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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agement By Map

‘가파른 열정’ 잡스,리더십 지형을 바꾸다

송규봉 | 117호 (2012년 11월 Issue 2)

 

 

 편집자주

 

DBR은 지리정보시스템(GIS)을 활용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거나 혁신에 성공한 사례를 소개하는 ‘Management by Map’ 코너를 연재합니다. 지도 위의 거리든, 매장 내의 진열대든, 선수들이 뛰는 그라운드든 공간을 시각화하면 보이지 않던 새로운 정보가 보입니다. 지도를 통해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지혜와 통찰을 얻으시길 바랍니다.

 

하프돔과 리더십의 봉우리

스티브 잡스는 결혼식마저 평범함을 거부했다. 1991 3월 그의 결혼식은 애플 본사에서 서쪽으로 300㎞ 떨어진 요세미티 국립공원 아외니(Ahwahnee)에서 열렸다. 훤칠한 바위들이 병풍처럼 둘러싼 곳이다. 요세미티(Yosemite)는 미국 최고 국립공원 중의 하나로 유네스코가 세계자연유산으로 지정했다. 아외니호텔에서 하프돔(Half Dome)은 지척이다.

하프돔은 해수면에서 2682m, 요세미티 계곡에서 1524m 수직으로 솟아 오른 거대한 바위산 봉우리다. 정상바위의 높이만 415m이다. 꼭대기로 가는 등반코스에는 150m 강철 로프가 설치돼 방문객들을 받아 들인다. 지속적인 추락사고 때문에 현재는 사전에 예약된 인원(하루에 400)만 정상에 오를 수 있다. 이 유명한 바위가 아웃도어 브랜드 노스페이스(THE NORTH FACE®)의 로고에 담긴 실제 주인공이다.

스티브 잡스의 결혼식 주례는 선불교 승려인 오토가와 고분 치노가 맡았다. 이 선승(禪僧)이 잡스의 인생에 등장한 것은 결혼식으로부터 17년 전이다. 1974년 말 인도에 7개월간 명상순례를 다녀온 잡스는 <선심초심(禪心初心)>이라는 책을 탐독하며 인근 사과나무 농장에서 치열한 명상수련을 한다. 잡스의 20대는 그렇게 시작되고 있었다.

불교에 대한 초심 대신 잡스는 속세의 창업을 선택했다. 그를 이해하는 중요한 키워드인 채식, 금식, 직관, 궁극의 단순함은 대부분 선불교의 두레박으로 길어왔다. ‘애플매킨토시의 이름은 명상센터가 자리한 사과농장에서 따왔다. 그런 면에서 잡스는 자기경험의 자산화와 브랜드화에 가장 능한 리더에 속한다.

하프돔은 요세미티 전체에서 가장 주목받는 봉우리인지라 등반사고도 잦다. 비교적 완만한 곡선 등성이로 솟아 오르다가 깎아지른 수직절벽으로 낙차가 어지럽다. 눈부신 성취의 최고 정점과 맞닿은 상실의 추락을 현기증 나게 보여준다. 스카이라인의 진폭이 잡스의 운명처럼 극적이다. 단순성, 선언성, 극단성까지 완강하게 움켜 안은 그의 성품처럼.

 

나침반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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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 1>은 실제 지구의 어느 대륙에 속한 항구 A B의 위치를 표시한 지도다. 2011년 기준으로 항구도시 A의 인구는 280만이고 항구도시 B와의 교역량은 해마다 증가하고 있다. A B를 오가는 방법 중 육로와 해로를 선택한다면 어느 노선을 택할 것인가? 항구 A와 항구 B를 연결하는 육로는 C, 배를 이용한 해로는 D를 선택했는가? 그랬다면 100% 틀린 답이니 다시 지도를 들여다봐야 한다.

보통 자신이 익숙한 방식으로 지도를 읽게 된다.

 

<지도 1>에서 항구도시 A B의 서쪽이며 A에 비해 B가 북쪽에 위치한 것으로 읽힌다. 지도의 진회색은 육지, 옅은 회색은 바다라고 해석했다면 A B를 잇는 최선의 육로는 C이며 해로는 D가 맞다. 그러나 지도를 읽을 때 제일 먼저 살펴야 하는 것은 나침반이다. <지도 1>의 오른쪽 아래에 나침반이 그려져 있다. 통상적인 지도와 달리 북남방향이 아니라 남북방향으로 180도 회전했다. 재미 삼아 <지도 1>를 거꾸로 뒤집어 보자. 진회색은 바다이고 옅은 회색은 육지다. 항구도시 A는 인천이고 B는 중국 상하이다.

