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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3. AI를 활용한 인재 선발, 어떻게 운용해야 할까

AI가 지원자의 역량 등 비인지 영역 측정
기업-직무별로 최적화하는 것이 관건

최원호 | 309호 (2020년 11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채용은 비즈니스 성공의 ‘치트키’로 꼽힌다. 문제는 중요한 만큼 어렵다는 것이다. 선발자는 지원자의 내밀한 면까지 속속들이 들여다보고 싶지만 지원자는 단점은 최대한 숨기려고 노력한다. 단시간에 서류와 대면 면접으로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어려운 이유다. 학력이나 경력이 업무 성과와 큰 연관이 없다는 연구도 있다. 그렇다면 누구를, 어떻게 뽑아야 할까. 지원자가 해당 직무에 적합한 적성을 가지고 있는지, 우리 회사의 기업 문화와 맞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한데 이는 지식, 말투, 표정 같은 인지 영역보다 역량, 본능, 본성 같은 비인지 영역에서 나타난다. 이 비인지 영역을 잘 파악해 사람을 뽑는 것이 중요하다. 인공지능(AI)이 이를 알아내는 열쇠 역할을 할 수 있다. 이미 국내외에서 여러 기업이 AI를 활용해 채용을 진행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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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에서 다루는 다양한 분야 중 한 가지만 선택하고 집중해야 한다면 어떤 분야를 가장 우선해야 될까? 돈을 버는 사업이 될 수도 있고, 돈을 관리하는 재무가 될 수도 있고, 제품과 기술 또는 마케팅이라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분야는 ‘인사’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펼쳐질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더욱더 인사의 중요성이 커질 것이다. 그렇다면 인사 중에서 어떤 분야가 가장 중요할까? 인재를 선발하는 채용일 것이다. 채용은 기업 경영의 시작이고 조직을 성장시킬 씨앗을 고르는 일이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인재들의 역량 수준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지원자를 모두 채용해 훌륭한 인재로 키울 수 있다면 더 바랄 나위 없지만 시간과 자원은 항상 부족하기 때문에 그럴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래서 우리 회사, 그리고 해당 직무에서 잘 클 수 있는 사람을 뽑아 훌륭하게 키우는 것이 중요하다. 그런데 잘 클 수 있는 사람을 선별하는 일 자체도 쉬운 일이 아니다. 잘못 선별한 결과는 기회비용을 크게 요구하게 된다.

기업들은 무엇으로 인재를 선발하고 있을까? 1차적으로 기업은 인재와 서류를 통해 만난다. 기업이 확보한 몇 장의 서류에는 그 사람의 역량이나 자질이 제대로 기록돼 있지 않다. 지원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에서 학력이나 스펙은 역량을 대변하는 신호 역할을 한다. 이력서에 기재된 학력이나 어학 점수를 포함한 스펙이 ‘나는 괜찮은 사람’이라는 광고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수많은 청년이 취업과 입사를 위한 스펙 쌓기에 골몰한다. 기업이 스펙을 고려하지 않겠다고 선언해도 젊은이들의 마음을 돌리기는 역부족이다. 남들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는데 자신만 가만히 있으면 불안감이 커지기 때문이다.

스펙이란 말은 공학 분야에서 설명서나 시방서를 의미하는 ‘specification’에서 유래했다. 기계나 건축물에 적용하는 용어를 사람을 평가하는 기준으로 삼는 것은 우리 사회가 사람을 얼마나 기계적 수단으로 여기고 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과거에는 사람이 생산을 위한 수단으로 취급됐지만 지금은 사람을 ‘목적’으로 하는 기업이 좋은 성과를 내고 지속적으로 성장한다. 스펙이 지원자의 역량과 성장 가능성을 보장할 수 있을까? 과거 면접을 진행하다 보면 유수한 대학을 졸업하고 소위 최고의 스펙을 쌓은 지원자들이 많았다. 이들 대부분은 어린 시절부터 공부를 잘해 부모와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익숙해져 있다. 부모와 교사로부터 오직 공부를 잘한다는 칭찬만 듣고 자란 사람은 시키는 일은 잘할지 몰라도 자발성은 매우 낮다.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업 성장을 위해 이런 인재들은 성과를 낼 수 없을뿐더러 조직 생활에 적응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스펙은 지원자의 역량을 증명해주지 못한다. 진짜 역량은 자신의 성장 과정에서 세상과 상호작용을 통해 체험하고 경험한 것으로부터 내재화된 잠재 역량이다.

