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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Sloan Management Review

반대파 포함, 모두가 참여하게', 창발적 혁신의 비결은 '개방성'

메리 울-비엔(Mary Uhl-bien),조너선 심스(Jonathan Sims),롭 크로스(Rob Cross),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 | 231호 (2017년 8월 Issue 2)
Article at a Glance

질문

대기업들은 조직 안에서 창발적 혁신을 어떻게 촉진해야 할까?


연구를 통해 얻은 해답

- 기업은 사람, 아이디어, 정보가 다양한 집단을 아우르며 교류할 수 있는 맥락을 만들어야 한다.

- 집단 간 가교 역할을 하는 ‘브로커’들은 소집단 안에서 많은 사람들과 연결돼 있는 ‘중앙 커넥터’들과 협업해야 한다.

- 혁신가들은 문제에 직면한 초기 단계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활용한다.


편집자주

이 글은 2017년 여름 호에 실린 ‘How to Catalyze Innovation in Your Organization’을 번역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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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들은 미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의 약 50%가 제품과 서비스 혁신을 통해 이뤄진다고 추정해 왔다.1 또한 기업 임원들의 90% 이상은 조직의 장기적 성공이 신규 아이디어의 개발 및 구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한다.2 유기적 혁신을 통한 조직 성장이 인수를 통한 성장보다 수익성이 더 높다는 연구 결과도 있는데3 그 이유 중 하나는 인수 이후 조직적 역량에 상당한 변화가 필요하기 때문이다.4 하지만 많은 대기업에서 유기적(organic), 즉 창발적(emergent) 혁신은 불굴의 투지로 노력하지 않는 한 좀체 일어나기 힘든 일이다. 알파벳(Alphabet)이나 애플(Apple), 페이스북(Facebook) 같은 거대 IT 기업들은 혁신의 문화를 그 무엇보다 중시하지만 다른 산업 분야는 위계적 조직 문화로 인해 유기적 혁신을 지속적으로 달성하는 데 고충을 겪는다.

기업들은 공식적인 혁신 프로세스를 통해 이 문제를 다루려고 노력한다. 하지만 그런 프로그램이 성공한다 할지라도 그 결과가 대기업의 성장에 기여하는 정도는 대부분 미미하다. 5   이런 혁신 프로세스를 혁신을 조정하고 지원하는 데 필요한 비공식 네트워크와 분리하는 것도 많은 혁신 프로그램의 결과가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유가 된다. 6   예를 들어 ‘스컹크 웍스(skunk works, 실험적인 기술이나 응용제품을 비밀리에 개발하는 별도 전담 조직-역주)’를 통해 추진한 프로그램들이 호평 속에 성공을 거둘 때도 있지만 그 혁신은 조직의 사회 생태계 밖에서 전개된다는 점에서 실패로 끝나는 경우가 많다. 비슷한 측면으로 새로운 전문 기술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확보하기 위해 추진하는 인수 전략도 논리적으로는 그럴듯하지만 통합 과정에 수반되는 도전 과제들로 인해 미흡한 결과를 내는 경우가 대다수다.7   게다가 이런 실패담은 언론에 잘 보도되지 않으므로 효과가 떨어지는 접근법들이 계속 수행되고 있다.

리더들은 계획에 의해 진행되는 신규 제품 및 서비스 개발 활동을 보완할 수 있는 창발적 혁신을 더 효과적으로 지원해야 한다. 필자들의 연구 결과는 창발적 혁신을 그저 운에 맡기기보다는 기업의 경영진이 창의성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주머니에서 혁신이 발생할 수 있는 협력적 맥락을 창조해야 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관리자들이 사려 깊은 방식으로 이런 환경을 촉진해야 한다는 점이다. 즉 조직의 공식적인 매트릭스 구조를 통한 협력 업무나 다수의 ‘비상근’ 과제, 혹은 협력적 기술이란 명목으로 직원들에게 새로운 업무를 과도하게 부과하면 결국은 개인을 혹사시키고 창의성과 혁신성마저 말살하는 결과를 낳는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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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발적 혁신은 한 조직 안에서 기업가정신을 가진 개인이 고객의 니즈를 해결하고 시장 상황에 역동적 변화를 줄 수 있는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발전시킴으로써 일어난다. 9  어떻게 하면 창발적 혁신을 좀 더 체계적으로 촉발할 수 있는 최선의 방식으로 직원들을 연결할 수 있을까? 필자들이 조직의 리더들과 연구원들이 10년간 구축한 파트너십을 통해 탐구한 내용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됐다. (‘연구내용’ 참고.)

그 해답의 일부는 네트워크 구조가 갖는 힘과 적응 공간(adaptive space)을 창조해내는 조직의 능력에 있다.10   필자들이 말하는 적응 공간이란 사람과 아이디어, 정보, 자원이 조직 전체에서 자유롭게 흐르고 창발적 혁신을 성공적으로 자극할 수 있는 네트워크 및 조직의 맥락을 말한다. 적응 공간은 혁신적 아이디어와 정보가 시스템 전체에서 움직일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 또한 조직 내 기업가정신을 추구하는 집단에서 생성한 아이디어가 조직의 정규 운영 시스템으로 편입되게 만들고 궁극적으로 조직의 성장을 견인하는 신제품 및 서비스로 개발돼 효과를 발휘하게 한다. (그림 1)

적응 공간은 인큐베이터(incubator)나 액셀러레이터(accelerator) 같은 어떤 물리적 건물이나 연구실이 아니다. 물론 이 두 공간 모두 아이디어의 창조와 개발, 공유에 뛰어난 잠재력을 갖고 있지만 조직 내 적응 공간은 이와 달리 유동적이며 필요에 따라 움직일 수 있다. 기업은 정보가 자유롭게 교류할 수 있도록 길을 터 주고 아이디어의 발견 및 개발, 확산 활동을 강화하는 환경을 통해 적응 공간을 창조한다. 이 작업은 여러 가지 방식으로 실행될 수 있다. 일례로 미국 버지니아주 레스턴(Reston)에 본사를 둔 비영리 연구 법인인 노블리스(Noblis)는 내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통해 적응 공간을 창출했지만 제너럴모터스(General Motors)는 여러 부서의 직원들을 한데 모으는 이벤트를 통해 적응 공간을 만들었다.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적응 공간 마련하기와 제너럴모터스의 적응 공간 마련하기’ 참고.)

