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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sons from the Past

회사에 부족 운영 원리를 접목하라

김용성 | 66호 (2010년 10월 Issue 1)


편집자주
과거는 경영자들에게 큰 통찰을 줍니다. 실제 많은 기업들이 인류의 과거 행동양식을 분석해 직관적이고 보편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김용성 세계경영연구원 연구위원이 비즈니스에 응용할 수 있는 선조의 지혜를 소개합니다.
 
온라인 커뮤니티의 실체는 사람
2010년 7월, 인맥관리 사이트 페이스북의 회원수가 5억 명을 돌파했다. 어느 사이트도 설립 6년 만에 5억 명의 회원을 확보한 전례가 없었던 까닭에 미디어와 전문가들은 비상한 관심을 보였다. 더 놀라운 것은 이 회사의 사장이 앳된 얼굴의 27세 대학중퇴생이라는 점이다.
 
사실 페이스북이 온라인 커뮤니티의 대중화를 이끌기 훨씬 이전부터, 기업들은 다양한 형태의 온라인 커뮤니티를 활용해 사업을 확장했었다. 소비재 기업 P&G는 한때 신제품 개발 능력이 현저히 감소해 위험한 상황까지 갔었다. 2000년 구원투수로 등장한 앨런 래플리 회장은 P&G의 신제품 개발 아이디어의 50%까지 외부에서 조달하겠다는 파격적인 사업계획을 밝혔다. 연구개발(R&D) 대신 개방형 연구개발(C&D·Connect and Development)로 신제품 개발 전략을 바꾼 것. 이후 R&D 투자비용은 감소하고 신제품 생산율과 이익은 증가했다. 국내에서도 한 유통업체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로 고객과 의사소통을 시작해 팔로어만 4만 명이 넘었다. 이 CEO의 트위터가 개인적이라고 하지만, 회사 경영과 유기적인 관계를 맺으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찬양 일색의 기사는 독자들을 주눅들게 만든다. 세계적인 연구기관과 온라인 상에서 자매결연을 맺은 것도 아니고, CEO가 트위터로 고객과 만날 만큼 진보적이지도 않은데,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럴수록 시류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상황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정말 중요한 것은 온라인이 아니라 커뮤니티다. 그리고 커뮤니티의 본질은 사람이다. 커뮤니티라는 말은 고대로부터 인간이 형성해온 집단공동체, 즉 부족의 현대식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부족의 운영원리를 파악하는 것이 온라인 세상을 이해하는 것보다 중요하다. 부족의 구성과 운영원리를 이해한 기업이 성공하는 사례를 살펴봄으로써 온라인 환경에 민감하지 않은 기업이라도 어떻게 효과적으로 커뮤니티를 이용할 수 있는지 알아보자.
 
커뮤니티 원리를 성공적으로 정착시킨 홀푸드와 고어
고대 인류에게 가장 보편적인 커뮤니티는 10인 이내의 가족과 100인 이내의 부족이었을 것이다. 출생을 통해 비자발적으로 형성되는 가족과 달리 부족은 인위적으로 구성하는 공동체이기 때문에 현대의 커뮤니티 운영 원리를 발견할 수 있는 관찰대상으로 적합하다. 여기서 언급하는 부족은 족장의 강한 권위에 복종하는 위계적 집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아마존의 눈물에서 보았던 조에족처럼 평등한 위상의 구성원으로 구성된 공동체가 생산활동을 공유하는 청동기 시대 이전의 씨족사회에 더 가깝다. 어느 조직이나 그 나름대로의 운영 원리와 문화를 가지고 있게 마련이지만, 커뮤니티 원리를 활용하는 기업은 목적의식, 운영원리, 조직문화가 남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러한 부족의 특징을 현대적으로 구현해 성장한 21세기형 기업이 유기농 식료품 전문 유통업체인 홀푸드(Whole Foods)다.이 회사의 특징은 다음과 같다.
 
첫째, 홀푸드는 천편일률적인 유통업체를 흉내내지 않고 음식을 준비하는 주부와 요리사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분명한 목적의식을 갖고 있다. 홀푸드가 식료품 유통업계의 스타벅스로 불리는 이유다. 스타벅스가 저가 커피 위주의 미국 시장에서 이탈리아식 고급 에스프레소 시장을 개척해 독보적 지위를 확보한 것을 빗대어 하는 말이다.
 
둘째, 홀푸드는 소규모 자치조직 중심으로 회사를 운영한다. 대부분의 경쟁사가 정책수립과 집행을 이원화해서 본사가 기획을 하고 지점은 실행만 담당한다. 본사의 지침에 따라 전 지점이 동일한 가격을 유지하고, 통일된 인테리어로 브랜드를 단일화한다. 홀푸드 직원들은 본사의 지시를 기다리지 않고 해당 매장에서 필요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예를 들어, 야채코너 직원들은 자기 매장에서의 제품 구매, 가격 결정, 판매 관리 책임에 대한 전권을 갖는다. 회사의 고유한 영역으로 간주되던 직원의 채용이나 급여도 직원들이 직접 결정한다. 지점 직원들은 4주 단위로 모든 상점의 팀들을 대상으로 노동시간당 이윤을 계산하고, 누적된 생산성 자료에 기초해 보너스를 지급한다.
 