HBR(하버드비즈니스리뷰)에 발표된 연구1 에 따르면 영업 직무의 경우 경력이나 신입이 입사해 6개월에서 14개월이 지나면 학력이나 경력에 관계없이 업무 성과에 큰 차이가 없다고 한다. 삼성그룹에서 30년간 인사 업무를 담당했던 전문가는 『면접의 비밀』이라는 책에서 “채용 당시 상위 성적 20%였던 그룹과 하위 20%인 그룹의 업무 성과를 5년간 관찰한 결과 입사 성적과 업무 성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었다”고 말한다. 실제 필자가 몸담고 있는 마이다스아이티의 내부 조사에서도 고성과자의 55% 이상이 보편적인 학교 순위 기준으로 보았을 때 중하위권 대학 출신이었다. 경력과 학력 등 스펙은 실제 업무 성과와 매우 관련이 적다.

고도의 기술을 요하거나 천부적 소질이 필요한 특정 분야를 제외한 대부분의 직무 지식과 기술은 입사 후 6개월에서 1년 정도의 교육을 통해 학습할 수 있다. 대학에서의 학점과 기업에서의 업무는 상관성이 낮다. 실제 미국의 실리콘밸리 기업들은 소프트웨어를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을 뽑아 1년간 도제 방식으로 교육해 소프트웨어 개발자로 성공시키는 경우도 많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창립 이후 약 20여 년간 인재 채용에 대한 고민과 연구를 이어왔다. 인재 채용에서 과학이 밝혀낸 진실은 현재 채용 현황과는 많이 달랐다. 서류 전형, 인성 및 적성 검사, 실무 지식 테스트, 면접 등의 단계로 우리는 성과를 잘 낼 수 있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을까? 심리학자와 신경과학자들이 말하는 채용의 진실은 다음과 같다.

첫째, 스펙과 지식은 성과를 보장하지 않는다.

지식 중심의 스펙은 성과 역량과 큰 관련이 없다. 대학교를 다니며 오직 취업을 위해 쌓은 스펙은 기업에서 원하는 업무 성과와 성장 가능성과는 거리가 멀다. 자기소개서 역시 지원자의 역량을 파악할 수 없다. 대필이 아니라면 글쓰기 수준 정도는 확인 가능할 거다.

둘째, 학력과 경력은 능력과 비례하지 않는다.

지식은 능력의 척도가 될 수 없다. 지식은 그 자체로 성과가 되는 것이 아니라 성과를 만들어내는 재료다. 성과를 만드는 직접적인 재료는 지식과 기술이지만 성과를 만들어내는 성능은 사람의 생물학적 속성과 신경학적 특성에 의해 결정되는 긍정성, 적극성, 성실성 같은 역량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역량은 유전적 특질뿐만 아니라 성장 과정에서 경험하는 환경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형성된다. 능력은 역량, 기술, 지식의 조합으로 결정되며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과정에서 발현 수준이 정해진다.

셋째, 인성 및 적성 검사와 면접은 인재 선발의 정확도가 매우 떨어진다.

기업들이 채용 과정에서 실시하는 각종 검사는 대개 성격과 지능(IQ)을 평가한다. 대부분의 검사는 주로 문답 형식으로 진행되고, 정답도 정해져 있다. 정답을 맞추는 방식은 학습을 통해 점수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 사람의 본질적 역량을 판단할 수는 없다. 대면 면접은 더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 사람은 저마다 편견과 편향을 가지고 있어 객관적인 시각으로 다른 사람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금까지의 연구 결과를 보면 면접관은 아주 짧은 시간에 첫인상만으로 지원자를 평가한다. 면접이 진행되는 나머지 시간은 첫인상으로 내린 평가를 합리화하는 과정이다. 지원자가 마음에 들면 면접관은 나머지 시간 내내 마음에 드는 이유를 찾고, 마음에 들지 않으면 탈락시킬 이유를 찾는다. 심리학에서 말하는 ‘확증편향’ 현상이다. 면접은 편견과 편향이 개입할 수밖에 없는 주관적이고 감정적인 평가 과정이다.

