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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내 정치 관리 방안

공공연한 비밀 사내정치, 룰에 따라 싸우는 場을 열자

박광서 | 146호 (2014년 2월 Issue 1)

 

 

다음은 가상의 사례다.

 

A 부장과 B 과장은 입사 동기다. 입사 동기이긴 하지만 A 부장은 전략기획팀장으로 B 과장보다 이미 두 단계 높은 직급이며 차기 임원 영순위로 알려져 있다. A 부장은 항상 자신감에 차있고 일하는 데 두려움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또한 그는 임원들과 매우 긴밀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자신의 팀원뿐 아니라 전략적으로 도움이 되는 타 부서의 여러 팀원들과도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B 과장은 이번에 또다시 차장 진급이 되지 않아서 회사에 계속 남아 있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이제는 회사의 불합리성, 더 나아가 사회의 공정성에 대한 회의 속에서 본인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과 신세 한탄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B 과장은 A 부장보다 더 좋은 대학 출신이고 입사 성적도 최고 점수였으며 업무 능력과 전문 지식이 뛰어나다. 그러나 A 부장은 업무 능력과는 별개로 본인의 상사들로부터 신임을 끌어내는 능력이 탁월했다. 시간이 흐를수록 상사들은 A 부장이 업무를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도록 무조건적인 지원군 역할을 했다. 사실 A 부장이 팀장이 된 후에 그의 업무 수행 능력이나 리더십에 대해 회의를 갖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팀원들은 A 부장이 도대체 일은 하는지, 사람 만나서 차 마시고 저녁에 회식하는 것이 주 업무인지 혼란스럽다고 수군대기 일쑤였다. 업무 지시를 할 때도 명확한 가이드나 어드바이스는 없고 무슨 내용인지 알고 지시하는 것인지 의심 가는 경우도 많다. 결과가 좋은 경우는 자신의 공으로,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에는 책임과 비난을 팀원에게 돌리고 본인은 면피를 하는 뛰어난 스킬을 발휘하고 있다. 임원들이 A 부장을 탁월한 팀장이라고 칭찬할 때마다 팀원들은 어이가 없고 어리둥절할 뿐이다. 사람들은 그를정치 9이라고 부른다.

 

반면 B 과장은 주어진 일이 어렵거나 남들이 모두 회피하는 일도 자신의 소명이라 생각하고 묵묵히 혼자 밤을 세워가면서 일해서 완수하는 스타일이다. 일을 할 때는 원칙이 아닌 변칙이나 꼼수를 부리는 것을 자기 스스로 결코 용납하지 못한다. 또한 타인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이 미안하기도 하고 때로는 규칙을 어기는 것 같아서 대부분 자신의 힘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하려고 했다. 타인이 도움을 요청하는 경우에도 원칙에 조금이라도 어긋난다면 도와주지 않고 거절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러한 성향과 행동은 상사에게도 마찬가지라서 그는 열심히 일하고도 칭찬 및 인정은 고사하고 성과 등급에서도 낮은 등급을 받는다. 후배나 동료들 역시 B 과장이 착하다고 생각하고 있으나 사실은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오히려 B 과장은 같이 일하기가 편하기는 하지만 일은 많이 하고 조직에서 인정은 받지 못하는 경우가 흔해서 같이 일하기를 꺼려한다.

 

가상의 사례라고 썼고 실제로도 정말 머릿속에서 꾸며낸 얘기다. 그러나 주변에서 비슷한 경우가 떠오르지 않는가? 이 가상의 사례는 사실 어느 회사에서나 쉽게 볼 수 있다. “회사에서는 실력이 다가 아니다라는 흔한 명제와 일맥상통한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 명제에 동의할 것이다. 이 명제는 기본적으로 회사 내에서의 정치 혹은 권력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줄을 잘 서야 한다”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결코 튀어서는 안 된다” “정보를 함부로 공유하면 안 된다” “기회는 양보하지 말고 쟁취하라” “회사 내에서도 아군과 적군이 있으니 잘 구별해야 한다”… 등등.