나침반의 방향을 고려하지 않고 성급하게 지도 안의 지형지물에만 주목하면 황당한 항로를 결정하게 된다. 보통 지도제작에서 나침반을 눈에 잘 띄는 지도의 한복판이나 왼쪽 윗부분에 표시하지 않는 이유는 독자를 골탕먹이기 위해서가 아니다. 지도읽기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나침반의 진북을 제일 먼저 확인한 후에 지도 내부의 정보를 읽으라는 오래된 관례이기 때문이다. 이제 <지도 1>의 정답을 확인해보자. A(인천항)에서 B(상하이)로 가는 바다항로는 D가 아니라 C. D는 육로이기 때문이다.

최근 나침반의 의미는 경영 분야의 리더십에도 적용되고 있다. 빌 조지(Bill George)는 의료전문기업 메드트로닉(Medtronic) CEO에서 은퇴한 뒤 2004년부터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리더십과 기업의 책임이라는 전공 필수과목과 선택과목으로진정한 리더십 개발을 강의하고 있다.2 그의 저작 <나침반 리더십>의 원제목은진북(True North)’이다. 선장 리더십이 아니고나침반 리더십이라 했을까?

나침반 없이 오직 바람의 방향에 의지한 채 항해한다는 것은 뗏목을 타고 신대륙을 찾아나선 것과 다를 바 없다. 나침반은 선원들이 다시 무사히 해안에 닿을 수 있도록 안내하는 유일한 보호장치다. 나침반이 있으면 선원들은 폭풍우가 휩쓸고 간 직후라도 어디로 뱃머리를 돌려야 할지 알 수 있다.3 최악의 경우 선장이 없어도 선원들은 나침반이 알려주는 항로를 따라 신대륙에 도착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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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스의 후계자들

리더의 진가는 물러난 뒤에 더욱 빛을 발한다. 재임 당시에는 권좌의 후광 때문에 리더십의 실체가 제대로 드러나지 않는다. 사임 후에도 그가 맡았던 조직이 지속적인 성장을 하는지 살피는 이유다. 스티브 잡스가 사망하고 1년이 지난 지금 애플은 여전히 건재한가? 애플은 앞으로 얼마나 오래 혁신의 선도자로 남을 것인가?

 

<포춘>의 선임기자 애덤 라신스키(Adam Lashinsky) <인사이드 애플>을 통해 나름의 대답을 내놓았다. 이 책은 잡스의 사망 전후로 그와 비전을 공유한특별한 부족구성원들을 취재하고 인터뷰했다. <인사이드 애플>에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들 중에 가장 인상적인 세 명만 꼽아보려 한다.

팀 쿡(Tim Cook)과 조너선 아이브(Jonathan Ive)는 많은 독자들의 짐작대로다. 잡스가 떠난 애플에서 팀 쿡은 CEO를 승계했다. 잡스가 우뇌형 비전의 최고봉을 보여줬다면 쿡은 좌뇌형 효율성 그 자체였다. 잡스와 단둘이 가장 많은 점심을 먹었던 조너던 아이브는 디자인을 총괄하는 수석 부사장을 맡고 있다.4

세 번째로 주목해보려는 인물은 교수 출신이다. 애플의 약 30여 명의 부사장 중에 조엘 포돌니(Joel Podolny)를 눈여겨보려는 이유는 그가 애플의 좌표계를 담당하기 때문이다. 포돌니는 잡스의 나침반이 가리키는 진북을 향한 항해의 원리를 만들고 있다. 애플의 시작점, 경유지, 좌초지, 목적지에 관해 연구한다. 그리고 그 연구성과를 사내 인재들에게 전파하고 애플만의 DNA를 후대에 유전하려는 임무를 맡았기 때문이다.

 

 

애플대학교 설립자

예일대 경영대학원의 학장이던 조엘 포돌니는 사표를 내고 애플 사내 대학교(Apple University)의 책임자로 합류했다. 조엘 포돌니의 사무실은 생전 스티브 잡스(CEO)와 팀 쿡(CFO)의 사무실 사이에 마련됐다. 그의 비중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합류 후 오래지 않아 애플 교육담당 부사장으로 임명됐다.

포돌니는 하버드 경영대학원에서 경영사를 가르치던 리처드 테들로(Richard Tedlow)에게 애플 사례연구를 맡겼다. 테들로도 오래지 않아 하버드에 사표를 내고 애플 사내 대학교에 합류했다. 무엇이 이들로 하여금 사표를 내고 애플에 합류하고 싶게 만들었을까?

