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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실리테이션과 의사결정

회의때문에 죽을 맛? 퍼실리테이션으로 창조효과 체험하자

이영숙 | 152호 (2014년 5월 Issue 1)

Article at a Glance – HR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3가지 핵심요소

① 메타결정(Meta Decision): 무엇을 결정할지를 정한다.

② 그라운드 룰(Ground Rules): 수평적인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를 마련한다.

③ 의사결정 프로세스: 집중대화 기법 등을 활용해 솔직한 생각을 끌어낸다.

 

“회의만 참석하지 않으면∼”

스토리텔링 형식의 책으로 경영인들에게 많은 통찰력을 주는 경영 컨설턴트 페트릭 렌시오니는 저서 의 서문에서 흥미로운 자신의 경험을 소개했다. 그는 강의와 컨설팅을 주로 하는 업무의 특성상 경영 일선에서 활동하는 리더들과 자주 만난다. 현장의 목소리를 들을 기회가 잦은데 많은 리더들이 공통적으로 하는 말이 있다. “회의만 참석하지 않으면 훨씬 더 많은 일들을 처리할 수 있습니다.”

 

렌시오니는 이 말에다 몇 가지 재미있는 상상을 더했다. 수술에 들어가기 직전에 외과의사가 하는 말로인체를 대상으로 하는 수술만 아니면 외과의사로서 내가 하는 일을 훨씬 좋아할 수 있을 텐데…”를 생각해 볼 수 있다. 공연준비에 바쁜 오케스트라의 지휘자는공연을 위한 지휘가 아니면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을 텐데…”라고 말할 수 있다. 프로야구 선수에게는게임을 뛰는 것만 아니면 야구를 무지 즐길 수 있을 텐데…”라는 상황을 가정해 볼 수도 있다.

 

이 이야기는 그가 주로 활동하는 미국의 조직에서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렌시오니처럼 다양한 조직의 리더들을 대상으로 워크숍과 미팅을 퍼실리테이션하고 강의하는 필자가 자주 듣는 말이기도 하다. 하지만 수술실의 수술과 콘서트 지휘, 프로야구 경기처럼 회의 참석도 리더에게는 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성공적으로 감당해야 할 핵심활동이다.

 

지루하고 비효과적인 회의

그렇다면 왜 사람들은 이처럼 회의가 업무에 방해가 되고 지루하며 비효과적이라고 생각하는 상황까지 오게 됐을까? 렌시오니의 대답은 두 가지로 압축된다. 첫 번째 문제는 우리가 하는 회의에는 드라마가 없다(lack of drama). 소설과 영화처럼 충분한 흥미를 가지고 처음부터 끝까지 끌고 갈 만한 갈등구조가 없다. 대부분 회의는 밋밋하게 이어지거나 한두 사람이 주로 말하고 마친다. 두 번째 문제는 회의 주제의 맥락을 제대로 다룰 수 있는 적합한 구조가 부족하다(Lack of contextual structure). 이슈마다 접근하는 방법이 달라야 하는데도 불구하고 늘 하던 방식대로 회의가 진행되기 때문에 다뤄야 할 주제를 효과적으로 다루지 못한다. 또 회의에서 결정되는 사항도 없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회의만 없으면∼”이라는 말을 하면서 회의실 문을 나선다.

 

“회의만 참석하지 않으면∼”이라는 말의 배경을 좀 더 파고 들어가 보자. 도대체 리더들은 얼마나 많은 시간을 회의에 할애해서 문제해결과 의사결정에 사용하는 것일까? 하버드대 경영대학원의 라파엘라 사둔 교수 연구팀이 전 세계에서 활동하고 있는 CEO 65명의 업무시간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CEO들은 근무시간의 약 3분의 1을 내·외부인사와 회의하면서 보낸다. 회의에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말이다. 이처럼 회사에서 중요한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모여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회의의 속모습은 어떠할까? 2010 <하버드비즈니스리뷰>의 설문 결과를 보면 회의실을 떠나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읽을 수 있다. 설문 대상자들은 회의에 상당히 많은 불만을 표시했다. 이들은 회의와 관련된 설문조사에서 비효율적 회의(32%), 결론 없이 끝나는 회의(36.1%), 장시간 회의(19.8%), 잦은 회의(19%) 등에 대해 불만을 드러냈다. 이런 상황이 갑자기 좋아질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마냥 내버려둘 수 있는 문제만도 아니다.

