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충우돌 강 상무를 구하라

[좌충우돌 강상무를 구하라] 팀원 평가항목 열심히 만들었더니… “왜, 수치로만…” 불만 폭발

204호 (2016년 7월 lssue 1)

 

 

 

드디어 성과평가의 기간이 돌아왔다.

 

지난 연말 성과평가는 미래생명사업본부가 구성된 지 얼마 지나지 않았고, 아직 프로젝트도 구체화되지 않았으며, 더군다나 팀원들을 평가할 만큼의 스킨십도 많지 않았던 상황에서 아무래도 형식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이번이 이 회사로 이직 후 진행하는 실질적인 첫 번째 성과평가.

 

내가 매긴 성과평가 결과가 성과급에도 반영이 되고, 더 나아가 구성원들의 승진을 비롯한 향후 회사 생활에까지 영향을 끼친다고 생각하니 여간 신경 쓰이는 일이 아니다.

 

‘어떻게 하면 신뢰할 수 있는 결과를 내놓을 수 있을까?’

 

자칫 나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누군가가 불이익을 당하게 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에 누가 봐도 납득할 수 있는 객관적인 평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결국, 나의 선택은 회사의 평가지표 외에 우리 팀원들의 성과를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나만의 가이드라인을 작성해 활용하는 것.

 

오직 업무 수행 성과에만 의거해서 객관적으로 판단하고 팀원들도 공감하는 결과를 내기 위해 지난 일주일 동안 고심하며 작성한 가이드라인의 항목만 무려 47!

 

줄이고 줄여서 다시 30개 항목으로 만든 이 내용을 팀원들에게 배포하고 미리 작성해 달라고 할 생각이었다.

 

이와 함께 개인별 업무수행계획과 수행실적을 바탕으로 한 최종 평가는 개별 면담을 통해 모두가 동의하는 선에서 확정하고자 한 것이다.

 

더불어 이 껄끄러운 기회를 계기로 팀원들과 한층 더 가까워지고 소통하는 기회로 삼고 성과평가의 취지도 알려줄 겸 직원들과 개별 사전 면담을 진행하기로 했다.

 

흠흠… 첫 번째 사전 면담자는 좀 불편하긴 하지만 매도 먼저 맞는 편이 낫다고, 가장 불편한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 박 수석연구원을 방으로 호출했다.

 

내가 만든 가이드라인 문항들을 뚫어지게 들여다보던 박 수석연구원이 길게 이어진 정적 끝에 한숨과 함께 입을 열었다.

 

“그러니까, 각 항목마다 A부터 E까지 자가 평가를 우선 해보라는 거죠?

 

“그렇죠. 근태관리부터 업무 실적까지객관성을 보장하는 항목으로만 넣어놨으니 부당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겁니다.”

 

“그러고 나면 본부장님이 빨간 펜으로 첨삭 지도를 해주시는 거고요?”

 

“….? .. 첨삭.. 지도라뇨? 관리자 입장에서 판단한 결과를 제시하고 최종 합의점을 찾겠다는 거죠.”

 

“이런 말씀드리기는 좀 그렇지만요. 항목 몇 개만 좀 보겠습니다. 담당 업무를 얼마나 많이 처리했는가? 이건 대체 뭘 기준으로 잡는 겁니까? 그동안 결제 받은 서류가 많으면 A, 적으면 E 등급인가요?”

 

“그.. 그건….”

 

(말을 가로채며) 실행 가능한 프로젝트를 얼마나 수행했는가? 그럼 신상품을 기획했는데 기술적인 문제 때문에 포기한 프로젝트는 무리한 기획을 한 직원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기획을 따라가지 못하는 연구직원이 문제인가요?”

 

“혹시 이 가이드라인이 박 수석의 성과평가에 불리하게 작용할 것 같아서 그러는 겁니까?”

 

그러자 박 수석연구원의 얼굴이 지금까지 본 적 없는 단호한, 어쩌면 불쾌한 표정으로 바뀐다.

 

“지금, 시험 보십니까?”

