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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 인터뷰

응답자에게 ‘스토리텔링’ 이끌어내는 게 핵심

DBR | 39호 (2009년 8월 Issue 2)
“그 사람 어때?”
국내 기업인들이 평판 조회를 할 때 던지는 전형적인 질문이다. 주로 경력 채용의 막바지 단계에서 평판 조회를 진행하는데, 주먹구구식 질문을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후보자의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기업이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평판 조회를 통해 이력서와 면접에서 알게 된 후보자 정보가 사실인지를 확인하고, 후보자의 인성과 전문성을 두루 살펴봐야 한다고 강조한다.
 
헤드헌팅 전문가인 유순신 유앤파트너즈 대표는 “평판 조회에 필요한 질문 매뉴얼을 미리 구체적으로 만들어놔야 후보자에 대한 체계적이고 객관적인 검증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동아비즈니스리뷰(DBR)는 8월 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사무실에서 유 대표를 만나 평판 조회 방법에 대해 들어봤다.
 

 
 
채용 과정에서 평판 조회가 얼마나 중요합니까?
 
“면접이 후보자의 ‘앞모습’이라면 평판은 ‘뒷모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면접을 할 때는 얼마든지 자신을 보기 좋게 포장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뒷모습을 정확히 파악해야 그 사람의 실체에 접근할 수 있죠. 후보자와 오랜 기간 함께 일했던 사람들을 통해 후보자의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협업 능력 등을 꼭 확인해야 합니다. 최종 합격자를 가릴 때 면접과 평판의 중요성이 각각 50%라고 생각합니다. 즉 평판 조회를 제대로 하지 않고 면접만으로 합격자를 가리는 것은 ‘반쪽의 인재’를 뽑는 것밖에 안 됩니다.”
 
평판 조회를 할 때 후보자로부터 동의를 얻어야 하나요?
 
“반드시 동의를 얻어야 합니다. 물론 채용에 앞서 ‘업계에서 누가 일을 잘하느냐’와 같은 간단한 정보를 알아볼 때는 동의를 얻을 필요가 없겠죠. 하지만 최종 합격자 후보군 가운데 1명을 선발해야 하는 상황에서는 평판을 조사해도 되는지 후보 모두에게 동의를 구해야 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평판 조회 과정에서 후보자가 이직을 준비 중이라는 사실이 현(現) 직장에 알려질 경우 24시간 안에 소문이 퍼져요. 그러면 이직이 결정되기도 전에 현 직장을 더 이상 다닐 수 없게 되고, 심하면 소송에 휘말릴 수도 있습니다. 때문에 해외에서는 평판 조회에 앞서 후보자의 동의를 얻는 게 보편적입니다. 기업에서 후보자의 동의를 얻지 않은 채 평판을 알아보다가 고소를 당한 해외 사례들도 있어요. 국내엔 아직 평판 조회 문제로 고소당한 기업은 없지만 각별히 주의해야 합니다.”
 
평판 조회를 할 때 누구를, 몇 명이나 만나야 할까요?
 
“반드시 후보자와 함께 일해본 사람, 즉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을 통해 360도 평가를 해야 합니다. 특히 상사에게는 충성도와 애사심, 업무 능력을, 동료에게는 팀워크 능력을, 부하 직원에게는 리더십 역량을 중점적으로 물어봅니다. 간혹 상사, 동료, 부하 직원의 평가 결과가 극단적으로 갈리는 사람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상사는 후보자를 전반적으로 탁월하다고 평가하지만, 부하 직원은 최악이라고 여기는 사례가 있죠. 이럴 땐 다른 사람들을 대상으로 다시 한 번 평판 조회를 진행해 객관성을 높여야 합니다.
 
평판 조회를 할 때 응답자를 보통 3명 정도 확보하지만, 간혹 객관적이고 뚜렷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 때나 최고경영자(CEO)를 뽑을 때는 10명 이상을 접촉하기도 합니다. 보통 응답자를 직접 찾아가 대여섯 시간 정도 인터뷰하고, 시간을 많이 내기 어려운 고위직은 한두 시간 정도 만납니다.
 
임원급 이상을 뽑는다면 회사 외부에서의 네트워킹 능력이 얼마나 좋은지 철저히 확인해야 합니다. 정계, 학계, 각종 위원회, 법조인, 언론인 등과의 관계를 세세히 알아보는 것이죠.”
 
