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일교수의 Leader’s Viewpoint
편집자주
리더들의 모습은 제각각입니다. 강력한 카리스마가 넘치는 리더부터 낮은 자세로 사람들을 섬기는 리더에 이르기까지 천차만별입니다. 하지만 공통점이라곤 전혀 없을 것처럼 보이는 리더들의 모습 속에서도 일관되게 흐르는 보편적 원리는 존재합니다. 리더십 분야에서 탁월한 연구 성과를 내온 정동일 연세대 교수가 다양한 리더들의 모습을 통해 경영과 사회를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합니다. 시공을 초월한 리더십의 근본 원리에 대해 많은 통찰을 얻어가시기 바랍니다.
필자가 리더십 강의를 할 때마다 느끼는 게 한 가지 있다. 많은 분들이 리더십을 거창하고 특별한 것, 심지어는 신화 같은 이야기로 생각한다는 것이다. 이런 분들이 흔히 리더십이 있다며 상상하는 장면은 다음과 같다. “리더십이 뛰어난 사장님이 직원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커다란 강당에 이들을 모아 놓는다. 그리고 화려한 언변과 카리스마로 심금을 울리는 메시지를 전달하기 시작한다. (어떤 분들은 심지어 직원들을 감동시키기 위해 번갯불을 내던지는 모습까지도 생각한다!) 그러면 그 연설에 감동받은 직원들이 사장님과 회사의 이름을 외치며 주먹을 불끈 쥐고 회사를 위해 어떻게 최선을 다할 수 있을까 고민하기 시작한다. 그리고 직원들은 미친 듯이 업무에 매진해 엄청난 성과를 내기 시작한다.”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 필요한 리더십은 항상 가까이 있다
많은 분들이 생각하는 리더십은 대충 이런 식이다. 이런 드라마까지는 아니더라도 리더십 하면 케네디 대통령이나 스티브 잡스 정도를 떠올리며 이들이 했던 여러 가지 행동들을 모방하려 한다. 과연 훌륭한 리더들의 자서전이나 회고록을 읽으며 이들의 행동을 열심히 따라 하려는 노력이 리더십 계발에 있어 바람직한 방법일까? 필자는 “결코 그렇지 않다”라고 말하고 싶다. 성공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 내가 계발해야 할 리더십은 먼 곳이 아니라 매일 실천할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곳에 있다고 생각한다.
성공한 리더의 행동을 따라 하려고 하는 건 마치 몸에 맞지 않는 명품 옷을 입고 있는 것과 같다. 명품 브랜드에 혹해, 또는 진열장에 걸려 있는 멋진 모습에 반해 큰맘 먹고 사긴 했지만 막상 입어 보니 썩 편하지는 않다. 결국 아까운 마음에, 또는 과시하고 싶어서 한두 번 입긴 하지만 그걸로 끝이다. 옷장을 열고 어떤 옷을 입을까 고민을 할 때 결국 나도 모르게 손이 가는 옷은 입어서 편한 옷이기 마련이다. 리더십도 마찬가지라 생각한다. 위대한 리더의 행동을 따라 해보지만 결국 내가 편하게 느껴지고 지속적으로 실천 가능한 방법을 찾아보는 편이 효과적인 리더십을 계발하는 데 가장 좋은 방법임을 기억하자. 리더십도 결국 일종의 습관이기 때문에 ‘무엇을 하는가’보다는 ‘얼마나 지속적이고 일관성 있게 실천하는가’ 여부가 가장 중요하다.
필자는 최근 리더십 강의를 하면서 “나는 상사의 이런 행동을 보고 동기부여가 됐다”와 “나는 상사의 이런 행동 때문에 어깨가 축 처지고 일에 회의를 느꼈다”에 해당하는 구체적 사례들을 적어보라는 부탁을 많은 분들에게 드렸다. 앞으로 두 번에 걸쳐 강의에 참석했던 분들이 주셨던 내용을 바탕으로 칼럼을 써보기로 한다. 이번에는 먼저 동기부여에 도움이 되는 상사의 행동 ‘베스트 5(Best 5)’에 대해, 다음 번 칼럼에는 직원들의 동기를 꺾어버리는 상사의 행동 ‘워스트 5(Worst 5)’에 대해 이야기 하도록 하겠다.
