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인재관리도 ‘저스트 인 타임’

DBR | 5호 (2008년 3월 Issue 2)
피터 카펠리
번역 오영건 kwonoy@hotmail.com
 
오래전부터 기업 경영자들은 인재 관리의 실패로 골머리를 앓아 왔다. 미국의 선진 기업들조차도 자사의 인력이 초과되거나 부족해지는 문제를 반복 경험하며 수십 년 동안 인재 관리에 어려움을 겪었다. 인재 관리는 인적 자원에 대한 수요를 예상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계획을 수립하는 일이다.
 
인재 관리에 대한 기업의 대응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지금까지 가장 일반적이었던 방법, 즉 ‘아무런 대응도 하지 않는 것’이다. 인재 관리라는 말이 의미가 없을 정도로 수요를 예측하지도 않고, 계획도 수립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기업은 전적으로 외부채용에 의존하며 관리자급 인재가 넘쳐나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두번째는 대기업이 일반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으로 1950년대의 복잡하고 관료적인 모델을 기반으로 인재 수요를 예측하고, 실행 계획을 수립하는 식이다. 이는 사업 예측 가능성이 상당히 높았던 시기에 개발된 전통적인 방법이기 때문에 오늘날과 같이 변화가 극심한 환경에서는 예측이 힘들고 실행에 비용이 많이 들어 실패할 확률이 높다.
 
이제는 기업 환경의 불확실성을 감안해 인재 관리 접근법을 근본적으로 바꿔야 한다. 다행히 많은 기업들이 수십 년 동안 공급망 관리와 같이 불확실한 환경에서 수요를 예측하고 이를 달성하는데 필요한 모델을 개발해왔다. 생산관리와 공급망 관리의 교훈을 활용해 기업들은 현실에 맞는 인재 관리 모델을 개발할 수 있다. 자세한 내용을 살펴보기 전에 인재 관리의 역사를 간략하게 살펴보자.
 
인재 관리 약사(略史)
1950년대에는 내부 인재 육성이 일반적이었다. 임원 코칭 프로그램부터 360도 피드백, 직무 순환제, 유망인재 개발 프로그램까지 오늘날 기발해 보이는 관리자 육성 프로그램은 모두 이미 이 시대에 보편적인 활동들이었다.
 
내부 인재 개발 프로그램은 몇몇 대기업을 제외하고는 1970년대 들어 불확실성이 커진 시장 환경 변화에 대응하지 못하고 사라졌다. 당시 경기침체에 대해 예측하지 못하면서 성장 가설에 따라 운영되던 인재 공급 경로는 경기가 침체되자 중심을 잃게 됐다. 관리자급 인재의 초과 공급이 사무직 근로자를 함부로 해고하지 못하는 정책과 맞물리면서 기업의 팽창을 불러왔다. 1980년대 초 급격히 경기가 침체되면서 화이트칼라가 잇따라 해고됐으며, 많은 기업이 인재 육성을 위한 활동과 관련한 인력을 감축하고 위계 구조를 단축하면서 평생 고용의 개념도 사라졌다. 인력을 줄이기 위해, 특히 중간 관리자를 축소하기 위해 이런 조치들을 취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내부 인력을 위한 인재 프로그램은 유지되고 있을까?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펩시나 GE 등의 기업은 ‘인재 사관학교’로 불리며 아직도 내부 인재 육성에 투자하고 있다. 과거 대부분의 기업이 실시했던 일부 프로그램을 단순히 유지하는 방식으로 인재 육성을 위한 기반을 닦았다. 이 기업들의 상당수는 인재 프로그램의 비용만 삭감하고 프로그램은 그대로 유지한 덕분에 1980년대 기업 구조조정의 물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2000년 이후 유니레버가 인도에서 직면한 문제도 적절한 사례가 된다. 1950년대부터 모범적인 고용주이자 인재 개발 기업으로 알려진 유니레버는 2001년 경기침체 이후 경영층이 비대해지고, 기업의 성장이 정체됐다. 새로운 경영환경상 따라 관리자에 대한 수요가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2004년 유니레버의 중간 관리자는 2000년에 비해 27% 증가한 1400명에 이르렀다. 직원을 해고하지 않는다는 암묵적인 정책 때문에 유니레버는 다른 나라에서 이들의 일자리를 찾아주거나 새로운 일자리를 사들여야 했다.
 