 

 

퍼실리테이션에게 묻다

<맥킨지쿼털리(McKinsey Quarterly)> 2009년 글로벌 리더를 대상으로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조사했다. 응답자들은의사결정 프로세스와 재무 및 전략적 목표뿐만 아니라 장단기목표와 연계한 의사결정을 꼽았다. 이들이 언급한의사결정 프로세스는 상반되는 증거 발굴, 의사결정자들의 주요 정보 공유, 반대의견 허용, 고위경영진의 지지에 안주하지 않는 비즈니스 사례에 대한 철저한 검토, 새로운 정보를 바탕으로 한 사안의 다각적 검토 등이었다. 설문결과를 종합적으로 연결하면 논의, 결정을 조직의 목표와 연계하고 그런 논의를 위한 프로세스를 효과적으로 이끄는 게 바로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의 핵심이다. 그런데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게 바로 퍼실리테이션이다. 잘못된 의사결정은 의사결정 자체에만 무게를 두기 때문에 프로세스를 소홀히 해서 성급한 결정을 내리거나 결정의 질을 떨어뜨린다. 결국 실행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며 또 다른 회의를 하게 만든다. 회의가 거듭될수록 렌시오니가 말한 회의 때문에 죽을 지경인 ‘Death by Meeting’에 이르게 된다. 퍼실리테이션은 두 마리 토끼인 프로세스와 결과를 동시에 쫓는다.

 

이슈와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힌 당사자들이 모여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쉽지 않다. 토의 주제에 대해 중립적 입장을 견지하면서 그룹 또는 조직 전체를 위해 일할 수 있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 그런 역할을 하는 사람이 퍼실리테이터다. 국내에서는 강사와 혼재돼 사용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해외에는 전문 퍼실리테이터라는 직업이 있을 정도다. 전문 퍼실리테이터가 투입될 때는 대부분 문제가 관련자들의 이해관계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자체적인 의사결정이 어려운 때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3가지 핵심요소

 

- 메타결정, 그라운드룰, 의사결정 프로세스

 

CEO가 하루 3분의 1의 시간을 사용하는 회의가 비효율적이라는 말은 곧 그 조직 자체가 비효율적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특히 직원들의 회의 시간까지 고려하면 조직 자원이 엄청나게 낭비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낭비를 막기 위해서는 반드시 그룹이 모여서 이야기를 나눠야 할 사안인지를 결정하고 효과적인 회의를 위해 세부사항까지 잘 디자인해야 한다. 회의를 디자인한 대로 참여한 모든 사람들이 기여하게 회의를 진행하는 것은 조직의 효율성과도 직결된다. 효과적인 의사결정이 되려면 3가지 핵심요소가 충족돼야 한다. 메타결정, 그라운드 룰, 의사결정 프로세스가 바로 그것이다.

 

그림 1 의사결정의 3가지 핵심요소

 

메타결정(Meta Decision): 무엇을 결정할지를 정한다

무엇인가를 결정할 때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은무엇을 결정해야 할지에 대한 결정이다. 이것을결정에 관한 결정(Meta Decision)’이라고 한다. 문제에 대해 목청을 높이던 사람들도 그래서 무엇을 결정하면 되느냐고 물으면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이는 해결책을 논의하기 전에 가장 먼저 결정해야 할 핵심적인 사안이다. 이 결정에 따라 회의의 산출물, 진행 프로세스, 참석 대상자, 장소, 시간 등 구체적인 회의 디자인이 진행된다.

 

메타결정을 제대로 하지 못한 대표적인 사례로 1970년대 코카콜라에 뒤처졌던 펩시콜라를 꼽을수 있다. 당시 펩시콜라 경영진은 코카콜라의 병 디자인이 가장 큰 경쟁 우위의 원천이라고 판단했다. 이후 펩시콜라도 새로운 용기 개발에 거액을 투자했다. 하지만 시장에서 코카콜라와 펩시콜라의 판도는 바뀌지 않았다. 이후 펩시콜라에 영입된 존 스컬리(전 애플컴퓨터 회장)는 자신이 무엇을 결정해야 할 것인지 고민했다. 그러다가 프로젝트 팀에게 각 가정에서 각종 청량음료를 얼마나 소비하는지 조사하게 했다. 또 소비자들이 콜라를 어떤 방식으로 소비하는지 살펴봤다. 이후 그는 자신이 무엇을 결정해야 하는지 파악했다. 그는 소비자들이 콜라를 집으로 가져가기 편하도록 콜라병의 크기를 크게 했고 여러 개를 한꺼번에 들 수 있도록 고안된 플라스틱 손잡이도 만들었다. 이후 펩시콜라의 매출액에 큰 변화가 생긴 것은 말할 것도 없다.