내 어깨를 들썩이게 했던 상사의 말과 행동 Best 5
“부하들의 어깨를 들썩이게 했던 상사의 말과 행동을 적어보세요”라는 요청에 필자의 리더십 강의를 들었던 분들은 어떤 답들을 적었을까? 동기부여에 도움이 됐다는 상사의 구체적 행동 Best 5는 다음과 같다.
①“내가 책임질 테니까 열심히 해봐!” - 책임져 줄 때
동기부여에 가장 도움이 됐다는 상사의 행동 가운데 첫 번째는 ‘책임져 주는 것’이었다. 역시 부하 입장에서는 “내가 책임질 테니까 당신은 마음껏 추진해봐”라고 이야기해주는 상사가 있다면 일에 대한 몰입도가 가장 높아지는 듯하다. 하지만 여기서 책임진다는 의미는 이야기하는 분들에 따라 그 대상이 다양하다는 걸 발견할 수 있다. 어떤 분들은 일하는 과정에 대한, 혹은 의사결정에 대한 충분한 권한(예를 들면 “내가 책임질 테니 당신은 소신껏 추진해봐!” 같은 코멘트)을 준다는 의미에서 책임져주는 상사란 이야기를 했다. 어떤 분들은 과정에서 최선을 다했다면 그 결과의 성공과 실패 여부는 묻지 않겠다는 측면에서 일의 결과에 대한 책임을 상사가 져준다는 의미로 책임지는 상사를 이야기했다. 특히 “일의 결과가 좋지 않을 때 책임져주는 상사의 모습을 보며 큰 감동을 받고 마음속으로 평생 충성을 다짐했습니다”라고 말하며 부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고 책임져주는 상사의 모습에 동기부여가 됐다는 분들이 많았다.
결국 부하들이 생각하는 리더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불확실한 결과에 대한 책임을 스스로 감수해 줌으로써 그들이 결과에 대한 부담 없이 일 자체에 최선을 다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②“당신은 잘할거야! 내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이야기해!”
- 격려와 지원
직장인들이 두 번째로 선정한 동기부여에 도움이 됐던 상사의 행동은 한마디로 격려와 지원이다. 필자의 리더십 강의를 들었던 대기업의 한 중간관리자는 “신입사원 시절 어떤 중역이 내 이름을 불러주며 열심히 하라고 응원하는 모습을 보고 그 상사뿐 아니라 조직 전체에 애착을 가지게 됐습니다”라며 동기부여를 일으키는 가장 중요한 행동은 리더의 격려와 지원이라고 이야기했다. 비슷한 맥락에서 많은 분들이 “문제가 생겨서 야단 맞을 줄 알고 잔뜩 긴장하고 있었더니 우리 상무님이 오히려 격려와 위로를 해주시며 따뜻하게 충고를 할 때 상사의 고마움을 느꼈습니다”와 같은 이야기를 해주셨다.
이외에도 “내가 같이 가 줄게, 힘내!” “힘들어도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면서 격려해줄 때”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을 해줄 때” “자신감을 불어넣어줄 때” “자네는 더 큰 잠재성이 있으니 꿈을 크게 가지게!” “당신은 나중에 크게 될 거야!”와 같이 현재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 용기를 주거나 미래의 성공에 대한 격려의 소리를 상사로부터 들었을 때 힘이 난다는 이야기를 많이 해주셨다. 그리고 단순히 말로만 격려하는 게 아니라 도움이 필요할 때 지원을 요청하면 발벗고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상사를 보며 동기부여가 됐다는 의견도 많이 발견할 수 있었다.