전통적인 인재 개발 방법의 대안은 외부 채용이다. 이 방법은 기업들이 해고된 인재 풀을 통해 대규모 채용이 가능했기 때문에 1990년대 초에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경제가 지속적으로 성장함에 따라 기업들이 잇달아 경쟁사에서 인재를 채용하면서 인재 유지에 문제가 생겼다. 자사가 키운 인재들이 기업을 떠나는 것을 보면서 고용주들이 인재 개발 투자에 손을 떼기 시작한 것이다. 한 의료기기 회사의 인사팀이 관리자 육성 프로그램을 제안하자 최고경영자가 ‘경쟁사가 우리를 위해 인재들을 육성하고 있는데 왜 우리가 인재를 육성해야 하는가’라고 필자에게 물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듯 1990년대 중반까지 대부분의 기업들은 경쟁사를 통해 인재를 채용하는 동시에 내부 인재를 유지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외부 인재 채용은 1990년대 말 필연적인 한계에 봉착했다. 경제가 확장되면서 활용 가능한 인력들이 모두 고용됐기 때문이다. 기업들은 경험 있는 인재들을 끌어 모으는 동시에 같은 비율로 경쟁사에게 그런 인재를 빼앗기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특히 헤드헌터를 고용할 경우 외부 인재 탐색 비용은 더욱 증가했고 직원들의 외부 채용으로 내부 인재 유지 프로그램은 악화됐다. 적절한 인재의 유치와 유지는 경영진이 관심을 가져야할 우선 항목이 됐지만 아직도 이렇다할 진전이 없는 게 현실이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3분의 2가 인력계획을 세우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문제는 안정적인 사업 환경과 인재 공급 경로가 존재하지 않는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이 기업들이 1950년대 모델을 기반으로 향후의 장기 인력계획을 세우라는 조언을 받는다는 점이다.
 
전통적인 방법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다년간의 인재 육성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그러는 사이 전략과 조직, 경영진이 변화하는 것은 물론 육성된 인력이 조직을 떠날 지도 모른다. 중요한 자리가 비었을 때 인재 육성 계획을 통해 길러진 인재가 해당 직무와 맞지 않는다고 결론 내리는 기업이 비일비재하며, 이 경우 기업은 외부에서 인재를 찾게 된다. 하지만 이는 인재 관리 계획이 전혀 없는 경우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한다. 첫째, 육성 프로그램은 암묵적인 약속을 의미하기 때문에 자사내 해당 후보자는 배신감을 느끼게 된다. 둘째, 이러한 후보자들을 육성하기 위해 투자한 돈은 낭비가 된다. 셋째, 대부분의 기업은 매년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낭비하면서 현재의 직무 변화와 개인 이직을 감안, 육성 프로그램을 변경해야 한다. 매년 변경해 하는 계획이 과연 쓸모가 있을까?
 