 

결정을 제대로 내리도록 결정하는 과정을 소홀하게 만드는 행동은 대체로 2가지다. 첫 번째는 자신이 이전부터 해오던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이다. 성공한 사람과 기업은 이런 선택을 더 많이 하게 된다. 두 번째는 다른 사람들이 하는 방식을 그대로 따라서 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을 따라서 내린 결정은 실패하기 쉽다. 전 세계 생산공장에 유행처럼 도입됐던 6시그마는 모토로라에서 시작했다. 하지만 6시그마를 꽃 피운 기업은 GE. 또 많은 기업들이 GE 6시그마를 도입했지만 성공적으로 안착시킨 사례는 많지 않다. 6시그마 도입에 실패한 기업들은 대부분 제도 도입의 당위성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고 구성원에게 제대로 설명하지도 않았다. 그러다 보니 일부 기업에서는 6시그마란 용어 자체에 거부감을 가진 직원이 생기기도 했다. 무엇을 결정할 것인지를 먼저 정하는 것이 올바른 의사결정의 시작이다.

 

그라운드 룰(Ground Rules) : 수평적 의사소통을 위한 장치

어떤 사안에 대해 의사결정을 하는 방식은 매우 중요하다. 의사결정 방식은 어떤 사안을 결정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의사결정 자체와 그 결과물의 실행에도 큰 영향을 끼치기 때문이다.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모든 참가자가 회의장에 들어서는 순간 평등하고 수평적인 대화가 진행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결정된 내용을 실행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책임감을 가지고 참여하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모든 사안을 포괄하는 방식으로 의사결정이 내려지도록 프로세스를 디자인하고 운영하는 것이 퍼실리테이션의 진정한 목적이다.

 

회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입장, 관심, 우선순위, 가치, 이해관계, 직급 등은 차이가 나게 마련이다. 그래서 다양한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서 회의를 하면 갈등이 발생한다. 결국 갈등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회의의 질이 달라진다. 회의장에서 갈등을 신속한 의사결정을 방해하는 요소로 판단하고 억누르면 깊이 있는 대화가 진행될 수 없다. 반대로 갈등을 다양한 관점에서 조망해볼 수 있는 촉매로 활용하면(건설적 갈등, constructive conflict) 논의가 깊어지고 집단사고(group think, 응집력이 강한 집단에서 반대 의견 표출을 억압하고 만장일치를 추진하려는 성향을 뜻함)를 막을 수 있다. 등장인물의 갈등구조를 통해 스토리라인이 펼쳐지는 영화, 드라마에 몰입하듯 참석자들은 논의에 몰입해서 다양한 사고, 가정, 니즈 등에 따라 서로 마찰하면서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창의적인 대안을 찾아내고 최적의 해결책을 합의할 수 있다.

 

회의 참여자들이 모두 하고 싶은 이야기와 해야 할 이야기를 충분히 할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션에서는 그라운드 룰(Ground rules)을 적용한다. 퍼실리테이션의 그루 로저 슈와르츠(Roger Schwarz)는 효과적인 그룹 논의를 위한 그라운드 룰로 9가지를 들고 있다.

 

① 가정과 추론을 검증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잘 알고 있는 것을 근거로 잘 모르는 부분의 결론까지 내린다. 그래서 구체적인 검증절차가 필요하다.)

 

미국의 행동과학자인 크리스 아지리스는추론의 사다리(Ladder of Inference, 그림 2)’ 이론을 제시했다. 사람들은 경험과 관찰에서 자신이 필요한 데이터만 취사 선택한다. 데이터를 취사 선택하는 과정에서 기존 사고 등이 반영된다. 또 자신이 부여한 의미에 따라 특정 상황에서 일어나는 일을 가정하고 결론을 도출한다. 이런 과정을 통해 사람들은 어떤 행동에 대해서 믿게 된다. 다른 상황에 직면해도 이전에 생긴 믿음은 데이터를 선택하는 근거로 작용한다. 사람들이 2명 이상 모일 때면 각자 자신의 사다리를 따라서 추론하기 때문에 같은 상황에서도 서로 다른 결론에 도달한다. 그러나 상대방과 함께 서로의 추론을 검증하도록 도움을 주면 2명 모두 상대방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자신의 추론을 검증해 볼 수 있다. 이는 의사결정 과정에 큰 도움을 준다. 사람들이 기존 의사결정의 트랩에서 벗어나서 정보, 사실 등 객관적인 근거에 따라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퍼실리테이터 또한 마찬가지다. 회의를 할 때 사람들의 특정 행동을 관찰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추론의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그러나 섣부르게 추론해서는 안 된다. 퍼실리테이터는 자신이 들은 내용이 맞는지 질문을 통해 다른 사람들과 검증하고 문제가 발생한 내용은 보완하면서 대화를 이끌어나가야 한다.

 

그림 2 추론의 사다리

 

 

② 모든 관련 정보를 공유한다.

(사람들마다 가지고 있는 정보의 양과 질이 다르다.)

