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 관리의 두 축은 상벌에 의한 관리와 문화에 근거한 관리다. 상벌에 의한 관리는 법가 사상에 근거한 방식으로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정교한 거래로 본다. 구성원에게 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 역량, 성과를 명확히 정의하고, 그에 따른 보상과 벌도 명문화한다. 구성원들이 바람직한 행동을 했는지, 역량을 배양했는지, 성과를 냈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한 후 보상과 벌을 부과하는 방식이다. 동양에서는 성악설을 주장한 상앙, 순자, 한비자 등이, 서양에서는 경제적 인간관을 주장하는 경제학자들이나 경영학의 아버지라 일컬어지는 프레드릭 테일러 등이 이 방식의 사상적 기초를 다져놓았다.
문화에 근거한 관리는 유가 사상에 뿌리를 두고 있다. 동양에서는 성선설을 주장한 맹자가, 서양에서는 미국 경영학자 더글라스 맥그레거나 인간관계론, 조직심리학을 연구하는 학자들이 이 분야의 사상적 기초를 다졌다. 이 접근법은 조직과 개인의 관계를 가족 구성원과 유사한 관계로 본다. 바람직한 조직 문화를 만들어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에 헌신하도록 만드는 게 핵심이다. 기업의 성장과 발전을 위해 조직원 개인이 열심히 일하고 공헌하는 걸 당연하게 만든다는 뜻이다.
작은 조직에서는 명시적 평가나 보상 체제 없이 좋은 조직 문화만으로도 기업을 잘 운영할 수 있다. 그러나 거대 조직에서는 상벌에 근거한 관리와 문화에 근거한 관리 방식이 둘 다 필요하다. 그러려면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은 인사 평가 시스템이 필수적이다. 이 평가를 바탕으로 기업의 성장과 발전에 공헌한 사람에게 더 많은 보상을 해줄 때, 기업 전체의 성장 및 발전 가능성이 높아지고, 바람직한 조직 문화도 만들어지기 때문이다. 신뢰성과 타당성이 높은 인사 평가 시스템이야말로 조직의 비전 성취, 전략 실행, 바람직한 조직 문화 구축에 가장 필요한 도구다.
고성과 조직을 위한 인사 평가 시스템
고성과 조직을 만들려면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문화 전략을 인사 평가 시스템에 철저히 반영해야 한다. 무조건 원대한 비전, 이상적인 조직 문화, 멋진 성장 전략을 설정하라는 뜻이 아니다. 조직의 각 부문, 팀, 개인들이 기업이 추구하는 목표에 맞는 행동을 하고, 역량을 쌓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뜻이다. 이를 위해서는 기업의 비전, 문화, 전략의 실행을 위해 조직의 각 부문이 해야 할 일을 명확히 설정하고, 각 부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하위 부문이나 팀, 개별 구성원들이 해야 할 일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
이를 바탕으로 조직의 각 구성 단위가 각각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했는지를 평가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상을 해야 한다. 그래야 말단 직원들의 이해관계, 관리자들의 이해관계, 최고경영자(CEO)의 이해관계, 기업의 이해관계가 일치할 수 있다. 기업의 모든 구성원이 그 기업이 추구하는 비전, 문화, 전략의 실행을 위해 한 방향으로 움직일 때만 고성과 조직이 될 수 있다는 뜻이다.
한국 기업의 인사 평가 시스템이 지닌 가장 큰 문제는 기업이 추구하는 전략이나 조직 문화가 인사 평가 시스템과 상당한 괴리를 지녔다는 점이다. 이 문제점을 어떻게 극복할지를 GE와 시어스 백화점의 사례로 논의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