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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인터뷰 ②

“평가 제도보다 개인의 책임과 노력이 중요”

하정민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최근 글로벌 기업의 인사 평가 트렌드는 개인의 책임(individual account-ability)을 강조하는 겁니다. 인사 평가는 조직의 성과 창출은 물론 개인의 미래와도 직결되기 때문입니다.”
 
글로벌 인사컨설팅회사인 휴잇어소시어츠의 피터 샌본(49) 글로벌 컨설팅 총괄 파트너는 동아비즈니스리뷰(DBR)와의 인터뷰에서 “인사 평가 시스템과 평가자의 역할만큼 피평가자 개인의 책임과 노력도 중요하다”며 이같이 밝혔다.
 
그는 인사 평가 결과의 공정성에 앞서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며, 해외 지사 등은 해당 지역의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평가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인터뷰에는 휴잇코리아의 김동철 상무도 참여했다.
 
 
글로벌 기업의 인사 평가 시스템에서 나타나는 최근 변화는 무엇인가.
“성과 평가 제도 도입 초기 관리자들은 상당히 기계적으로 성과를 평가했다. 매니저들이 10여 개의 항목에 점수만 매기는 식이었다. 관리 방식이 발전하면서 관리자들은 평가 결과에 대해 코멘트를 적기 시작했고, 360도 다면 평가까지 도입해 다른 사람의 피드백까지 고려해 성과 평가를 하고 있다.
 
특히 인사 평가 시스템 자체보다 개인의 책임과 노력을 강조하는 추세다. 예전에는 제도나 시스템의 중요성을 많이 강조했다. 요즘에는 피평가자 개인의 책임을 중시한다. 평가는 자신의 미래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피평가자는 스스로 위치를 인식하고, 모자란 점을 보충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평가자는 이 과정에서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
 
 
많은 기업이 인사 평가의 공정성에 신경을 쓴다.
“사람들은 주관적인 것은 나쁘고, 객관적인 것은 옳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100% 객관적인 인사 평가 시스템은 없다. 평가는 당연히 주관적이다. 정량화를 한다고 하더라도, 정량화된 평가 기준을 만들고 그 결과를 해석하는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결국 평가는 주관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 문제는 절차적인 공정성을 확보하는 노력을 하지 않고, 결과의 공정성만 주목하는 현상이다. 연말 평가 결과의 공정성에는 신경을 쓰면서도 연중 실시해야 하는 코칭, 피드백 등의 절차적 공정성은 소홀히 한다. 다시 한 번 말하지만, 계량화를 많이 한다고 해서 결과의 공정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라 피드백을 통한 과정 관리가 공정한 평가를 만든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평가 등급을 강제 배분하는 상대 평가의 장단점에 대한 논란도 있다.
“글로벌 기업들은 한국 기업보다 유연한 평가를 하고 있다. 상대 평가를 위해 강제 등급 배분 방식을 사용하는 기업들은 소수에 불과하다. 글로벌 기업의 25% 미만이 이러한 평가를 하고 있다. 조직의 규모에 따라 상대 평가를 적용하기 곤란한 점도 있다. 200명이 넘는 조직에서는 평가 등급을 일정 비율씩 배분할 수 있지만, 5, 6명 이하의 부서는 등급의 강제 배분이 곤란해진다. 이렇게 되면 잘못된 평가를 한 평가자들에게 변명의 기회만 주게 된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관리자의 평가 경향을 모니터링하는 기업이 많다. 또 글로벌 기업들은 관리자의 피드백 및 코칭, 직원들에 대한 동기 부여 역량을 육성하기 위해 노력한다. 관리자가 고성과자와 저성과자를 구별하지 못하면 조직이 비효율적으로 바뀌고, 직원들의 동기부여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강제로 비율을 배분하지 않는다면 관리자의 평가 성향에 따라 결과의 편차가 클 수 있다.
“인사 담당 부서가 평가 결과의 경향성을 검토한다. 지나치게 정상치를 벗어난 경향을 보이는 평가자에 대해서는 피드백과 코칭 등의 후속 조치가 이뤄진다. 360도 다면평가를 활용하는 방안도 있다. 관리자 한 사람의 의견뿐 아니라 동료, 상사, 부하 직원들의 의견을 모두 고려하여 평가를 한다. 일부 기업들은 고객의 의견까지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사업부의 경우 해당 산업의 경쟁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얼마나 잘했는지를 살펴 이를 평가에 반영하기도 한다.
 