필자들은 400건 이상의 인터뷰에서 수집한 데이터와 네트워크 분석을 통해 조직의 혁신 리더들이 혁신을 향한 여정의 여러 단계에서, 또한 콘셉트 형태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 나가는 과정에서 그 수용도를 높이고 혁신의 영향력을 현저히 확산하기 위해 전문가나 인플루언서(influencer), 의사결정권자들과 함께 교류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필자들은 직원 네트워크와 혁신의 사회적 본질, 창발적 혁신을 위한 네트워크에서 중대한 역할을 하는 브로커(brokers), 커넥터(connectors), 에너자이저(energizers)를 식별하고 관리하는 방법 또한 개인이 적응 공간을 통해 창발적 혁신을 주도하는 방법을 탐구함으로써 이 주제를 다룬다.



혁신의 사회적 본질

탁월한 통찰력을 가진 외로운 발명가의 이야기는 기업 혁신에 있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 신화와 같다.11   거대하고 복잡한 기업 안에서 추진하는 서비스나 제품, 혹은 프로세스의 성공적 혁신은 매우 사회적인 현상이기 때문이다. 꾸준히 혁신을 이루는 조직이 직원들로 하여금 의도적으로 서로 교류하고 연결함으로써 아이디어를 촉발하고 확산하게 하는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12   이런 기업들은 혁신이 일어나고 그 프로세스가 조직의 정규 운영 시스템으로 통합되기 위해서는 조직의 네트워크를 활용해야 한다는 사실을 이미 알고 있다.13  

최근 급진적으로 발전한 컴퓨팅 파워와 협력적 기술의 확산 덕분에 우리는 이런 네트워크를 이전보다 훨씬 더 쉽게 평가할 수 있다. 한 소비재 회사의 연구개발(R&D) 부문에는 약 1만 명의 직원들이 근무하고 있는데 이들 사이의 정보 흐름을 정리한 네트워크 다이어그램의 일부를 살펴보자. (그림 2) 이 다이어그램에서 각 점들은 연구원들을 나타내고, 각 선들은 누가 누구에게 정보를 얻는지를, 그리고 두 가지 색상은 서로 밀접하게 협업이 필요한 두 연구 분야를 나타낸다. 다이어그램을 보면 현 단계에서는 조직의 리더들이 바라는 만큼 두 집단 사이에 대규모 협력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알 수 있다. 이런 협력의 결핍은 전체 네트워크에 속한 다른 42개 점들 사이에서도 벌어지고 있다. 필자들은 다른 연구원들의 관계를 매핑해본 결과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소비재 회사는 조직의 성공을 위해선 네트워크에서 핵심 역할을 담당하는 주체들을 통해 조정 작업에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직원들끼리 서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했기 때문에 다수의 훌륭한 아이디어들이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었다. 이 소비재 회사의 임원들은 두 연구 분야에서 선발한 주요 전문가들이 한데 모여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프로젝트를 지원해 왔다. 스마트한 사람들이 한데 모여 창의적인 대화를 주도하면 그 과정에서 흥미로운 혁신 아이디어들이 나올 수 있다는 판단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임원들의 이런 기대와 상당히 달랐다. 임원들이 네트워크 분석 작업을 하지 않은 채, 그저 평판을 통해 전문가들을 선정했기 때문이었다. 회사의 리더들은 각 분야에서 인맥이 넓은 인사들(보통 해당 분야의 ‘핵심’ 인사라고 여겨지는 사람들)을 프로젝트에 참여시키는 결정을 내렸다. (필자들은 이들을 중앙 커넥터(central connectors)라고 부른다. 관련 내용은 <그림 2> 참고.) 이런 ‘핵심’ 인사들은 보통 자신이 속한 분야의 과학적 패러다임만을, 때로는 자신의 명성만을 고집하려는 경우가 많다. 그 결과 조직 내 모든 그룹들을 넘나들며 새로운 가능성들을 시각화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쉽다. 그러다 임원들이 이렇게 단절된 사일로(silos) 양쪽 모두와 관계를 맺고 있는 평직원들을 프로젝트팀에 포함시키기 시작하자 비로소 개별 아이디어들이 통합되면서 조직에서 창발적 혁신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필자들은 이렇게 집단 간 가교 역할을 하는 개인들을 브로커(brokers)라고 부른다. (그림 2)

네트워크 매핑은 조직으로 하여금 목표 지향적인 혁신을 추구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유용한 수단이 된다. 하지만 이런 노력도 혁신과 그 혁신을 창출하는 네트워크를 육성하는 적응 공간이 있어야만 효과를 낼 수 있다. 규모가 크고 관료주의적 성향이 강한 조직들은 노동의 분업을 통해 효율성을 높이도록 디자인돼 있기 때문에 이런 전통적 조직 구조는 혁신의 잠재력을 제한하기 쉽다. 이렇게 분리된 채널을 서로 연결하고, (비공식적인) 기업가정신을 통해 나온 아이디어를 (공식적) 운영 시스템으로 편입하려면 적응 공간이 필요하다. 적응 공간은 네트워크로 연결된 상호 작용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굴하고 혁신과 학습을 육성하는 역할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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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트워크를 구성하는 3가지 역할

