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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달러와 300센트의 차이

김남국 | 39호 (2009년 8월 Issue 2)
“지금까지 기업들은 ‘직원이나 고객은 합리적 의사결정을 한다’는 가정 아래 사업을 해왔다. 하지만 이제 이 가정을 과감하게 버려야 한다.” <상식 밖의 경제학(Predictably Irrational)>의 저자인 댄 애리얼리 미국 듀크대 교수는 최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 기고문에서 이렇게 주장했다.
 
실제로 기존 주류 경제학의 기본 가정과는 달리 인간이 대단히 비합리적으로 의사결정을 한다는 경제학, 경영학, 심리학 연구가 쏟아지고 있다. 특히 주류 경제학이 최근의 금융위기 원인 및 전망에 대해 뚜렷한 설명을 내놓지 못하면서 행동경제학 등 인간의 비합리성을 연구한 학문 분야들이 더욱 주목받고 있다.
 
이와 관련해 최근 눈길을 끄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연구팀은 심리학 학술지인 최근 호(Vol.20, No.1)에 발표한 논문에서 사람들이 숫자 때문에 비합리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예를 들어 300센트와 3달러는 완전히 똑같은 금액이다. 연구팀은 실제 현실에서 사람들이 300센트와 3달러를 같은 금액으로 생각하는지 알아보기 위해 유명한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상황을 활용했다.
 
연구팀은 실험 참가자가 상대방을 배신하지 않고 협력했을 때 보상으로 3달러를 주거나 300센트를 줬다. 인간이 합리적이라면 두 보상 금액은 정확히 같기 때문에 협력 비율이 거의 비슷해야 한다. 하지만 실험 결과, 300센트를 보상으로 내걸었을 때 협력 비율이 훨씬 높았다. 따라서 300센트를 더 가치 있게 받아들였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연구팀은 더욱 흥미로운 실험도 실시했다. 협력했을 때 보상 체계를 센트로 설정했을 때와 센트와 달러를 혼용했을 때의 태도 변화를 측정한 것. 예를 들어 ‘협력했을 때 3센트 보상’ ‘양쪽 모두 배신했을 때 1센트 보상’ 등으로 정해 실험한 후, 각각의 보상 금액을 300센트와 100센트로 동일하게 100배 높인 다음 실험 참가자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또 다른 실험에서는 100배 높인 보상 금액을 300센트와 100센트 대신 3달러와 1달러로 제시했다. 두 실험 모두 보상 금액을 100배 올렸다는 점에서는 같다. 보상 체계의 단위(센트인지, 달러인지)만이 달라졌을 뿐이다.
 
실험 결과, 3센트에서 3달러로 협력에 대한 보상 금액을 높였을 때에는 협력 비율은 별로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3센트에서 300센트로 보상액을 인상했을 때는 눈에 띄게 협력 비율이 높아졌다.
 
이번 실험 결과는 경제적으로 같은 금액이라 하더라도 사람들은 무의식적으로 더 많은 자릿수의 숫자에 더 큰 가치를 둔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이런 인간의 인식이 실제 의사결정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함께 밝혀졌다.
 
이 연구는 인간이 합리적이라는 가정을 버려야 한다는 애리얼리 교수의 조언이 의미 있음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줬다. 직원들에 대한 인센티브 구조를 정하거나, 고객들에게 추가 혜택을 제공하는 마케팅 활동을 기획한다면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 경제적 가치뿐만 아니라 숫자 자체의 가치도 함께 고려하면, 원하는 방향으로 고객이나 직원들의 선택을 유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인간의 비합리성을 더 잘 이해하는 기업이 승리하는 시대다.
  • 김남국 김남국 | - (현)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장
    -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편집장
    - 한국경제신문 사회부 정치부 IT부 국제부 증권부 기자
    - 한경가치혁신연구소 선임연구원
    marc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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