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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ovie & Insight

‘극한직업’에서 배우는 조직 운영의 지혜

정선태 | 267호 (2019년 2월 Issue 2)
최근 1000만 관객을 돌파한 영화 ‘극한직업’을 봤다. 영화를 본 직후 떠오른 의문점. ‘이들은 그렇게 잘되는 치킨집을 하지 않고 왜 경찰을 계속했을까.’

극중 마포경찰서 마약반은 특출 난 인재들을 모은 태스크포스(TF)이다. 팀원의 경력을 보면 하나 같이 화려하다. 유도 국가대표, 해군 특수전전단(UDT) 특전사, 무에타이 아시아 여자 챔피언, 칼에 12번을 찔리고도 살아남아 좀비라는 별명을 가진 반장. 그야말로 특수부대나 특수기동대(SWAT)가 아닌 이상 일선 경찰서에서는 최강의 팀 구성이다. 그럼에도 팀 성과가 나지 않아 해체 직전까지 갔다.

리더는 성급하다. 새로운 조직을 구성했으면 바로 성과가 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씨를 뿌린 후 바로 싹을 틔우는 것은 없다. 빨리 싹트는 콩나물도 먹으려면 1주일 걸린다. 그것도 2일간 물에 불린 콩으로 했을 때 경우다. 맹자(孟子)가 말한 조장(助長)을 아는가. 논에 벼를 심고 빨리 자라지 않는다고 손으로 뽑아놓고서 성장을 도왔다고 말한다면 이치에 맞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이는 서두르다가 일을 그르치는 셈이다. 영화의 내용도 이와 흡사하다. 만약 마포구 마약반을 성과가 나지 않는다고 빨리 해체했다면 마약 조직을 소탕하는 결과는 보지 못했을 것이다.

영화 초반부에 마약반이 건물에 진입하는 장면이 나온다. 옥상에서 레펠로 내려오면서 멋지게 유리창 깨고 진입하지 못하고, 아등바등하는 우스운 모습은 조직의 지원이 부족할 경우 유능한 인재들조차 그들의 역량을 발휘하지 못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천리마는 하루에 천 리를 달릴 수 있지만 보통 말에게 주는 양의 10배의 여물을 줘야 한다는 이야기가 있다.

영화에서 마약반과 강력반은 공조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서로 공적을 가로채기 위해 아웅다웅하는 모습을 보인다. 지나친 내부 경쟁이 조직 전체적으로는 부정적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사례다. 업무 분장이라는 것이 항상 명확하면 좋겠지만 신규 추진 업무의 경우 여러 팀에 걸쳐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서로 공적을 가져가려고 하는 것도 문제고, 서로 자기네 부서 업무가 아니라고 하는 것 역시 문제다.

성과에서 중요하지만 불분명한 것 중 하나가 운의 작용이다. 영화에서 몇몇 범인은 마을버스와 스쿨버스에 부딪쳐 경찰에게 검거된다. 물론 그동안 범인을 추적하고 잡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이 같은 노력 덕분에 행운이 작용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똑같이 노력을 했다고 해도 반대로 운이 나빠서 버스가 추적을 가로막아 범인을 놓치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지 않을까. 한 번의 성과나 실패로 지나친 포상이나 징벌을 하면 운이 좋았던 사람에게 포상을 하거나 운이 나쁜 사람에게 징계를 하는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다시 돌아가서, 이들은 왜 그렇게 잘되는 치킨집을 마다하고 경찰로 돌아갔을까. 아마 사명감 때문일 것이다. “지금까지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갈비인가, 통닭인가”를 외치던 고 반장이 범인의 등장에 혼신을 다한 것도 주어진 임무를 수행하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고 반장의 팀원들도 ‘타고난 사람들’로 그려졌지만 들여다보면 똑같은 배경이 자리하고 있다고 본다. 조직은 이런 사람들을 선발해야 한다. 조직 내 구성원이 그렇지 않다면 선발을 잘못했거나 그렇게 육성하지 못한 것이다. 대기만성형 팀 성과는 여기서 비롯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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