창발적 혁신을 촉진하는 열쇠는 조직 안에서 혁신가를 확인하고 포지셔닝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조직 네트워크 안에서 개인들이 담당하는 역할부터 이해해야 한다. 창발적 혁신을 일으키는 데 필요한 사회적 자본은 브로커와 중앙 커넥터, 에너자이저라는 3가지 역할로 가장 잘 설명된다. (표 1)

브로커. 앞서 언급했듯이 브로커는 조직 안팎에서 한 그룹과 다른 그룹을 연결하는 다리를 놓는다. 그 결과로 브로커들은 정보와 아이디어가 교류하는 중요한 통로 역할을 한다. 구체적으로 브로커는 다양한 정보에 대한 광범위한 접근, 새로운 정보에 대한 조기 접근, 정보의 확산에 대한 통제라는 세 가지 경쟁 역량을 조직에 제공한다. 새로운 통찰력은 보통 기존의 네트워크들이 합류하는 교차점에서 발생한다. 즉 서로 이질적인 두 그룹이 연결되면서 새로움에 대한 잠재력이 증가한다. 브로커들은 자신의 사회적 관계를 통해 이런 발견 프로세스를 도모하고 그 통찰력을 조직의 다른 부서들에 언제, 어떻게 도입할 것인지 결정한다. 적응 공간이 있으면 브로커들은 더 적극적으로 그룹들을 연결하고, 현지의 하위 집단을 뛰어넘어 새로운 가능성들을 탐색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한 제약회사에서 추진한 혁신 프로세스를 되짚어보면 학계 밖까지 인맥을 형성하고 있던 몇몇 핵심 연구원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렇게 브로커 역할을 했던 연구원 두 명이 조직을 떠나면서 이 회사는 결정적 관계를 잃고 말았다. 그리고 회사의 혁신 속도는 급격히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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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공간과 브로커 활동에 대한 사례들은 종종 (조직 내에서가 아니라)조직 간에 연구된다. 이와 관련해 잘 알려진 사례로 프록터&갬블(Procter & Gamble·P&G)의 ‘C&D (Connect + Develop)’ 프로그램이 있다. P&G 경영진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외부의 혁신 자원과 더불어 내부 심사를 거쳐 새로운 고객 니즈나 제품 확장 가능성을 식별하고, 이에 따라 혁신을 이행한다. C&D 프로그램은 연결이 점점 더 강화되는 세상에서 영감과 혁신은 가치를 창출하는 외부 파트너들과 조직이 주도적으로 맺은 관계의 결과라는 전제에 따라 작동한다. P&G는 C&D 프로그램을 통해 미스터 클린 매직 지우개(Mr. Clean Magic Eraser, 얼룩 제거용 스펀지-역주) 같은 새로운 제품을 출시했다.14 

중앙 커넥터. 브로커들이 아이디어를 발견하는 데는 탁월한 영향력을 행사하지만, 아이디어의 구현에 있어서도 최적의 위치에 있는 것은 아니다. 아이디어의 구현은 중앙 커넥터들과 집단 응집력(group cohesiveness)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이다. 집단 응집력이란 한 집단에 속한 구성원들이 서로에게 얼마만큼 강하게 연결돼 있는지를 나타낸다. 집단 구성원들 사이에 중복된 연결이 많을 때 그 집단에는 응집력이 있다고 여겨진다. 즉, 그 집단에 속한 개인 누구든 같은 그룹 내의 다른 개인과 서로 연결돼 있을 가능성이 높다. 결과적으로 응집력이 강한 집단은 정보를 재빨리 공유하면서 서로에 대한 높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움직인다.15 

커넥터, 특히 응집력이 있는 집단 내 중심이 되는 커넥터들은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실행하는 프로세스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이들은 소속 집단에서 발굴한 아이디어 개발에 필요한 지원을 확보하는 데 유리한 위치에 있다. 일단 중앙 커넥터에 의해 소개된 아이디어는 그들과 좀 더 밀접하게 연결된 하위 집단으로 쉽게 확산될 수 있다.16  게다가 이들 하위 집단에 존재하는 강한 신뢰감은 창의력과 아이디어 전개에 필수 요소인 아이디어와 학습, 위험 감수 역량을 모두 높인다. 17  그 결과 커넥터들은 아이디어를 현지 조직 안에서 빠르게 응용하면서, 이를 개선하는 작업을 반복적으로 빠르게 주도할 수 있다.

캘리포니아 에머리빌(Emeryville)에 있는 픽사애니메이션스튜디오(Pixar Animation Studios)의 ‘일별 리뷰 회의(dailies)’는 응집력이 있는 하위 집단이 가질 수 있는 신뢰가 어떤 것인지 잘 보여준다. 픽사의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동료들에게 중요한 피드백을 받기 위해 매일 자신이 작업 중인 프로젝트의 현황을 공유하는 자리를 갖는다. 대부분의 다른 조직에서는 개인이 맡은 일을 완수한 후에나 다른 이들의 평가를 받기 위해 그 결과를 제시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픽사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동료가 자신의 이익을 염두에 두고 행동한다는 믿음이 있으므로, 제작 과정 중 듣는 동료들의 피드백으로 더 큰 창의력을 발휘한다. 픽사의 제작팀들은 고품질의 혁신적인 영화를 제작하는 데 리뷰 회의가 아주 중요한 공헌을 한다고 여긴다.18  

