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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원 역량 평가 방법론

임원 평가는 핵심 인재 ‘사용 설명서’

고준 | 46호 (2009년 12월 Issue 1)
올해 8월 13일자 영국 경제지 <파이낸셜타임스>에는 한국 독자에게는 상당히 낯선 기사가 소개됐다. 미국 연방예금공사(FDIC)가 비크람 판디트 시티그룹 회장 등 고위 임원진에 대한 임원 평가를 외부 전문 기관에 지시했다는 기사다. 이는 미국 정부의 구제금융 투입 이후 시티그룹의 정상화가 가능한지를 파악하기 위해, 최고 경영진의 역량에 대한 명확한 평가가 필요했기 때문이다.
 
얼핏 미국 정부의 이 같은 조치는 시티그룹의 위기와 이에 따른 일회성 대책처럼 보일 수도 있다. 사실은 그렇지 않다. 미국과 서유럽 등 경제 선진국에서는 상당히 오래전부터 기업의 성장 전략 수립 도구로 임원 평가(Management Appraisal)를 활용해왔다. 알리안츠, 화이자, 소니에릭슨, 지멘스, 노바티스, 바클레이스, 보다폰 등 글로벌 기업들은 3∼5년 단위로 전문 기관에 의뢰해 전 세계 경영진을 대상으로 정기적 임원 평가를 실시하고 있다.
 

 
최근에는 한국 기업들도 임원 평가에 주목하고 있다. 세계 시장에서 노키아, HP, 필립스 등과 경쟁하고 있는 LG전자, 삼성전자 등 글로벌 기업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LG전자는 2008년부터 외부 전문 기관을 활용한 임원 평가를 시행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선도 기업들이 주목하는 임원 평가의 목적과 이에 대한 구체적인 방법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임원 평가의 목적은 핵심 인재 발굴과 육성
실무진의 평가는 정형화된 질문에 따른 비용 효율적인 방법으로 진행되지만, 임원 평가에는 많은 비용과 시간이 투자된다. 임원 평가는 일반적으로 ‘역량 중심의 행동 면접(CBBI·Competency Ba-sed Behavioral Interview)’ 기법을 통해 진행되는데, 이 기법은 가장 정확하고 평가자별 편차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보통 역량 평가 전문가와 해당 임원의 직무 관련 분야 전문가 등 2명 이상으로 구성된 전문 면접관이 3, 4시간에 걸쳐 해당 임원을 인터뷰한다. 면접 결과의 분석에만 평가 대상자 1인당 약 24시간의 시간이 걸린다. 이 결과는 다시 360도 다면 평가를 통해 검증된다. 이를 통해 객관성과 사실성을 최대한 담보한다.
 
임원 평가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자사가 보유한 핵심 인재를 효과적으로 운영하는 데 있다. 먼저 누가 핵심 인재인지를 판단하고, 동시에 각 인재가 가진 적성과 주특기를 정확히 파악할 필요가 있다. 한 인재가 가진 역량과 성향을 명확하게 파악하면 역할과 책임을 효과적으로 부여하고, 이를 통해 핵심 인재의 조직에 대한 기여도를 극대화할 수 있다. 물론 임원 평가 결과에 따라 해고나 경질과 같은 극단적 조치가 불가피하게 뒤따르기도 하지만, 이는 매우 드문 일이다. 임원 평가는 직무 재배치와 승진 등의 긍정적인 인사 조치로 활용되는 사례가 대부분이다.
 
지난해 말 임원 평가를 시행한 LG전자의 사례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유능한 임원진 확보가 세계 시장에서 경쟁 우위를 창출하는 핵심 성공 요인이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국내 기업으로는 이례적으로 자사 임원에 대한 대규모의 심도 깊은 역량 평가를 수행했다. 임원 평가 결과는 개별 임원별 적성과 주특기에 따른 직무나 지역 재배치, 승급 등의 후속 조치로 이어졌다. 부정적 인사 조치보다는 건설적 인사 정책으로 이어지는 임원 평가의 특성상 조직 충성도 강화의 부수적 효과를 낸다. 조직원들이 개인별로 구체적인 역량 개발 계획이 제시되는 임원 평가 결과를 보며 회사의 투자 의지를 이해하게 된다.
 