인재 관리는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인재 관리는 인력을 개발하고 육성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아니고, 특정한 직무 이직률이나 그 외의 전략적인 결과를 달성하는 것도 아니다. 이는 조직의 전반적인 목표 달성을 위해 존재하며, 그 결과로 기업은 돈을 벌게 된다. 따라서 돈을 벌기 위해서는 비용에 대한 이해뿐만 아니라 인재 관리 방법의 선택에 따른 혜택도 고려해야 한다. 1950년대에는 조직-인간 개발 모델에서 내재된 비용을 논하는 것이 불합리했다. 평생고용 시대였으며 잦은 이직이 실패의 상징으로 여겨졌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인재를 기르지 않는 기업은 인재를 얻을 수 없었다. 직무 순환제와 같은 육성 프로그램이 조직 깊숙이 내재돼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비용은 거의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이제 더는 이러한 모습을 찾아볼 수가 없다. 오늘날 고객 수요와 경쟁사 제품이 급격히 변화하고, 경영층의 이직률이 쉽게 10%에 육박하며, 모든 경영활동에서 재무적 성과를 보이라는 압력이 상존하는 상황에서 내부 인재 육성은 너무 느리고 위험하게 보인다. 반면 외부 채용은 너무 비용이 많이 들고 조직을 뒤흔들 여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재 관리에 대한 새로운 사고방식
인재 육성과는 달리 공급망 관리 모델은 1950년대부터 급진적으로 발달해왔다. 경쟁이 잠잠해지고 수요 예측이 정확해지면서 거대한 창고에 제품 조립에 필요한 몇 년 치의 부품을 저장하는 기업은 줄어들었다. 1980년대부터는 기업들이 수요 변화를 예측하고 이를 정확하고 신속하게 제품에 반영할 수 있도록 ‘저스트 인 타임(just-in-time)’ 생산방식 및 다양한 공급망 관리 혁신기법을 도입했다. 필자는 인재 육성 영역의 저스트 인 타임 방식을 제안하려고 한다. 조금만 생각해 본다면 이 모델이 어떻게 인재 육성과 결부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제품 수요를 예측하는 것은 인재 수요를 예측하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가장 저렴하고 신속한 제품 제조 방법을 예측하는 것은 효율적인 비용으로 인재를 개발하는 것과 동일한 개념이다. 제조 공정 일부분을 아웃소싱하는 것은 외부에서 인재를 채용하는 것과 같다. 때에 맞춰 공급을 보장하는 것은 인력 배치를 계획하는 것과 연관돼 있다. 직원들이 직무개발과 경험을 통해 승진할 수 있도록 내부 인재 공급 라인을 관리하는 것은 공급망을 통해 제품을 유통시키는 것과 놀랄 만큼 유사하다.
 
인재 관리의 가장 혁신적인 접근법은 생산관리와 공급망 관리에서 도출된 4가지 원칙을 적용하는 것이다. 이 가운데 두 가지는 내부 육성과 외부 채용의 균형 및 인재 수요 예측의 위험을 줄이는 방법으로 수요 측면의 불확실성을 다루고 있다. 나머지 둘은 공급 측면의 불확실성을 다룬다. 인재 개발 노력에 대한 투자수익률을 개선하는 법, 새롭게 훈련된 관리자에게 회사에 남도록 권장하는 내부 기회를 만들어 투자를 보호하는 방법 등이 그것이다.
 
RULE 01
내부 인재 개발과 외부 채용 병행하라
중세시대의 제조업자들은 부품 부족을 주로 고민했다. 인재 부족은 모든 관리자를 내부에서 육성해야 했던 1950, 60년대에 전통적인 관리자 육성 시스템의 가장 큰 고민거리였다. 기업이 충분히 훈련된 프로젝트 매니저를 육성하지 못하면 경험이 없는 사람에게 새로운 역할을 맡기거나 프로젝트와 매출을 포기하는 수밖에 없었다. 이 시기에는 수요 예측이 현재보다 쉬운 대신 완벽하지 않아서 고의적으로 인재 수요 예측을 과대하게 잡는 방법으로 인재 부족을 해결했다. 육성을 통해 인재가 초과 생산되면 창고에 여유 부품을 보관하듯 기회가 올 때까지 인재들을 대기시키는 것이 이 시기에는 비교적 쉬운 일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인재들을 대기시키는 데 비용이 많이 든다. 게다가 대기 중인 인재들은 회사를 떠날 수도 있다. 야망 있는 중역들은 기다리려고 하지도 않고, 기다릴 필요도 없다. 컨설팅 회사인 왓슨 와이어트의 연구에 따르면 가장 최근에 훈련을 받은 사람들이 새로운 역량을 활용하기 위한 기회를 찾아 회사를 떠날 가능성이 더 높다고 나타났다.
 