사회적 맥락에서 혁신을 이루기 위해서는 브로커와 커넥터가 서로 어떤 상호 작용을 하는지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필요하다. 적응 공간이 중요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혁신을 효과적으로 전개하기 위해 각 개인을 네트워크 안에 어떻게 포지셔닝할지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한때는 혁신의 아이콘이었던 휴렛팩커드(Hewlett-Packard·HP)를 생각해 보자. HP가 성공 가도를 달리던 시절, 회사는 유연성과 혁신성을 촉진하는 근무 환경을 조성했다. HP는 엔지니어들이 주요 프로젝트 사이에서 자유롭게 이동할 수 있는 정책을 만들었다. 그 결과 한 프로젝트를 통해 얻은 지식과 기술이 다른 신규 프로젝트로 전파될 수 있었고, 그렇게 공유된 기술과 지식은 새로운 조합으로 응용되고 재구성될 수 있었다. HP에서 일했던 한 선임 엔지니어는 이렇게 설명했다. “저는 한 분야에서 고작 2∼3년 정도 일한 후 순식간에 완전히 새로운 분야로 이동할 수 있었어요. HP는 창의력의 천국이었죠.”19   HP의 경영진은 직원들을 여러 프로젝트로 이동시키면 지식도 함께 전파될 수 있다는 것을 직관적으로 알고 있었다. HP는 본질적으로 브로커와 커넥터들이 활발히 상호작용할 수 있는 공간을 제공했다.

대형 조직에서 브로커들은 종종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중앙 커넥터들은 그 아이디어를 개발한다.20  중앙 커넥터들은 보통 단절된 소집단 안에서 활동하므로 이들의 아이디어는 상위에 있는 큰 조직에 의해 묵살될 가능성이 크다.21   더군다나 응집력이 있는 집단들은 점진적 혁신을 이끄는 데는 능숙하지만 파괴적 혁신을 주도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22   응집력이 있는 집단의 구성원들은 자신이 속한 소집단의 지위를 위태롭게 할 수도 있는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들 집단에 형성된 높은 신뢰도 덕분에 기꺼이 위험을 부담하는 경우도 있지만(그래서 특정 유형의 혁신을 이끌기도 하지만) 결국엔 조직의 사회적 수용력이 이런 위험 부담 의지를 어느 정도 제한한다. 그 결과 중앙 커넥터들은 더 많은 아이디어를 내지만 대부분 안전한 베팅에 머무는 경우가 많다.

에너자이저. 에너자이저는 안전한 베팅 너머로 사람들을 밀어붙이는 역할을 한다. 조직 네트워크 안에서 에너자이저는 브로커나 중앙 커넥터, 혹은 아이디어를 열정적으로 채택하고 홍보하는 일반 개인 등 다양한 사람들이 담당할 수 있다. 에너자이저는 다른 이들의 관심과 참여를 유도하고 대담한 혁신에 필요한 열정을 불러일으킨다. 네트워크 에너지, 혹은 열정은 대형 조직 전체에서 아이디어의 확산과 공동 창작, 구성원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한다. 또한 구성원들로 하여금 원래 속해 있던 하위 집단에 있을 때보다 더 과감한 발상을 하도록 자극함으로써 혁신이 전개되는 과정에서 구성원 사이에 열정적 사고를 전염시킨다.

에너자이저들은 다른 사람들로 하여금 혁신 프로젝트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투입하도록 자극하면서 자신도 그 활동에 전념한다.23   그들의 명성은 네트워크 전체에 빠르게 전파되며 성공 가능성이 높고 더욱 도전적인 통합된 콘셉트를 발전시킬 수 있도록 다른 사람들이 다양한 아이디어를 종합할 수 있게 유도한다.24   에너자이너들은 전문성과 배경이 다른 개인들을 서로 연결한다. 이런 개인 간의 차이는 대담한 혁신을 이루는 데 필수 요소로 작용한다. 그 결과 새롭고 더 확고한 가능성들이 나타날 수 있는 잠재력이 생긴다.

뉴어크주 델라웨어에 본사를 둔 재료과학 회사인 W.L. 고어&어소시에이츠(W.L. Gore & Associate)는 직원들에게 새로운 아이디어를 발굴하면서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더 광범위한 네트워크에 공유하는 에너자이저 역할도 할 수 있는 자유를 부여함으로써 그런 가능성들을 실험한다. 이 회사에서는 ‘실재, 승리, 가치(Real, Win, Worth)’라 불리는 다기능적 리뷰 방식을 통해 직원들이 제안한 콘셉트를 검토한다.25   이렇게 동료 집단의 리뷰를 받는 목적은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데 모여 콘셉트의 적합성을 시험해 봄으로써 궁극적으로 그 개념이 시장에서 승리하고 회사에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지 확인하려는 것이다. 이런 검토 과정으로 인해 직원들은 실패 위험이 낮은 솔루션을 개발하고 학습하려 애쓴다. 이런 노력의 결과로 W.L. 고어는 회사의 본래 영역을 뛰어넘고 확장하는 다수의 혁신 제품과 솔루션을 개발할 수 있었다.