③“힘들지? 쉬어가면서 해! 아이들은 잘 크고 있지?” - 배려와 관심
동기부여가 되는 상사의 세 번째 행동으로는 자신에 대한 배려와 개인적 관심이 꼽혔다. “사소한 부분까지 세심하게 배려하고 관심 가져주신 상무님 덕분에 지금 제가 이 자리에 올라올 수 있었습니다”라고 이야기한 어느 상무님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 상사가 일방적으로 자신이 필요한 것들이나 추진해야 될 일들에 대한 지시만 하는 게 아니라 배려해 주고, 특히 개인적인 사항들(예를 들면 가족, 학업, 재정적 상황 등)을 걱정해 주며 챙겨주려 할 때 많은 분들이 동기부여가 됐다는 답을 주었다.
상사가 내 개인적인 상황에 대해 배려해주는 모습을 보여주면 감사한 마음이 들고 그에 대한 보답으로 일에 더욱 몰입하게 된다. 많은 분들이 “업무 이외의 개인적인 것들에 관심을 보여줄 때” “내 의견을 존중해 주는 모습을 볼 때” “잘 웃어주고 들어주는 상사” “자그마한 것을 챙겨줄 때” “우리 식구들, 특히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여줄 때” “가끔은 힘 빼고 하루 푹 쉬고 놀다 오라고 할 때”와 같은 코멘트들도 상사의 배려와 개인적 관심의 중요성을 말해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요즘 신입사원의 부모님들을 초청해 감사를 드리거나 교육 프로그램 운영 시 배우자를 초대해 함께 교육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는 기업들이 점점 확대되는 추세다. 집이 편해야 업무에 몰입할 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실천하는 것 같아 바람직하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상사가 부하의 개인적인 상황에 좀 더 적극적인 관심을 보이고 지속적으로 배려해 주는 모습일 것이다. “당신을 더 잘 알기 위해 내가 주말에 시간을 내서 자넬 보고 있는 거야”라고 이야기하며 자신에게 관심을 가져주는 상사로 인해 동기부여가 됐다고 말한 어느 중견기업 과장의 이야기도 같은 맥락이 아닐까 생각한다.
④“이 일은 당신 덕에 가능했어! 잘 해낼 줄 알았어!” - 칭찬
동기부여가 되는 상사의 네 번째 행동은 바로 칭찬이다. 어느 대기업의 상무였던 분은 “ ‘당신 때문에 가능했다. 자네는 어렵고 힘든 일도 참 잘한다’라고 칭찬해줬던 상사 덕분에 업무에 자신감을 갖게 됐고 그게 인생의 큰 전환점이 돼 성공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하며 동기부여에 있어 상사의 칭찬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여러 번 강조했다. 상사의 칭찬은 부하들에게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준다. 그래서 업무 추진 시 부하들로 하여금 훨씬 더 몰입할 수 있게 해준다. 또한 칭찬을 통해 자신감을 높이면 실패에 강한 내성을 가지게 된다. “항상 칭찬해주는 상사 때문에 미친 듯이 일할 수 있었다” “프로젝트에 대해 추진력과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상사” “업무 성과를 자랑하도록 기회의 장을 마련해 줄 때” “인정해 줄 때” 등의 말들이 칭찬의 중요성을 잘 보여주는 예다.
하지만 칭찬과 관련해서 흥미로운 사실 하나는 많은 분들이 “제3자로부터 상사가 나를 칭찬하는 소식을 들었을 때 힘이 솟았습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는 사실이다. 상사에게 직접 듣는 칭찬도 좋지만 다른 사람을 통해 간접적으로 들리는 칭찬을 접할 때 부하들의 만족지수가 더 올라갈 수도 있다는 결론을 조심스럽게 내려본다. 부하 입장에서는 자신의 존재 가치와 역량을 타인에게까지 이야기할 정도로 상사가 만족스러워한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에 기쁨이 배가 되는 게 아닐까 여겨진다. 따라서 부하들의 이런 성향을 이해한다면 칭찬을 할 때 80% 정도는 직접 칭찬을 해주고 나머지 20%의 경우는 제3자를 통한 간접적인 칭찬을 해주는 지혜를 상사로서 발휘할 필요도 있을 것이다.