 

!?!?”

 

“직원들의 직급이 다 다르고 업무가 다 다른데 어떻게 똑같은 표 한 장을 놓고 시험 점수 매기듯이 점수를 내겠다는 거죠? 그것도 회사 평가 기준이 엄연히 있는데 본부장님 마음대로 말입니다. 물론, 그게 더 좋은 기준이라면 당연히 받아들이겠지만요.”

 

“아, 아니.. .. 아무래도 객관적인 지표를 동일하게 모든 구성원에게 적용하는 게 공평할 것 같아서 그런 겁니다만….”

 

그러자 이번에는 황당한 표정을 짓는 박 수석연구원.

 

“본부장님. 우리 사업팀의 전 과장이나 임 주임, 손 사원만 해도 연봉과 연차가 다 다르고, 그만큼 회사에서 기대하는 성과도 다 다른 것 아니겠습니까?”

 

“그.. 그렇.. 겠죠.”

 

“아니, 어떻게 똑같은 잣대가 공평한 잣대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하시는지.. 이해가 안 되네요. 구성원들이 다 다른데 말이죠. 그리고요. 이 가이드라인에 오직성과수치만 제시돼 있는데요. 우리 팀에서는 오직 성과만 내면 좋은 직원입니까? 조직 분위기를 해치거나 업무 사기를 떨어뜨리는 직원도요?”

 

!!!!!

 

“이렇게 수치나 객관성에 집착하시는 이유가 뭔지는 알겠는데요. 그렇게 부하직원 평가에 자신이 없으시면 어떡합니까?”

 

이어서 정곡을 찌르는 듯한 박 수석연구원의 마지막 말.

 

 

“일단 직원들 개개인에 조금만 더 관심을 가지고, 평상시에 대화를 좀 많이 해보시죠.”

 

처음에는 그저 또다시 불만을 토로하는 줄로만 알았던 박 수석의 말을 계속 듣고 있으니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점들이 하나둘 떠오르기 시작한다.

 

어쩌면 상사로서는 가장 불편한 업무인 성과평가를 합리적으로 진행한다는 미명하에 나 또한 기존의 방식을 보기 좋게 포장만 하려고 했던 것은 아닐까?

 

대체, 모두가 만족하는 성과평가는 어떻게 해야 하는 것일까?

 

전문가 인터뷰: 박형철 머서 대표

 

한국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을 어떻게 진단하는가.

한국 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은 기업 간에 크게 다르지 않다. 정량평가와 정성평가를 통해 종합점수를 매긴 다음 상대평가로 등급을 나누는 식이다. 한국 기업 성과평가 시스템에서 눈에 띄는 점은객관성에 대한 강박이다. 성과평가를 객관적으로 하기 위해 지표를 많이 만들고 정성적인 부분보다 정량적인 부분을 강조하기도 한다. 굉장히 정교하게 만들어져서 오히려 선진기업이 보면 놀랄 정도다. 그런데완전한 객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기업에서 정량적인 것에 초점을 맞춰 평가를 해놓고 보면 일하기 싫은 부하직원과 일을 해야 할 때도 있다. 그러면 팀워크에 문제가 생긴다. 상사의 주관적인 의도가 기업성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침에도, 그 주관성을 무조건 나쁘게만 보는 시선이 있는 것 같다.

 

또 한 가지는 평가자로서의 역량이다. 평가자들이 역량평가를 잘하려면 직원 개인 및 업무에 대해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한다. 그런데 평가자들은 고과시즌이 되면 평가하기 바쁘다. 최근에 부쩍 일을 잘한 사람이나, 좋은 학교를 나온 사람에게 최고 등급을 주는 경우가 많다. 이렇다 보니 직원들이 평가 자체를 신뢰하지 않는다. 평가하고 피드백을 주고으며, 서로가 평가결과에 동의해야 하는데 급하게 평가해놓고 이후 커뮤니케이션이 이뤄지지 않으니까 그런 것이다.

 

글로벌 기업에서는 어떤 식으로 성과평가 시스템을 운영하나.

