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실리테이션과 의사결정
Article at a Glance – HR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3가지 핵심요소
① 메타결정(Meta Decision): 무엇을 결정할지를 정한다.
② 그라운드 룰(Ground Rules):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③ 의사결정 프로세스: 집중대화 기법 등을 활용해 솔직한 생각을 끌어낸다.
“회의만 참석하지 않으면∼”
스토리텔링 형식의 책으로 경영인들에게 많은 통찰력을 주는 경영 컨설턴트 페트릭 렌시오니는 저서
렌시오니는 이 말에다 몇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더했다.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에 외과의사가 하는 말로 “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만 아니면 외과의사로서 내가 하는 일을 훨씬 좋아할 수 있을 텐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연준비에 바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 “공연을 위한 지휘가 아니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는 “게임을 뛰는 것만 아니면 야구를 무지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그가 주로 활동하는 미국의 조직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렌시오니처럼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미팅을 퍼실리테이션하고 강의하는 필자가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술실의 수술과 콘서트 지휘, 프로야구 경기처럼 회의 참석도 리더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감당해야 할 핵심활동이다.
지루하고 비효과적인 회의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처럼 회의가 업무에 방해가 되고 지루하며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을까? 렌시오니의 대답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가 하는 회의에는 드라마가 없다(lack of drama)다. 소설과 영화처럼 충분한 흥미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갈 만한 갈등구조가 없다. 대부분 회의는 밋밋하게 이어지거나 한두 사람이 주로 말하고 마친다. 두 번째 문제는 회의 주제의 맥락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적합한 구조가 부족하다(Lack of contextual structure). 이슈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하던 방식대로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다뤄야 할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다. 또 회의에서 결정되는 사항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회의만 없으면∼”이라는 말을 하면서 회의실 문을 나선다.
“회의만 참석하지 않으면∼”이라는 말의 배경을 좀 더 파고 들어가 보자. 도대체 리더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에 할애해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것일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라파엘라 사둔 교수 연구팀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CEO 65명의 업무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근무시간의 약 3분의 1을 내·외부인사와 회의하면서 보낸다. 회의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회의의 속모습은 어떠할까? 2010년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설문 결과를 보면 회의실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 설문 대상자들은 회의에 상당히 많은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회의와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비효율적 회의(32%),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36.1%), 장시간 회의(19.8%), 잦은 회의(19%)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 있는 문제만도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에게 묻다
<맥킨지쿼털리(McKinsey Quarterly)>는 2009년 글로벌 리더를 대상으로 ‘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들은 ‘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재무 및 전략적 목표뿐만 아니라 장단기 ‘목표와 연계한 의사결정’을 꼽았다. 이들이 언급한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상반되는 증거 발굴, 의사결정자들의 주요 정보 공유, 반대의견 허용, 고위경영진의 지지에 안주하지 않는 비즈니스 사례에 대한 철저한 검토,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안의 다각적 검토 등이었다. 설문결과를 종합적으로 연결하면 논의, 결정을 조직의 목표와 연계하고 그런 논의를 위한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게 바로 ‘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퍼실리테이션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자체에만 무게를 두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소홀히 해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의 질을 떨어뜨린다. 결국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며 또 다른 회의를 하게 만든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렌시오니가 말한 회의 때문에 죽을 지경인 ‘Death by Meeting’에 이르게 된다. 퍼실리테이션은 두 마리 토끼인 프로세스와 결과를 동시에 쫓는다.
이슈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당사자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토의 주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룹 또는 조직 전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퍼실리테이터다. 국내에서는 강사와 혼재돼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는 전문 퍼실리테이터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다.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투입될 때는 대부분 문제가 관련자들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운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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