⑤“당신은 이런 장점이 있는 것 같아. 이 업무 한 번 해보겠나?”
- 성장
직장인들은 자신의 장점을 알려주고 이를 잘 활용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고 이를 통해 자신을 성장시켜주는 걸 동기부여가 되는 상사의 다섯 번째 행동으로 꼽았다. 21세기에 가장 적합한 리더십으로 부하들은 ‘나’를 성장시켜주는 리더를 가장 선호한다는 이야기를 필자는 여러 번 강조한 바 있다. (DBR 122호 ‘A급 직원에게 내 시간의 80%를 투입하라’, DBR 124호 ‘스티브 잡스는 왜 팀 쿡을 키웠나?’ 참조)
이번에 필자가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부하의 성장을 적극적으로 지원해주는 상사의 행동을 보면서 동기부여가 됐다고 이야기한 분들이 많이 있었다. 구체적인 코멘트를 살펴보면 “나의 경력 개발과 승진을 적극적으로 지원해 줄 때” “인생의 멘토로서 지혜와 정보를 주는 상사의 모습을 볼 때” “자기계발의 중요성을 말로만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원해 줄 때” “‘이거 자네가 한 번 고민해서 나에게 알려 줘봐’라며 새로운 업무를 숙지할 수 있는 기회를 줄 때” “실수에 대한 질책보다는 새로운 것을 배우기 위한 기회비용이었다고 격려해 줄 때” 등이 부하들의 장점 발견, 새로운 업무를 통한 역량 향상의 기회 제공, 그리고 이를 통한 성장 등과 관련된 내용들이었다.
성장을 위해 “학습할 수 있는 기회를 많이 제공해 주는 상사의 모습을 보며 고마움을 느끼고 업무에 더 몰입하게 됐다”라고 이야기한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반대로 “나의 부족한 부분을 정확히 읽어내고 자극을 주셨던 분 때문에 성공할 수 있었다”라며 보완해야 할 나의 단점에 대해 건설적인 피드백을 주는 것도 동기부여에 상당히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있었다. 같은 맥락에서 “상사로부터 받은 구체적인 질책에 고개가 끄떡여질 수밖에 없었고 이게 내가 성장하는 데 큰 밑거름이 됐다”라고 이야기한 분들도 있었다.
동기부여에 도움이 됐던 기타 행동과 말
지금까지 열거한 동기부여가 되는 상사의 행동 다섯 가지 외에도 직장인들이 선정한 내 어깨를 들썩이게 했던 상사의 행동과 말은 다음과 같다.
성과를 내게 해주는 상사: “논리적이고 주도 면밀하게 업무를 추진하고 성과를 보여주는 상사를 보며 나도 저렇게 스마트하게 일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올바른 방향 설정을 해주는 상사: “정확한 목표를 제시해주고 이에 맞는 방향을 제시해 주는 상사 덕분에 일할 맛이 생겼다” “분명한 목표를 부여하고 방향성을 잡아 줄 때” “목표의식이 뚜렷한 행동을 보여줄 때”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상사: “상사 본인이 스스로 책임감 있는 행동을 보여 줄 때 더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참견이 아니라 지원해주는 상사: “업무에 대한 시시콜콜한 간섭이 아니라 지원을 해주는 상사 덕분에 미친 듯이 일할 수 있었다” “어려울 때마다 어떻게 알고 찾아와서 문제점을 해결해주는 모습을 보며 진정한 상사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
회원 가입만 해도, DBR 월정액 서비스 첫 달 무료!
15,000여 건의 DBR 콘텐츠를 무제한으로 이용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