GE, 마이크로소프트, IBM, 엑센추어 등의 기업이 상대평가제도 철폐를 선언했다. 미국 금융기업들도 모두 절대평가로 돌아서는 추세다. 상대평가를 위한 무조건적인 비교는 오류를 낳는다고 본 것이다. 글로벌 기업이 있다고 하자. 인도에서 IT 센터를 운영하는 사람과 미국에서 정보 컨설팅을 하는 사람이 같은 직급이라고 해서 상대 비교를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 이런 식의 강제 배분은 동기부여에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글로벌 기업들이 최근 절대평가 방식으로 많이 전환하는 추세다.

 

아직 구체적으로 공개된 방식은 없지만, 새로 도입되는 절대 평가 방식의 핵심은 직원끼리 비교하는 게 아니라 직원을 두고 꼼꼼히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즉 내가 일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지, 나와 남을 비교하는 게 아니란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몇 가지 선행작업이 필요하다. 우선 직무가 명확해야 한다. 그런 다음 직무목표, 직무방향, 직무성과 등을 구체화해야 한다. 이후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평가에 대한 합의된 결론을 내려야 한다.

 

한국 기업이 이런 방식을 도입할 수 있을까.

한국은 직무 베이스가 아니라 사람 중심이다. 매년 공채로 대규모 인원을 뽑아놓고 그 다음 일을 배분한다. 업무에 맞는 인재를 수시로 채용하는 서구와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바로 서구의 선진기업처럼 하기란 아주 어려울 수밖에 없다. 한국 기업은 지금 있는 것이라도 잘해야 한다.

 

하지만 몇 가지 대안을 생각해볼 수는 있다. 우선 정규분포 곡선을 고정시키지 말아야 한다. 각 등급마다 강제적인 퍼센트를 정해주지 말라는 말이다. 고성과 조직에서 중간 정도 성과를 낸 사람과 저성과 조직에서 중간 정도 성과를 낸 사람이 같은 평가를 받는 것도 옳지 않다. 조직이 큰 성과를 냈을 때는 최고 등급을 많이 주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해야 한다.

 

 

또 평가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전문가로서만이 아니라 좋은 평가자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늘려야 한다. 조직원 관리만큼 관리자에게 중요한 일도 없다. 잭 웰치는 팀장 정도 되면 실제 업무는 30%이고, 나머지 70%는 사람 업무라고 했다. 관리자인 팀장이 조직원 평가를 대충 하고 있다면 팀장의 성과를 KPI에 연동시키면 된다. 관리자가 제때 피드백을 주고 있나, 조직원의 업무를 분명히 파악하고 있나, 성과평가의 오류가 없나, 수시로 평가하고 있나, 조직원에 대해 충분히 평가했나 등을 팀장의 평가에서 보는 것이다. 성과평가를 제대로 안 하면 자신의 성과가 나빠지는 것이기 때문에 충실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을 만들면 도움이 된다.

 

한국 기업이 선진기업의 성과평가 시스템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무리가 있다. 직무 기반인 선진기업과 사람 중심인 한국 기업은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바로 공채제도를 없앨 수는 없다. 따라서 공채로 뽑은 직원에게 처음에는 여러 가지 업무를 시킨 다음 자신의 전문 분야를 찾도록 하라. 이렇게 하면 어느 연차 이상이 되면 직무가 좀 더 명확해질 것이다.

 

평가자의 역량을 기르려면 개인으로서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기록해야 한다. 보통 관리자에게 관찰노트를 쓰라고 많이 조언한다. 일상적인 업무를 하는데 부하직원이 어느 날 굉장히 인상적인 일이나 황당한 일을 한 경우, 이를 적어두는 것이다. 이런 사례를 매번 적어놓다 보면 평가 시즌 때 좀 더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대화를 할 수 있게 된다. 이렇게 해야 결과에 대한 부하직원의 수용도도 높아진다.

 

평가결과에 평가자와 피평가자가 합의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피평가자가 동의하지 않으면 어떻게 해야 하나.