내부적으로 인재를 개발하는 것이 더 저렴하고 조직을 덜 분열시킨다는 점은 일리가 있다. 반면 외부 채용은 신속하고 상황에 대응하기 쉽다는 장점이 있다. 이 둘을 조합하는 게 이상적이다. 문제는 이 둘을 어느 정도 비율로 조합해야 하는지 알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정확하게 인재 수요를 파악할 수 있다는 생각을 버려야한다. 특히 장기적인 예측은 완벽할 수 없다고 생각해야한다. 매년 인재 수요 계획의 오류 비율이 33%를 넘어서고, 조직 구조 변경과 기업 전략의 변화가 끊임없이 이뤄지는 상황에서 몇 년간의 인재 수요를 완벽하게 예측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캐피탈원이나 다우케미컬과 같은 선도 기업들은 장기적인 인재 수요 예측을 포기하고 단기 시뮬레이션을 활용하고 있다. 임원들은 인재 관리자들에게 향후 몇 년간 어떤 사업에 수요가 있을지 예측하게 한다. 관리자들은 정교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새로운 인재 수급에 필요한 요구사항을 전달한다. 서로 다른 가정을 세워 이러한 과정을 반복함으로써 인재 수요 예측의 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종종 인재 요구량이 너무 클 때는 임원들이 사업 계획 변경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리기도 한다.
 
수요의 불확실성을 관리하기 데 가장 중요한 부분은 과대 또는 과소 계상에 소요되는 비용을 이해하는 것이다. 하지만 너무 많은 인재를 개발하는 것과 너무 적은 인재를 육성하는데 드는 비용이 무엇인지 명확하지 않다. 전통적으로 인력 계획자들은 비용과 위험이 서로 상쇄된다고 암묵적으로 가정한다. 예를 들어 내년에 어떤 부서에 100명의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필요할 것이라고 가정하고 10명이 많거나 부족한 것으로 나타나면 양측의 단점은 동일한 효과를 가진 것으로 간주된다.
 
하지만 실무에서 이런 상황은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1950년대 상황과 달리 잉여 인력은 회사를 쉽게 떠날 수 있기 때문에 과대계상이 과소계상보다 더 큰 위험으로 간주된다. 채용 당 비용이 증가하고 고용된 인력의 능력에 대한 불확실성도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 비용은 유지비용에 비하면 매우 적다. 따라서 과대계상으로부터 발생하는 비용을 가정해 100명보다 적은 수의 프로그래머를 내부에서 육성하고 부족분이 생기면 이 차이를 보전하기 위해 외부에서 채용한다. 100명이라는 예측이 비교적 정확하다면 내부에서는 실제 수요가 과대계상되지 않도록 90명 정도를 육성하는 것이다. 수요 예측이 정확하지 않다면 이보다 더 적은 60명 정도를 내부에서 육성하고 나머지를 외부에서 조달하면 된다.
 
학습된 예측을 기반으로 한 내부 육성과 외부 조달의 상쇄효과를 평가하면 다음과 같다
- 인재들이 얼마나 오랫동안 필요한가? 인재가 필요한 기간이 길수록 내부 육성을 위한 투자가 정당화되기 쉽다.
- 인재 필요 기간에 대한 예측이 얼마나 정확한가? 예측이 부정확하면 내부 육성의 위험과 비용은 증가하고 외부 채용 고려 가능성이 높아진다.
- 사전에 요구되는 능력을 보유하지 않은 후보자가 해당 직무를 수행하면서 특별한 프로그램이나 비용이 드는 추가적인 육성 프로그램 없이 필요한 직무나 기술을 배우는 것이 가능한가? 이는 기능적인 분야에 해당하는 내용으로 가능성이 높을수록 내부 육성을 고려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
- 현재 조직 문화를 유지하는 게 얼마나 중요한가? 고위층을 외부에서 채용하면 조직 가치 및 문화가 변할 수 있다. 문화를 변화시키는 게 중요하다면 외부 채용이 이를 해결해 줄 것이다. 하지만 가끔은 예상치 않은 결과를 낳기도 한다.
 
