 올라가 큰 문제를 풀게 되기도 하고, 크라우드가 전문가의 성능을 능가하게 되기도 한다. 미국에서는 아마존의 ‘메캐티컬 터크(Mechanical Turk)’ 등 수많은 플랫폼이 각종 비즈니스에서 의뢰하는 이미지들에 정답을 달아주고 있고 우리나라에서도 디지털 뉴딜의 대표 과제인 ‘데이터 댐’ 사업의 개시로 단순 반복 작업이란 의미에서 ‘21세기형 인형 눈 붙이기’라 불리는 데이터세트 구축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이렇듯 AI의 학습 데이터를 모으고, AI의 오류를 개선하는 작업들은 사람이 수행한다. 유명한 기술 회사에는 수천 명의 비정규직이 고용돼 하루 종일 이런 데이터 작업에 매달린다. 그런데 우리는 ‘최첨단의 전자동 AI 기술’이라는 데만 주목하지 ‘수천 명의 피땀 어린 노력’에 대한 이야기는 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마치 AI의 등장으로 수작업이 사라지는 듯한 착시를 겪지만 AI 시대에도 가장 중요한 자원은 이런 사람들의 일이다. 다만 1800년대 미국 골드러시 때 열심히 금을 캔 건 광부들이지만 부자가 된 건 리바이스나 철도를 깐 스탠퍼드였듯이 빅데이터 AI 시대에도 돈을 버는 건 인프라나 플랫폼을 구축한 회사들일 것이다. 데이터세트를 갖추고, GPU를 만들고, 클라우드 인프라를 제공하는 회사들이 주도권을 쥐는 시대가 됐다.

둘째, AI는 높은 사회적 비용을 가져올 수 있다. 가령, 구글의 포토 앱은 이미지를 자동 인식해 강 물줄기가 어디 있는지를 찾아준다. 그러나 예전에 크게 문제가 된 바 있듯 흑인을 고릴라로 인식하는 등 치명적인 실수를 저지르기도 한다. 이런 게 바로 AI를 서비스에 적용했을 때의 반대급부다. 유튜브의 추천 알고리즘 역시 우리가 보고 싶은 것을 알아서 보여주는 장점을 가지지만 한편으로는 음식을 편식하듯 계속 비슷한 것만 보게 만든다. 즉, 우리가 닫힌 사고를 하고, 다양한 의견과 생각을 접하지 못하게 하는 단점도 가진다. 이처럼 AI는 데이터를 통해 작동하기 때문에 쓰레기가 들어가면 쓰레기가 나간다. 데이터와 관련된 의사결정이 완전히 중립적이고 객관적일 수 없으며 데이터세트 이미지가 얼마나 다양한지, 어떤 게 포함이 되고, 어떤 게 빠지는지에 따라 결과가 좌우된다. 자연히 사람들의 고정관념이나 편향이 고스란히 녹아 있을 수밖에 없다. 가령, 데이터세트에 프로그래머 카테고리를 보면 컴퓨터 앞에 죄다 젊은 백인들이 앉아 프로그래밍을 하는 사진으로 도배돼 있다. 일부 현실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지만 AI의 문제는 현실의 편향을 그대로 배워 확장할 수 있다는 데 있다.

