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십이 답이다
Article at a Glance
부서 이기주의 없이 각 부서가 명확한 목표치를 달성할 수 있도록 오너십을 높이는 방법
1) Single Responsibility 핵심 업무에 대해선 특정 사람·부서에 총체적 책임을 지워라 2) Controllability 내 힘으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최소화해 업무의 통제 가능성을 높여라 3) Achievability 중간 점검을 통해 목표를 적절히 조정함으로써 달성 가능성을 높여라 |
편집자주
조직원 모두에게 오너십, 즉 주인 의식을 불어넣을 수 있다면 업무 효율성과 성과를 크게 높일 수 있습니다. 다양한 컨설팅 프로젝트를 수행해 온 김정수 파트너가 생생한 기업 사례들을 통해 조직 내 오너십 확산을 위한 실질적이고 구체적인 해법을 소개합니다.
국내 굴지의 화학회사 영업 담당 양 전무는 임원들에게 적용할 새로운 평가 방법에 대한 교육을 받고 나오는 길이었다. 핵심은 전사적으로 중장기(향후 3∼5년) 및 단기(당장 다음해) 목표를 명확히 세워 이에 따라 평가하겠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3년 후 매출액을 현재보다 30% 늘어난 3000억 원 수준으로 정하면 당장 다음 해 매출 2500억 원은 달성해야 한다. 그러면 영업부서는 2500억 원이라는 명확한 매출 목표를 부여받게 되고, 인사부서는 이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몇 명의 사람을 선발·교육해야 하고, 재무부서는 얼마의 투자 재원을 마련해야 할지, 공장에서는 얼마의 생산량을 어느 정도 비용으로 생산해야 할지 등 전사 목표 달성을 위해 각 부서가 해야 할 목표치들이 도출된다. 이러한 부서별 목표를 각 부서의 임원들에게 할당해 평가하겠다는 것이었다. 목표치가 명확해진 만큼 친소관계에 따라 주관성이 개입되곤 했던 평가가 객관적으로 이뤄질 수 있다는 생각에 양 전무는 새로운 평가 시스템이 매우 과학적인 방법이라고 기대했다.
1년이 지나갈 즈음, 이상적으로만 보였던 이 방식에 하나둘씩 문제점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로 모든 사람들이 ‘자기 목표’에만 집착하는 개인 또는 부서 이기주의, 이른바 사일로(silo) 현상이 나타났다. 대표적인 예가 얼마 전 공장에서 있었던 화학 재료 유출 사건이었다. 마케팅부서는 판매 목표만 바라보고 경주마처럼 앞으로 달리다 보니 혹시라도 생산 차질로 인해서 제때 납품을 못하는 일이 생기면 잡아 먹을 듯이 생산부서를 독촉하기 시작했다. 생산부서에 어떤 사정이 있는지 얘기를 나누던 옛날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였다. 한번은 영업부서가 대규모 납품 계약을 연달아 성공시켰는데, 때마침 생산부서는 노조 파업으로 물량을 제대로 대지 못하고 있었다. 영업부서의 독촉 전화가 밤낮으로 끊이질 않았다. 어쩔 수 없이 파업에 동참하지 않은 인력들을 주야간 없이 거의 철야로 공장을 운영했다. 나중에는 다들 힘들고 피곤해서 파김치가 됐지만 목표 달성이라는 서슬 퍼런 명분 앞에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면서 버텼다. 결국은 그러다 사고가 난 것이다. 원재료를 탱크로 옮겨 싣는 팀들이 일손을 채우기 위해서 임시직원을 고용해 쓴 게 화근이었다.
