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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R2. 세종의 독특한 인재 경영

반대파 중용으로 시너지 효과
세대교체 빠르지 못한 건 한계

김준태 | 254호 (2018년 8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세종은 흔히 ‘성군’으로 불릴 정도로 훌륭한 임금이었지만 어떤 독특함이나 특출한 능력 덕분에 위대해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말로는 쉬우나 실천하기는 어려운 일들을 실천했기에 성군이 됐다. 그 중심에 바로 ‘인재 경영’이 있다. 세종은 과거 시험에서는 자신의 정책을 비판하는 선비를 뽑았고, ‘시험에 강한 인재’만 들어오는 것을 염려해 널리 인재를 추천받는 ‘천거’를 적극 활용했다. 그렇게 모은 인재들이 최대한 자유롭게 의견을 개진하도록 장려했고, 아예 ‘악마의 변호인’과 같은 반대자들을 대거 중용했다. 집현전을 통해 새로운 인재를 육성하는 것 역시 게을리하지 않았다. 오늘날 기준에서 보면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인재 경영을 한 세종이었지만 인재의 ‘세대교체’는 제대로 이루지 못한 점, 아끼는 인재의 개인적 잘못에 대해 과하게 관대했던 점은 문제로 꼽을 수 있다. 

무릇 ‘경영(經營)’1 을 행하는 모든 조직은 인재를 중시한다. 리더가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혼자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전문성을 가지고 직접 경영을 담당하거나 경영을 도울 수 있는 인력이 필요하다. ‘어떤 수준’의 인재를 ‘얼마나 많이’ 확보하느냐, 그 인재가 ‘얼마만큼’ 능력을 발휘하느냐에 따라 조직의 운명이 결정된다.

이러한 인식은 전통사회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특히 유학(儒學)에서는 인재를 국가경영의 핵심요소로 상정해왔다. “정치는 인재를 얻는 데 달려 있으니 현명한 사람을 등용하지 않았는데 정치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2 라는 공자의 말과 “어진 이를 보고도 등용하지 못하거나 제때 빨리 등용하지 못하는 것은 태만함이요, 착하지 않은 자를 보고도 물리치지 못하고 물리치더라도 멀리하지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라는 『대학(大學)』의 가르침이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그러나 아는 것은 쉬워도 실천하기란 어려운 법이다. 『조선왕조실록』을 보면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기사가 1000여 건에 이른다. 하지만 인재 경영은 항상 어려운 과제였다. 인재가 발견되지 못한 채 사장되는 일이 비일비재했고 인재가 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한 사례도 많다. 심지어 정쟁에 휩싸여 죽음을 맞이한 인재도 적지 않았다. “자고로 묻혀 지낸 사람이 한둘이었겠소?”라는 『허생전(許生傳)』의 유명한 대사처럼 말이다. 이는 그저 말로만 인재가 중요하다고 이야기했을 뿐 행동으로 옮기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가 세종을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세종은 성군(聖君)으로 불릴 정도로 훌륭한 임금이지만 그 위대성은 독특함이나 특출함에 있지 않다. 물론 훈민정음 창제, 과학기술 발전 등 다른 사람이 생각하지 못한 창조적 역량을 발휘한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국가 경영과 리더십의 측면에서 보자면 세종이 어떤 새로운 의제를 제시하고 이전에 없었던 제도를 만들어낸 것이 아니다. 그는 다만 옛 성현(聖賢)의 가르침에 충실해 그것을 현실에서 실현하고자 최선을 다했다. 지켜야 할 원칙을 지켰고 해야 할 일을 한 것이다. 말로는 쉽지만 실천하기는 힘든 일들을 실천했기에 우리가 아는 ‘세종’이 된 것이다. 그걸 가능하게 한 것이 바로 현대 기업으로 치면 HRM과 HRD라 할 수 있는 ‘인재 채용과 관리, 개발 전략’, 즉 ‘인재 경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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