그래서 데이터의 편향을 고쳐주는 시도가 필요하다. 인종, 성별 등을 다양하게 제공함으로써 AI가 다양한 정답을 학습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 예를 들어, 채용 의사결정을 담당하는 AI라면 인종, 성별, 학벌 등을 보지 않고 정말 블라인드 채용 취지에 맞게 설계된 알고리즘을 가져야 하지만 실제 알고리즘은 그렇지 못하다. 이런 AI의 사회적 비용이 커지게 되면 AI를 적용하지 않았을 때보다 썼을 때 오히려 큰 피해가 초래될 수도 있다. 이미 유럽에서는 회계감사를 수행하듯 AI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감시하고 설명 가능성, 투명성을 확인하는 규제들이 계속 등장하고 있다. 또한 농업 생산성이 엄청나게 향상되자 유기농이라는 새로운 시장이 열리고 대량 생산 시대에 핸드메이드의 가치가 올라간 것처럼 AI가 대세가 되면 ‘AI가 없는’ 전문가 추천 서비스 시장이 열리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셋째, 아직 개인과 조직 차원에서 인간과 AI의 협업에 대한 대응이 미흡하다. 불과 며칠 전 딥마인드의 ‘알파폴드2’라는 AI가 생물학계의 최대 난제를 풀어 사람들을 놀라게 한 바 있다. 이처럼 연일 AI가 게임, 의료, 법률 각 분야에서 사람을 이겼다는 뉴스들이 나온다. 물론 AI의 기본 목적이 ‘사람의 모사’인 만큼 AI는 사람을 따라잡고 넘어야 할 존재로 볼 수밖에 없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인간과 AI를 대결 구도로 봐서는 한계가 있다. 최근 체스의 세계에서 사람과 컴퓨터가 협업하고 있듯 사람이 혼자 하던 일을 컴퓨터와 팀을 이뤄서 하는 게 점점 중요해질 것이다. 공동의 목표를 가지고 업무를 분담해야지 이를 제로섬(zero sum)게임으로 봐서는 안 된다. 이렇게 상호작용을 했을 때 높은 수준의 자동화와 AI의 적용이 가능해질 것이다.

최근 김 교수의 연구실은 온라인에서의 토론을 지원하는 AI 기반의 시스템인 ‘이솔루션 체크’를 개발했다. 이 시스템은 메신저나 채팅, ‘슬랙’ 등의 메신저를 통해 토론할 때 채팅장이 빠르게 흘러가다 보니 놓치기 쉬운 내용들을 AI로 요약 정리해준다. 이때 AI가 토론의 문맥을 자동으로 파악해 적절하게 추천 멘트를 날리기도 하고 “아이디어가 더 없으신가요” “근거가 있으신가요” “말씀 많이 안 하셨던 분 한마디 해줄 수 있으신가요”처럼 진행자가 할 법한 이야기를 문맥에 맞게 제시한다. 실제 진행자는 클릭 한 번으로 이 추천 메시지를 활용한다. 인간이 주도를 하되 AI가 토론의 더 원활한 진행을 돕는 식이다. 마찬가지로 엔비디아에서 만든 ‘고갱(GauGAN)’이란 시스템은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스케치로 표현하면 컴퓨터가 그 의도를 파악해 초고해상도의 사진을 실시간으로 만들어준다. 이 역시 유기적인 협업의 사례가 될 수 있다.

이처럼 AI를 비즈니스에 도입하는 일은 만만치 않고 앞의 세 가지 장벽을 넘을 때 달성될 수 있다. 첫 번째 장벽을 극복하려면 사람들의 힘을 빌려 데이터를 정확하게 정리하고, 양질의 데이터를 모을 수 있는 환경과 인프라를 구축해야 한다. 두 번째 사회적 비용을 줄이려면 AI를 적용하는 데 그치지 말고 사용자 경험(UX)을 최우선에 두면서 사용 동기, 신뢰, 피드백, 투명성 등을 계속해서 강화해야 한다. 세 번째 장벽을 극복하려면 ‘AI를 도입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AI와 인간의 협업 체계를 도입한다’라는 마음으로 AI를 어떻게 조직에 녹일 수 있을지를 고민해봐야 한다.



