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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arning 2.0, 기업 교육도 바꿔야 산다

김덕중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지식 근로자(knowledge worker)’ 란 개념을 피터 드러커가 주창한 지 정확히 50년이 지났다. 그는 단순히 매뉴얼에 따라 일하지 않고 전문적 지식을 기반으로 일하는 새로운 근로의 형태를 이야기했다. 지식 근로자의 개념과 역할은 지금도 중요하다. 특히 2000년대 초부터 도입된 지식 경제는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지식 근로자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지금까지 많은 기업이 지식 근로자를 관리하고 육성하려는 노력을 해왔다. 하지만 이런 노력은 다른 종류의 기업 혁신(SCM, CRM, ERP)과 비교해볼 때 큰 진전이 없다. 기업이 지식 근로자를 다루는 방식은 아직도 ‘똑똑한 사람을 고용해 그대로 놔둬라’는 차원에 머물러 있다. 즉 많은 기업들이 채용 단계에서는 상당히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심리학이나 철학 등 다양한 학문적 지식을 동원하면서도, 막상 채용을 하고 나면 구태의연한 교육 훈련을 거듭하고 있다.
 
이런 방식은 1990년대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유효했다. 그때까지만 해도 경영의 관심이 생산성과 표준화, 효율적 관리에 맞춰져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는 지식 근로자의 교육과 육성에 새로운 패러다임이 필요한 시기가 됐다. 기업의 생존 키워드가 생산성과 표준화에서 창의성으로 옮겨갔기 때문이다. 지식 근로자에게 보장해줘야 할 자율성도 이러한 창의성을 기반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지식 근로자의 업무 형태 변화
현대 기업의 업무 내용은 이전과 완전히 달라졌다.
 
 

 
첫째, 최근의 기업 업무는 개인 중심에서 협업 중심으로 변하고 있다. 예전의 기업(특히 대기업) 조직원들은 자신이 맡은 ‘담당 업무’만 잘하면 인정받을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기업의 글로벌화와 정보기술(IT)의 발달로 다른 직원이나 부서와 함께 처리해야 하는 일이 급증하고 있다(결재나 의사결정 프로세스는 단축되지만, 협업하고 공동으로 대응하는 업무는 늘어나는 추세다).
 
둘째, 업무에 필요한 지식과 정보의 양이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늘어났다(이게 바로 개인적 업무보다 협업이 더 필요한 이유다). 기업 내의 정보량은 매년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IDC 보고서에 따르면, 2011년에는 기업이 보유한 정보의 양이 7개월 만에 2배가 된다고 한다. 요즘 대학생들은 예전과 달리 구글이나 위키피디아가 없으면 리포트를 작성하지 못한다고 한다.
 
셋째, 협업의 중요성이 늘어난 동시에 개인 업무의 복잡성과 강도도 무척 높아졌다. 따라서 같은 업무에서도 개인별로 필요로 하는 교육의 내용이 매우 다양해졌다. 특정 업무와 관련한 집체 교육의 효용성이 점점 떨어진다는 말이다.
 
기업 교육의 변화
여기서 중요한 것은 앞의 3가지 변화가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과 밀접히 연관돼 있다는 점이다. 기업은 3가지 변화에 모두 대응할 수 있어야 지식 근로자의 생산성을 높일 수 있다. 그렇다면 이를 위해 교육·육성 방법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첫째, 개인의 니즈를 반영한 맞춤형 교육을 실시해야 한다. 지식 근로자의 교육에 혁신이 필요하다는 사실은 기업 교육 니즈의 롱테일(long tail)에서 잘 나타난다.(그림2) 아마존이나 Mp3.com의 경우처럼, 기업 교육에 대한 니즈도 이전의 보편적 집체 교육에서 벗어나 꼬리가 점점 두꺼워지는 모습을 보인다. 꼬리 부분에 있는 교육 중 대부분은 팀의 업무 또는 개인의 니즈와 관련된 세분화된 주제의 것들이다. 다시 말해 오늘날의 지식 근로자들은 정형화되고 정규화된 교육이 아니라, 자신에게 필요한 특정 지식을 신속한 방법으로 익힐 수 있는 교육을 더 많이 원한다.
 
둘째, 이런 교육을 시간과 공간의 제약 요소 없이 시행할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의 지식 근로자들은 업무와 학습을 동일시하며(work embedded learning), 교육을 위해 별도의 시간을 내기 어려울 정도로 바쁘게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필요한 것이 바로 IT 기술을 이용한 다양한 e러닝 솔루션이다. e러닝은 정해진 시간과 장소가 아니더라도 아무 때나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비공식성(informality)을 지닌다. 참고로 IBM은 비정규 교육의 비중을 80%까지 높일 계획이다.
 
