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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민의 『논어』란 무엇인가

열받지 않으려면 타인에게 연연하지 말라

김영민 | 275호 (2019년 6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흔히 주변에서 누군가 화를 내면 ‘군자는 아무 때나 열 받지 않는다’고 표현하곤 한다. 『논어』 첫 부분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는 그만큼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다. 이 구절은 그동안 다른 사람이 자신을 인정해주느냐, 아니냐에 연연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해돼왔다. 그런데 이와 관련해 다양한 해석이 있다. 다른 사람이 가르치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해석도 있고, 등용의 기회를 얻지 못하고 좌절된 소인(素人)이라는 정치적인 풀이도 있다. 『논어』에서는 자기 자신의 안위나 이해관계가 걸린 상황은 분노할 만한 상황이 아니라고 말한다. 배움이란 타인의 인정 여부와 무관하게 성립하기 때문이다. 또 타인이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것은 나의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문제라고 강조한다.



다른 사람이 알아주지 않아도
열 받지 않으면 군자가 아닌가?
(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



『논어』 해설 4 : 군자는 아무 때나 열 받지 않는다.

『논어』 첫 부분의 마지막 문장인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 不亦君子乎)’에 대해서는 현행 『논어』 한국어 번역본들 사이에 폭넓은 공감대가 있다. 거의 예외 없이 “다른 사람이 나를 알아주지 않아도 화내지 않으면 군자가 아니겠느냐”는 뜻 정도로, 즉 다른 사람의 인정 여부에 연연하지 말라는 취지로, 이 문장을 해석하고 번역해왔다. 그러나 이 문장을 좀 더 꼼꼼히 살펴보면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다.


경쟁하는 해석들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人不知而不慍,不亦君子乎)’라는 말의 정확한 해석을 위해서는 생략된 문장 요소를 재구성해봐야 한다. ‘인부지이불온(人不知而不慍)’에서 ‘인부지(人不知)’ 부분의 주어가 ‘인(人)’임은 명확하다. 고전 한문에서 ‘인’은 자기 자신과 구분되는 타인을 지칭하곤 한다. 그렇다면 인부지에 대비되는 구절인 ‘불온(不慍)’ 앞에 생략된 주어는 자기(己)임에 틀림없다. 이렇게 볼 때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를 남들이 자기를 알아주느냐, 마느냐는 인정의 문제로 해석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게다가 『논어』 내에 남이 자신을 알아주는 데 연연하지 말라는 언급이 수차례 더 나온다. 이를테면 공자는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걱정하라” 1 라든가 “군자는 무능함을 근심하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하지 않는다” 2 와 같은 취지의 말을 거듭했으며 “나를 알아주는 이가 아무도 없구나!” 3 라고 탄식한 적도 있다.

둘째, 그러나 장송후이(張松輝) 같은 학자들은 『논어』에 나오는 유사한 문장들과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 사이에는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지적한다. 4 다른 유사한 문장들에는 지(知)라는 동사에 기(己)라는 목적어가 따르는 반면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에는 목적어가 없기 때문에 서로 구별해서 해석해야 한다는 것이다. 즉, 인부지이불온, 불역군자호는 나의 가치를 인정해주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 자신이 가르치는 내용을 알아듣지 못할 때 화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취지라는 것이다. 과거의 주석 중에는 황간(皇侃, CE488-545)의 『논어의소(論語義疏)』가 바로 그러한 견해를 소개하고 있다. 5

셋째, 앞서 말한 두 해석보다 더 정치적인 차원의 해석이 있다. 오규 소라이(荻生徂徠, CE1666-1728)는 『논어징(論語徵)』에서 “사람들이 알아주지 않는다는 말은 세상에 쓰이지 못하는 것을 뜻한다(人不知謂不見用於世也)”고 말했다. 즉 오규 소라이는 인부지(人不知)에 나오는 인(人)을 타인 중에서도 특히 자신을 등용해줄 권력자로 해석한 것이다. 그러한 해석은 인(人)을 범인(凡人)으로 해석한 황간의 『논어의소』의 입장과는 크게 다른 것이다. 이러한 오규 소라이의 입장은 『중용(中庸)』 11장의 취지와 통한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은거의 삶을 추구하고 괴이한 행동을 일삼으면 후세에 기억되기는 하겠지만 나는 하지 않겠다. 군자가 도를 좇아 행하다가 중간에서 때려치우기도 하는데 나는 그만둘 수 없다. 군자는 중용에 의거하여 세상을 피해, 알려지지 않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데, 오직 성인이라야 그렇게 할 수 있다.(子曰, 素隱行怪, 後世有述焉, 吾弗爲之矣. 君子遵道而行, 半塗而廢, 吾弗能已矣. 君子依乎中庸, 遯世不見知而不悔, 唯聖者能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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