혁신가를 위한 교훈

지금까지 우리는 창발적 혁신을 이끌기 위해 리더들이 네트워크를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그 핵심 내용을 중점적으로 살펴봤다. 여기에 필자들의 연구는 개인 간의 협업이 성공적 혁신을 이루는 각 단계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는지 밝힘으로써 개인을 위한 중요한 통찰력도 제시한다. 예를 들어 연구 대상이 됐던 모든 성공적 혁신 활동에는 문제해결 단계 초기에 비(非)폐쇄적 네트워크가 활용됐고, 이는 개인이 문제를 재구성하고 좀 더 실질적인 해법과 효과를 창출하는 데 도움이 됐다. 또한 성공적 혁신 사례들은 다른 사람들이 가져온 아이디어, 그리고/또는 혁신의 과정을 극적으로 재편하는 우연한 만남에서 수혜를 받았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전반적으로 이 연구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제품 및 서비스, 그리고 관련 네트워크가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혁신의 수준이었다. 네트워크는 아이디어 발상뿐 아니라 혁신의 수용에 있어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성공적인 혁신가는 아래에 요약된 5가지 원칙에 따라 혁신과 네트워크라는 두 가지 영역 모두에서 혁신을 창출해 냈다.

1. 문제 해결 초기에 인접한 전문지식과 광범위한 네트워크를 활용하라. 성공적인 혁신가들은 거의 대부분 주어진 문제를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않았다. 문제 해결을 요구하는 주체가 이사회든 상사든, 아니면 고객이나 이것저것 주문이 많은 동료든, 성공적인 혁신가들은 어떤 중대한 문제 해결 임무가 떨어지면 먼저 의문을 품고 초기에 자신의 네트워크를 통해 그 문제를 다른 방식으로 검토할 수 있는 도움을 받고, 언뜻 보기에 관련이 없을지라도 해결책을 찾는 데 다른 관점을 부여할 수 있는 전문가들을 찾아 나섰다. 반대로 덜 성공적인 사람들은 문제를 재구성하기 위해 인접 분야의 전문가들과 논의하는 과정을 거치지 않고 바로 작업에 뛰어드는 경향이 강했다. 흥미로운 점은 후자 중에서도 문제를 해결하고 솔루션을 제시한 사람들이 상당히 많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더 성공한 혁신가들에 비해 이들이 해결한 문제는 그 규모가 작거나, 시간이 흐르면서 미치는 혁신적 영향력이 적은 경우가 많았다. 후자는 전자보다 성과에서 뒤처졌지만 그 이유를 끝까지 몰랐다. 문제 해결의 초기 단계에도 네트워크와 혁신의 본질, 과제의 성공 가능성 사이에서 상호작용이 일어나기 때문이다.

필자들은 정량적 모델 분석과 인터뷰를 통해 시간이 지날수록 혁신의 성공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 경계 연결 고리(boundary-spanning tie)들을 발견했다. 다음 4가지 고리들을 고려하라.

● 창발성/창의성 고리: 보통 전문 분야, 기능, 고객, 문화 측면에서 조직 내 두 가지 사고 영역을 서로 연결함으로써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사일로나 경계가 없는지 확인하라.

● 역량 개발 고리: 업무나 교류, 의사결정 측면에서 당신이 평소에 자주 조언을 구하거나 자발적으로 의견을 줄 만한 사람들과 교류하라.

● 깊이/모범사례 전파 고리: -지역, 회사, 기능 측면에서 유사한 전문성을 가진 사람들 중 연결을 통해 당신의 일에 지식의 깊이와 통용성, 업무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사람들을 식별하라.

● 이해/정치적 인식 고리: 네트워크에 대한 정확한 그림을 이해하고 아이디어 포지셔닝 방법을 터득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나 기법을 찾아라.

2. 타인들에게 유익한 상호작용을 초기에 시도하라. 연구 대상 중 더 성공적인 혁신가들은 자신의 니즈를 무턱대고 밀어붙이거나 타인의 도움을 강요하기보다 남들을 자신의 아이디어로 자연스럽게 끌어들일 수 있는 방법을 강구했다. 쌍방의 이익을 창출하면 더 활발한 교류를 이끌 수 있고 성과에 대한 남들의 공을 인정하면 성공적 혁신을 이룰 가능성이 더 커진다. 이런 태도는 놀라울 정도로 큰 역할을 한다. 성공적인 혁신 사례들을 살펴보면 솔루션을 찾는 과정의 어느 시점에서든 타인의 놀라운 통찰력이나 자원, 아이디어로부터 도움을 받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우연한 성과가 프로젝트의 궁극적 성공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쳤다는 데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지만 혁신의 주체는 그런 성과를 절대 예측하거나 기대하지 못했을 것이다. 반면에 덜 성공적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과 개인적 관계를 구축하거나 타인에게 도움을 주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프로젝트에 곧장 뛰어드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그들은 확장된 네트워크에서 발생하는 놀라운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했다.

교훈은 이렇다. 명확한 목표를 가지고 모든 상호작용에 참여하면 타인들의 시간과 노력을 존중하게 된다. 타인에게도 득이 되는 상호작용을 함으로써 상대가 스스로 그 관계에 이끌리도록 만들어야 한다. 개인적인 관계를 형성하고, 질문을 하고, 자신이 갖고 있는 지식을 상대의 니즈에 맞춰 구성하고, 상대의 공헌과 역할을 인정하고, 도움을 받고자 했던 사람들에게 혜택을 줄 수 있는 방법들을 모색하고, 그들과의 상호작용에서 긍정적 에너지를 창출함으로써 사람들의 신뢰를 구축하라.

