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인커뮤니케이션

소통하는 ‘꼰대’가 되고 싶다면

278호 (2019년 8월 Issue 1)



대학생 큰아이가 씩씩거리며 집에 들어왔다. 이유를 물으니 지하철에서 어느 아주머니가 자기 옷차림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했기 때문이란다. 낯선 어른과 말다툼하긴 싫어 그 자리는 피했지만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쁘다며 분을 좀처럼 가라앉히지 못했다. 그때 옆에 있던 작은 아이가 이렇게 말하며 언니 편을 든다. “꼰대라서 그래!” 그러면서 한마디 훅 치고 들어온다. “아빠도 가끔 그래!” 나만 애꿎게 혼났다.

꼰대란 나이든 기성세대가 자신의 사고나 행동방식을 젊은 사람에게 강요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다. 꼰대질은 직장에서, 사회에서 밀레니얼세대와 소통을 가로막는 가장 큰 요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남의 이야기로만 들리는가? 과연 그럴까? 우리 뇌의 발달 과정으로 봐도 나이가 들수록 지혜로운 사람으로 존경받을 수도 있지만 꼰대 또한 되기 쉽다. 물론 대부분은 아니겠지만 혹시 필자처럼 꼰대 소리를 한 번이라도 들어본 적이 있다면 아랫글이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꼰대의 시작: 전두엽이 통제 못하는 감정의 무분별한 분출

왜 나이가 들수록 꼰대가 될 확률이 높은 것일까? 이는 우리 뇌의 발달 과정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인간의 뇌는 20% 정도만 발달한 상태에서 태어나 아동기와 사춘기를 거치며 점차적으로 발달한다.1 또 뇌의 주요 부위별 발달 속도도 다르다. 예컨대, 감정처리와 보상경로와 관련된 변연계(limbic system)는 사춘기에 거의 완성되는 반면 감정 통제와 공감 기능을 수행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은 우리 뇌 부위 중 가장 늦게 완성이 돼 25세까지도 발달이 진행된다. 2 (그림 1)



뇌 과학자 중 일부는 청소년 시기의 앞뒤 가리지 않는 무분별한 행동을 이런 발달상의 부조화로 설명하기도 한다. 어른들이 보기에 적절치 않은 행동이라도 그들의 뇌 안에서는 감정적 충동과 보상을 강하게 느끼는 반면, 이를 적절히 통제할 수 있는 전두엽의 발달은 아직 완료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3 캐서린 러브데이, 『나는 뇌입니다』, 행성B, 2016

인지적으로는 나이 든 사람의 뇌가 어린 청소년 뇌와 유사한 부분이 일부 있다고 한다. 특히 전두엽 부위가 그러하다. 뇌의 발달 과정으로 보면 전두엽은 가장 마지막에 발달하지만 가장 먼저 노화하는 부위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전두엽 기능이 떨어진 뇌는 인지 제어와 감정 조절에 어려움을 겪는다. 특정 주제에 대해 밑도 끝도 없이 말을 하고 자신의 생각을 거침없이 표현하는 경우가 많아지게 되는 것이다. 4

여기에 더해 자신의 내적 표상체계 5 가 확고해 상대를 이해하려는 노력도 부족하다면 꼰대로 불리기 쉽다. 물론 나이가 들었다고 누구나 꼰대가 된다는 의미는 결코 아니다. 나이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자신의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고 자신의 생각만 고집한다면 누구나 꼰대가 될 수 있다. 젊은 나이라도 순간의 감정, 특히 쾌락에만 이끌려 인생을 무의미하게 살아간다면 전두엽 기능이 떨어져 젊은 꼰대가 될 수 있다. 비록 겉보기엔 젊어 보이지만 말이다.


왜 말이 많아지고 같은 말을 반복할까?