수량보다는 품질 등이 중시되는 직종은 성과를 계량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제기되곤 한다.
 
“아니다. 모든 직무는 정량화할 수 있다. 세상에 정량화할 수 없는 직무는 없다고 봐야 한다. 의사나 생산 라인의 노동자 모두 성과를 정량화할 수 있다. 다만, 다양한 평가 지표를 개발할 필요는 있다. 정량 지표와 정성 지표, 개인 성과와 조직 성과를 균형 있게 고려해야 한다. 성과 지표 외에도 태도와 지식, 기술 등 역량을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글로벌 기업이 본사의 인사 평가 제도를 해외 지사나 자회사 인력에도 적용할 수 있는가.
“글로벌 기업들은 대부분 나름의 평가 방식을 갖고 있고 그 내용들은 상당히 정형화된 글로벌 베스트 프랙티스(prac-tice)를 수렴하고 있다. 다만, 해외 지사는 문화적으로 제도의 수용성 측면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어떤 문화권은 직설적인 피드백이나 다면 평가에 익숙한 반면, 다른 문화권에서는 이에 대한 거부감이 클 수도 있다. 물론 문화적 차이를 고려해 완전히 새로운 평가 방식을 만들 필요는 없다. 다만,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노력은 필요하다. 예를 들어, 다면 평가 제도는 글로벌 기업에서는 핵심 요소인데, 이를 문화적으로 잘 받아들이기 어렵다면 일방적으로 제도를 강요하기보다 3, 4년간 점진적으로 적용하는 방법이 있다.”
 
 
핵심 인재 육성을 위한 인사 평가 방법론의 사례에는 어떤 것이 있나.
“핵심 인재라고 별도의 평가 시스템을 적용해야 하는 건 아니다. 다만, 액션러닝 등의 제도를 통해 핵심 인재의 잠재력을 발굴하고 평가할 수는 있다. 액션러닝은 특히 중요하다. 회사 내의 고성과자에게 실제 기업이 당면한 문제를 던져주고, 이를 해결하도록 하기 때문이다. 문제도 풀고, 역량 개발과 평가까지 가능하기 때문에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둘 수 있다. 이 과정에서 임원들이 참가자들의 문제 해결을 지원하는 코칭을 하기 때문에 교육 시간도 절약할 수 있다. 제너럴일렉트릭(GE)을 보자. 일선 간부들이 먼저 잠재력이 큰 인재를 발굴하고, 이들에게 실제 비즈니스에서 해결해야 할 이슈를 액션러닝 과제로 부여한다. 참가자들은 조를 구성하여 세계 각 지역을 돌며 교육 훈련을 받는다. 각 지역 리더들은 이들을 대상으로 관련 비즈니스 상황을 설명해준다. 해당 지역의 주요 고객들이 자신들의 니즈를 설명하는 기회도 마련된다. 관련 기업을 탐방하는 일정도 있다. 과정 참가자들은 이 교육을 통해 해당 문제와 글로벌 시장에 대한 통찰력을 갖게 된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는 액션러닝 과제 결과를 최고경영자(CEO)에게 보고한다.”
 
 
성과 평가 제도를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과 체계적으로 연계하는 기업도 많다.
“성과 평가 제도와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 성과 평가는 단기 평가에 그치지만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은 다년간의 성과와 잠재력이 모두 고려돼야 한다. 후계자 육성을 결정하는 과정이 투명하며 객관적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한 사람의 과거, 현재, 미래의 가능성을 모두 평가하여 고려한다는 점이 후계자 육성 프로그램의 가장 큰 특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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