3.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분산하고 피드백을 구하라. 인터뷰 대상 중 개인이 상호작용 네트워크의 중앙에서 모든 작업과 아이디어를 조정하는 허브&스포크(hub-and-spoke) 혁신 모델을 활용한 경우는 흔치 않았고, 이는 거래 환경에서만 효과를 냈다. 사실 인터뷰 대상 중에서 방호벽처럼 철저히 고립된 상태에서 아이디어를 발전시키려 애쓴 사람들은 실패할 수 있는 확실한 비결을 배울 수 있었다. 보다 성공적인 혁신가들은 혁신과 네트워크 양쪽 모두를 개발하는 측면에서 어떤 사람들을 작업에 포함시키고, 착수 회의를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결정을 내렸다. 그들은 적절한 전문가들을 통한 혁신의 기틀을 마련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들이 논의될 수 있는 개방적인 브레인스토밍 방식을 재빨리 적극적으로 활용했다. 또 성공적 혁신가들은 프로젝트 초기에 아이디어의 소유권을 분산시켰고, 반대되는 의견을 가진 사람들도 불러 모았으며, 혁신에 대한 네트워크의 수용력을 높이는 밑작업에 도움을 줄 수 있는 핵심 오피니언 리더들과 함께 외부에서 아이디어를 테스트하는 작업도 병행했다. 아이디어가 완벽해질 때까지 감추기보다는 개발 과정에 다양한 사람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여기서 교훈은 무엇일까? 혁신을 위한 관계를 형성할 때는 그 초기에 개방성을 촉진하는 기법을 활용해야 한다는 점이다. 팀원들의 목적의식과 헌신을 높이기 위해서는 그 일을 하는 이유에 집중하고, 그들로 하여금 고객과 이해관계자 및 전문가, 그리고 네트워크의 오피니언 리더들과 더불어 아이디어 소스를 발굴하도록 요청하라. 핵심 오피니언 리더 및 반대론자들을 가능한 일찍 접촉해야 한다. 그들은 프로젝트에 필요한 정보와 통찰력을 가져오고, 나중에는 프로젝트의 홍보대사로서 그 타당성과 채택을 높이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혁신은 아이디어 발굴과 개발 작업이 조직 내에 확산되고 기여자들 스스로 자신이 프로젝트의 주인이라는 자부심을 가질 때 더 큰 성공을 거둘 수 있다. 사람들이 가치를 공유하고, 그 작업이 왜 중요한지 납득했을 때 비로소 뛰어난 협력 결과가 창출된다.

4. 프로토타입을 초기에 개발하라. 프로세스는 유연하게 운영하되 프로토타입이 가능한 초기에 개발될 수 있도록 밀어붙여야 한다. 필자들이 인터뷰한 사례들 공히 프로토타입은 혁신에 필수적인 역할을 했으며 아주 다양한 형태로 개발됐다. 프로토타입 중에는 작업 코드도 있었고, 소형 모델이나 완전한 형태의 솔루션도 있었다. 초기 프로토타입은 개념을 검증하는 도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역할은 프로토타입을 통해 네트워크 구성원들의 논의 성격 및 참여 형태가 극적으로 바뀔 수 있다는 점이다. 프로포타입이 있으면 솔루션에 대한 개선 방향이 잡히면서 보다 명확한 목표에 따라 의견을 교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좀 더 미묘한 변화는 프로토타입을 통해 필요한 신뢰를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혁신 활동과 네트워크를 솔루션을 향해 효과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어떤 리더는 이렇게 설명하기도 했다. “개념 검증을 할 수 있는 시제품이 확보되면 부정적인 사람들도 프로젝트에 끌어들일 수 있는 적절한 시기라고 할 수 있습니다. 모델로 모든 이슈들을 설명할 수 있으니 굳이 사람들에게 내 말을 믿으라고 강요할 필요도 없죠.”

다른 사람들이 어느새 당신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는 당신이 성공을 향한 올바른 궤도에 있다는 증거다. 다른 사람들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맺으면 ‘자애로움에 기반한 신뢰(당신이 다른 사람들의 이익까지 생각한다는 믿음)’가 형성되지만 프로토타입을 제시하면 ‘능력에 기반한 신뢰(당신이 말한 대로 실행할 수 있다는 믿음)’가 구축될 수 있다.26  

5. 초기 솔루션을 가지고 논의한 후 네트워크를 통해 반복적 개선 작업을 행하라. 프로토타입에서 출발해 시장 전개를 위한 최종 솔루션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중요한 두 가지 활동이 필요하다. 첫째는 광범위하고 포괄적이며 협력적인 커뮤니케이션 프로세스다. 사람들에게 감정적으로 호소함으로써 프로젝트 참여를 도모한 많은 사례들을 살펴보라. 예를 들어, 조직의 변화를 이끈 한 리더는 이런 말을 했다. “사람들을 두렵게 하면 안 되고, 우리 앞에 펼쳐진 엄청난 기회를 보여줘야 합니다. 위협 대신 가능성 측면에서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게 핵심이죠. 제 경우에는 비전과 사업 기회를 설명하는 회의를 한두 번 진행하자 사람들이 함께 참여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몇 명의 중요한 이해관계자들이 제 대신 그 아이디어를 전하기 시작했고, 저에겐 그게 바로 성공을 의미했어요. 제 비전이 그들 자신의 비전이 됐으니까요.”

둘째, 사람들의 의견에 따라 혁신을 조정할 수 있는 포럼을 만들고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인터뷰에 참여한 리더 중 대부분은 이 단계에 얼마나 많은 노력이 투입됐는지, 그리고 일이 대부분 완성됐다고 여긴 시점에도 여전히 얼마나 많은 조정이 필요한지를 깨닫고 크게 당황했다고 말했다. 많은 이해관계자들과 최종 사용자들이 의견을 개진할수록 당신의 팀은 이에 따라 점진적인 변화와 실험, 조정을 민첩하면서도 확실히 이행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한 리더는 이렇게 말했다. “저희는 처음에 생각했던 것에서 상당히 많은 변화를 겪었어요. 이해관계자들과 회의를 하면서 처음에 구상했던 기능의 75% 정도가 바뀌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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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응 공간은 필수 요건

대기업에게 혁신은 꼭 필요하지만 이를 이루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관리자들은 혁신을 위해 다음과 같은 난제를 해결해야 한다. 어떻게 하면 혁신적 아이디어를 가진 개인들에게 권한을 부여하면서(기업가정신을 추구하는 회사 내 별도 조직을 통해), 동시에 조직의 정규 운영 시스템을 활용해 그 최상의 아이디어가 효과적으로 실행되게 할 수 있을까?