마이다스아이티는 위 연구 결과들을 기반으로 연구진과 HR 담당자들이 매년 채용 프로세스를 새롭게 정립했다. 쉽지는 않았지만 채용은 모든 인사의 시작이고, 개인과 조직의 성장을 이끌어내는 가장 중요한 일이기에 좋은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최선의 방법을 찾아야 했다. 과거 채용 프로세스를 면밀히 살피고,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며, 2018년 초 신경과학과 인공지능(AI) 기반의 AI역량검사를 만들었다. AI역량검사는 현재 AI면접이라 불리는 솔루션을 말한다. 생물학과 신경과학을 연구해 인간의 사고와 행동 메커니즘을 알고리즘화하고, 여기에 AI 기술을 적용한 역량 검사 솔루션이다. 신경과학 기반의 역량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기반의 머신러닝 기술 등 최신 소프트웨어 기술을 적용한 통합 역량 검사 시스템이라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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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역량검사의 핵심은 기업 문화 적합도와 직무 적성 확인이다. 이 모듈은 뇌신경과학과 인지심리학 등에 기반한 역량 관련 연구 결과를 활용해 설계됐다. 특히 모든 사고와 행동을 종합적으로 관장하는 전전두엽의 기능과 속성을 파악해 바람직한 인재가 갖춰야 할 핵심 역량을 검사할 수 있도록 했다. 검사의 메인 테스크는 게임(GAME)이다. 정서 파악 및 대응, 의도 파악, 위험 관리, 보상 추구, 행동 대응 등의 성향과 기질을 파악하는 게임에서부터 추론, 계획, 제어, 정보 처리, 학습 능력 등 인지 및 지능과 관련한 게임까지 다양한 방식으로 역량을 검사한다. 게임 방식의 역량 검사는 기존의 인•적성 검사와 달리 뇌의 비인지적 영역까지 측정 범위를 확장함으로써 심층적이고 본질적인 정보를 제공해 준다. 지원자의 역량에 대한 검사 자료는 채용뿐만 아니라 직무 배치와 육성 과정에도 활용된다.

게임 방식의 역량 검사는 지원자의 문제 해결 및 의사결정 패턴을 토대로 비인지적 역량을 평가한다. 반면 기존의 인•적성 검사는 주로 자기보고식 문답으로 돼 있다. 정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를 통해 인지 능력을 평가하기 때문에 지원자는 정해진 답을 의도적으로 선택할 가능성이 크고, 학습을 통해 평가를 왜곡할 수 있다. 게임 방식의 검사 도구는 정답 대신 지원자의 반응 특성을 분석하도록 설계돼 있다. 우리의 심리와 행동은 뇌의 즉각적 반응을 통해 나타난다. 즉각적 반응은 의식적으로 통제하기 어렵기 때문에 지원자의 내면적 특질을 파악하는 데 효과적이다.

