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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se Study

사무공간은 기업 혁신의 촉매

DBR | 14호 (2008년 8월 Issue 1)
인간의 존재 기반이며 우리 삶에 엄청난 영향을 미치는 것이 바로 ‘공간(空間)’입니다. 하지만 공기나 물, 시간과 마찬가지로 공간의 가치를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사람은 많지 않습니다. 효율을 우선시한 많은 기업은 한때 사무 공간을 ‘비용(cost)’ 개념으로만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공간은 투자의 대상입니다. 선진 기업들은 공간 혁명을 통해 직원들의 업무 몰입도 향상, 커뮤니케이션 활성화, 혁신적 아이디어 교류, 조직문화 개선 등 다양한 성과를 내고 있습니다. 이번 스페셜 리포트가 사무 공간에 대한 인식 전환의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정민·문권모·신성미 기자 dbr@donga.com
 
한 대기업 마케팅 부서에 근무하는 홍영식(가명) 팀장. 매일 아침 출근길 발걸음이 무겁기만 하다. 그가 근무하는 116.5㎡(약 35평) 남짓한 공간에 무려 15명이 근무하고 있기 때문에 아침에 사무실 문을 열 때마다 숨이 막히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빽빽이 들어찬 책상과 의자, 집기 등은 재래시장 좌판을 연상시킨다. 물론 창문에 접해 전망이 좋은 곳은 임원실이 차지하고 있다. 따라서 사무실에서 하루 종일 하늘 한 번 쳐다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 내일까지 중요한 업무 보고 자료를 마쳐야 하는데 유난히 목소리가 큰 옆 자리 김 과장은 오늘 따라 하루 종일 전화기를 붙들고 있어 도통 업무에 집중할 수 없다. 집기라도 편하면 좋으련만 큰 체구의 홍 팀장에게 맞지 않은 비좁은 의자는 몸과 마음을 더욱 불편하게 만든다.
 
홍 팀장의 사례에 공감하는 직장인이 적지 않다. 한 구직 전문 회사가 직장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상당수 응답자들이 자신의 직장생활을 ‘지옥’, ‘무료함’, ‘스트레스’, ‘전쟁터’ 등의 단어로 표현했다. 한국 직장인들은 집보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많다. 그만큼 열악한 근무 환경은 업무의 효율성을 저하시킬 뿐 아니라 전반적인 삶의 질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하지만 혁신적인 기업들은 제한된 공간에 최대한 여러 사람을 앉히는 데 주안점을 두던 기존의 사무실 구조에서 과감하게 벗어나고 있다. 사무 환경 개선을 기업의 성과 향상을 가져오는 매력적인 투자로 인식하는 기업이 늘고 있는 것이다. 선도 기업들은 개인 공간을 최대한 보장하고 임원과 직원 간 구분을 없애며 갖가지 튀는 아이디어로 회의실을 꾸미고 웬만한 고급 카페보다 우수한 카페테리아나 식당 등을 설치하고 있다.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면서도 다른 직원과의 커뮤니케이션을 활성화하고, 부서 간 협업을 촉진하면서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거리낌 없이 말할 수 있도록 편안한 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이 이런 사무 공간 혁명의 근본 목표이다. SK텔레콤, 네이버, 다음, 야후코리아, 인텔, HP 등 사무 공간 변화를 주도하고 있는 기업의 사례를 분석했다.
 
1. 개인 공간은 최대 보장
서울 여의도 인텔코리아 사무실을 첫 방문한 사람들의 대부분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한다. 사무실 문을 열고 들어가도 그 안에 몇 명이 근무하는지, 자리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 전혀 확인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른 키만한 파티션으로 구성된 인텔의 독특한 칸막이식 사무공간은 ‘큐비클(cubicle)’로 불린다.
 
큐비클 안에 있으면 거의 완전한 독립성이 보장된다. 그 안에 사람이 있는지, 무슨 일을 하고 있는지 들어가 보지 않으면 알 수 없다. 큐비클은 실리콘밸리의 인텔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의 인텔 지사가 모두 공유하는 문화 코드다. 끊임없이 새로운 아이디어를 생산해야 하는 지식 노동자에게는 개인의 독립적인 공간 확보가 가장 중요하다는 생각에서 고안됐다.
 
눈여겨 볼 점은 인텔코리아 직원 대부분이 영업 및 마케팅을 담당한다는 점이다. 내근 비중이 높은 연구개발(R&D)이나 재무 담당 직원이 아니라 외근 비중이 훨씬 높은 직군이지만 이들에게 최대한 프라이버시를 배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박경희 인텔코리아 차장은 “외근 비중이 높다고는 해도 사무실 안에 있는 동안 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자유롭게 사고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자는 목적에서 큐비클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일부 외국계 기업이 외근 직원들에게 책상을 공유토록 하는 핫 데스킹(hot desking) 시스템을 잠시 도입했다가 포기한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한국 휴렛패커드(HP)의 서버 사업 담당 부서는 독특한 오각형 모양의 ‘셀(Cell)’ 구조에서 근무한다. 셀 구조로 책상을 배치하면 일렬로 배치할 때보다 공간이 더 필요하다. 하지만 서버 관련 장비를 많이 설치해야 하는 업무 특성을 감안한 회사 측은 직원들에게 확실한 자기 공간을 보장해 주기 위해 이런 구조를 채택했다. 한국 P&G 또한 유사한 오각형 셀 구조를 보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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