애플대학교(Apple University)는 아직도 베일에 쌓여 있다. 가장 유사한 전례가 있다면 픽사 사내 대학교(Pixar University)일 것이다. 픽사대학교는 1주일에 4시간 이상 110개 강좌를 들을 수 있도록 프로그램이 짜여 있다. 전통적인 대기업의 사내 MBA 과정과 달리 마술, 접시 돌리기, 데생, 연극, 판토마임 등으로 커리큘럼이 구성돼 있다. 픽사대학교는 행정직, 기술직, 경영진은 물론 건물관리인, 경비직원까지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사장도 반드시 학생으로 참여해야 한다.6

픽사대학교는 잡스의 리더십에 중대한 변화를 가져왔다. “내 인생에 이렇게 똑똑한 사람들이 이토록 빼곡히 모여 있는 집단은 본 적이 없다.” 잡스는 탁월한 A급 인재를 불러모아 그들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의 중요성을 깨닫는다. 지속적인 혁신의 엔진을 내부에 만들어 놓으면 지속적으로 최고의 작품이 계속 탄생되는 것을 몸소 체험했던 것이다.

픽사(Pixar)는 기존 애니메이션 영화사의 관례와 기록을 모두 깨뜨리고 지속적인 혁신과 새로운 상상력의 아이콘이 됐다. 토이스토리(Ⅰ·Ⅱ·Ⅲ), 벅스 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인크레더블, (Ⅰ·Ⅱ), -E, (Up) 등 장편 3D 만화영화를 만드는 동안 디즈니 제국은 픽사에 오랜 권좌를 이양해야 했다.

 

A급을 향한 충동

잡스는 애플에 복귀하기 전부터 A급 인재에 관한 자신의 원칙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복귀 2년 전스미소니언 재단(Smithsonian Institute)’과의 인터뷰에서 A급 인재를 택시기사, 요리사, IT 엔지니어에 빗대 설명한다. 뉴욕에서 최고와 최악의 택시기사가 각각 목적지에 도달하는 실력차는 21이라고 가정한다. 최고와 최악의 요리사는 31의 실력차로 비교했다. 그러나 자신이 일하고 있는 IT 업계에서는 최고와 최악의 차이는 1001 이상일 수 있다고 강조한다.7

잡스는 실례로 애플을 공동 창업한 스티브 워즈니악을 들었다. 물론 픽사의 존 레스터, 애플의 조너선 아이브가 그런 사람이었으리라. 잡스에 의하면 A급 인재는 A급 인재만 뽑고 B급 인재는 C급 인재를 뽑는다. A급은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와 일하길 원하고 함께 협력하며 탁월한 결과를 만들어낸다. 반면 B급 인재는 자신보다 못한 인재들을 불러모아 그 속에서 대장 노릇을 하려고 한다. 잡스는 B급 인재가 A급 인재를 싫어하고 C급 인재들을 선호하는 본질적 이유를 지적한다.

1981년 봄, 잡스가 사람을 고용할 때 가장 중요하게 여긴 기준은 제품에 대한 강렬한 열정이 있는지 여부였다. 때때로 그는 천으로 덮인 매킨토시의 원형 제품이 놓여 있는 방으로 입사 지원자를 데려갔다. 그리고 천을 벗긴 다음 지원자의 반응을 관찰했다. “지원자가 눈을 반짝거리면서 호기심 어린 태도로 마우스를 조작하고 클릭하면 그제야 스티브는 미소를 지으면서 합격시켰어요.” 안드레아 커닝햄은 회상한다.’ 잡스의 전기문에 소개된 내용이다.8

잡스가 20대 중반이었을 때 지원자의 눈동자를 살폈던 인재 분별법은 픽사를 거치며 A급팀을 구축하는 것으로 진화한다. 픽사의 CEO를 지낸 에드윈 캣멀(Edwin Catmull)과 잡스의 견해는 이런 점에서 완벽히 일치한다. ‘훌륭한 아이디어를 별 볼 일 없는 팀에 건네면 그 아이디어마저 엉망이 됩니다. 하지만 별 볼 일 없는 아이디어를 훌륭한 팀에 건네면 예상치 못한 엄청난 성과를 거둘 수 있지요.” 픽사에서 얻은 경험은 잡스가 A급팀에 더욱 집착하게 만드는 체험현장이 됐다.9

독보적인 A급 작품을 지속적으로 창조하는 A급 팀으로 구성된 A급 회사, 잡스가 그린 애플의 비전이다. 이에 대한 잡스의 집요함은 마흔 즈음에 갑자기 온 것인가? 가혹하리만큼 솔직한 그의 성정은 때로 카리스마로 평가받는가 하면 종종 괴팍한또라이처럼 비춰지기도 했다. 이러한 잡스 리더십의 음영굴곡을 입체적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 만만치 않은 작업은 결국 잡스가 직접 지명한 전기작가의 몫이 됐다.