한때 좌뇌형, 우뇌형이란 말이 유행한 시기가 있었다. 그러나 좌뇌와 우뇌의 연결이 물리적으로 끊어진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면 이 구분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로는 더 이상 사용되지 않는 표현이다. 뇌과학이 발달하면서 좌뇌와 우뇌는 각각 별개로 작용하는 것이 아니라 뇌량(corpus callosum) 6

이란 2억 개 이상의 신경섬유 다발의 연결로 서로 정보를 주고받으며 보완하는 관계라는 것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그림 2)



그렇다고 좌뇌와 우뇌가 기능적으로 완전히 같다는 의미는 아니다. 두 기능의 차이가 그리 크지 않고 절대적이지는 않지만 7 좌뇌와 우뇌의 기능 구분은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좌뇌와 우뇌 가운데 어느 쪽 사용을 전반적으로 선호하느냐에 따라 양쪽 뇌에 할당된 기능이 달라질 수 있다고 한다. 오른손잡이의 경우는 96% 정도로 언어 기능은 좌뇌에서, 길 찾기 기능은 우뇌에서 맡는다고 한다. 한나 모니어, 마르틴 게스만, 『기억은 미래를 향한다』, 문예출판사, 2017 좌뇌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언어 기능이며 우뇌에서 더 잘하는 것은 공간상에서 정보 처리, 말의 높낮이, 주의 집중이라고 한다. 8


그런데 흥미로운 사실은 뇌의 노화 과정에서 좌뇌와 우뇌의 노화 속도가 다르다는 점이다. 뉴욕의대 신경심리학자 엘코넌 골드버그(Elkhonon Goldberg) 교수의 연구에 따르면 오른손잡이의 경우 우뇌가 좌뇌보다 대략 10년 먼저 노화한다. 약 50세부터 노화하기 시작하는 우뇌에 비해 좌뇌의 노화는 60세에야 시작된다는 것이다. 9 다른 사람의 말에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자신의 말만 하는 이유를 이러한 좌뇌와 우뇌의 노화 속도 차이로도 설명할 수 있다.

또 전두엽의 기능 저하에 따라 기억의 회상(recollection)에 어려움을 겪거나 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기억 메커니즘에 관한 연구로 노벨생리의학상을 수상한 애릭 캔덜(Erick Kandel)은 아동과 노인에게서 흔히 발생하는 이런 현상을 출처기억(source memory) 오류로 설명한다. 10 자신이 알고 있는 정보의 출처, 즉 정보를 둘러싼 맥락은 회상하지 못하고 정보라는 의미만 기억하고 있는 상태를 말한다. 이야기의 뼈대만 남아 있고 그 주변 근거는 사라진 것이다.

이렇게 맥락 없는 이야기를 들으면 어떨까? 대충은 알아듣겠지만 논리적으로 이해하기는 힘들다. 마치 어린아이의 말을 들을 때처럼 말이다. 그래서 나이 든 사람의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말은 주저리주저리 많은데 계속 같은 말만 반복하는 느낌을 받기 쉽다. 여기에 더해 감정까지 상했으면 자신도 모르게 속으로 이렇게 말하게 된다. “꼰대 같으니라고!”

이런 꼰대 소리 듣는 것이 싫다면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아예 하지 않는 게 좋다. 11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대를 위해 소통하는 꼰대가 되고 싶다면 다음 두 가지를 기억하자. ‘감정 코인 쌓기’와 ‘자신에게 질문하기’이다.



Tip 1
충고나 조언은 감정 코인에 비례하게!

우리는 자신이 신뢰하고 좋아하는 사람의 조언에 대해서는 꼰대질이라고 비하해서 부르지 않는다. 그 사람 말도 비교적 잘 받아들인다. 왜 그럴까? 믿음과 호감이라는 긍정적 감정이 작용한 결과다. 커뮤니케이션을 할 때 상대에 대한 긍정적 감정이 클수록 그 사람의 말을 더 잘 받아들인다. 리더십 전문가 존 맥스웰(John Maxwell)이 말한 “사람들이 받는 모든 메시지는 그것을 전달하는 사람에 의해서 걸러진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이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면 우리는 그 메시지도 가치가 있다고 믿는다” 12 라는 말과 같은 의미다.