결국 경영진은 부서 이기주의도 극복하고, 단기 성과 목표 달성에 눈이 멀어 직원들을 혹사시키고 역량 개발을 등한시하는 일이 벌어지지 않도록, 결과를 내기 위한 ‘과정’에 대해서도 목표를 부여하고 이를 평가하기로 했다. 즉, 매출액이나 이익 같은 결과 지표뿐 아니라 구매 절차와 표준적인 구매 지침 등이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 신제품을 연구개발하기 위한 제도와 절차는 잘 갖춰져 있는지, 직원들의 역량개발 프로그램은 잘 운영되고 있는지 등도 같이 평가를 하겠다는 것이다. 이렇게까지 생각을 정리하고 보니 이제는 목표 중심 경영 제도가 단점을 모두 극복한 훌륭한 제도로 다시 태어난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양 전무도 이렇게 희망적인 생각을 가지고 본인의 새로운 지표들을 받아들였다. 기존에 문제가 됐던 영업 목표 외에 안전 관리 항목이 추가됐고, 고객 관점에선 가격·품질 만족도가, 직원 역량개발 관점에선 교육 참여율 및 휴가 사용률 등이 양 전무의 평가표에 새롭게 포함됐다. 지난 번에 너무 협소한 지표들만 바라 보고 달려 왔다는 지적에 따라 이번에는 꼼꼼히 이것 저것 평가표에 채워 넣다 보니 지표 개수는 이전의 3개에서 26개로 늘어났다.
그날 이후 양 전무는 26개 지표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이전보다 집중력은 떨어졌고, 하면 되겠다는 자신감도 생기지 않았다. 이걸 하다 보면 저걸 해야 할 것 같고, 여기에 시간 쓰느니 다른 지표를 먼저 챙겨야 하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에 이쪽저쪽 둘러 보다, 결국엔 아까운 시간만 흘려버리기 일쑤였다. 특히 어떤 지표들은 내가 노력한다고 잘되는 것도, 노력 안 한다고 안 되는 것도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를 들어, 공장 사고는 엄밀히 말해 현장과 수백㎞ 떨어진 곳에서 일하는 자신이 신경 쓴다고 예방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이런 식으로 생각하다 보니 양 전무에겐 집중할 지표가 하나도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본업이라고 할 수 있는 영업 매출 목표도 다른 목표들에 3%, 5%씩 가중치를 떼어 주고 나니 10%만 남았기 때문이다. 본연의 업무인 영업에서 ‘대박’을 낸다고 한들 전체 성과치는 크게 올라가지 않는 기이한 구조였다. 이런 현상은 비단 양 전무에게만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생산 담당 임원, 연구개발 임원 등 모두가 비슷한 상황에 처해 있었다. 결국 모든 임직원들 사이에는 전사적 목표는 요행히 달성되면 좋겠지만 내가 잘해서 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팽배하게 됐고, 그 결과 이 회사의 성과는 내리막을 걷게 됐다.
무엇이 문제인가?
무슨 일을 하든 정확히 무엇을 달성하기 위한 것인가에 대한 목표 의식을 가지는 건 중요하다. 저축을 하더라도 그냥 모으는 게 아니라 5년 내에 3000만 원을 꼭 모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하는 편이 훨씬 효과적이다. 그런데 이렇게 목표를 설정하고 보면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세부적인 목표들도 세우는 게 더 효과적이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예를 들어, 5년 내에 3000만 원을 모으려면 1년에 600만 원을 모아야 하고, 한 달에 50만 원을 모아야 한다는 세부 목표들이 생긴다. 한 달에 50만 원을 모으려면 매일 쓰던 커피 값은 1만 원에서 5000원으로 줄여야 하고, 일주일에 한두 번은 늦잠을 자서 택시를 타던 비용 2만 원을 아껴서 추가적으로 16만 원을 절약해야겠다는 세부 목표를 세울 수 있게 된다. 이렇게 되면 그냥 ‘지금부터 열심히 돈을 모아야지’라고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별 생각 없이 아침마다 들렀던 커피전문점에 가는 횟수가 줄어들고, 충동 구매 욕구가 일 때 ‘내가 2만 원 아끼려고 아침에 택시도 안 타고 ‘지옥철’에 시달리다 지하철역에서 회사까지 그렇게 열심히 뛰었는데 정말 이 물건을 사야 할까’라는 생각에 절제된 소비 습관을 들일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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