CNN CEO <타임>의 편집장을 역임한 월터 아이작슨이 잡스의 전기를 쓰게 된 것도 흥미롭다. 아이작슨은 헨리 키신저(Henry Kissinger), 벤저민 프랭클린(Benjamin Franklin), 알버트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의 전기를 써서 대가의 반열에 올랐다. 아이작슨은 40번에 걸친 잡스와의 산책과 인터뷰, 그리고 주변인 100여 명을 일일이 만나 잡스의 전생애에 걸쳐 봉우리, 등성이, 비탈, 계곡, 동굴, 고원지대, 평야지대, 산사태 지대를 조목조목 탐사해 방대한 지형도로 그려냈다.

 

잡스의 지도 이력서

아이슈타인, 밥 딜런, 마틴 루터 킹, 리처드 브랜슨, 존 레논, 벅스민터 플러, 토마스 에디슨, 무하마드 알리, 테드 터너, 마리아 칼라스, 마하트마 간디, 아멜리아 에어하르트, 알프래드 히치콕, 마사 그레이엄, 짐 핸슨, 프랭크 로이드 라이트, 파블로 피카소. 잡스가 복귀하고 처음으로 만든 1분 남짓 애플의 TV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여기 미친 이들이 있다. 부적응자, 혁명가, 문제아 등 모두 사회에 부적격인 사람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사물을 다르게 본다. 그들을 찬미할 수도, 비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결코 무시할 수 없다. 그들은 뭔가를 바꿔왔기 때문이다. 그들에 대해 미쳤다고 하지만 우리는 그들에게서 천재성을 본다. 미쳐야만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잡스 복귀 후 애플의 첫 광고 ‘Think Different’에 담긴 육성 내레이션이다.

광고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잡스의 인생을 이끌어준 영웅들이자 잡스의 밤하늘을 밝히는 별자리 목록이다. 이 광고를 만들기 위해 광고 디렉터 리 클로(Lee Clow)를 다시 만난 그는 눈물을 글썽였다. 자신이 만든 회사에서 쫓겨난 지 12년 만에 다시 돌아온 마흔둘의 잡스는 세상을 향해 내보낸 첫 번째 복귀인사에서 자신의 북극성과 별자리를 나침반처럼 드러냈다. 복귀 후 애플이 가야 할 여정의 방향타를 쏘아 올린 것이다.

마치 영화 시나리오처럼 잡스는 나이 스물 즈음에 창업을 했고 서른에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 실패를 곱씹다 꼭 마흔이 되던 해에토이스토리로 재기에 성공한다. 이를 발판 삼아 서서히 침몰하던 애플의 선장으로 돌아왔다. iPod, iPhone, iPad로 새로운 신화를 만들어가던 정점에서 쉰여섯 생애를 마감했다. 마치 요세미티 공원의 하프돔(Half Dome)처럼 성공의 정점에서 뚝 떨어져 저세상으로 활강해버린 셈이다.

 

데드라인이 있는 몽상가

워렌 베니스(Warren Bennis)는 리더와 관리자를 이분법으로 구분한다. “관리자는 매니저이지만, 리더는 혁신의 전도사다. 관리자는 베끼지만, 리더는 독창적이다. 관리자는 시스템과 구조에 집착하지만, 리더는 사람들에게 초점을 맞춘다. 관리자는 발 밑을 살피지만, 리더는 먼 지평선을 바라본다. 관리자는 시류를 따라가지만, 리더는 새로운 흐름을 만들어낸다. 관리자는 현상유지를 수용하지만, 리더는 이 상황을 돌파해낸다.”