 

이 모두가 회사에서는 실력이 다가 아니라는 명제의 다른 표현이다. 회사 내에서의 사내정치/권력 등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사내정치/권력은 다시 조직구성원의 사고/태도/행동에 영향을 준다. 사내정치는 기업의 성과와 문화에 영향을 주고 더 나아가 기업의 존속과도 관련되는 중요한 사안으로 중요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1. 사내정치 발생의 원인

 

부정적이든 긍정적이든 사내정치 및 회사 내에서 권력획득을 위한 행동이 발생하는 원인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첫 번째 원인은자원의 제한성이다. 자원의 제한성은 기회의 제한성과 연결되고 이는 필연적으로 권력의 추구 즉, 사내정치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우선 회사가 존재하기 위해서, 목표를 달성하고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자원이 필요한데 이러한 자원은 무한정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부족한 상태에서 나눠서 사용해야 한다. 이러한 자원의 제한성은 조직구성원을 동기 부여하고 존속의 여부를 결정짓는 기회의 제한성과도 연계된다. 조직 자체가 대부분 피라미드 형태이기에 위로 올라갈수록 직급 등 자원이 부족한 형편이다. 특히 구성원들의 근속기간이 길어서 승진이 적체되면 상위 직급의 부족은 조직정치를 가속화시킨다. 부서 간 가용자원의 부족, 불경기 등으로 인한 감원 시에도 서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고 개인은 개인대로, 부서는 부서대로 자신들의 역량을 과시한다.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두 번째 이유는조직/회사의 제한된 합리성이다. 조직에서 합리적 모형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면 최적화 대안은 한 개뿐이기 때문에 정치행동은 줄어든다. 그러나 최적의 대안은 아무도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조직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 정치행동을 하게 된다. 그러므로 조직이 가능한 한 최적화 모형에 가까운 방법으로 대안을 분석하고 선택할 능력과 장치와 절차가 마련되고 지켜진다면 정치행동은 그만큼 감소할 것이다. 그러나 세상, 그리고 회사에서 매일 급변하는 환경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 단 하나의 불변의 진리/정답이 있는 경우를 상정하는 것은 너무 이상적인 접근방법이다. 제한된 합리성은 회사가 모든 것을 미리 계획하고, 그 계획대로 실행할 수 없게 하며, 아무리 절차와 규정으로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고자 해도 불확실성을 100% 커버할 수 없다. 오히려 절차와 규정을 세분화하는 것은 노력의 비용이 훨씬 크고, 규정과 절차를 명문화하는 순간에도 세상과 회사는 변해서 그 규정과 절차가 무의미하게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지금까지 사내정치가 일상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사례, 사내정치가 발생하는 원인에 대해 살펴봤다. 이제부터는 사내정치에 대해 어떤 태도와 행동을 가져야 하는지를 조심스럽게 논의를 해야 할 차례다. 이 부분은 정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학문이나 이론적인 배경을 정리하는 것도 아니며, 필자의 오랜 경험에서 얻은 나름의 생각을 전달하는 것임을 미리 전제하고자 한다.

 

2. 사내정치에 대한 인식의 전환

 

사내정치를 관리하기 위해서 다음의 질문을 생각해보고 답해보는 것이 매우 유용하다.

 

1) 사내정치가 없는 회사가 존재하는가?

 

2) 사내정치는 부정적인 것인가? 긍정적인 것인가?

 

3) 사내정치를 회사 차원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1) 사내정치가 없는 회사가 존재하는가?

 

앞서 사내정치의 원인 부분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사내정치는 제한된 자원과 기회의 활용, 그리고 조직의 제한된 합리성으로부터 기인한다. 회사는 사람들이 모여서 역동적으로 움직이는 집합체다. 유사 이래 어떤 조직에서도 크든 작든 정치/권력/서열/순위 등이 100% 부재한 경우는 없었다. 사람들이 모여서 제한된 자원과 기회의 조건에서, 조직의 생존과 성장을 추구해 나가는 과정에서 사내정치는 어디서나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인정해야 한다.

 

회사뿐 아니라 개인 차원에서도 이러한 명제를 인지하는 것은 매우 이롭고 도움이 된다. 이러한 인식하에서 사내정치를 인식하는 태도나 능력에 대한 개인차를 관리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실제 회사 내에는 선천적으로 타고난 권력지향가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많다. 문제는 조직 내의 사내정치 및 권력 다이내믹스에 대해 매우 불편해 하고 때로는 그것을 견디지 못하고 지속적으로 힘들어 하거나 회사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재들이 많이 있다는 점이다. 그들이 사내정치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능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는 개인뿐 아니라 회사 차원에서도 큰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경험에 따라 사내정치를 인식하는 태도나 능력에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신입사원이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역동적인 사내정치의 다이내믹스를 어떻게 받아들이느냐에 따라 조직적응의 성공 여부 혹은 적응 시간 등이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입사원에게 조직의 사내정치는 문화적 충격으로 초기에는 감당할 수 없는 혼란과 영향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회사의 사내정치는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고 인정하는 것이 다양한 측면에서 매우 이롭다고 할 수 있겠다.

2) 사내정치는 부정적인 것인가? 긍정적인 것인가?