이러한 질문에 대한 답은 동일 기업 내에서도 분야에 따라 다를 수 있다. 예를 들면 낮은 수준의 직무 분야는 요구되는 능력을 쉽게 찾을 수 있기 때문에 외부 채용이 쉽고, 수요를 과대 예측한 경우에도 비용 부담이 그다지 크지 않다. 하지만 고도의 기술이 요구되는 직무는 과대 예측에 따른 비용이 크다. 외부 탐색을 위한 비용, 시장 프리미엄 및 신규 입사자를 포용하기 위한 비용, 자리에 맞지 않을 경우 관련된 위험을 흡수하기 위한 비용이 포함되기 때문이다.
 
RULE 02
인재 수요의 불확실성을 감안하라
필요한 부품을 대량으로 구매해 창고에 쌓아놓기 위해서는 몇 년간의 수요를 예측해 제품 생산에 충분한 양의 부품을 구매해야 한다. 하지만 적은 양의 부품을 자주 구매한다면 그렇게 먼 미래까지 예측할 필요는 없어진다. 인재 수요 예측에 대한 시간을 줄이는 데도 동일한 원칙이 적용될 수 있다.
 
조직에 신입사원을 배치하는 문제를 고려해보자. 대학에서 신입사원을 고용할 때 일반적으로 전체 후보자가 6월에 한꺼번에 들어온다. 이들을 오리엔테이션하려면 교육 담당자와 육성 담당자가 필요하게 된다. 신입사원 규모가 100명이라고 가정하면 기업은 100명을 육성할 담당자가 일시에 필요하게 된다. 비용에 민감한 기업에는 큰 압박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신입사원 50명이 6월에 오고 나머지 50명은 9월에 온다고 해보자. 그러면 6월에 50명의 육성 담당자가 필요하고, 3개월 후 이들은 순환할 수 있다. 6월반은 9월반이 들어올 때쯤이면 육성 프로그램을 마치게 되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기업은 6월반을 위해 9월에 50개의 영구직을 준비하면 된다. 소수의 그룹을 자주 채용하면 개인별 수요 예측이 경력 전체 차원에서 더 짧은 기간 안에 이뤄지는 효과도 있다. 이렇게 되면 예측이 더 정확할 뿐만 아니라 첫 직무 육성이 다음 직무에 잘 연계된다는 이점이 있다.
 
단기 대응적인 수요 예측 프로그램의 이점을 살리는 또다른 방법은 장기간의 훈련 프로그램을 분리해 개별적인 수요 예측을 하는 것이다. 현재 시행하고 있는 기능직 분야의 내부 인재 육성 프로그램에 이를 적용해볼 수 있다. 이들 프로그램에는 대부분 경영 일반이나 대인관계 기술 같은 공통 과목이 있고 해당 기능에 특화된 과목이 포함돼 있다. 모든 기능직 직원들이 공통 교육을 동시에 받고 특별 교육으로 옮겨갈 필요는 없다. 과거에 3년으로 계획된 기능 프로그램을 2개의 18개월 프로그램으로 분리해 첫번째 코스가 끝난 뒤 각 기능 분야에 대한 수요 예측을 다시 해 후보자를 재배치할 수 있다. 이렇게 하면 기능 프로그램은 기존에 비해 절반의 기간이 필요하기 때문에 예측에 필요한 기간도 절반으로 줄어들고, 정확성도 강화된다. 또 모든 교육생에게 일반적인 기술을 가르치게 돼 훈련 투자에 대한 중복도 줄어든다.
 
인재 관리자가 공급망 관리자로부터 배울 수 있는 또 다른 전략은 포트폴리오 원칙을 실행하는 것이다. 재무 분야에서는 가치가 급격히 변화할 수 있는 한 가지 자산만 보유하면 위험하다고 지적한다. 투자 전문가들은 몇 가지 주식을 분산 보유해 포트폴리오를 짤 것을 조언한다. 공급망 관리에서도 하나의 공급자에게 의존하는 것은 위험하다.
 