특정 직무의 적임자를 자사 조직 내에서 발굴하는 데에도 임원 평가가 활용된다. 조직 내부를 대상으로 ‘헤드헌팅(Head Hunting)’을 시행하는 것이다. 이 방법의 장점은 외부 인적 자원을 대상으로 적임자를 선별하는 일반적인 헤드헌팅과 달리 잠재력이 있는 내부 핵심 인재를 발굴하고 체계적인 육성 프로그램을 통해 필요한 역량을 키워 적임자를 육성할 수 있다는 점에 있다. 이를 위해서는 인재의 현재 역량과 성장 잠재력을 체계적이고 표준화된 프로그램을 통해 평가하는 것이 핵심 성공 요인이다.
 

 
임원 평가가 회사 내에 알려지지 않은 숨겨진 재원(hidden asset)을 발굴하는 도구로 쓰이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곤젠더가 지난 20여 년간 전 세계에서 수행했던 20만여 건의 임원 평가 결과를 보면, 내부에서 숨은 인재를 발견할 확률은 약 5∼10% 정도다. 이렇게 발굴된 내부 인재들이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국내 한 대기업의 임원 평가 결과를 보자. 임원 평가 결과 A임원은 ‘사업적 감각 (com-mercial acumen)’ ‘결과 지향성(results orien-tation)’ 항목에서 핵심 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내부 인사 고과는 이와는 정반대였다. 차이가 난 원인을 분석한 결과 해당 임원의 본원적 역량보다는 환경적 요인에 문제가 있다는 점이 발견됐다. 이 임원은 관리 지향적이고 보수적 성향을 가진 상사와 일할 기회가 많았는데, 그때마다 잦은 마찰을 겪었다. 사사건건 상사와 충돌하다 보니 공격적이고 저돌적으로 업무를 추진하지 못하고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이 결과 평가자인 상사로부터 상당 항목에서 저평가를 받아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 같은 임원 평가 결과 및 원인 분석을 토대로 A임원에 새로운 임무가 주어졌다. 공격적인 사업 확장이 필요한 지역으로 재배치됐고, 결과 지향성이 강한 상사와 함께 일하며 시너지를 창출하고 해당 지역의 사업을 빠르게 성장시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회사 차원의 총괄적 인사 전략 수립에도 임원 평가는 적극 활용되고 있다. 기업은 자사 임원의 개인별 역량 및 성과에 대한 판단과 함께 총괄적 관점에서 임원진의 경쟁력에 대해 명확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결과를 통해 기업은 임원 경쟁력 향상을 위한 보다 효과적인 인사 전략을 수립할 수 있다.
 
 
선 내부 평가, 후 외부 발탁
일부 회사는 내부 임원 평가를 소홀히 하고 외부 인재 발탁에만 열을 올리기도 한다. 하지만 외부 인재에 대한 무조건적인 의존은 심각한 오류로 이어질 위험이 크다.
 
국내 기업의 일반적인 외부 임원 선임은 3∼5명의 자사 임원들로 구성된 면접관의 한 시간 내외의 면접을 통해 이루어진다. 비전문가가 1시간여의 면접을 통해 후보자의 역량 진위를 판별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다. 임원 역량 평가 전문가인 컨설턴트들도 오류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 예를 들어, 90%의 정확성을 보인다고 하더라도 약 10%의 오류 가능성이 있다. 결국 충분한 검토가 뒷받침되지 않는 외부 임원 선임은 자칫 도박에 가까운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글로벌 헤드헌팅 업체들은 임원 선임 의뢰를 받을 때 외부 인적 자원에 대한 선별 이전에 내부 후보자를 먼저 검토한다. 외부 인적 자원의 선별과 동등한 수준의 역량과 경력 분석을 내부 임원 대상으로 별도로 진행한다. 글로벌 선도 기업은 외부 헤드헌팅 업체가 적임자를 내부에서 가려내면 기여도를 더 크게 평가하기도 한다. 실제로 이곤젠더가 지금까지 전 세계적으로 수행한 임원 선임 중 약 20%는 내부 후보자가 선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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