 

사내정치가 어떤 형태로든 존재한다는 것을 인식한 후에는 사내정치가 부정적인지, 긍정적인지에 대한 입장 정립이 필요하다. 사내정치를 어떤 방식으로 정의하느냐에 따라 사내정치는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다. 필자는 사내정치를 포괄적이고 중립적인 관점에서 정의하고 활용하는 것이 여러 가지 측면에서 유용하다고 생각한다. 즉 목적 달성을 하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고 최대한 활용해 문제해결을 하는 일련의 행위로 정의해보자는 말이다. 이렇게 정의할 경우 부정적인 사내정치와 긍정적인 사내정치의 구별이 더 명확해 질 수 있다.

 

긍정적인지, 부정적인지에 대한 판단 근거는 3가지 정도로 구분할 수 있다. 우선 목적의 동기가 개인 혹은 집단의 사적인 이해관계를 극대화하는 것이냐, 아니면 회사의 목적에 부합하는 것이냐에 따라 사내정치의 부정적인 측면과 긍정적인 측면이 구별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서 자원을 모으고 활용하는 과정에서 그 절차가 회사가 지향하는 룰과 절차와 얼마나 유사한지, 혹은 그 절차상에서 반칙을 최소화하고 큰 문제가 없느냐가 또 다른 판단 기준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사내정치의 결과에 따른 인정과 보상이 목적 달성의 기여에 맞게 배분될 수 있느냐의 관점에 따라 부정적이거나 긍정적인 기능의 여부가 달라질 것이다.

 

3) 사내정치를 회사 차원에서는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해야 하는가?

 

1, 2번이 사내정치의 인식적인 측면에서 중요한 질문이라면 3번은 현실 세계에서 중요한 질문이라고 생각된다. 쉽게 얘기해서 회사는 사내정치를 어떻게 인식하고 관리해서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고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할 수 있는가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어야 한다.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간단히 요약하면 회사는 선의의 경쟁의 장을 만들어주고, 회사 내부의 파워 다이내믹스를 모니터링해 권력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3. 사내정치에 대한 관리 방안

 

사내정치를 직원 개인 수준에서 조언하는 경우 자칫 요즘 서점에서 많이 나오는 처세서가 될 우려가 있다. 그러한 처세서적에 나오는 내용은 주로권력 라인을 파악해라’ ‘적을 만들지 마라’ ‘자신의 성과를 포장하라’ ‘자신의 대체재를 최소화하라등이다. 사실 이러한 처세와 관련된 부분은 학문적으로나 실무적으로도 일반화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며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직원들이 어떻게 사내정치를 잘해야 하는지의 관점이 아니라 직원들의 사내정치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유도할 수 있는 관점에서 논의해보고자 한다.

 

1) 선의의 경쟁의 장을 마련

 

회사 차원에서는 사내정치를 관리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변수는 경쟁의 속성과 불확실성의 정도다. 사내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하는 것은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내부경쟁을 줄이는 것이다. 긍정적인 측면을 극대화하는 것은 선의의 경쟁을 통해 개인과 조직이 같이 성장하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사내정치는 필연적으로 경쟁을 수반하며 경쟁의 속성을 회사가 어떻게 관리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다. 이러한 경쟁의 속성 및 수준은 조직의 불확실성이 어느 정도이고 그것을 구성원들이 어떻게 인식하느냐와 밀접하게 연관돼 있다. 불확실성이 매우 커서 합리적 예측이나 준비/대응이 어려운 환경에서 경쟁의 정도는 필요 이상으로 과열될 수 있다. 따라서 조직구성원들이 느끼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주는 것이 회사가 사내정치의 부정적인 측면을 최소화할 수 있게 하는 방법이다.

 

불확실성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측면과 운영적인 측면에서 접근이 가능하다. 제도적인 측면에서는 제반 인사제도를 정비해서 조직구성원들이 인지하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개인의 성과 평가, 금전적 보상, 비금전적 보상 승진, 조직 이동/배치, 시상, 인정 등 제반 인사제도를 제대로 정비하고 운영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제도 이상의 것을 포함하고 있다. 즉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사내정치를 최소화하는 중요한 방법인 것이다. 제도가 직원들에게 불확실성을 최소화해주고 예측력을 높여 줄 수 있어야 한다.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리더들의 행동과 피드백이 가장 중요하다. 리더가 하는 행동과 결과를 보고 직원들은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스스로의 방법과 행동을 결정한다. 선의의 경쟁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사내정치를 수행하는 리더가 성공하는 회사에서는 사내직원들도 그렇게 행동할 가능성이 높다. 왜냐하면 그런 행동이 그들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반대로, 부정적인 사내정치, 즉 파벌, 정보의 독점, 반칙, 규칙과 절차의 경시 등의 행동을 통해 조직에서 권력을 획득하고 승승장구하는 리더가 있다면 직원들에게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방법은 부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를 하는 것이다. 역시 그런 행동이 그들의 성공 확률을 높이기 때문이다.