AI역량검사는 통합 역량 검사를 통해 내면적으로는 성과 역량, 관계 역량, 가치 역량과 관련된 세부 하위 역량들을 확인하고, 외연적 표현 능력 분석을 통해 지원자의 대면적 신뢰도를 판단한다. 이러한 검사 결과와 함께 직군별 고성과자의 데이터를 활용해 직군 및 직무 적합도를 측정함으로써 특정 기업과 직군에 알맞은 인재를 추천한다. 예를 들면, 영업 분야 인재를 선발하는 경우 해당 분야에서 필요한 역량에 대해 고성과자의 역량 프로파일과 비교 분석해 추천해 주는 방식이다. 그뿐만 아니라 지원한 분야를 대표하는 구성원은 물론 조직 내에서 유사한 역량을 가진 구성원과 비교해 지원자의 역량을 예측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또 각 기업의 인재상에 부합하는 핵심 역량에 가중치를 부여해 분석하고 평가함으로써 해당 기업이 원하는 인재를 선발할 수 있도록 지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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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는 인재 선발에 뇌신경과학과 AI가 더 깊이 들어오게 될 것이다. 선발의 최적화를 위해서는 고도화된 의사결정 지원 도구가 필요하고, 그 기반이 뇌신경과학과 AI이기 때문이다. 성과는 최종적으로 뇌의 전전두엽을 통해 이뤄진다. 마이다스아이티는 뇌신경과학 분야의 연구 결과물들을 메타 분석해 전전두엽과 역량 간의 관계를 규명하는 작업을 오랫동안 진행해 왔다. 전전두엽을 7개 부위로 구분하고, 각 영역의 기능에서 역량을 추출해 인재 채용의 기준으로 삼고 있다. 우리의 행동은 뇌가 판단한 가치의 크기에 따라 결정되고 그 행동이 성과를 좌우한다. 전전두엽은 성과를 보다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만들기 위해 진화한 ‘성과중추’라 할 수 있다. 성과를 이루기 위해서는 가치 판단과 전략이라는 두 가지 기능이 필요하다. 가치 판단은 주로 가치령(안와, 복내측, 전방내측)이 담당하고, 전략적 기능은 전략령(배내측, 배외측, 복외측)이 담당한다. 또한 성과를 내는 과정은 자극에 대한 신뢰 여부를 검토하는 정서적 판단으로부터 시작된다. 특정 자극에 대해 긍정 정서를 느끼는가, 부정 정서를 느끼는가에 따라서도 행동이 달라지게 된다. 이렇듯 성과를 만드는 것은 뇌이고, 뇌의 성과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 결과들은 AI라는 이름으로 채용의 과학화를 크게 도울 것이다.

자기소개서, 인•적성 검사 등의 채용 전형은 빠르게 AI역량검사로 대체될 것이다. 심리학자들은 인간의 마음이 5∼10% 수준의 인지 영역과 반인지 영역, 그리고 90% 정도의 비인지 영역으로 구성돼 있다고 말한다. 말씨, 표정, 태도, 지식처럼 겉으로 드러나는 행동 레벨의 현상은 인지 영역에서 확인할 수 있고, 성격, 지능, 기술 같은 심리적 레벨의 현상은 반인지 영역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시행됐던 면접과 인•적성 검사는 인지 영역과 반인지 영역을 측정한다.

훨씬 중요하고 큰 영역은 빙산 아래에 있는 비인지 영역이다. 비인지 영역은 신경학적, 생물학적, 생화학적 레벨의 정보가 담겨 있는 곳이다. 따라서 사람의 내면적 역량, 본능, 본성 같은 생물학적 속성들은 비인지 영역을 통해서만 확인할 수 있다. 사람의 마음과 행동은 비인지 영역에서 만들어져 태도나 성격의 형태로 드러난다. 행동은 마음에서 나오고, 마음은 신경계에서 만들어진다. 성과라는 현상은 사람의 성격과 역량을 통해 만들어지고, 성격과 역량은 비인지 영역에 숨어 있는 유전적 요인과 신경학적 특성에서 나온다.

따라서 빙산 아래에 숨어 있는 영역을 확인할 수 없다면 인재의 역량과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기 어렵다. 제대로 채용하기 위해서는 행동과 심리 레벨에서의 외연적 표현 능력과 신경학적, 생물학적 레벨에서의 내면적 통합 역량을 모두 확인해야 한다. 생물학과 신경과학에 기반한 검사 방법과 기술이 인재 선발에 깊숙하게 들어올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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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재를 과학적이고 합리적인 방식으로 선발하려는 노력은 마이다스아이티와 일부 기업만의 움직임은 아니다. 전 세계 기업들의 추세다. 글로벌 기업들은 이미 선도적으로 채용에 다양한 데이터와 AI 기술을 활용해 나가고 있다. 일본의 소프트뱅크는 2017년부터 IBM이 개발한 왓슨(WATSON)엔진을 활용해 신입 사원들의 서류 심사를 진행하고 있다. IBM 또한 왓슨 기반의 탤런트 솔루션을 개발해 채용과 인재 개발, 관리 운영에 적용하는 한편 구성원들의 경력, 이력, 교육 경험 등에 대한 데이터를 분석해 핵심 인재를 추천하고 있다. 구글은 큐드로이드(QDROID)라는 AI 보조 면접관이 지원서를 분석해 면접관에게 질문 리스트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채용 과정에 적용하고 있다. 미국의 마이어시스템(Mya Systems)은 채용 업무를 수행하는 ‘마이어봇’을 개발해 이력서 검토, 면접 일정 조정, 면접 수행, 입사 관련 궁금증 등을 해결해 주는 채용 담당자 역할을 맡기고 있다. AI를 통해 면접을 진행해 지원자가 적합하다고 판단되면 채용 매니저와 면접 일정을 잡고, 구글 지도를 통해 회사로 오는 길을 안내해주며, 심지어 어떤 옷을 입는 게 좋은지 조언도 해준다. 영국의 유니레버도 SNS 데이터를 수집해 AI가 지원서를 검토하고 전화 인터뷰나 화상 면접을 진행해 1차 적격자를 판별한 후 인사 담당자가 심층 면접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이미 AI역량검사를 채용 전형에 활용하는 기업이 약 400곳에 달한다. 이외에도 머신러닝 기반의 텍스트 마이닝 기술을 활용해 지원자의 서류를 검토하는 기업들도 있다.