셋째, 교육에 협업과 소통 개념을 접목해 구성원들이 방대한 정보를 공유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협업 개념의 교육은 자습(自習) 일변도로 흐를 수 있는 비공식적 교육의 단점을 극복하게 해준다. 이것이 바로 웹 2.0이 결합한 ‘러닝 2.0(learning 2.0)’이다. 러닝 2.0은 첫째와 둘째 포인트도 동시에 충족해준다.(표1)
 
 

Learning 2.0 솔루션
여기서는 앞의 3가지 포인트를 모두 반영한 실제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바로 IBM이 2007년 도입한 ‘패스잇온(Pass it On·PiO)’이란 교육 시스템이다. 이것은 교육을 위해 소셜 네트워킹(social networkin)과 셀프 퍼블리싱 모델(self publishing model) 같은 웹 2.0의 장점을 구현한 도구다. 물론 IBM이 전사적 교육 관리 시스템(Learning Management System·LMS)을 버리고 완전히 새로운 방법을 적용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PiO는 직원들이 언제, 어디서나 편하게 교육에 참여하고, 나아가 즐겨 접속하는 프로그램으로 자리매김했다.(그림3)
 
 

 
기본 개념 PiO의 기본 개념은 너무나 단순한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것은 ‘무엇을 배워라’가 아닌 ‘난 이것이 궁금해’다. 또 자료실이나 저장된 매뉴얼이 아니라, 그동안 IBM에서 비슷한 이슈를 먼저 경험한 사람들의 경험이 구성원의 문제를 해결해준다는 점에서 이전 시스템과 차별화된다.
 
PiO의 기본 전제는 직원 누구나 ‘전문가(expert)’가 될 수 있다는 점이다. 즉 모든 직원은 최소 하나 이상의 주제에 대해 다른 사람들과 공유할 만한 ‘전문적 지식(expertise)’을 갖고 있으며, 그들의 전문 지식을 사내의 다른 직원에게 전달할 수 있다.
 
①주제 등록 특정 내용에 대해 알고 싶은 직원은 PiO 게시판에 질문이 아닌 ‘주제(topic)’를 등록하게 된다. 이 주제는 일종의 ‘교육 과정’ 역할을 한다. 이렇게 생성된 주제에는 학습을 원하는 전문가와 기여자(contributor), 학습자(learner)라는 개념으로 회사 구성원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커뮤니티’를 만들게 된다.
 
IBM은 구성원들의 참여를 촉진하기 위해 ‘학습은행(learning bank)’ 개념을 도입했다. 직원들은 다른 구성원에게 얼마만큼 기여했는가에 따라 학습은행 잔고로 돈을 받는다.
 
주제 등록자는 커뮤니티를 구성하기 위해 관련 부서나 직원에게 참여해달라는 메일을 보내거나, PiO의 ‘초대’ 기능을 이용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기존에 비슷한 고민을 해봤거나, 관련 자료 또는 정보를 갖고 있는 구성원들이 커뮤니티에 참여하게 된다.
 
②정보 공유 커뮤니티 구성원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교육용 콘텐츠나 관련 자료, 북마크 등을 공유한다. 이렇게 공유된 지식 덩어리(knowledge nugget)들은 지식 경로(knowledge path)라는 방식으로 연결 고리를 갖게 된다. 즉 단순한 참고 자료 모음이 아닌, 정보의 중요도나 순서에 따른 흐름이 생긴다. 기존 지식이나 정보가 없다면 전문가로 등록한 사람들이 자료를 새로 생성한다. 이 정보에는 개인의 블로그나 위키(wiki·웹 기반 백과사전)가 연결돼 비슷한 정보에 대한 접근성을 더욱 강화하고, 다른 조직 구성원들도 문제 해결에 참여하게 한다
 
③집단 지성 추구 이런 모든 과정은 궁극적으로 IBM의 구성원들이 커뮤니케이션을 통한 ‘집단 지성’으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해준다.
 
아무리 정교하게 잘 만들어진 교육 체계라도 지금 당장 이슈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소용이 없다. 기업 경영과 업무 환경의 변화는 이를 지원하기 위한 새로운 기업 교육 패러다임을 필요로 한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러닝 2.0은 기업이 갖고 있는 집단 지성의 힘을 발굴해 구성원의 비즈니스 이슈를 해결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는 특히 웹 2.0이란 신기술을 단순히 트렌드로만 보지 않고 교육 혁신에 접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이제 우리나라 기업들도 여러 변화의 흐름을 어떻게 기업 교육에 받아들여야 할지 고민하고,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야 한다.
 
편집자주 한국IBM이 ‘러닝 2.0’ 개념을 소개합니다. 러닝 2.0은 기업 업무의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교육·육성 시스템에 웹 2.0 기술을 접목한 것입니다. 이는 집단 지성을 통한 문제 해결 방법론이란 점에서 의의가 있으며, IBM의 사례는 다른 기업에도 많은 시사점을 줄 것입니다.
 
필자는 한국IBM의 기업 교육 전문 컨설턴트(learning consultant)다. 기업 교육의 전략과 인력 육성 방식에 비즈니스 전략을 연계시키는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수행하고 있다. 최근 기업 교육을 웹 2.0 기반으로 확장시키는 업무를 담당하고 있으며, 숙명여대 원격대학원 겸임교수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이러닝 프로젝트 가이드>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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