스티브 잡스는 여느 관리자형 리더들과 확연히 구분된다. 워렌 베니스는 혁신가(innovator)데드라인이 있는 몽상가(dreamers with deadlines)’라고 명명했다. 말년의 스티브 잡스도 암투병을 하며 매일매일 데드라인을 인식하며 마지막 나날을 보냈다. 워렌 베니스는 자신의 저서에서 세상에는한 번 태어난 리더두 번 태어난 리더두 가지 종류의 리더가 있다고 인용한 바 있다. 마치 잡스를 두고 한 말처럼 잘 어울린다.10

교과서처럼 말하자면 경영자의 임무는 다섯 가지로 압축된다. ① 목표설정조직구성동기부여와 커뮤니케이션성과의 평가측정부하육성이다. 리더의 카리스마나 성격으로 조직을 이끌 것이 아니라 사명, 성과, 공헌으로 이끌라는 주문이다. 그래야 경영자가 물러난 후에도 이 다섯 가지를 기반으로 해당 조직에 속한 평범한 사람들조차 비범한 결과를 공동으로 창조할 수 있기 때문이다.11

잡스는 괴팍하고 악마적인 성품으로 악명이 높지만 피터 드러커가 제안한 다섯 가지 임무에 대해 당대 그 어떤 경영자보다 특별한 성과를 만들어냈다. 이렇듯 성과란 한 리더를 추악한 실패자로 만들기도 하고 악명 높은 리더를 영웅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러니 애플의 실적이 최고기록을 계속 갈아치우는 과정에잡스의 아류가 등장하는 것은 예견된 현상일지 모른다.

 

잡스의 아류는 되지마

처음 스티브 잡스로부터 전기를 써달라는 전화를 받고 월터 아이작슨(Walter Isaacson)은 고민에 빠진다. 과연 이 논쟁적 사나이의 전기를 쓸 만한 가치가 있는가 반문한다. 이 질문은 작가로 하여금 925쪽의 방대한 작업을 하도록 만들었다. 잡스의 빛과 그림자를 있는 그대로 기술하기 위해서다. 영웅예찬서가 아니라 가감 없는다큐멘터리의 기록물을 남기기 위해서다. 그래서 절대 중간중간에 원고를 보여주지도, 수정요구를 받아들이지도 않겠다는 약속을 끝까지 관철한다.

925쪽에 달하는 방대한 잡스의 전기문을 읽기에 너무나 바쁜 이들에겐 월터 아이작슨이 올해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에 기고한 글을 먼저 읽어보는 것도 괜찮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그 기고문도 짧지는 않다. 전기작가가 경영전문지에 기고하기란 익숙한 일이 아닐 것이다. 그럼에도 작가가 장문의 기고문을 작성한 이유는잡스의 아류적 현상때문이었다.

잡스 리더십의 총체적인 지형을 보라고 했더니 잡스의 성격적 특이함에만 주목하는 현상이 벌어진 것이다. 그의 괴팍한 행동, 성마른 조급함, 사람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가혹함, 노년의 여성점원에게 공격적으로 잔소리를 퍼붓는 예의 없음, 사람을 천재 아니면 쓰레기로 분류하는 극단성, 담당의사에게 비아냥거리는 오만함, 장애인 주차구역을 무시하는 이기적 행동 등이 마치 새로운 리더십의한 표상인 것처럼 오도되고 있는 현상을 걱정한 것이다.

월터 아이작슨은에서 대략 12가지의 항목으로 스티브 잡스의 교훈을 요약하고 있다. 그 내용을 일일이 여기에 옮기는 것은 힘들다. 하지만 키워드라도 옮겨 다음 사색을 위한 디딤돌로 삼으면 어떨까 싶다. 잡스에 관한 저작물을 몇 개쯤은 읽어야만 할 것 같은다독주의 콤플렉스에서 벗어나 삶의 에너지를 구하는 쪽으로 사색을 펼친다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첫째 키워드는 집중(Focus)이었다. 잡스가 애플에 복귀해서 처음으로 한 일은매직펜을 들고 흰색 보드판을 2×2로 네 조각 낸 것이다. 기존 애플의잡다한제품을 모두 폐기하면서 일반 소비자용과 전문가용으로 시장을 나누고 데스크톱과 노트북으로 제품을 양분해 4분위에 각각 한 가지씩 모두 4개의 제품에만 총력을 집중하라는 지시였다.

 

 

이어지는 키워드와 슬로건들은 이렇다. 단순화(Simplify), 궁극의 책임감(Take Responsibility End to End), 뒤처질 땐 도약해서 앞지르자(When Behind, Leapfrog), 제품이 먼저고 돈이 따라오게 하자(Put Products Before Profits). 현실을 뛰어넘자(Bent Reality). 시장조사의 노예가 되지 말자(Don’t Be a Slave To Focus Groups). 완벽을 향해 전진하자(Push for Perfection). 오직 A급 인재만 허용하자(Tolerate Only “A” Players). 인문학과 기술의 교차로에 서자(Combine the Humanities with the Sciences).12

 

페인트칠과 애플정신

스티브 잡스가 애플 광고에는 한번도 등장시키지 않았지만 밥 딜런, 비틀즈, 피카소, 아인슈타인만큼이나 존경했던 사람이 있었다. 바로 그를 입양해서 키워준 아버지다. 고등학교 졸업장도 없고 자랑할 만한 사회경력을 쌓지도 못했던 평범한 노동자 출신의 아버지 이름은 폴 라인홀드 잡스(Paul Reinhold Jobs)였다.