기업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것은 채용의 공평성과 공정성, 투명성 확보다. AI 채용은 지원자에게 학력, 스펙, 거주지, 시간, 장소 등에 제약 없는 기회의 공평성을 제공할 것이다. 과학적 알고리즘을 통해 평가자의 편향과 편견을 제거할 수 있기 때문에 공정하고 객관적인 결과도 얻을 수 있다. 또한 면접 진행 과정에서 특정인이 채용 과정에 개입하기 어려워 채용 과정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있다. 채용 과정에서 소요되는 인력, 시간, 비용 등을 대폭 절감해 주는 효과는 덤이다.

글로벌 기업들은 빠른 변화의 흐름에 서성이기보다 더 신속하게 AI를 도입해 시행착오를 겪으며 개선, 적용해 나가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더 이상 과거의 채용으로 돌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유튜브를 보던 MZ세대가 TV만 보며 살아가는 세상으로 돌아갈 수는 없다. 핸드폰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유선 전화기만 사용하던 때로 회귀할 수는 없다. 새로운 기술에 대한 인간의 적응도는 무섭도록 빠르며, 그 편리함과 우수 효과를 맛본 이상 과거의 것은 퇴행으로 느껴질 뿐이다. AI 채용이 도입되며 기업의 채용 기간은 3분의 1 이상 줄었다. 서류 심사와 면접도 최소화됐다. 지원서 접수, 지원서 안내, 면접 일정 관리 등은 시스템화되며 인력과 시간의 낭비를 줄였다. 면접 대상자의 질이 높아지고, 면접 결과의 편형과 편견이 크게 감소했다.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채용 비리 방지의 대안이 되기도 했다. 이제 남은 과제는 기업과 직무별로 AI 채용을 최적화해 나가는 것이다. AI 채용의 최적화는 우수 인재 선발뿐 아니라 기업의 지속적 성장에 큰 기여를 하게 될 것이다.


최원호 마이다스아이티 이사는 성균관대를 졸업하고, 2003년 동 대학원에서 공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마이다스아이티에 입사해 개발기획실, 마케팅기획실, 해외사업팀, 일본 법인장을 거쳐 현재는 자인(자연주의 인본경영)기획실에서 인사 분야 총괄 업무를 맡고 있다.


DBR mini box : 코로나19가 몰고 온 캠퍼스 ‘디지털 채용 트렌드’

온라인 채용 박람회-리크루팅 효과 높아
인사 담당자와 취준생 모두 ‘윈윈’ 가능

워낙 어려웠던 채용 시장에 쐐기라도 박듯 코로나19가 찾아와서 그나마 힘겹게 진행되던 구인•구직 활동조차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렇다고 조직의 핵심 경쟁력인 인재 확보를 게을리할 수는 없는 법. 대학가에선 채용 시장에서 난국을 헤쳐가기 위해 포스트 코로나를 대비한 디지털 채용 전략을 구상해 가고 있다.

