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 주에서 초등학교 4학년 학생들 시험에 낸 적이 있는 문제입니다. 재미있죠? 물론 당시 그 시험에서 답은 당연히 1번 ‘빨리 끝난다’였죠. 저는 이 일화를 매우 좋아합니다. 우리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어릴 때부터 팀워크의 장점만 배운다는 걸 잘 보여주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대개 팀을 구성해야 민주적이고 효율적으로 일을 마무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팀을 꾸리면 마법이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데는 저도 동의합니다. 이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우수함이나 아름다움을 지닌 비범하고 집합적인 무언가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이죠.
문제는 그게 전부가 아니라는 겁니다. 팀 구성이 오히려 저조한 성과를 낸다는 연구 결과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조화나 동기 부여에 관한 문제들이 협동의 장점을 갉아먹기 때문입니다. 팀원 간의 결속력이 강하고 응집력이 있어도 다른 팀과의 경쟁 때문에 조직 전체에는 부정적인 효과를 미칠 때도 있습니다. 즉 팀을 이루면 시작부터 불리한 상황에 처할 가능성이 높고, 아예 팀을 구성하지 않았을 때보다 못한 결과가 나오기도 합니다.”
팀이 성공하려면 진정한 팀이 돼야 한다고 말씀하셨는데 무슨 뜻인가요?
“팀의 경계가 분명해야 한다는 뜻입니다. 대수롭지 않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팀의 리더가 되려는 사람은 반드시 자신의 팀 구성원이 어떤 사람인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어야 합니다. 최근 발표한 제 책 <고위 리더십 팀(Senior Leadership Teams)>에서 저는 루스 웨이지먼, 데브라 누네스, 제임스 버루스와 함께 세계 각국에서 활동하는 120개가 넘는 팀에 관한 데이터를 수집, 분석했습니다. 조사 결과 당연하게도 거의 모든 팀이 해당 팀의 업무에 관한 명확한 경계를 세워뒀다고 생각한다는 사실을 발견했습니다. 하지만 그 경계를 설명해보라고 했을 때, 팀의 범위에 대해 일치하는 의견을 보인 팀원은 10% 미만에 불과했습니다. 게다가 우리의 조사 대상은 대부분 고위 경영진으로 구성된 팀이었습니다. 놀랍지 않으세요?
팀의 경계가 모호한 건 최고경영자(CEO) 때문일 때도 많습니다. CEO는 자신이 배타적이라는 인상을 주기 싫어서, 혹은 다른 정치적인 이유 때문에 불필요한 사람들마저 팀에 넣을 때가 있습니다. 이건 최악이죠. 제 기능을 할 수 없는 팀이 만들어지니까요. 효율적으로 팀을 꾸리려면 팀원을 뽑을 때 냉정하게 결정해야 합니다. 필요하지도 않은 인물을 상대방이 원한다고 팀의 일원으로 넣어주면 절대 안 됩니다. 반대로 그 팀에서 원치 않는 사람이라도 필요하다면 강제로라도 팀에 넣어야 합니다.
대형 금융 서비스 업체의 사례를 보죠. 그 기업의 최고재무책임자(CFO)는 팀에 악영향을 미치기로 소문난 사람이었습니다. 때문에 최고집행위원회에서 배제됐죠. 실제 그 CFO는 팀워크가 부족했고, 팀원들과 협력해 공동의 해결 방안을 찾아내길 원치 않았습니다. 때문에 그가 참여하는 팀은 모두 문제에 부딪혔습니다. 하지만 이 CFO는 개별 경영진으로서의 업무는 훌륭히 수행했죠. 결국 CEO는 문제가 되는 CFO를 경영진의 자리에 앉혀두되, 최고집행 팀에서는 배제시켰습니다. CFO도 처음에는 마음의 상처를 입었지만, 결국 지루한 팀 회의에 참석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빠지고 나서 팀이 더욱 훌륭한 성과를 낸다는 사실에 만족했습니다.
이 방식이 먹혔던 이유는 CEO가 최고집행위원회 회의를 전후로 CFO와 많은 대화를 나눴기 때문입니다. CEO는 CFO의 의견을 충분히 숙지하고 회의에 참석했습니다. 덕분에 그 CFO가 회의에 참석하지 않은 후부터 해당 기업의 최고집행위원회는 진정한 팀으로 거듭날 수 있었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