네트워크 및 적응 공간은 영향력을 가진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이 주도하는 혁신에 대한 이야기를 네트워크 전체에 반향을 일으키며 전달하게 한다는 데 그 가치가 있다. 이야기가 확산되면 다른 사람들도 혁신에 참여하고 싶은 매력을 느끼고, 이 참여자들을 통해 네트워크에 꼭 필요한 이해관계자들이 더 많이 관여하기 시작하며, 그 결과 혁신에 필요한 자원을 조직에서 지원받을 가능성도 높아진다. 필자들의 연구는 관료주의적인 조직도 사회적 네트워크를 이해하고 적응 공간을 만들면 창발적 혁신을 주도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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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 아이디어가 성공하지 못한 까닭은?

본 연구는 지난 10년간에 걸쳐 상업적으로 성공한(그리고 성공하지 못한) 혁신 사업들이 과연 어떻게 시작됐는지, 그 수행 과정에 초점을 맞춰 진행됐다. 성공한 혁신은 조직 전체에 걸쳐 진행되고 아이디어 고안자들도 많았지만, 성공하지 못한 혁신 아이디어들은 대개 조직 내 한 부문에 국한해 폐쇄적으로 전개됨을 알 수 있었다. 필자들은 각 조직에서 크게 두 단계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할 때마다 아이디어 고안자를 만날 수 있었다.

이 연구의 첫 단계는 성공한 혁신 및 성공하지 못한 혁신 과제를 수행한 조직들을 대상으로 진행한 400여 건의 인터뷰 중심으로 이뤄졌다. 필자들은 또한 이들 조직에 대한 네트워크 분석을 수행함으로써 각 기관의 네트워크 역학 수준을 점수로 산출했다.

두 번째 단계에서는 20개의 잘 알려진 조직에서 뛰어난 능력을 발휘하는 160명의 리더(남녀 각각 80명씩)들을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이들은 금융 서비스, 소프트웨어, 소비재, 유통, 전문 서비스, 제조, 생명과학 등 다양한 산업에 속해 있었다. 인터뷰를 통해 각 조직의 리더들이 어떻게 성공적으로 혁신을 도입했는지, 특히 그들이 혁신과 함께 성공에 이르는 네트워크를 어떤 식으로 관리했는지에 대한 풍부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연구의 첫 번째 단계는 리더가 다양한 유형의 혁신 프로젝트를 주도하면서 그 작업에 참여시켜야 할 사람들을 식별하는 과정에서 네트워크가 발휘하는 중요한 역할을 제시했다. 그리고 두 번째 단계에서는 성공적인 혁신가가 네트워크를 통해 협력하고 혁신적 아이디어를 발전시킴으로써 어떻게 혁신적 아이디어를 성과로 이끄는지 그 청사진을 제공했다.



참고 1: 크라우드소싱을 통해 적응 공간 마련하기

노블리스(Noblis)는 데이터 분석, 사이버보안, 네트워킹 같은 과학·기술 관련 정부 이슈들에 대해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연구 법인이다. 노블리스는 역사적으로 신규 아이디어를 탐색하고 새로운 역량을 개발하는 데 독립적인 연구, 조사 프로그램들에 의존해 왔다. 기존 방식에서는 여러 직원들과 연결돼 있는 몇몇 수석 연구원들이 과제 승인을 위해 최고경영진에게 제안서를 제출하는 방식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그러나 법인의 규모가 커지면서 노블리스의 경연진은 조직의 경쟁력을 유지하기 위해선 협력적 역량을 더 강화해야 한다는 점을 인식했다. 노블리스의 회장이자 최고경영자(CEO)인 아무르 엘소이(Amr ElSawy)는 이렇게 말했다. “스마트한 사람들은 어디든 있습니다. 문제는 그들의 관심사가 무엇인지 우리가 모른다는 점이죠.”

2015년, 노블리스의 경영진은 조직의 아이디어 발견 프로세스를 변경했다. 신규 프로세스에서 직원들은 크라우드소싱 플랫폼을 통해 혁신적 연구 및 고객 중심의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동시에 이 회사는 완벽한 제안서 대신 직원들을 통해 아이디어를 얻는 다른 방법들을 개발했다. 두 명의 선임 리더들은 어떤 아이디어든 다양한 전문 분야에 속한 동료들을 접촉하고 그들의 의견을 요청함으로써, 프로젝트에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수준의 활력을 불어넣고 개선해 나갔다. 직원 개개인은 자신이 관심을 가진 아이디어를 제출하게 됐으므로 이를 논의하는 과정에 더 열정적으로 참여했다.

신규 프로세스가 도입된 첫해에만 수백 개의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발굴됐고, 각 프로젝트에 대한 수많은 의견들이 나왔다. 전체 직원의 과반수가 피드백을 제공했다. 처음 제안된 아이디어 중 총 100개가 정식 프로젝트로 선정돼 추가 개발 과정을 밟았다. 그리고 이중 24개 이상의 연구 프로젝트가 승인되고 자원을 할당받았다.

새로운 접근 방식을 이행한 결과, 다음 성과들을 포함해 다수의 강력한 혁신 사업과 네트워크, 인적 역량을 확보할 수 있었다.