온라인 채용, 채용 시장의 꽃이 되다… 비대면 채용 전략의 확산

채용 시장은 꽁꽁 얼어붙었지만 그 안에서 일부 채용 방식이 뜨겁게 언급되고 있다. 코로나가 아니었다면 불가능했던 ‘기술(Technology)’을 활용한 채용 방식이다. 세계적인 고용•노동전문 법률회사인 리틀러(Littler)의 2019년 employer survey에 따르면 36%가 이미 AI를 활용해 채용과 고용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재를 선발하기 위한 기업의 노력이 코로나19로 인해 ‘기술’과 협업하는 비율이 지속적으로 늘고 있으며 그 방식도 전문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 기업인 링크트인(Linkedin)의 글로벌 리크루팅 트렌드(2018)에 따르면, 채용 담당자인 응답자 76%가 AI가 채용에 다소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예측했다. 또한 기존의 전통적인 인터뷰 방식의 ‘후보자의 소프트 스킬 평가’(63%), ‘후보자의 취약점 파악(57%)’ 등에 취약하며 인터뷰에 대한 바이어스(42%) 발생 역시 약점으로 제시됐다. 최근 스웨덴의 한 벤처회사에서 개발된 AI면접관 ‘텐가이’는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채용 시장에서 주목을 받고 있으며 전통적인 인터뷰 방식의 취약점인 바이어스 문제를 완전히 해결한 AI로도 잘 알려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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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을 선발하는 작업에 AI와의 협업은 이제 불가피하다. 기존 인터뷰 방식의 취약점을 AI가 보완하고 있으며,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채용 방식은 더욱더 급물살을 타고 있다. 최근 국내 대학에서도 비대면 방식의 취업 준비 지원에 한창이다. 서울대는 비대면으로 상상하기 어려웠던 채용박람회를 온라인을 통해 국내 최초로 시행했다. 연세대, 고려대, 성균관대, 한양대 등이 뒤를 이어 온라인 채용박람회를 열면서 새로운 트렌드를 만들어 내고 있다. 코로나19가 확산됨에 따라 캠퍼스 리쿠르팅에도 변화가 생겼다. 이전까지 각 대학은 매년 가을 캠퍼스에서 오프라인 채용박람회를 열어 취업을 준비하는 재학생과 졸업생들에게 취업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는 자리를 마련해왔다. 국내 주요 기업 현직자들이 참여해 학생들의 자기소개서를 검토하고 취업 상담까지 해주는 자리로, 취업을 준비하는 학생들에게는 손꼽아 기다려지는 행사 중 하나였다. 그러나 코로나19의 여파로 캠퍼스 리쿠르팅이 연기되거나 취소되자 최근 학교 측에서는 온라인 방식으로 이를 전환했다. 구직하는 학생들과 인재를 확보하려는 기업을 이어주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비대면 캠퍼스 리크루팅이다. 연례 행사였던 캠퍼스 리쿠르팅과 오프라인에서 진행되던 채용박람회가 비대면 방식의 온라인으로 옮겨온 것이다. 우수 인재 채용을 목적으로 채용 일정과 절차 등 취업에 필요한 핵심 사항을 전달하기 위해 실시됐던 기업 채용설명회와 채용 상담도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방식으로 진화 중이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에서는 ‘2020 DREAM ON 서울대학교 온라인 우수 인재 채용박람회’, ‘온라인 리쿠르팅 서비스’ 및 ‘SNU UCT(Untact Career Talk)’를 제공하기도 했다.

비대면 리쿠르팅 프로그램

코로나19로 고용절벽의 위기에 몰린 취준생들을 위해 리쿠르팅 프로세스도 디지털 방식으로 전환 중이다. ‘온라인 리크루팅 서비스’는 일방형 채용 정보 전달이 아닌 쌍방향으로 소통하며 채용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 온라인 채용설명회는 기업마다 특정 시간대별로 인사 담당자가 ‘줌(zoom)’에 입장해 캠퍼스 리크루팅처럼 채용에 관해 설명하고 질의응답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인사 담당자가 기업 소개, 채용 절차, 입사 후 복지 혜택 등을 설명하고 나서 실시간 질의응답도 이뤄졌다. 한 참여 기업 인사 담당자는 “취업 준비생들이 궁금해 하는 회사 및 입사 정보를 보다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학생들의 직접적인 피드백을 얻을 수 있는 유익한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고 말했다.

특히 온라인 채용설명회에서는 시스템에 사전 접수하는 과정에서 기업별 참가 희망 학생들의 사전 정보가 입력•공유됨으로써, 참여 학생들과의 상호 작용시 보다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채용 설명이 가능해 졌다는 의견이 많았다.