스티브 잡스가 일곱 살 때, 아버지는 서민주택의 울타리를 흰색 페인트로 칠하고 있었다. 무더위 땡볕 아래 외부에서 잘 보이는 바깥쪽은 이해가 되는데 울타리 안쪽까지 똑같이 꼼꼼하게 칠한다. 머리 좋은 아들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빠 안쪽 부분은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텐데 왜 그렇게 꼼꼼하게 칠해요?” 아빠가 답한다. “근데 너는 알잖니. 훌륭한 장인은 안 보이는 구석도 제대로 마무리한단다.”

이 사소한아빠와 아들의 대화가 훗날애플의 정신이 됐다. 장인정신은 컴퓨터 내부 회로판의 전기납땜마저 예술적이며 아름다워야 한다고 압박하게 만든다. iPad 금속표면 광택을 처리하기 위해 디자인팀은 천 년도 더 된 일본도(日本刀) 명검 제작소를 직접 찾아가 인터뷰한다. 애플 매장은 잡스가 쫓겨나 걸었던 이탈리아 피렌체 거리의 대리석 원산지를 뒤져 공수해왔다. 지독한 장인정신이다.

 

스스로 불타오르는 인재

교세라그룹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사람을 3가지로 구분했다. 대학시절 화학 전공자였던 그는 물질을 구분하는 3가지 방법인 자연성, 가연성, 불연성을 사람에게도 적용한다. 자연성(自燃性)은 스스로 불타는 사람이고, 가연성(可燃性)은 불을 붙여주면 타는 사람, 불연성(不燃性)은 아무리 불을 붙여도 타지 않는 사람을 말한다.

평생 기업경영을 하면서 스스로 불타는 자연성(自燃性) 유형의 인재는 비율이 얼마나 되는지 기자가 물었다. “10%도 많죠.” 그렇다면 불연성(不燃性) 유형의 인재를 만나면 어떻게 하는지도 물었다. “저는 불연성 유형의 사람과는 함께 일하지 않습니다.” 불을 붙여주면 타오르기라도 해야 함께 일할 수 있다고 이나모리 가즈오 회장은 덧붙였다.

스티브 잡스는 어느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을까? 뇌관(雷管)은 포탄이나 탄환의 화약을 점화하는 데 쓰는 발화용(發火用) 금속관을 말한다. 잡스는 스스로 불타거나 불을 붙여주는 자연성(自燃性) 유형의 리더라는 다소 점잖은 구분이 잘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애플이라는 회사 안에 폭발적 혁신과 전진이 가능하도록 불꽃을 격발시키는 뇌관형 리더가 아니었을까?

 

부드러움과 가파름

당신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창조품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월터 아이작슨이 잡스에게 물었다. 잡스는 주저 없이애플이라는 회사라고 답했다. “지속적으로 혁신하는 회사를 만드는 것이야말로 위대한 제품을 만드는 일보다 더 힘들고 더 중요 하기에 그 모든 나머지는 부차적이라고 답했다.

잡스의 거칠고 특이한 성품은 애플이 2·3류급의 인재들로 채워지는 것을 극도로 경계한 강박관념이라고 해석된다. 잡스는 이를바보들의 팽창방지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극도로 까칠한 잡스 주변에 각별하게 끈끈한잡스의 부족이 형성됐는데 그들은 다른 회사와 비교할 때 훨씬 더 높은 충성심을 갖고 더 오랜 기간 애플에 헌신했다.