긍정적 감정을 좀 더 눈에 보이는 표현으로 ‘감정 코인’이라 명명하면 커뮤니케이션에 활용하는 데 유용하다. 물건을 거래할 때 돈이 필요하듯 조언을 할 때는 감정 코인이 필요하다. 예컨대, 돈이 없으면 물건을 살 수 없듯이 감정 코인이 없으면 조언을 할 수 없다.(그림 3)



따라서 누군가에게 조언을 하고 싶다면 말을 하고자 하는 충동을 잠깐 억제하고, 상대가 자신에 대한 감정 코인을 얼마나 가지고 있을지를 먼저 생각해보자. 그 양이 조언의 수준을 결정한다. 만약 상대와 처음 만났거나 신뢰가 쌓인 관계가 아니라면 조언을 하지 않는 편이 좋다. 조언에 필요한 코인이 부족해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앞서 말한 대로 우리는 메시지를 받아들이기 전에 전달하는 사람을 먼저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Tip 2
누구를 위한 조언인지 스스로에게 질문

감정 코인이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아직 조언을 하지는 말자. 한 단계를 더 거치는 것이 좋다. 누구를 위해 조언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질문하는 것이다. 조언받을 상대를 위한 것이라고 자신 있게 대답할 수 있는가? 곰곰이 다시 한번 생각해보자. 사실은 상대를 위한다는 명목하에 자신의 감정을 처리하고 있는 건 아닌지 말이다.



이렇게 자신에게 질문하면 좋은 점이 두 가지가 있다. 먼저, 자신의 말이 진짜 조언인지 아닌지 확인할 수 있다. 조언은 문자 그대로 상대를 도와주는 말을 뜻한다. 상대가 아닌 자신을 위한 말이라면 조언이라는 껍데기로 포장하지 말자.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말을 하고 있는 것뿐이다.

또 하나는 답을 찾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전두엽이 활성화돼 감정의 무분별한 분출을 억제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인간은 질문을 받으면 대답을 하게 돼 있다. 한 번 시험해보자. “이 글을 읽고 있는 지금, 당신의 나이는 얼마인가?” 어떤가? 대답하지 않았는가? 질문을 받으면 답을 생각하지 않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다. 답을 찾기 위해서는 우리 뇌에서 인지(認知)를 관장하는 전두엽이 가동해야 한다. 답을 찾는 시간이 짧다 하더라도 전두엽이 감정을 다시 통제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

감정 코인도 있고 진심으로 상대를 위한 것이라면 조언을 하는 데 아무런 문제는 없다. 다만 요청받지 않은 조언은 최후의 수단으로 생각하는 게 좋다. 상대의 변화를 진정 원한다면 가능한 말보다는 행동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시각의 동물인 우리는 들은 것보다 본 것에 더 큰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13

아이가 몸에 좋은 음식을 먹게 하려면 어떤 방법이 효과적일까? 그 음식이 건강에 좋다고 조언하는 것보다 평소 부모가 그 음식을 즐긴다는 것을 행동으로 보여주는 것이 훨씬 효과적일 것이다. 14 리더십도 마찬가지다. 구성원들의 변화와 성장을 진정 원한다면 말이 아니라 먼저 리더의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길이 진짜 소통하는 꼰대가 되는 길이다. 어려워도 가야 하는 길 말이다.


필자소개 이수민 SM&J PARTNERS 대표 sumin@smnjpartners.com
필자는 성균관대 법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 경영전문대학원(EMBA)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현대자동차 교수실에서 전임 교수로 활동한 후 교육 컨설팅사인 SM&J PARTNERS를 운영하고 있다. ‘전략적 사고 및 대안 개발’ ‘브레인 커뮤니케이션 특강’ ‘잡 크래프팅을 통한 업무 몰입’ ‘강의스킬 및 코칭’이 주된 강의 분야이며 교육생 관점으로 강의를 재미있고 유익하게 전달하는 것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저서로는 『강사의 탄생: 뇌과학을 활용한 효과적인 강의법』이 있다. 자세한 내용은 홈페이지(http://www.smnjpartners.com)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smnjpartners)에서 확인할 수 있다.
동아비즈니스리뷰 351호 Diversity in Talent Management 2022년 08월 Issue 2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