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니얼 카너먼 교수는 자신이 보상(reward)이란 주제를 언급하기에 적합한 인물이 아니라고 했다. 노벨상 수상자(편집자: 카너먼은 2002년 노벨 경제학상을 받은 심리학자다)인 그는 “직원들에게 동기를 부여하고, 조직을 성공적으로 이끌어나가는 것에 대해 훨씬 뛰어난 해답을 제시해온 다른 석학들이 많다”고 이야기했다.
카너먼 교수는 자신이 애초에 왜 이곤젠더의 인터뷰에 응하게 됐는지 모르겠다고도 했다. 그는 한숨을 내쉬며 “아마도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던 게 틀림없겠지요”라고 말하면서도 “하지만 이 부분은 제 전문 분야가 아닙니다. 저는 의사결정과 웰빙(well-being)을 연구하거든요”라고 했다.
그렇지만 웰빙은 모든 사람들이 갈구하는 마음의 상태, 즉 궁극적인 보상인 행복을 뜻하는 단어가 아닌가? 모든 사람은 행복이란 목표를 추구하기 위해 엄청난 양의 추진력과 에너지를 발휘한다. 또 행복은 너무나도 중요한 목표이기 때문에, 미국의 건국자들은 독립선언문에서 ‘행복 추구권’을 ‘그 어떤 개인에게서도 박탈할 수 없는 권리’로 못 박아두었다. 그뿐이 아니라 일부 전문가들은 일단 국민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된 후에는 정부의 경제정책이 GDP가 아닌 ‘국내총행복(gross domestic happiness)’ 지수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카너먼 교수가 이야기를 시작하자 그야말로 보상이란 주제를 이야기하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는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는 ‘행동경제학’의 창시자 중 한 명으로, 유쾌하거나 불쾌한 상황과 기억이 특히 업무 환경에서 단기적 정서(short-term mood)와 장기적 만족(long-term satisfaction)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연구해왔다. 이런 연구 덕분에 카너먼 교수는 흔히 ‘행복 연구(happiness research)’라고 불리는 분야의 선구자로 널리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행복이란 정확하게 무엇일까? 카너먼 교수는 “나는 행복에 대한 명확한 과학적 정의가 필요하다고 굳게 믿지만, 그것을 쉽게 정의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행복 그 자체를 정의하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사실 저는 행복이란 단어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행복이란 개념에는 너무나 다양하고 복합적인 요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지요.”
카너먼 교수는 ‘경험적 행복(experienced ha-ppiness·인생을 살아가면서 느끼는 기분)’과 ‘삶에 대한 만족도(satisfaction with your life·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느끼는 기분)’를 구별하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이 2가지가 반드시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지는 않다. 기분 좋게 살아가긴 하지만 자신의 삶을 생각할 때 만족감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도 있고, 반대로 압박감에 시달리거나 우울해하면서도 자신의 삶 전체를 놓고 봤을 때 상당한 만족감을 느끼는 사람도 있다.
이것은 조직 내 직원들은 물론 특히 임원들에게도 똑같이 적용된다. 카너먼 교수는 “사람들은 스트레스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이 그렇게 말하지요. 스트레스는 분명 유쾌한 감정은 아닙니다”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여러 연구 결과를 통해 스트레스 수준과 인생의 성공 사이에 긍정적인 상관관계가 있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있다. 성공적으로 경력을 쌓아가는 사람들은 자신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받고 있다고 얘기한다. 마찬가지로 스트레스 수준이 높은 국가는 그만큼 많은 부(富)를 갖고 있다. 같은 나라 안에서도 교육 수준이 높고 부유한 사람들은 교육 수준이 낮고 가난한 사람들에 비해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호소한다.
이스털린 역설
소득과 삶에 대한 만족의 관계는 경제적인 행복을 논할 때 가장 뜨거운 논쟁을 불러일으키는 주제 중 하나다. 이와 관련해서는 1974년 경제학자 리처드 이스털린이 발표한 ‘이스털린 역설(Easterlin Paradox)’이 주로 언급돼왔다. 이스털린은 많은 나라에서 부와 행복이 정비례 관계가 아니라는 사실을 발견했다.
하지만 최근에는 이스털린 역설에 일부 문제가 있거나, 적어도 역설의 ‘명확한’ 결론에는 오해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카너먼 교수는 대체로 이스털린 역설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과 같은 생각을 갖고 있다. 사실 많은 나라에서 생활수준이 높아지면 삶에 대한 만족도도 덩달아 높아진다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