잡스의 전기문이 완성돼 갈 무렵, 그는 전기작가에게 장문의 편지를 직접 보내왔다. “혁신을 꾀하려면 언제나 끊임없이 밀어붙어야 한다. …… 비틀즈도 똑같았다. 그들은 끊임없이 진화하고 나아가면서 그들의 예술을 갈고 닦았다. 진화, 바로 그것이 언제나 내가 노력하며 시도한 것이다. 끊임없이 나아가야 한다. …… 이것이 나를 이끌어준 원동력이다.”13

 

잡스에게 부드러움이나 쉬엄쉬엄의 여유를 기대하기란 어려웠다. 그러나 그의 강박적 가파름이 PC, 애니메이션, 음악, 휴대전화, 태블릿 컴퓨팅, 디지털 출판, 소매점 등 이상 일곱 가지 분야에서 혁명을 일으킨 원동력이 됐다. 그리고 그의 열정과 비전이 애플뿐만 아니라 혁신의 신대륙을 향하는 많은 이들의 북극성이 되고 나침반이 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창조적 리더의 3원소

창조적 리더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가? 교육학자의 중요 관심사다. 인재들을 창조적 리더로 성장시킬 수 있을지 가능성을 찾고 싶기 때문이다. 교육학자 하워드 가드너(Howard Gardner) 20세기를 대표하는 창조적 거장 7인의 공통점을 탐구한 이유다. 7인의 거장에는 프로이드(Sigmund Freud), 아인슈타인(Albert Einstein), 피카소(Pablo Picasso), 스트라빈스키(Igor Stravinsky), 엘리엇(T. S. Eliot), 마사 그레이엄(Martha Graham), 간디(Mahatma Gandhi)가 선정됐다.

하워드 가드너는 창조적 거장들을 분석하는 프레임으로 칙센트미하이(Mihaly Csikszentmihalyi)가 제안한 3가지 요소를 채택했다. <그림 1>에서 요약한 대로 창조적 리더는 1) 재능 있는 개인 2) 그 개인이 활약하는 특정 분야나 학문 영역 3) 인물과 성과물의 질적 수준을 판단하는 장() 이상 3가지가 변증법적으로 상호작용하는 과정으로 볼 때 가장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14

7인의 창조적 거장들에게는 어떤 공통점이 있을까? 가드너의 분석에서 우선 청년기의 공통점이 눈에 띈다. 이들은 청년기에 10년 이상 어느 분야를 완전히 통달하기 위해 노력하고 자신이 선택한 분야에서 거의 최선두에 도달한다. 해당 분야를 상징하는 최고의 도시로 이주해 관심사가 비슷한 또래의 젊은이들과 모임을 결성하고 토론하며 서로 간에 자극을 주면서 새로운 경지에 오르고자 노력한다. 그러다 전인미답의 경지를 만나는데 대체로 동료들과 고립돼 홀로 자신만의 작업에 몰두하다 이전 시대를 뛰어넘는 창조적 도약을 성취한다.

창조적 거장들도 한계에 부딪힌다. 독창적인 작품을 매번 새로 만든다는 것의 어려움을 절감하며 존경 받는 비평가, 주석자, 교육자가 되기도 한다. 평생 꾸준히 창조적 작품을 만들어 내는 이도 있고 살면서 수많은 추종자를 얻게 되고 죽기 직전까지 커다란 공헌을 남긴다.

 

7인의 거장들은 IQ에 관한 한 특별한 공통점이 없었다. 어려서부터 영재적 특성을 발휘한 사람은 피카소가 유일했다. 저마다 다른 연령대와 다른 경로를 통해 거장으로 발돋움했다. 그럼에도 창조적 거장들에게는 자신감, 기민함,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태도, 근면함, 일에 대한 집중력은 공통적으로 발견됐다.

자신감은 이기주의, 자기중심주의, 나르시즘과 합쳐질 수 있으며 모두가 자기도취라고 할 만큼 지나치게 자기 일에만 몰두하는 스타일어서 남을 희생하고라도 자신의 목적을 완수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특히 피카소는 다른 사람들을 괴롭히는 데서 예술적 영감까지는 아니라도 가학적인 쾌감을 얻었던 것 같다고 가드너는 분석한다.15

그들은 모두 일이 잘 풀리지 않을 때 낙담하고 의기소침했으며 거의 모두가 일종의 신경쇠약이나 우울증에 걸린 적이 있다. 그러나 그들이 극도의 고립과 시련을 겪는 시기에도 그들 주변에는 한 명 혹은 그 이상의 사람과 각별한 관계를 맺고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로부터 필요한 도움과 격려를 얻는다. 또는 소수의 충성스런 추종자 집단을 조직하기도 하며 동시에 저술과 대중매체, 그리고 개인적인 실천을 통해 당대의 인류와 소통할 줄 알았다.

 

천재가 아닌 이들을 위해

스티브 잡스를 프로이드, 아인슈타인, 피카소와 같은 반열로 평가할 것인지는 여전히 의문이다. 천재도, 영웅도, 거장도 아닌 평범한 우리는 잠시 쓸쓸해진다.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자신과 주변을 살필 때 다시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막막해질 수도 있다. 해마다 리더십에 관한 저작물은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어디에서 자신만의 나침반을 찾아 나머지 항해를 이어갈 것인가?