온라인, VR 채용 상담

온라인 채용 상담도 보편화되고 있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는 기업들의 디지털 채용 전략에 부응하기 위해서 온라인 채용 상담을 실시했다. 온라인 채용 상담은 SNU UCT(Untact Career Talk) 사이트에서 챗봇 형식으로 취업준비생과 기업 담당자와의 1대1 대화로 진행하는 방식이다. 채용 상담 기간 동안 인사 담당자 및 다양한 직무의 현직자와 선배 직원들이 참여해 취업준비생들의 질문에 실시간으로 응답해 준다. 신청 기업의 인사 담당자는 “시•공간의 제약 없이 취업 준비생들이 원하는 정보를 정확하고 심층적으로 제공하기 위해 온라인 채용 상담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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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용 담당자들과 학생들은 VR를 채용 도구로 활용하는 것에 큰 흥미를 보였다. 서울대 경력개발센터는 재학생과 졸업생의 면접 역량을 높이고자 ‘VR 면접의 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VR 면접의 신’은 가상현실을 활용해 학생 스스로 실전과 같은 면접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연습이 가능한 모의 면접 교육 프로그램이다. 원하는 기업 및 직군을 선택해 어학 성적 및 학점 등 개인정보를 입력하면 VR 면접이 시작된다. 취준생들의 취업선호도가 높은 14개 기업과 기획, SW 개발, 은행, HR, 건설 등 23개 직군과 직무를 포함하는 다양한 콘텐츠로 구성돼 있어 희망 분야에 따라 면접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다.

VR 면접 질문은 공통 질문, 개인의 이력에 기반을 둔 질문, 답변에 따른 꼬리 질문, 이용자의 태도에 따른 피드백 반응 등 3000여 개의 문제은행으로 구성돼 있다. 이처럼 실전과 같은 환경에서 반복적으로 VR 면접 연습을 하는 것은 실제 면접 시에 발생할 수 있는 긴장과 불안 수준을 낮춰 면접 대응 능력을 증진시키는 데 효과적이다. 이는 구직자가 면접에서 맞닥뜨리는 긴장과 실수를 체험해보며 실전에서는 자신의 기량을 유감없이 발휘할 수 있으며 채용 담당자에게는 지원자의 역량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는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다. VR 면접 참여자들을 대상으로 설문 조사를 실시한 결과, 본 프로그램을 이용한 학생들의 대부분인 83%가 ‘만족한다’고 응답했으며 75%는 실제 면접에서 ‘도움이 될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학생들의 수업조차도 대부분 비대면으로 전환된 캠퍼스에서 리쿠르팅을 추진해야 하는 인사팀 채용 담당자들의 고충은 경험해 보지 않으면 이해하기 어려울 정도로 애로사항이 많아지고 있다.

그러나 전화위복이라고 했던가. 그간 그토록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논의해 왔던 채용 프로세스가 본의 아니게 코로나19로 인해 탄력을 받으며 선진화되고 있는 모습은 일면 불행 중 다행이라고 볼 수도 있다.

디지털 채용 방식이 구축돼 나갈수록 빅데이터 시대에 걸맞은 채용 프로세스로, 적합한 인재를, 적합한 시기에, 적합한 직무에 배치할 수 있게끔, 채용의 효과성과 효율성이 확보되기 때문에 인재를 확보하고자 하는 채용팀과 진로의 희망을 실현하려는 취준생들이 상호 ‘윈윈’할 개연성이 높아질 것이라 기대해 본다.


이찬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서울대 산업인력개발학 전공 교수 chanlee@snu.ac.kr
필자는 미국 오하이오주립대에서 HRD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LEGO Korea(HR Specialist)와 LG전자 서비스 미국 법인 인사부에서 일했다. 현재 서울대 농산업교육과 산업인력개발학 전공 교수로 재직 중이다. 또 서울대 경력개발센터장과 인사혁신처 국가공무원인재개발원 겸임교수, ATD Korea Summit 의장 등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는 『한국의 직업교육훈련정책』, 『꿈꾸는 진로여행』, 『인적자원개발론:HRD 이론과 실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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