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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현만 커리어케어 대표 인터뷰

최고의 인재? 최적의 인재가 답이다

DBR | 39호 (2009년 8월 Issue 2)
“한국 기업의 채용 과정에서 많은 문제점이 나타나는 이유는 조직의 가치에 동의하는 사람이 아니라 직무나 보상에 동의하는 사람을 뽑기 때문입니다. 회사의 최고 인재를 채용 팀에 배치하고, 천편일률적인 공개 채용이나 집단 면접 방식도 확 바꿔야 합니다.”
 
국내 최대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의 신현만 대표가 내놓은 충고다. 신 대표는 10년 동안 국내외 주요 기업 4000여 곳에 최고경영자(CEO)나 임원 등 핵심 인재를 추천하는 일을 해왔다. 그는 기업들이 말로는 인재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그 첫 단추인 채용에는 별다른 투자를 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면접의 핵심은 직무 능력이 아닌 지원자의 성실성(integrity)과 자세(attitude)를 평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 기업의 채용에서 나타나는 가장 큰 문제점은 무엇입니까?
 
“회사가 지향하는 기업 가치와 걸맞는 인재를 뽑지 못한다는 겁니다. 최고의 인재(best people)보다 최적의 인재(right people)을 뽑아야 하는데, 누구나 최고의 인재만을 뽑으려 한다는 게 문제입니다. 삼성, LG, 현대, SK가 원하는 인재상은 모두 달라야 합니다. 그런데도 선택하는 사람이 다 똑같아요. 삼성에 뽑힌 사람이 LG에도 뽑히고, 현대에도 뽑힙니다. 누구나 최고의 인재만 선호하다 보니 기업 문화에 맞지 않는 사람들이 입사하고, 결국은 얼마 못 견디고 회사를 떠나고 맙니다. 인재의 유지(retain)가 안 되는 거죠.
 
제가 자주 만나는 대기업 면접 담당관들에게 원하는 인재상이 뭐냐고 물어보면 제대로 대답하는 분들이 거의 없습니다. 회사가 원하는 인재의 평가 기준은 뭐고, 그 기준에 맞는지 맞지 않는지를 알아보기 위해 면접할 때 어떤 질문을 하냐고 물어보면 더더욱 대답을 못하시죠. 굉장히 허술한 채용 과정을 갖고 있는 조직이 의외로 많습니다. 신정아 사건을 보세요. 동국대가 얼마나 큰 조직입니까. 임용 전에 인터뷰를 한 번이라도 제대로 했다면 과연 그런 문제가 발생했을까요?
 
많은 기업에서 신입 사원의 50%가 1년 안에 회사를 그만둡니다. 이렇게 취업난이 심한 상황에서 왜 절반이 넘는 신입 사원이 회사를 그만두겠습니까. 회사의 가치나 조직 문화에 맞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성과와 능력만으로 사람을 뽑기 때문입니다. 성과와 능력으로 입사한 사람들은 다른 회사에서 더욱 좋은 보상을 제시하면 곧바로 회사를 옮깁니다. 때문에 직무 능력 대신 지원자의 성실성과 자세를 평가하는 게 면접의 핵심이 돼야 합니다.”
 
배경이 그다지 훌륭하지 않지만 역량을 갖춘 인재를 잘 활용한 사례가 있나요?
 
“모 기업의 마케팅 담당 임원을 뽑을 때의 일입니다. 후보자 중 한 분은 학력과 경력이 무척 뛰어났습니다. 명문대와 해외 유명 MBA를 졸업했고, 다른 대기업에서 줄곧 기획통으로 일했죠. 하지만 제가 인터뷰를 해보니 ‘이분은 어느 회사를 가도 오래 못 있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분은 무슨 얘기를 해도 항상 ‘나’를 주어로 내세웠습니다. ‘내가 무슨 일을 했는데, 나는 뭘 원하는데…’라는 식으로 말하더군요. ‘이 회사가 A를 요구하는데, 내게 A라는 능력이 있으니 잘 맞을 것 같다’가 아니었어요.
 
반면 다른 후보자는 지방대 출신에 영어도 유창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도 대기업의 주요 부서를 두루 섭렵하는 등 커리어가 매우 훌륭했습니다. 궁금증을 갖고 인터뷰를 해보니, 아니나 다를까 이분은 항상 자신보다 조직의 가치와 발전 방향을 중요하게 여기시더군요. 한마디로 조직에 융화될 줄 아는 분이었죠. 저는 나중 분을 추천했고, 역시 그분이 뽑혔습니다.
 