 

다른 부서 임직원과 회의하거나 직급의 격차가 큰 사람들과 함께 논의할 때 모든 정보를 공유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직장 상사들은 평직원보다 훨씬 많은 정보를 가지고 있다. 영업부서의 직원은 다른 부서의 직원들보다 고객 관련 정보와 경험이 더 많다. 같은 회의실에서 함께 논의할 때는 이런 부분을 감안하지 않으면 논의 깊이와 방향이 달라질 수 있다. 필자도 비전 및 전략수립과 관련해 퍼실리테이션을 적용한 워크숍을 진행하면 사전에 검토할 정보의 종류, 깊이, 양을 먼저 확인하고 이후 정보를 수집한다. 수집된 정보는 취합해서 모든 참가자들에게 배포하고 충분히 읽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할 수 있도록 시간을 준다. 시간이 부족할 때는 정보를 제공한 사람들이 직접 회의실에서 관련 내용을 설명한다. 이런 방식을 사용하면 참여자의 정보 격차를 줄일 수 있다. 모두 같은 수준에서 논의가 가능하다. 너무 일찍 관련 자료를 보내면 잊어버릴 때가 많으므로 적당한 시간 차를 고려하는 게 좋다.

 

③ 구체적인 사례를 제시하고 중요한 단어는 의미를 명확하게 밝힌다.

(단어의 이해 차이에서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논의를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일부 기업들은 사내에서 자주 사용하거나 중요하다고 판단하는 단어를 모아 설명을 덧붙이고 별도의 용어집을 만들어 배포한다. 의사소통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회사들은 이런 장치를 마련한다. 사소한 차이가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용어집은 이런 사태를 예방하는 현명한 조치다. 단어에 대한 이해 부족이나 오해가 논의의 진행을 막고 덫에 빠지게 할 때가 자주 발생한다. 매니저들이 자주 사용하는 단어는 일반 직원들에게는 생소할 수 있다. 어느 기업의 퍼실리테이션 워크숍을 담당할 때였다. 회사 대표가 아시아본부 대표 회의에서 방금 돌아와 직원들에게 최근 본사의 이슈와 마케팅 전략 등에 대해 설명했다. 하지만 사장을 빼고 회의실에 있던 그 누구도 사장이 설명하는 용어의 의미를 이해하는 사람은 없었다. 사장은 열정적으로 설명했지만 이에 대한 의견을 내놓는 임직원은 없었다. 필자가 결국 사장의 설명을 중단시키고 용어 등을 쉽게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용어의 개념을 설명하면 현재까지 이어오던 회의의 맥이 끊긴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참가자들의 이해를 높이는 게 더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이후 전문용어를 이해한 참가자들은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회의에 들어가기 전 용어에 대한 정의부터 먼저 공유하는 게 필요하다.

 

④ 자신의 논리와 의도를 설명한다.

(특정 행동과 관점에 대한 이유를 설명한다.)

 

주장의 당위성만 밝히고 의도를 설명하지 않으면 참석자들은 오해를 할 수 있다. 그래서 주장이나 행동에 어떤 의도가 있는지를 밝히고 이를 논리적으로 설명해야 한다. 회의실에서 어떤 사람이 발언할 때 그 이유가 명확하지 않아서 다음 단계로 논의가 이어지지 않을 때가 자주 발생한다. 퍼실리테이터는 이런 상황에서 개입해야 한다. 그리고 나서 발언한 사람이 자신의 의도를 설명하도록 배려해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는 발언자에게왜 그렇게 말씀을 하셨는지 설명해주시겠습니까’라고 질문을 던질 수 있다. 발언자의 의도를 참석자들과 함께 공유하면서 사람들이 각자 다른 해석을 하거나 오해할 여지를 줄일 수 있다.

 

⑤ 이전에 내린 결정이 아니라 현재 니즈, 관심, 욕구에 초점을 맞춘다.

회의에 참여할 때는 참가자들이 자신의 니즈와 욕구를 표현해야 한다. 그래야 효율적으로 회의가 진행된다. 만일 자신이 이전에 내린 결정에 불필요하게 집착하면 참가자들의 입장 차가 커지고 결국 대립하게 된다. 결정을 내리기도 어려워진다. 재무팀에서 새로운 지불규정을 만든다고 가정해보자. 언제부터 지불규정을 바꿔야 할까. 일주일, 한 달 이후, 2개월 이후 등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의견을 제시한 사람들의 니즈와 욕구를 확인할 수 없다면 결정을 내리기가 어렵고 복잡해진다. 누군가가새로운 지불규정과 관련해서 고객에게 알려주고 필요한 조치를 하도록 배려해야 하기 때문에 2개월 이후부터 실시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제안하면 고객의 니즈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의사결정 단계에서고객불편 최소화를 다른 니즈와 함께 비교해서 결정할 수 있다.

 

⑥ 자기주장(Advocacy)과 질문(Inquiry)을 균형 있게 사용한다.