인재 관리 차원에서는 이익과 손실을 책임지는 분산된 조직이 각각의 인재 육성 프로그램을 유지하는 상황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이 경우 모든 조직이 실제 수요에 맞는 적정한 수의 관리자를 준비할 확률은 매우 낮다. 어떤 부문은 잉여가 생기고 다른 부문은 부족이 생기게 된다. 하지만 개별 프로그램들이 하나의 프로그램으로 통합된다면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개별 주식의 변동성이 감소하듯 한 조직에서 예상치 못한 수요와 다른 부문의 의도하지 않은 부족분이 서로 상계된다. 이렇게 되면 분산된 프로그램에 필요한 업무와 구조의 중복뿐만 아니라 거대 조직이 분산된 육성 프로그램을 지속적으로 운영하는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생기게 된다. 몇몇 기업들은 실제로 일정 범위의 직무에 적용될 수 있는 광범위하고 일반적인 능력을 가진 직원을 육성해 인재 풀을 만든다. 직무 요건에 완벽히 맞지는 않겠지만 현장 훈련과 코칭을 통해 차이를 메울 수 있다.
 
RULE 03
인재 육성의 투자수익률을 개선하라
내부 인재 육성이 관리자를 육성하는 유일한 방법이라면 비용에 민감할 필요가 없다. 하지만 지금의 인재들이 회사에 대한 충성도가 낮다면 기업은 직원 교육비용을 낮추고 인재 개발비용의 투자 수익률을 높이는 쪽을 택한다.

이 문제점을 해결하는 가장 기발한 방법은 직원들이 비용을 부담하도록 하는 것이다. 직원들은 교육 경험을 통해 추가적인 이익을 누릴 수 있으므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주요 수혜자이다. 그러므로 비용을 분담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합리적이다. 미국에서는 시간제 근무자가 현재 직무에 요구되는 훈련에 대해 비용을 분담하는 것이 법으로 금지돼 있다. 그러나 미래의 역할을 준비하는데 도움이 되는 육성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비용을 분담하는 데 아무런 제약이 없다.

직원들은 교육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해 시간을 할애함으로써 비용을 분담할 수 있다. 이는 교육 프로젝트를 일반적인 업무에 추가해 진행한다는 뜻이다. 참여자들이 어느 정도 그들의 일상적 업무를 희생하고 이에 대한 급료를 받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교육생 측면에서는 손해볼 게 없다. 미국 피츠버그에 있는 PNC파이낸셜서비스는 유망한 직원에게 리더십팀이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자발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이 프로젝트는 때때로 현재의 직무에서 벗어나기도 한다. 업무 시간을 지불수단으로 하는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직원은 기업의 리더와 접촉하고, 경험을 넓히고, 전문 인맥을 쌓는다.
 
고용주들은 직원들을 더 오래 유지하거나, 적어도 일정 기간동안 유지하는 측면에서 인재 육성 프로그램의 성과 개선 방안에 관심을 가졌다. 미국 기업의 20%는 훈련이나 육성 프로그램에 참여한 직원이 교육 후 일정 기간 내 회사를 떠나면 비용을 다시 반환하도록 했다. 탄소 배출권 시장과 같이 이전에는 비용이 부과되지 않던 부분이 금전적인 가치를 갖게 되는 것이다.
 
더 흥미로운 점은 직원이 회사를 떠난 뒤에도 유대관계를 가지면서 소규모 프로젝트 개발을 통해 지속적으로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딜로이트는 사내의 중요 육성 프로그램 정보를 타사로 전직한 직원에게 알려주고 있으며, 회계사 자격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제공한다. 이 전직 직원들이 다시 새로운 일자리를 구할 때 아직도 관계가 남아있는 딜로이트부터 알아보려고 할 것이다. 그들의 역량과 기업에 대한 지식은 딜로이트 내부 직원과 동등한 수준으로 맞춰져 있기 때문에 이들은 투입되는 즉시 회사에 기여하게 된다.
 