1970년대 월마트의 창업자 샘 월튼이 후계자를 정할 때의 일입니다. 당시 월마트에는 천재라고 평가받는 론 마이어라는 인재가 있었습니다. 40대 초반에 최고재무책임자(CFO)가 될 정도로 유능했고, 회사 안팎에서도 누구나 그가 월튼의 후계자가 될 거라고 생각했죠. 하지만 월튼은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았던 데이비드 글래스라는 사람을 자신의 후계자로 골랐습니다. 글래스는 평범한 대학을 졸업했고, 경력도 마이어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였죠. 왜 그를 택했냐고 묻는 사람들에게 월튼은 ‘월마트의 기업 문화에 스며들 수 있는 인재는 글래스이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의 선택은 옳았습니다. 글래스는 이후 ‘유통의 신(神)’이라는 평가를 얻으며 월마트의 규모를 월튼 때보다 10배 이상 키웠습니다.”
 
배경이 훌륭하지 않다는 이유로 인재 채용을 거부한 사례는 없었나요?
 
“한 식품 유통회사의 임원 채용을 맡았을 때의 일입니다. 이 회사의 사장님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했는데, 대놓고 엘리트주의를 표방했습니다. 제게도 ‘학력만큼 중요한 요건은 없으니 반드시 우수한 학력을 가진 사람을 뽑아달라’고 신신당부하더군요.
제가 왜 학력 위주로 사람을 채용하냐고 묻자 대답이 걸작이었습니다. ‘학력이 낮은 사람은 자긍심에 문제가 좀 있다. 회사나 조직과의 관계가 좋을 때는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관계가 나빠지면 불평불만이 커진다. 고학력자는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이 크기 때문에, 회사가 자신을 배신하더라도 자기 얼굴에 먹칠할까 두려워 회사에 대한 욕을 하지 않는다’라고 답하시더군요.
 
그 사장님의 주장이 정치적으로 올바르냐 아니냐를 논하자고 이 말을 한 게 아닙니다. 그만큼 원하는 인재상의 기준이 확고한 경영자였음을 알려드리려는 겁니다. 그때 제가 추천하려 했던 인재는 지방대 공대를 졸업했습니다. 비록 학력 조건은 우수하지 않았지만 능력과 인성은 물론, 그 회사의 가치와도 잘 맞는 분이었죠. 아니다 다를까 제가 그분을 추천했더니 사장님이 ‘학력 때문에 뽑아야 할지 말아야 할지 고민’이라고 하더군요. 그래서 저를 믿고 이분을 뽑으시라, 회사에 반드시 이익을 가져다줄 거라고 거듭 설득했습니다. 결국 채용이 이뤄졌고, 이분은 회사의 핵심 인재로 일하고 계십니다. 제 스스로도 얼마나 뿌듯한지 모릅니다. 그 사장님도 아주 만족하고 있고요.
 
삼성그룹을 보죠. 삼성 계열사 사장 중에는 소위 말하는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분도 많습니다. 그런데 왜 천하의 삼성이 이런 분들을 뽑아서 고위 임원까지 시켰을까요. 바로 이병철, 이건희라는 그룹 CEO가 원하는 비전과 가치를 제대로 공유하고 실천할 수 있는 분들이었기 때문입니다. 이런 채용 전략이 오늘날의 삼성을 만들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기업들이 제대로 된 심층 면접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요?
 
“공채 문화 때문입니다. 사실 공개 채용이라는 게 결국 군사 문화의 잔재 아닙니까. 입사 몇 기로 들어왔다는 게 왜 중요한가요. 공채 위주로 인력을 뽑다 보면 조직 내에 어설픈 평등주의가 만연할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요즘 많은 대학들이 실시하는 입학 사정관 제도를 보세요. 알량한 전형 자료 하나로만 학생을 선발하는 게 얼마나 위험합니까.
 
인재가 기업을 찾아오게 만들지 말고, 기업이 인재를 찾아 나서야 합니다. 우수 학생을 자사에 데려오고 싶으면 기업의 채용 담당자도 각 학교를 수시로 찾아가야 합니다. 판에 박힌 입사 설명회를 하라는 게 아닙니다. 동아리 활동 등을 지켜보면서 괜찮은 학생들을 꾸준히 관찰한 뒤 그 학생과 인간적인 교분을 맺고, 그 스스로 우리 회사를 선택할 수 있게 유도하십시오.”
 
우수 인재를 채용할 수 있는 창의적인 방법에는 어떤 게 있을까요?
 
“조직의 채용 문화부터 확 바꿔야 합니다. 한국 기업에서는 채용 담당자의 직급이 매우 낮습니다. 심지어 HR 부서 내에서도 성과 보상이나 평가를 담당하는 쪽에만 우수 인재가 대거 몰려 있습니다. 반면 채용 담당 직원이 하는 업무는 입사 공고를 내고 지원자들의 서류나 가려내는 허드렛일로 평가받죠. 정말 잘못된 생각입니다. 회사의 핵심 인재를 채용 팀에 보내야 합니다. CEO의 의지와 결단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채용 팀에는 무려 300명이 넘는 직원들이 일하고 있습니다. 이 많은 직원들이 미국 전역을 샅샅이 누비며 좋은 인재를 구하려 애씁니다. MS가 괜히 오늘날 세계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게 아닙니다. 일반적으로 교육자들은 교육(후천적 요인)과 사람의 능력(선천적 요인)이 5 대 5의 비율로 중요하다고 평가합니다. 하지만 채용 전문가인 저는 인재 채용에서만큼은 선천적 요인이 후천적 요인보다 중요하다고 봅니다. 일단 우수한 인재를 뽑는 게 더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우수 인재를 발굴해야 교육도 쓸모가 있습니다. 많은 CEO들이 사람의 중요성을 강조하지만, 그 첫걸음인 채용에 관심을 갖지 않는다면 어떻게 우수 인재를 키울 수 있겠습니까.”
 