내부인력 양성을 통한 AI 혁신 전략

손진호 알고리즘랩스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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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랩스의 손진호 대표는 AI 혁신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이에 걸맞은 내부 인력 양성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AI의 가치는 특정 영역에만 기술을 적용하는 게 아니라 이런 인력을 통해 기업 전반의 밸류체인에 걸쳐 적용할 수 있는 데 있기 때문이다. 맥킨지는 2030년까지 전 세계 기업의 70%가 AI를 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AI 기술이 3∼4개월마다 성능이 2배씩 좋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기업 내 현업 담당자들이 그 속도를 감당하면서 기술을 익히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실무를 제쳐 두고 기술에만 몰두할 수는 없는 상황에서 코딩이나 수학적 지식을 배우는 것보다는 어떻게 쉽게 이미 있는 기술을 기업 내부에 들일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하다. 기업 입장에서도 알고리즘의 정확도를 90%에서 90.1%로 끌어올리는 일보다 실무 인재들이 AI가 아직 도입되지 않는 업무 영역을 잘 발굴해 이 90%로 검증된 알고리즘을 적용하도록 교육하는 일이 더 의미 있을 수 있다.

매스웍스(MathWorks)에 따르면 AI가 지능을 발휘하도록 하려면 세 가지가 필요하다. 바로 인사이트(insight), 인테그레이션(integration), 임플리멘테이션(implementation)이다. 인사이트란 현장의 페인포인트(pain point, 통점)를 정의하고, 자신의 업무 중 어디에다 AI를 써볼지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것을 뜻한다. 뉴질랜드의 한 낙농업 기업은 이 세 가지의 중요성을 보여준 사례다. 생우유를 원료로 치즈, 버터 등 유제품을 생산하는 공장을 운영하던 이 기업은 우유를 투입한 뒤 곧바로 제품 품질을 예측하기 어려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AI를 생산 공정에 도입했다. 원래는 공장에서 유제품 가공을 시작하고 며칠 뒤에나 품질을 확인할 수 있었는데 이를 실시간으로 파악해 품질과 유통기한에 걸맞은 납품처를 조정하고 세부 계획을 수립하려 했다. 이에 회사는
6년간의 우유, 공장, 품질 관련 데이터를 통합해 AI 모델을 만들었으나 이 모델은 가동 초기부터 품질을 제대로 예측하는 데 실패했다. 현업에서 유제품을 만들어보지도 않은 사람들이 가설을 세우다 보니 모래사장이나 백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것처럼 연일 헛다리를 짚고 프로젝트 기간과 비용이 늘어났다.

하지만 실제 유제품을 만들어본 사람이 참여하자 상황이 달라졌다. 기업의 AI 모델이 처음에 실패했던 까닭은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공장마다 다른 알고리즘을 개발하지 않고, 데이터를 무작정 합쳤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공장에서 실제 일해 본 사람들은 각 공장의 차이를 무시하고 데이터를 통합해 하나의 AI 모델을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바로 이해했다. 공장마다 장비가 다르고, 기후가 다르고, 가동 빈도 등도 다르기 때문이다. 이처럼 현장의 도메인 지식이 있는 사람들이 AI 모델 개발에 관여하고 데이터를 다시 샘플링하자 공장별 AI 품질 예측의 정확도가 크게 향상됐고 프로젝트의 진행 속도도 빨라졌다.

이처럼 데이터 사이언티스트에게 가장 필요한 역량도 수학적 지식이나 코딩이 아니라 도메인에 대한 지식이다. AI 전문가보다는 AI 기술을 단시간 내에 효율적으로 익힌 도메인 전문가가 최적의 솔루션을 내놓는 데 더 적합할 수 있다. 알고리즘이 이 도메인에 대한 지식만큼은 따라잡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기업들도 내부 실무 인재들에게 AI를 교육하고 이미 나와 있는 기술에 대한 활용 능력을 배양하는 방향으로 내부 인력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구글 브레인을 총괄했던 앤드루 응(Andrew Ng) 교수는 처음 몇 개의 AI 프로젝트가 가장 가치 있는 AI 프로젝트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첫 번째 시도가 있어야만 그게 완벽하지 않더라도 유의미한 성과로서 기업 내 공유가 되고 가장 가치 있는 프로젝트를 낳는 초석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첫 번째 AI 프로젝트를 주도적으로 기획, 실행할 수 있는 주체가 바로 실무 인재이며, 이런 내부 인력을 양성해 모든 비즈니스 영역에서 AI 도입의 첫 단추를 끼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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