반대자(아이디어 고안자 vs. 상급 관리자, 또는 프로젝트 vs. 프로젝트)들까지 협력자로 바꾸는 새로운 조직 문화 창출: 크라우드소싱 접근법은 조직 안에 대화의 문화를 창출함으로써 지속적인 프로젝트 검토와 조직의 지원을 받는 회의들을 이끌었다.

더 광범위한 아이디어 발굴 및 개발: 상명하달이나 ‘권력 핵심층 중심(inner circle)’ 접근법을 탈피해 프로젝트 초기에 다양한 관점으로 연구 주제를 접근하는 방식을 취하면서 노블리스는 조직의 집단 지성을 더 효과적이고 유익하게 활용할 수 있었다.

활발한 직원 참여와 투명한 프로젝트 운영: 자발적으로 자신의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다른 직원들의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사람들이 생겼다. 개인의 영역보다는 조직 전체에 유익한 의사결정이 이뤄지기 시작했다.

전 사업체에서 폭넓은 인재 발굴: 많은 아이디어와 통찰력이 중앙 조직의 레이더 밖이나 멀리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직원들에게까지 퍼져 나갔다. 자금이 지원된 프로젝트 중 3분의 2는 프로세스를 새로 접한 직원들에 의해 주도됐다.


참고 2: 제너럴모터스의 적응 공간

제너럴모터스는 2014년에 착수한 GM 2020 사업을 통해 아이디어와 정보가 조직 전체에서 자유롭게 교류하는 적응 공간을 창출했다. 그 결과 다수의 창발적 혁신이 이뤄졌다. 일례로 한 그룹은 구매자-공급자 관계를 개선하는 신규 프로세스를 개발했고, 또 다른 그룹은 밀레니얼세대에게 친근한 인터뷰 프로세스를 만들었으며, 또 다른 그룹은 매달 진행되는 부서 간 토론회를 열어 회사에 존재하는 조직적 장애물을 확인하고 문제를 공유하는 장을 제안했다.

GM 2020 사업은 코랩(Co-Lab), 서밋(Summit), 티핑포워드(Tipping Forward) 행사와 그 밖에 직원들이 제안한 다양한 형태로 진행될 수 있었다. 예를 들어 코랩이란 24시간 동안 진행되는 집중 도전 과제였다. 이는 다양한 부서에 속한 직원들이 최대 60명까지 팀을 짜서 아이디어를 개발하고 이를 경영진에게 제안하는 형태로 이뤄졌다. 코랩은 때로 시간이 아주 촉발할 때 최고의 솔루션이 나올 수 있다는 전제에 따라 실행됐다. 도전 과제로는 제품 디자인 아이디어부터 직원의 참여를 높이는 이슈까지 모든 주제를 다룰 수 있었다. 도전 과제들은 또한 고객을 프로세스에 참여시키기 위해 사용자를 중시했으며 디자인싱킹(design-thinking) 원칙을 채택했다.

서밋에는 회사에서 브로커와 커넥터로 활동하는 300명 가까운 직원들이 참여해 문제의 솔루션을 찾고, 공유하고, 개발하기 위해 디자인싱킹 원칙을 활용했다. 100∼200명 정도의 직원들이 참여한 티핑포워드에서는 지역적으로 수행한 성공 사례들을 서로 공유할 수 있는 적응 공간을 마련했고, 이런 성공담을 조직에 더 광범위하게 확산하기 위해 에너자이저들의 열정을 활용했다.

GM 2020은 각 개인이 문제의 솔루션을 찾기 위해 자신의 네트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장려한다. 예를 들어 엔지니어와 연구원들로 구성된 한 소그룹은 다양한 그룹 간 논의를 통해 문제를 개선하는 ‘메이커 공간(maker space, 소비자가 원하는 사물을 즉석에서 만들어 낼 수 있는 협력적 작업 공간-역주)’을 조직 내에 만들었다. 또 회사의 한 학습 동호회는 여러 직무들을 아울러 더 큰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했다. 또 다른 그룹은 ‘TEC(Technology, Engineering, Creativity) 토크’라는 행사를 추진함으로써 매달 회사의 내부 전문가를 한 명씩 선정해 자신의 생각을 프레젠테이션 방식으로 공유하게 했다.

아래 다이어그램은 한 소비재 회사 내 R&D 부서의 전체 네트워크 중 일부에서 정보가 어떻게 흐르는지를 보여준다. 주황색과 녹색 점들은 서로 밀접한 협업이 필요한 두 가지 연구 분야를 나타낸다. 그러나 네트워크 다이어그램을 보면 이 두 분야 사이에 대규모 협력 작업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자신이 속한 하위 그룹 안에서 다른 사람들과 잘 연결돼 있는 사람들이 중앙 커넥터이며, 그룹 간 연결을 주도하는 사람들이 브로커에 해당한다. 대기업에서 브로커들은 종종 아이디어를 소개하고, 중앙 커넥터들이 그 아이디어를 개발한다.



번역 |김성아 dazzlingkim@gmail.com

마이클 아레나(Michael Arena)는 제너럴모터스의 최고인재책임자(chief talent officer)다.
롭 크로스(Rob Cross)는 매사추세츠 뱁슨 파크에 있는 뱁슨대(Babson College)의 글로벌 비즈니스 담당 에드워드 A. 매든 교수(Edward A. Madden Professor)다.
조너선 심스(Jonathan Sims)는 뱁슨대 경영학 조교수다.
메리 울-비엔(Mary Uhl-bien)은 텍사스 포트워스에 있는 텍사스크리스천대(Texas Christian University) 닐리 경영대학원(Neeley School of Business)에서 BNSF 철도(BNSF Railway) 후원 리더십 담당 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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