일정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매장에는 보너스가 지급되지 않는다. 따라서 직원들은 매장별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뛰어난 사람만 고용하려 노력한다. 이는 ‘사냥 시즌’을 맞은 부족이 최고의 사냥꾼으로만 팀을 구성하려고 노력하는 것과 비슷하다. 이러한 자치조직은 굳이 성과 관리의 필요성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해서 성과지향적인 조직을 운영하려고 노력한다.
 
셋째, 홀푸드는 자치조직이 생존하고 번영할 수 있는 수평적이고 투명한 조직문화를 보유하고 있다. 홀푸드의 직원들은 기능적으로 분화된 역할을 가지고 있되 위계의식은 희박하다. 본사직원이라고 해서 거드름을 피우지도 않는다. 직원들은 주기적으로 생산성, 협업 정신을 기본으로 서로의 성과를 평가하고 피드백을 제공한다. 그래서 홀푸드 직원들은 상사가 아닌, 주변 동료들로부터의 피드백과 압박감을 통해 동기를 부여 받는다. 사내 모든 직원의 급여 정보는 공개되며, 미국 기업답지 않게 최고경영자의 급여는 직원 평균의 19배까지로 제한하고 있다.
 
이런 홀푸드의 독특한 운영원리와 조직문화는 원시 공동체에서 부족 구성원들이 자율적으로 상호 통제하는 상황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지점의 직원들은 동업자처럼 공동체의식을 가지고 함께 의사결정을 한다. 상식과 합의에 의한 의사결정이 빈번하기 때문에 홀푸드에서는 상세한 사규가 필요하지 않다. 홀푸드가 분기 매출만 2조 원 규모의 사업을 운영하면서도 두꺼운 사규집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이 때문이다.
 
자치조직이 서비스 업체에서나 가능하다는 생각은 고어텍스로 유명한 고어앤어소시엇츠(W.L. Gore & Associates, 이하 ‘고어’) 앞에서 무색해진다. 고어는 듀퐁 출신 엔지니어가 1958년 설립해 화학기반 제조사로 고어텍스를 비롯해 타이어 소재, 수술용 장비 등 다양한 고부가가치 제품을 만든다. 고어는 과학기술을 통해 생활수준을 높이는 신상품을 개발해 이윤을 추구한다는 명확한 목적의식을 가지고 있다. 소규모 부족 운영 방식인 고어도 위계의식이 희박한 수평조직이다. 홀푸드가 각 지점 단위로 자치조직을 가지고 있듯, 고어도 각 공장의 크기를 200명 수준으로 제한하고 있다. 소집단을 운영해 직원들이 인간적 관계를 형성해야 조직이 무난히 운영된다는 믿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장을 지을 때에도 주차장 크기를 200대 규모로 정하고 주차장이 다 차면 공장을 증설한다. 이런 공장에서 발생되는 연 매출은 2조 원이 넘는다.
 
고어는 작은 회사가 아닌 곳에서도 부족 단위의 운영이 가능하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고어에는 공식적인 조직도와 명령 체계가 없어 직원들은 자치사회를 구성하듯 원하는 개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 예를 들어, 한 엔지니어는 수술용 섬유를 연구하다가 기름이 묻지 않는 섬유의 화학적 특징을 이용해서 기타 줄을 만들자는 아이디어를 내놓았다. 주변 엔지니어들에게 의견을 묻자, 몇 사람이 동참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이런 프로젝트는 일정 수준 이상으로 성장하기 전까지 관리자의 허락을 받을 필요가 없다. 따라서 엔지니어는 자발적인 팀을 꾸려 작업을 진행시켰다. 회사의 공식적인 승인도 없이 연구를 시작한 지 3년 뒤, 이 팀은 음색을 3배나 오래 유지하는 기타 줄을 만들었고, 경쟁사 대비 50% 많은 매출을 올리고 있다.
 
고어의 독특한 문화는 채용과정에서도 나타난다. 기존 직원은 자신이 무슨 일을 할지 찾아나가야 한다. 따라서 신입 직원도 자신이 무슨 일을 하게 될지 알지 못하고 채용된다. 직무 단위로 사람을 채용하는 대부분의 미국 기업과 달리 고어는 직무를 정하지 않고 사람을 채용하며 직원에게 스스로 자신의 업무를 결정하라고 가르친다. 신입 직원은 자신의 역량과 경험에 맞게 여러 프로젝트를 넘나들며 업무를 배우다가 선배 엔지니어의 조언을 받아 특정 프로젝트 팀에 정착한다. 직원에게 최대한의 자율을 주는 고어의 문화는 사장 선임에서도 그대로 적용된다. 현직 CEO는 관리자들의 투표를 통해 2005년 선발됐다. 사냥에 가장 뛰어난 사람을 부족의 리더로 세우는 원시 공동체를 연상시키는 대목이다. 창업주의 자녀라는 이유로 능력도 되지 않는 미숙한 젊은이가 임원이 되는 한국 기업들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부족 운영원리의 현대적 적용방법
사내에 부족 운영원리를 적용하고자 한다면 다음의 두 가지를 명심해야 한다.
 
첫째, 사내에 소규모 조직을 활성화시켜야 한다. 홀푸드와 고어 모두 소규모 조직을 운영의 기본단위로 활용하고 있다. 조직이 커지면 인간관계가 다양해지고 복잡해진다. 예를 들어, 10명의 사람이 만나 악수하는 회수는 총 45회다. 규모를 늘려 100명이 악수를 하면 악수를 총 4950회 해야 한다. 사람은 10배 늘었는데, 사람들 간 교류는 110배 증가한다(nC2 = n*(n-1)/2라는 수학공식으로 계산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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