필자가 활동하는 단체의 이사회에서 경험한 일이다. 어떤 사람이 안건과 관련해서 의견을 제시했다. 그러나 이후 발언자는 이전 사람의 발언 내용과는 전혀 무관한 내용을 말했다. 이렇게 회의가 이어지면 먼저 말한 사람의 의견이 논의되지 못하고 사장되기 쉽다. 이는 회의실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발언자가 자신의 언급에 대해 다른 참석자의 의견을 구하지 않을 때 이런 상황이 발생한다. 발언자가 바뀔 때마다 다른 주제가 테이블에 올라오면 회의가 비효율적으로 진행될 수밖에 없다. 이를 막으려면 발언자가 참석자들에게 의견을 얘기하고 질문을 해달라고 요청하면 된다. 만약 자신의 의견과 다른 견해가 제시된다면 왜 그런지 따져보며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반대로 질문만 던지고 자신의 주장은 밝히지 않는 상황을 떠올려보자. 다른 사람들은 발언자가 왜 그런 질문을 던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 주장이나 질문 중 하나만 하면 대화가 일방적으로 흐른다. 주장과 질문의 균형을 유지하면 설득과 이해를 얻기에도 용이하다. 회의를 창의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서로 다른 주장은 이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참석자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⑦ 다음 논의 단계와 의견 차이를 검증할 방법을 함께 준비한다.

회의에서 부하직원이 어떤 의견을 제시할 때 상급자가이 내용이 지금 다루는 주제와 무슨 관련이 있어? 넘어가자라고 말한다면 부하직원은 더 이상 말하기 어려워진다. “혹시 지금 하고 있는 말이 우리가 논의하는 지불규정과 어떤 관계인지 잘 모르겠다. 제가 중요 포인트를 놓치고 있을 수도 있다. 조금 전에 한 말과 지불규정이 어떤 관련이 있는지 제가 이해할 수 있도록 다시 한번 말해 달라고 한다면 부하직원에게 더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 대화를 이어가거나 해당 이슈를 다음 기회로 미룰 것인지에 대해서는 참가자들과 함께 결정할 수 있다. 발언자와 참가자들의 의견 차이를 충분히 검증하도록 배려하면 논의 과정이 좀 더 편안하게 진행될 수 있다. 참가자들도 자신의 의견을 쉽게 드러낼 수 있다. ‘모든 아이디어는 좋은 아이디어다.’ 이 문구는 퍼실리테이션의 매우 중요한 원칙이다. 편안한 대화 분위기에서 진행해야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다.

 

⑧ 토론이 불가능한 (undiscussable) 사안도 토론한다.

이는 토론이 불가능한 것처럼 보이는 사안도 더 논의할 여지가 있다는 의미다. 조직문화, 상사와 의견 차가 큰 사안 등 꼭 필요하지만 논의 주제로 올리면 참석자들이 불편하게 느끼는 사안이 적지 않다. 하지만 이런 사안을 제대로 다루지 않으면 조직과 팀의 문제점을 구조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 필자도 비슷한 상황을 목도한 적이 있다. 어느 기업에서 신임 사장이 외부에서 영입됐다. 이 회사의 임원 4명 중 3명은 오랫동안 함께 일했다. 문제는 오랫동안 함께 일한 임원들의 의견 일치 속도가 너무 빨라서 신임 사장과 젊은 인사담당 임원이 소외감을 느낀다는 점이다. 깊은 논의가 필요한 사안에서 이들 3명은 너무 빨리 합의하거나 너무 신속하게 반대의견을 표명한다. 이런 분위기에서 충분한 대화를 통한 의사결정은 무척 어렵다. 사장과 인사담당 임원은 암묵적 담합이 있는 것 아니냐는 느낌마저 받는다. 이런 상황은 일방적 통제 성향이 지배적인 사람들이 회의에 참여했을 때 발생한다. 하지만 이런 사안을 회의에서 직접적으로 거론하면 자칫 감정적인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꺼내기 어려운 주제를 가볍게 질문하는 방식으로 대화의 물꼬를 트면 된다. 상대방에게 비슷한 상황에서 어떤 느낌을 갖는지 물어볼 수 있다. 상대방이 답변을 하면 퍼실리테이터가 자연스럽게 대화를 이끌어 갈 수 있다.

 

⑨ 어느 정도 참여도를 끌어내기 위해 적절한 의사결정 규칙을 사용한다.

모든 회의에서는 아이디어를 최대한 제시할 때와 모인 아이디어를 하나의 주제로 뭉쳐서 이끌어야 할 때가 발생한다. 마지막 과정은 의사결정의 순간이다. 회의 운영을 설계할 때는 어떤 의사결정방식을 사용할 것인지 미리 생각해둬야 한다. 결론이 없는 회의를 만들어서는 안 된다. 다양한 의견을 좁혀서 결론을 도출하려면 적절한 의사결정 규칙을 사전에 세워두는 게 도움이 된다. 의사결정 유형별로 장단점이 있다. ( 1) 필요에 따라 선택해서 사용하면 된다.