 

2) 견제와 균형

 

선의의 경쟁의 장을 마련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지만 선의의 경쟁의 결과라도 회사 차원에서 권력의 집중화가 발생하는 것은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많다. 이것은 회사뿐 아니라 역사상 국가 정치에서도 발견할 수 있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회사는 우선적으로 회사 내 파워 다이내믹스를 항상 모니터링할 수 있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모니터링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더 나아가 필요한 경우 파워 다이내믹스의 재편을 포함해야 한다. 즉 견제와 균형을 지속적으로 유지하면서 건전한 긴장과 또 다른 선의의 경쟁의 장을 지속적으로 만들어가는 과정인 것이다. 어느 특정 그룹의 성과가 좋고 그들에게 대부분의 권력을 맡겨서 회사의 성장을 추진하는 것이 항상 옳을 것 같은 순간에도 견제와 균형이라는 키포인트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지나치게 집중화된 권력은 어느 한순간에 갑자기 문제가 되고 부작용을 일으키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그 과정을 진행하기 때문이다. 너무 커져버린 권력은 그만큼 조정이 어렵거나 많은 부작용을 초래하게 된다.

 

사내정치를 요약하면 결투에 비유할 수 있을 것 같다. 동네에서 불량배들이 규칙도 없이 무기를 사용하고 패거리를 이용하는 것은 부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 경쟁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고 권투와 같이 정해진 공간과 시간에서 룰에 따라 경쟁하는 것, 또 심판이 그 룰을 잘 지키고 있는지 관찰하고 어긋나는 경우에는 조치를 취하는 것이 선의의 경쟁, 즉 긍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에 비유될 수 있을 것이다. 견제와 균형에서 비유해보자면 한 선수가 라이트급에서 더 이상 적이 없는 챔피언이 됐을 때 한 체급을 올려서 다음 단계에서 또 다른 실력가와 경쟁할 수 있도록 준비하고 경쟁하는 것, 그 과정에서 권투의 흥행이 가속화되고, 관중들도 열광하고, 해당 선수도 성장하는 것이다. 즉 조직과 개인이 모두 성장한다는 맥락에서 비유해 볼 수 있다.

 

4. 사례연구

 

다음은 실제 필자가 접했던 사례들로 회사 리더들이 긍정적 의미의 사내정치를 만들어낸 경우들이다.

 

1) A : 경쟁의 제도화-프로젝트를 통한 선의의 경쟁

 

A사의 경우 직원 간 내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직원들은 회사에 실질적으로 기여할 수 있는 과제 혹은 프로젝트를 스스로 발견해서 수행하고 성과를 창출해야 한다. 프로젝트를 선정하는 과정에서부터 긍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는 시작된다. 사원들은 좋은 프로젝트를 찾기 위해서 다양한 고민을 하며 동료들과 선정 작업에서부터 선의의 경쟁을 시작한다. 좋은 프로젝트를 선정하기 위해서는 많은 고민을 해야 하는데 본인 부서뿐 아니라 타 부서, 더 나아가 회사의 혁신에 도움이 되는 과제를 고민한다. 이 과정에서 사내 타 부서에 대한 관심과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사내정치 기술을 발휘하기도 한다. 프로젝트가 선정되면 프로젝트를 수행할 자원을 선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경쟁과 협업이 시작된다. 프로젝트의 성공적인 수행을 위해 필요한 동료를 파악하고 설득하는 과정에서 자원의 경쟁이 이뤄진다. 또 그 프로젝트를 같이 수행하는 동료와는 협업과 제휴라는 사내정치가 이뤄지는 것이다. 프로젝트의 진행 과정과 결과는 공개적으로 밝히는 시스템으로 프로젝트 진척 사항은 공식적으로 공유된다. 결과에 대한 평가 또한 임원 혹은 최고경영자가 참석해서 평가를 수행하기 때문에 부정적인 사내정치적 행동을 이끌 수 있는 불확실성을 최소화한다. 이러한 프로젝트 결과가 평가, 보상, 승진 등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게 된다. 건전한 사내경쟁을 통한 개인, , 회사의 성장이라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혹자는 경쟁이 너무 지나쳐서 긴장감이 높고, 경쟁에서 뒤처지는 사람의 부작용에 대해서도 우려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한다. 그러나 이러한 시스템은 회사의 역량 수준을 몇 단계 올리게 한 원동력으로 회사 내에서 자연스럽게 문화로 받아들이는 단계에 이르렀다. 선의의 경쟁을 사원들의 긍정적인 성장 동력으로 활용해 궁극적으로 회사의 역량과 성과가 창출되는 사례인 것이다.