RULE 04
고용주와 직원 간 이해의 균형을 맞춰 투자를 보존하라
인재가 이동하게 되면 내부 인재 육성 모델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관리 육성의 결과물이 사라질 수 있다는 단점이 발생한다. 관리자나 임원들은 직무와 개인을 연결시켜 직원 경력에 대한 의사결정을 내린다. 1950년대 조직-인간 개발 모델에서는 조직의 장기적인 인재 수요를 맞추기 위해 어떤 후보자가 어떤 경험을 준비할 것인지가 결정된다. 직원들은 거의 선택의 여지가 없다. 새로운 직무를 받아들이거나 직무를 떠나야 한다.
 
지금은 직원들이 직무를 고를 수도 있고 원하는 일이 아니면 이직한다. 능력이 높을수록 자율성도 높다. 기업 지원자 추적 조사 기업인 탈레오에 따르면 기업의 80%가 과거 상급자가 직무를 결정해 직원을 배치하는 모델에서 직원이 조직 내에서 자유롭게 다른 직무로 전환하거나 지원하기 쉽게 하는 내부 직무 상환 모델로 옮겨가고 있다. 다우케미컬은 이렇게 해서 이직률을 절반 이하로 줄였다.
 
이러한 조정을 통해 기업은 경력 관리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효과적으로 직원들에게 넘겼다. 내부 인재에 대한 고용주의 통제권은 줄어들었고, 직원들의 선택은 고용주의 이해와 맞지 않게 되었으며, 내부 충돌이 잦아졌다. 미국의 직원 절반이 새로운 직무로 옮길 때 상부 관리자의 허가를 받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기업들이 관리자 육성 투자를 유지하기 위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아야 한다. 중요한 점은 모든 이해 관계자의 이해가 균형을 이루는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맥킨지의 관계자 조정 프로그램은 이해 관계자들이 프로젝트에 대한 선호도 순위를 어떻게 매기는지 뿐만 아니라 프로젝트를 운영하는 원칙들이 이해 관계자들을 어떻게 평가하는지도 따진다. 인력 배분에 대한 최종 의사결정은 시니어 파트너가 양측의 선호도를 존중해 각각의 이해 관계자들의 역량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법으로 결정한다. 베어스턴스는 중재 사무실을 설립해 사내 직원의 직무 이동에 대한 관리자간의 내부 분쟁을 중재하고 있다.
 
고용주, 직원 그리고 광범위한 사회 차원에서 인재 문제는 얽히고 설켜 있다. 고용주들은 필요한 때 필요한 인재를 원하고 그들이 감당할 수 있는 방법으로 인재를 배치한다. 직원들은 승진에 대한 가능성을 보고, 커리어를 관리한다. 사회는 기업 내부에서 가장 잘 육성된 수준 높은 인재들, 특히 관리자의 능력을 심화시키는 방향으로 사회 전반적인 역량 수준의 향상을 필요로 한다.
 
이런 요구들은 현재의 인재 육성 활동에서도 잘 다뤄지지 않고 있다. 조직-인간 모델의 틀과 언어를 채택한 기업은 거의 없지만 이 모델은 여전히 살아남아 있다. 대안이 없는 것이다. 조직-인간 모델은 엔지니어링과 계획을 통해 확실성을 달성할 수 있다는 데 뿌리를 두고 있지만 구시대적인 개념이다. 하지만 오래된 패러다임이 뒤집어지기 전에는 과거의 개념보다 새로운 환경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는 대안이 반드시 필요하다. 구시대 패러다임이 엔지니어링과 계획에 의한 것이라면 새로운 인재 수요 프레임워크는 불확실성의 문제점을 해결하는 데 더욱 적합하도록 시장과 경영활동에 기반을 둬야한다. 수요 기반의 인재 공급은 인재 수요와 인재 육성에 대한 투자 수익, 고용주와 직원 간 이해의 균형, 그리고 사회 전반의 역량 수준 향상을 위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필자는 미국 펜실베이니아대 와튼 스쿨 경영학과 교수이자 HR센터 이사이다. 본 논문은 저서 <Talent for Demand>로 발간될 예정이다.
인기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