 

1 의사결정 유형

 

그라운드 룰은 퍼실리테이터에게 그룹 행동을 관찰해서 개입 여부를 결정하는 진단도구다. 또 그룹 개발을 위해 사용할 수 있는 학습도구이기도 하다. 퍼실리테이터는 그룹 활동 시작 전에 효과적인 그룹 프로세스를 위해 그라운드 룰을 사용한다고 설명하고 이에 대한 동의를 참가자에게 받아야 한다. 뿐만 아니라 그라운드 룰이 지켜지지 않아 문제가 생길 경우 모든 참가자들이 상호 피드백을 해주고 어떻게 책임을 질 것인지에 대해서도 동의를 얻어야 한다. 동의를 하는 순간 참석자 모두는 효과적인 회의에 대해 공동의 책임을 져야 한다. 그라운드 룰은 중립적 입장을 견지해야 하는 퍼실리테이터가 쓸 수 있는 유일한 도구다.

 

주장과 질문의 균형을 유지하면 설득과 이해를 얻기에도 용이하다. 회의를 창의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다. 서로 다른 주장은 이해의 과정을 거치면서 참석자들에게 학습의 기회를 주기도 한다.

 

의사결정을 위한 그룹 프로세스

메타질문에 대한 답을 얻기 위해 어떤 단계를 거칠 것인지를 설명하는 것이 의사결정 프로세스다. 이상적인 해결책을 얻기 위해 다음 그림과 같은 그룹 역동성의 단계를 거친다.

 

그룹의 의사결정에서 역동성을 확보하려면 크게 2가지 단계가 필요하다. 첫 단계는 확산적 사고를 통해 다양한 관점들을 이끌어내는 것이다. 아이디어 초기단계에서는 익숙한 아이디어들이 나온다. 하지만 여기서 머물면 안 된다. 참석자의 다양성을 활용해서 다양한 아이디어가 나오도록 노력해야 한다. 충분히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시된 후에는 집중적인 사고를 통해 의사결정 포인트로 대화를 좁혀야 한다. 각 단계에서 어느 정도의 시간을 할애할 것인지는 사안에 따라 다르다. 하지만 프로세스를 디자인하는 퍼실리테이터는 주제에 대한 정보와 참여자의 성향 등을 고려해서 시간을 배정하고 필요한 퍼실리테이션 방법들을 미리 마련해둬야 한다. 필자는 수평적 대화를 통해 2가지 사고를 적절하게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의사결정 프로세스로집중대화기법(Focused Conversation Method)’을 소개한다.

 

그림 3 그룹 의사결정의 역동성 단계

 

집중대화기법(Focused Conversation Method)

집중대화기법은 ORID(Objective, Reflective, Interpretive, Decisional level)기법이라고도 불린다. 인간이 사고하고 의사를 결정하는 뇌의 시스템을 고려하는 방법이다. MIT 슬론경영대학원의 에드가 샤인(Edgar Schein) 명예교수에 따르면 신경시스템에서는 데이터처리와 감정처리, 의미 만들기, 의사결정, 실행시스템이 동시에 진행되기 때문에 각 단계를 명확하게 구분해야 거기에 맞게 반응하며 필요한 인식능력을 동원하게 된다고 한다. 각 단계마다 인식의 연결고리와 상관관계를 명확히 하면 더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이 점을 토대로 ORID가 만들어졌다. 의사결정을 위한 그룹토의에도 집중대화기법인 ORID 4가지 단계 모두를 거치면 의사결정의 오류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 (그림 3) 그러나 각 단계를 거치는 것만으로 좋은 결정이 내려지지는 않는다. 각 단계마다 참가자들이 자신의 관점을 최대한 공개할 때 개인의 관점이 그룹의 관점으로 올라설 수 있다. 그 결과 그룹이 통찰력을 얻고 통찰력을 통해 결정을 내릴 수 있다.

 