지금 실리콘밸리에서 잘나가는 기업들의 경우 평가제도의 수용성이 높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직원들은 자기 주도적으로 경쟁하고 업무한다. 굳이 나와 남을 비교하지 않고, 나 자신에 대한 평가를 통해 자기계발을 하는 것이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등은 모두 조직원의 수용성이 높은 기업이다.

 

머서에서 컨설팅한 기업 사례를 말해주고 싶다. 이 기업의 대표는 직원들이 왜 평가결과에 불만이 많은지 알고 싶어 했다. 여러 가지 조사와 인터뷰를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결과를 얻었다. 이 회사는 고과시즌이 되면 급하게 평가가 이뤄졌고, 사적으로 친한 사람에게 좋은 평가를 주는 경우가 있다. 또 승진할 연차가 된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몰아주는 경우도 많았다. 이런 문제점을 발견하고 이 회사는 변화를 시도했다. 대부분의 회사가 이와 비슷하다. 이런 일이 많이 일어나기 때문에 조직원들이 성과평과 결과를 불신하는 것이다. 수용성을 높이려면 이런 문제가 없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이 회사는 몇 가지 변화를 시도했다. 우선 평가결과를 보상이나 인센티브가 아닌 코칭에 쓰도록 했다. 또 조직원에 대한 관리자의 평가를 기록으로 충분히 남기게 하고, 단순히 e메일로 결과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만나 결과를 설명하도록 했다. 또 하루를피드백 데이로 정했다. 이날은 팀장이 다른 업무를 중단하고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피드백만 하는 것이다. 오너가 의지를 갖고 성과평가 시스템을 개선하고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 경우라고 할 수 있다. 이 기업의 사례를 참고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좋은 성과평가 시스템을 위해 기업이 명심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객관성에 대한 오해를 풀었으면 한다. 직원의 모든 업무가 정량적으로 평가될 수 있는 건 아니다.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은 그렇게 하라. 또 정성적으로 평가해야 하는 것이 있으면 어렵다고 내버려두지 말고 잘 정의해서 평가해야 한다. 예를 들어 게임회사라고 하자. ‘고객들에게 굉장한 인기를 얻을 만한 새로운 캐릭터 추가를 성과라고 할 수 있다. 이 경우 단순히 캐릭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정량적인 평가요소 외에고객에게 새롭게 느껴졌나’ ‘인기를 얻을 정도로 참신한가라는 다소 주관성이 개입되는 평가 요소도 들어가 있다. 이런 식으로 자사에 맞춰 다방면에서 평가가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박형철대표는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 미국 테네시주립대에서 마케팅 전공으로 경영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앤더슨컨설팅과 대우경제연구소를 거쳐 머서(Mercer)의 한국 지사장 겸 대표로 재직하고 있다. 국내 주요 대기업의 글로벌 인재관리 전략, M&A 후 인사통합 및 성과관리 전략 프로젝트를 수행해왔다.

 

 

임원 미팅노트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지난해 조사한 자료에 의하면 인사담당자 10명 중 7명이회사의 성과평가체계가 직원의 역량과 성과 진단에 효과적이지 않다고 답했습니다. 그 이유는 인사 담당자들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하는 평가 방법은다면평가인 데 반해 대부분의 기업들은 아직도 상사가 부하직원을 일방적으로 평가하는상사평가를 고집하기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렇다 보니 평가결과에 대한 기업의 수용성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벤처기업에서 시작해 중견기업으로 성장한 필자 회사의 경우는 그룹 차원의 가이드라인과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대기업과는 달리 평가자 개인에게 좀 더 많은 권한을 주고 있습니다. 전사적으로는 상대평가이지만, 평가자의 권한으로 영업, 개발 등 각 조직의 특성별로 배분율을 차별화(: 조직 내 최고 등급 또는 경고 등급 평가를 강제로 할당하지 않기, 조직 성과에 따라 등급 비중 달리 하기 등)할 수 있습니다. A본부장의 경우 수시로 주요 인력들과의 면담을 진행하면서사전 경고(Pre-Warning)’러브 메시지(Love Message)’를 보내 평가시즌이 돌아왔을 때 큰 소동이 벌어지는 것을 사전에 예방하기도 합니다.