만약 창조적 거장들에게서 우리가 배울 것이 있다면 자신이 혼신을 다할 수 있는 분야를 정하는 것이 첫째다. 그리고 최소한 10년 이상 열정적으로 몰입할 수 있다면 좋겠다. 그래서 세상과 인류를 감동시키진 못하더라도 스스로 자신이 쏟은 노력에 대해 행복감과 자존감을 얻을 수 있다면 좋겠다. 위기와 난관을 만날 때마다 자신만의 멘토, 동료, 선후배의 지지와 격려를 연료 삼아 자신만의 항로를 개척해낼 수 있다면 좋겠다.

경영학자 윤석철 교수는 평범한 우리들에게 따뜻한 용기를 전해준다. 소수의 천재들만 탁월한 창조적 성취를 이룰 수 있다고 여기는 것은 커다란 관념적 오류이며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엄청난 사회적 손실이라는 진단과 함께 말이다. “산업사회에서 요구되는 상상력은하면 된다는 신념과 자세, 그리고 의지를 통해 발휘된다. 그것은 결코 천재성을 요하지 않는다.”

윤 교수는 <경영학의 진리체계>에서인간의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한 산업활동, 즉 제품 혹은 서비스를 창조해내는 데 모차르트나 아인슈타인의 천재성이 필요치 않다. 산업세계의 문제해결은 보통 사람들의 평범한 머리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 최선을 다하려는 정열과 몰입,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의지와 노력, 이런 인간적 자질이 중요한 것 같다고 진단한다.

 

진정성의 나침반

나침반의 본질은 떨림에 있다. 떨림이 없이 고정불변의 한 방향만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버려야 한다. 어떤 상황에도 같은 방향만을 가리키는 나침반은 이미 사명을 완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리더십에도 고정불변의 정답이 있을까 의문이다. 설령 리더십에 관한 특별한 법칙이 있다고 해도 자신의 리더십을 고양하는 데 도움을 구할 수 없다면 그것도 버려야 할 것이다.

잡스도 평생 자신만의진북을 향해 떨리는 나침반을 쥐고 걸어갔다. 걸을 때마다 나침반의 자침은 좌우로 요동친다. 좌우진폭을 감당하며 끝내진북을 찾아가는 나침반의 원리는 자석(磁石)의 본성 때문이다. 나침반의 의미를 리더십에도 적용해볼 수 있을 것이다. 리더의 여정 속에 끝내 자신의진북을 향하게 만드는 자성(磁性)이 바로진정성이 아닐까. 그처럼 리더의 진정성은 자석처럼 어떤 사람은 끌어당기고 어떤 사람은 밀쳐낸다. 물론 당겨지지도 밀려나지도 않는 경우도 있기 마련이다.

‘나침반은 선박의 영혼이다.’ 빅토르 위고의 이 문장을 빌려진정성은 리더의 영혼이라고 적어본다. 진정성은 단순히 스타일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누구인지, 나의진북(true north)’은 어디인지 끊임없이 탐색하는 여정 그 자체라는 조언은 적절하다.16 그럴 때 누구와의 비교 속에 열등감과 우월감을 반복하며 휘청거리지 않을 자존감을 얻을 수 있을 테니까. 그래야 우리도 자신만의 나침반을 따라 자신만의 항해할 수 있을 터이다. 리더의 항로는 공식처럼 정해진 것이 없다. 다만 선례가 있을 뿐이다. 그렇기에 리더의 길을 묻는 이들에게 조선시대 지리학자의 길안내는 각별하다. 신경준(申景濬) <도로고(道路考)>에서 인용한다. ‘길은 따로 주인이 없어 그 길을 가는 사람이 주인이다.’

 

 

 

송규봉GIS United 대표 mapinsite@gisutd.com

송규봉 대표는 GIS 분석 전문가 그룹인 ㈜GIS United 대표를 맡고 있으며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 교수로 재직 중이다. 미국 펜실베이니아대에서 GIS를 전공했으며 와튼경영대학원과 하버드대에서 GIS 연구원으로 재직했다. 저서로는 <미국 인터넷산업의 지도> <비즈니스 GIS> <지도, 세상을 읽는 생각의 프레임> 등이 있다.

 

 

  • 송규봉 송규봉 | - (주)GIS United 대표
    - 연세대 생활환경대학원 겸임교수
    - 와튼경영대학원, 하버드대 GIS연구원
    mapinsite@gisutd.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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