면접에서도 상당수 질문과 답변이 매우 도식적인데요.
 
“많은 면접관이 위기 상황이나 돌발 상황에서의 대처 능력을 보겠다는 이유로 일부러 지원자들에게 곤란한 질문을 던지곤 합니다. 그러나 이런 식의 압박 면접은 매우 위험한 결과를 낳을 수 있습니다. 강압적으로 질문을 던져 답을 끌어내려다 보면 잘못된 정보를 얻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죠. 지원자들이 정말 자신의 마음속에 떠오른 답을 하기보다는 면접관이 원하는 답을 내놓을 때가 많다는 뜻입니다. 거센 바람으로는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없지만, 따뜻한 해가 나오면 나그네 스스로 외투를 벗는다는 우화가 왜 나왔겠어요.
 
따라서 면접은 최대한 편안한 분위기에서 이뤄져야 합니다. 그래야 그 사람에 대한 최대한의 정보를 끌어낼 수 있습니다. 미국 기업들은 식사나 심지어 술자리를 함께하는 면접을 진행하기도 합니다. 면접자가 ‘이게 면접이야?’라고 생각할 정도로 편안한 분위기에서 면접이 이뤄지기 때문에 오히려 상상하지 못했던 정보를 들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같은 의미에서 여러 명이 한꺼번에 면접을 보지 말고 1명씩 면접을 보는 게 좋습니다. 휴렛팩커드(HP)는 한 사람을 뽑기 위해 총 일곱 차례 면접을 실시합니다. 이때 면접자 1명당 4명의 면접관이 배정됩니다. 그만큼 상세하고 심층적인 면접이 가능해지죠. 반면 1명의 면접관에 4명의 후보자가 배정된다면 어떨까요? 결국 어느 학교 나왔고, 토플 점수는 몇 점이며, 자격증은 뭐가 있는지나 물어보다 면접이 끝날 겁니다. 이런 식의 무의미한 집단 면접을 할 바에는 차라리 서류 심사로 채용을 끝내는 게 낫습니다.”
 
좋은 면접관은 어떤 사람인가요?
 
“추임새를 잘 넣는 사람입니다. 면접자가 어떤 경력 사항을 말했을 때 ‘와, 이런 일도 하셨나요? 참 대단하시네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면접관이 돼야 합니다. 그런 말을 듣고 기분이 좋아진 면접자가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면, 이 사람이 채용할 만한 인재인지 아닌지를 대번에 판별할 수 있습니다. 면접관이 조금 추임새를 넣어줬다고 자기 자랑을 떠벌리는 이도, 들뜬 분위기에서 하지 말아야 할 얘기를 하는 이도 있을 겁니다. 반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 능력보다는 여러분들의 도움이 있었습니다’라고 공손하게 답하는 사람도 있겠죠. 어떤 사람을 뽑아야 할지는 말 안 해도 아실 거고요. 면접자가 말하고 싶어 하지 않는 정보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최고의 면접관입니다.
 
또한 좋은 면접관은 자신이 회사의 얼굴이라는 인식을 강하게 가져야 합니다. 면접자와의 만남이 단지 오늘의 면접에만 그치지 않고 언제, 어떤 인연으로 이어질 수도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고 행동하십시오. 우리 회사에는 필요 없는 인재라 해도 그 사람에게 자사에 대한 좋은 이미지를 각인시켜주는 게 중요합니다. 그러려면 최대한 면접자들을 존중해야 합니다. 시험을 보듯 면접을 진행하거나, 윽박지르거나, 강압적으로 면접을 하는 건 싸구려 면접에 불과합니다. 한국 기업, 특히 대기업에 지원할 정도면 이미 능력 면에서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결국 지원자의 잠재력과 해당 기업의 조직 문화가 얼마나 일치하는지가 중요한데 군대 식의 채용 방법을 사용하면 안 되죠. 고급 인력을 뽑는 최선의 방법은 고급 인력에 걸맞는 대우를 해주는 겁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김승환 인턴연구원(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신현만 대표는 서울대 영어교육과와 한양대 언론정보대학원을 졸업했다. 한겨레신문 기자와 한겨레커뮤니케이션스 초대 사장을 역임했으며, 기업 평가 및 컨설팅 사업을 전개했다. 현재 헤드헌팅 회사인 커리어케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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