 

한때 피평가자였던 필자가 평가자가 돼 수년을 경험하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업무 진도를 챙기는 것만큼이나 팀원 개개인에 대한 관심이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일부러라도 개별면담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박형철 머서 코리아 대표 또한 이런 관점에서 한 기업의피드백 데이사례나관찰노트라는 툴을 조언했습니다.

 

위 두 가지 아이디어는 어쩌면 안 그래도 할 일 많은 평가자들을 지금보다 더 힘들게 하는 제도나 과제일지 모릅니다. 하지만 서구 기업들처럼 직무기술서가 명확하고 직무에 따른 목표가 분명한 경우가 아니라면 이러한 반강제적 제도 시행을 통해서라도 평가자들의 객관적 평가 역량을 강화하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제고해야 합니다. 현금이 들어가는 유형의 프로젝트만 투자로 볼 것이 아니라 이젠성과평가도 투자라는 사고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박 대표는 성과평가제도가 제대로 자리 잡으려면 직무 중심의 HR 전환이 필요하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아직까지 공채 기수 문화가 강한 한국 대기업에서 이는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조직 문화혁신을 위한 기업의 노력이 많아지면서 직무 중심의 HR로 전환될 수 있는 기회가 조금씩 마련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최근 삼성그룹은 기수 문화를 상징하는신입사원 하계수련회를 폐지하고, 계열사별로 특성에 맞는 신입사원 교육을 실시하기로 했습니다. 또 직무와 역할에 기반해 직군을 재분류했습니다.

 

우리 모두를 만족시키는 성과평가가 되기 위해서는 성과평가제도 자체의 변화만으로는 한계가 있습니다. 따라서 성과평가를 담당하는 부서라면 HR부서와 공동으로 직무 중심의 HR 재편을 고민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마지막으로 성과평가제도가 잘 만들어지고 운영된다고 해서 바로 회사의 성과가 늘어나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어쩌면 중요한 것은 평가가 아니라 조직이 도달하고자 하는 목표와 그 과정을 얼마나 전략적이고 효율적이게 관리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은 아닐까요?

 

외국의 한 선진기업은 성과평가 외에서킷 브레이커(Circuit Breaker)’라는 제도를 함께 운영한다고 합니다. 회사 목표의 하한선(Bottom Line)을 정해 놓고 그 수준을 넘어서지 못하면 성과평가는 아예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향후 지속적인 공정한 인사와 보상을 위해서는 최소한의 성과평가는 반드시 필요합니다. 하지만 잡음 없는 평가 자체에만 매달려 성과 관리의 핵심을 놓치거나 조직문화를 해한다면 이보다 어리석은 일도 없겠지요. 평가와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는 혜안은 결국 업의 특성과 본질을 제대로 이해하고 이에 맞는 제도의 개선과 혁신을 지속적으로 고민하는 리더들의 몫이 돼야 할 것입니다.

 

 

 

 

 

 

 

 

 

  

강효석상무는 서울대 조경학과를 졸업하고 SKK GSB에서 MBA를 취득했다. 전 삼성에버랜드(현 삼성물산) 본사 경영관리담당 차장으로 근무하다 골프존그룹으로 자리를 옮겼다. 현재 골프존에서 해외사업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직장인의 성공에너지 배움> <직장인 서바이벌 업무력> 등을 공저했다. 네이버 블로그 ‘MBA에서 못 다한 배움 이야기도 운영하고 있다.

 

스토리 = 김연희 작가 samesamesame@empal.com 인터뷰 정리 = 정지영 기자 jjy2011@donga.com 미팅노트 = 강효석 상무 truefan@naver.com

 

 

 

동아비즈니스리뷰 330호 플라스틱 순환경제 2021년 10월 Issue 1 목차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