참가자들이 개인적인 생각을 충분히 공개하게 만들려면 이들이 솔직하게 대답할 수 있도록 적재적소의 질문을 준비해야 한다. 의사결정 프로세스를 준비하면서 퍼실리테이터가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도 바로 이 질문의 개발이다. 올바른 질문을 던지면 올바른 답과 아이디어가 나오기 마련이다. 애플이 최초로 양산형 개인용 컴퓨터인 애플2를 개발했지만 이것을 운반하려면 60㎝ 이상의 여행가방 같은 상자가 필요했다. 이후 IBM PC를 개발한다. 높이는 애플보다 7㎝ 낮추는 데 성공하지만 무게는 더 무거웠다. 당시 텍사스인스트루먼트의 임원이던 로드 케니언, 빌 머토, 짐 해리스는 점심식사를 하면서 한 가지 질문에 집중했다. “어떻게 하면 기내 짐칸에 쏙 들어가는 IBM 호환컴퓨터를 설계할 수 있을까?” 점심시간 내내 논의한 것을 토대로 이들은 핵심 설계안을 만들고 다음해 컴팩 컴퓨터를 설립해서 개인용 컴퓨터의 또 다른 역사를 썼다. 좋은 질문에는 이처럼 사람들을 집중하게 하는 힘이 있다. 집중대화기법도 ORID의 각 단계에서 정교하게 짠 질문을 개발하는 게 핵심이다. 참석자들은 질문에 답하면서 다음 단계로 넘어가고 마지막 단계에서는 그동안 질문하고 대답하는 과정에서 얻은 상호이해를 토대로 핵심결정사항에 대해 합의하게 된다.

 

필자는 올해 초 한 다국적기업으로부터 12일 과정의 임원 워크숍을 진행해달라고 의뢰를 받았다. 이 회사는 최근 출시한 제품이 고전하고 있어서 대책을 마련해야 하는 시급한 상황이었다. 임원들은 이전까지 논의 과정에서 회의의 대부분을 책임 회피에 사용하고 있었다. 필자는 워크숍을 디자인하기에 앞서 상황을 파악해야 했다. 그래서 가장 첨예하게 대립각을 세우고 있던 임원 3명을 따로 만났다. 임원 3명의 인터뷰에서 확인한 것은 2가지다. 임원들은 논의를 할 때 사안에 대해서 객관성을 가지고 있지 못했다. 또 자신의 부서만을 대변하는 편협성을 보여줬다. 이들의 주장에 타당성이 전혀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런 상태에서는 제품의 부활을 위한 대안을 결정하는 논의를 이어가는 게 불가능해 보였다. 효율적인 워크숍이 진행되기 위해서는 별도의 조치가 필요했다.

 

필자는 사장에게 워크숍에 앞서 임원 회의를 개선하기 위한 사전 워크숍을 반나절 동안 열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현재 상태에서는 워크숍이 진행돼도 실적 부진에 대한 해결책을 모색하는 회의가 진행되기 어려웠다. 먼저 임원들이 회의에서 속내를 밝히도록 토대를 마련해야 했다. 필자는 임원들이 워크숍 회의에서 원활한 토론을 할 수 있도록 사전 워크숍에서 ORID에 기반한 집중대화기법을 도입했다. 첫 단계(Objective Level)에서는 최근 출시된 제품에 대한 임원들의 의견을 물어봤다. 필자는 마케팅 부서를 책임지는 임원에게마케팅 부서의 입장은 무엇입니까라고 물었고 영업담당 임원에게는예상대로 신제품이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해 영업부는 어떻게 대응했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또 다른 임원들에게는당신이 이의를 제기한 것에 대해 그가 뭐라고 말했습니까” “그동안 임원회의에서 일어났던 의견충돌의 내용은 무엇입니까등의 질문을 했다. 필자는 철저하게 중재자의 입장에서 임원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임원들은 구체적인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사전 워크숍에 참가했던 임원들은 서서히 놀라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부서의 상황에 대해 지레짐작했던 것과는 실제 상황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또 상대방을 보는 시각에서 많은 차이가 존재했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했다. 구체적인 사실을 공유할 수 있는 이런 단계는 꼭 필요하다. 임원들은 다른 부서와 구체적인 정보를 공유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방의 상황을 정확하게 진단할 수 없었다. 서로의 사정을 알게 되자 대립각의 높이는 점차 내려갔다.

 

필자는 이어서 두 번째 단계(Reflective Level)에 들어갔다. 객관적인 상황을 파악한 임원들은 갈등 이슈에 대해서 이전보다는 조심스럽게 생각하고 말하게 된다. 하지만 이 단계에서는 임원들이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느꼈던 감정을 모두 끄집어 내야 한다. 객관적인 경영상황뿐만 아니라 업무처리 과정에서 느꼈던 서운했던 감정까지 토로하지 않으면 상대방을 모두 이해할 수 없다. 속내까지 밝혀야 서로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것이다. 필자는 속내까지 밝힐 수 있도록 퍼실리테이터의 역할에 집중했다. 필자는영업부의 반응에 대해 어떤 느낌이 들었습니까라고 질문했고 어떤 임원은그런 데이터가 있는 줄은 몰랐습니다고 대답했다. 또 다른 임원은고객 피드백이 그럴 것이란 생각은 하지 못했습니다” “사장님이 그런 요구를 하시는 줄 정말 몰랐습니다” “예산이 그 정도밖에 안 된단 말입니까? 말도 안됩니다등의 대답을 했다. 자기 방어벽이 무너지면서 임원들은 서로 이해하는 폭이 커졌다.