 

2) B : 제도 모니터링-불확실성의 감소

 

B사의 경우 성과평가가 합리적으로 이뤄지지 않고 있었다. 최고경영자는 공정한 평가가 아닌 다른 요소들이 얼마나 반영되는지를 다양한 방법으로 모니터링하고 분석해 조직별로 평가의 공정성을 수치화했다. 자신의 조직의 평가공정성 정도가 계량화돼 공개되자 이전에 관행적으로 수행하던 성과평가의 패턴이 바뀌기 시작했다. 우선 임원들이 팀장들을 평가하는 관행이 바뀌었고 팀장들이 팀원들을 성과평가하는 관행을 고칠 수 있도록 다양한 방법으로 개선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이러한 제도의 모니터링을 통해 회사 내에서 직원들 간에 발생할 수 있는 부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를 최소화하고 옳은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불확실성을 최소화하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한 것이다.

 

3) C : 관리자들의 행동 유형 파악 및 피드백-직원들에게 행동의 준거 제공

 

C사의 경우 임원과 팀장들의 행동을 다양한 도구와 방법을 통해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 임원과 팀장은 회사의 거울이며 그들의 행동이 직접적으로 사내 직원들에게 영향을 미치고, 사내 직원들의 태도와 행동이 그 회사의 문화, 더 나아가 회사의 성과를 결정짓기 때문이다. 임원/팀장들의 행동 분석은 그들에게 피드백으로 제공되며 그들의 인사고과 및 승진/배치 시에 성과와 더불어 매우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활용된다. 어떤 방법으로든 성과만 잘 내면 좋은 평가와 보상, 승진을 기대하는 행동의 패턴을 바꾸기 위해서 도입됐다. 이러한 모니터링과 피드백은 임원과 팀장의 역기능적인 사내정치에 경각심을 가지게 한다. 성과도 중요하지만 조직의 문화를 긍정적인 방향으로 이끌기 위해서는 관리자들의 행동이 준거가 된다는 중요한 포인트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다.

 

5. 긍정적인 사내정치를 꿈꾸며

 

사내정치는 어느 조직에나 존재하는 것이므로 부정적인 역기능을 최소화하고 회사의 긍정적이고 생산적인 동력으로 기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정한 선의의 경쟁의 토대가 마련돼야 하고 불확실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제도를 지속적으로 정비하고 결과를 모니터링해야 할 것이다. 또 운영 측면에서는 구성원 및 집단 간 파워 다이내믹스가 항상 견제와 균형의 시스템 안에서 적절하고 팽팽한 긴장이 유지되도록 하는 조직 차원의 개입도 필요하다.

 

또한 사내정치는 회사 리더들의 행동과 그에 대한 피드백이 사원들의 인식 및 행동에 가장 큰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이들이 바람직하고 긍정적인 의미의 사내정치, 즉 건전한 경쟁 문화의 표본을 보여야 한다. 리더는 정치적 태도를 무조건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긍정적인 의미에서 필요하다는 사실을 인식해야 한다. 그리고 팀원들과 진실되고 긍정적인 의사소통을 통해 사기를 높이며 조직에서 영향력 있는 사람들과의 적절한 교제를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이를 통해 필요한 자원을 성공적으로 조달하고, 조직의 미션을 달성하고, 팀 구성원과 자신을 보호하고, 팀 구성원에게 공평하게 보상할 수 있을 것이다.

 

박광서 페이 거버넌스(Pay Governace) 아시아 총괄 부회장 ryankpark@hotmail.com

박광서 부회장은 호주의 모나시대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박사 통합과정을 수료했다. 글로벌 경영컨설팅 업체인 타워스페린과 타워스왓슨 사장을 지냈으며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의 상임고문 등을 역임했다.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을 지냈다.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로 활동하며 현재는 약 30년의 인사컨설팅사 경험을 살려 글로벌 컨설팅사 페이 거버넌스의 아시아 총괄 부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 박광서 | - (현) 페이 거버넌스 아시아 총괄 부회장
    - (현) 이화여대 경영대 겸임교수
    - TOWERS PERRIN Managing Principal (Global)
    - 아모레퍼시픽과 고려제강 상임고문 역임
    - 한국 인사관리학회 부회장
    ryan.park@towersperr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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