 

필자는 철저하게 중재자의 입장에서 임원들이 사실을 기반으로 답변하도록 유도했다. 그랬더니 임원들은 구체적인 팩트를 기반으로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했다. 사전 워크숍에 참가했던 임원들은 서서히 놀라기 시작했다. 그동안 다른 부서의 상황에 대해 지레짐작했던 것과는 실제 상황이 너무나도 달랐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점차 서로를 이해하기 시작했다.

 

필자는 이후 임원들이 서로를 이해하면서 대안을 제시하는 단계(Interpretive Level)로 이어갔다. 이 단계에서는 임원들에게 향후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한 대안 제시를 유도했다. 필자는 임원들에게임원회의에서 우리가 보여주고 있는 행동에 어떤 패턴이 있습니까” “임원회의가 어떤 점에서 중요합니까” “임원회의가 어떤 점에 가치를 두고 진행돼야 할까요등을 질문했다. 임원들은 이전보다 훨씬 더 감정을 배제하고 상대방의 관점을 수용한 의견을 제시하기 시작했다.

 

마지막 단계(Decisional level)에서는 이번 워크숍에서 회의를 어떻게 진행할지에 대해 구체적인 해법을 이끌어 내야 한다. 필자는임원회의에 어떤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었고 임원들은 자신들이 바꿔야 할 행동에 대한 의견들을 구체적으로 내놓았다. 예를 들어, 임원회의에서는 특정 의견에 대해 대립할 때도 건설적인 방향에서 의견을 제시하며 다른 사람의 말을 먼저 듣고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로 했다. 또 한 사람씩 순서대로 의견을 제시하자고 말했다. 임원들은 이런 구체적인 회의규칙을 모아 ‘Team Values’라고 정하고 12일 워크숍뿐만 아니라 앞으로 열리는 임원회의에서도 이런 규칙에 따라서 회의를 진행하자고 합의했다.

 

그림 4 집중대화기법의 활용

 

 

조직 내 대화를 촉진하는 퍼실리테이션

기업은 그룹, 팀을 활용해서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찾거나 미래를 대비하는 방안을 기획하고 실행한다. 그 과정에서 어떤 형태로든 퍼실리테이션 스킬이 필요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이런 활동을 하는 동안 나타나는 다양한 갈등을 건설적인 방향에서 조율하려면 퍼실리테이션 스킬은 조직에 필수적이다. 아무런 예고를 하지 않고 발생하는 다양한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룹과 팀의 역할보다는 전략적인 관점에서 재조명하는 것이 필요하다. 조직은 그룹의 활동을 촉진할 수 있는 체질로 개선하는 게 시급하다. 두산이 몇 년 전두산웨이를 선포한 이후 두산웨이를 조직에 뿌리내리게 하기 위해 선택한 방법은대화였다. 이 일을 가장 먼저 자청하고 나선 사람은 박용만 회장이다. 양복 상의를 벗고 와이셔츠 소매를 걷어 올린 채 무대에서 내려와 참석자들과 동그랗게 둘러싼 자리에서 두산웨이의 배경과 함께 핵심 단어를 하나하나 설파했다. 그의 모습은 일반적인 대기업 회장의 모습과는 달랐다. 그 자리는 지시와 명령이 아닌 수평적 대화를 할 수 있는 장소였다. 수평적 대화와 자유로운 질문을 통해 임직원들은 회사의 미래전략을 위한 고민에 동승했고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위한 논의에서는 각자의 경험을 토대로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그 자리에서 완벽한 수평적 대화가 오갔다고 단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박용만 회장은 적어도 몇 년째 퍼실리테이션에 바탕을 둔 대화를 이어가고 있고 퍼실리테이터형 리더십의 모델을 보여주고 있다. 창의성은 다름에서 비롯된다. 다름은 그것이 표출될 수 있는 안전한 환경을 갖춰야 비로소 밖으로 나오고 그렇게 노출된 다름은 서로 충돌하면서 새로운 화학작용을 일으킨다. 핵심은 길을 열어주는 것이다. 퍼실리테이션은 다양한 이론을 토대로 그 길을 열어주는 검증된 방법이다.

 

이영숙Aligned & Associates 대표 youngsook.lee@aligned.co.kr

필자는 헬싱키 경제경영대학원에서 MBA를 취득했고 Aligned & Associates 대표로 조직개발 컨설팅과 임원 코칭을 하면서 조직개발방법으로서의 퍼실리테이션을 연구하고 있다.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부회장 및 국제인증퍼실리테이터도 겸하고 있다.

 

  • 이영숙 | - Aligned & Associates 대표
    - 한국베링거인겔하임
    - 한국HP -한국MSD -한국퍼실리테이터협회 부회장
    - 국제인증퍼실리테이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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