평판 조회 응답자를 선정하는 요령이 따로 있나요?
 
“후보자가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는 사실이 현재 직장에 알려지면 안 될 경우에는 후보자의 예전 직장 위주로 접촉합니다. 앞에서 평판 조회 시에는 후보자의 동의를 꼭 얻어야 한다고 말했듯이, 우선 후보자에게 본인과 가깝게 지냈던 사람을 5명 정도 추천해달라고 부탁합니다. 그리고 평판 조회 담당자가 따로 5명을 찾아내 총 10명의 응답자 후보를 확보합니다. 이 가운데 무작위로 3명 정도 골라 인터뷰를 합니다. 비교적 객관성을 확보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이와 달리 해외 기업들은 후보자가 추천한 사람들 중에서만 평판 조회 응답자를 정합니다. 대신 추천자를 많이 달라고 하여 그중에서 무작위로 고르지요.”
체계적인 평판 조회를 위해서는 응답자에게 후보자에 대해 어떤 질문을 해야 할까요?
 
“우선 사내에 질문 매뉴얼을 공식적으로 만들어놓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담당자가 주관이나 상황에 따라 평판 조회 질문을 달리하는 것을 방지하고 객관성을 높이기 위해서입니다. 질문 매뉴얼의 주요 항목으로는 전문성,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창의성, 도덕성, 노사 관계 등이 있고, 각 항목별로 질문을 10여 개씩 만들어놔야 합니다.
 
질문은 구체적으로 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지방색이 강한가’ ‘상사나 부하 직원에게 책임을 미루는 경향이 있나’ ‘유머 감각이 있나’ ‘약속 시간을 잘 지키나’ ‘언제 어떤 성과를 냈는가’ ‘스트레스는 어떻게 푸는가’ ‘술버릇은 어떤가’처럼 상세하게 질문지를 만듭니다.
 
물론 매뉴얼의 각 항목은 회사가 요구하는 인재상이나 회사 상황에 따라 충분히 조정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여러 회사가 한꺼번에 인수합병(M&A)돼 하나의 회사가 만들어졌다고 합시다. CEO 후보자의 평판을 알아본다면 조직 장악 능력, 커뮤니케이션 능력, 리더십 역량을 특히 중요하게 알아봐야겠죠. 외국계 기업의 CEO 후보자라면 글로벌 마인드와 글로벌 네트워킹 역량은 어떤지를 중점적으로 파악해야 합니다.
 
응답 내용을 종합한 후에는 분석 과정을 거칩니다. 각 항목별로 점수를 매기고 그래프를 만들어 합격 후보자들의 최종 점수를 쉽게 비교할 수 있도록 가시화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평판 조회 대상자 각각의 장단점과 특이 사항을 적는 것은 물론, 평판 조회를 담당한 사람의 의견도 추가합니다. 예를 들어 후보자가 과거에 금전적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알아냈다면 평판 조회 결과 보고서 맨 앞에 그 사실을 적어야겠죠.”
 
응답자가 몸을 사리기 위해 후보자의 좋은 점만 말해주려는 경향이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평판 조회를 한다고 하면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후보자가 거의 합격된 상황이라고 여겨 이왕이면 좋은 이야기만 해주려 해요. 또 아주 짧게 단답형으로만 응답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법조인들은 법에 저촉될까 우려해 조심스럽게 대답하는 편이죠. 때문에 평판 조회를 할 땐 응답자로부터 ‘스토리텔링’을 이끌어내는 게 핵심입니다. 후보자의 장점이 있다면 그것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가 있었는지를 치밀하게 물어보는 식입니다.”
 
후보자의 평판을 조회하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항상 보안을 유지해야 하나요?
 
“상황에 따라 다른데요. 예를 들어 공공기관장 후보는 이미 언론에 보도되기 때문에 공개적으로 평판을 알아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보자가 현 직장에 비밀로 하고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면, 응답자들에게 철저히 보안을 유지해달라 부탁하고 때로는 서명까지 받습니다.”
 
업무 능력과 인성 외에 ‘사생활’까지 알아봐야 할까요?
 
“사생활에 대해 알아보는 것은 매우 중요합니다. 성희롱, 금전적 비리, 범죄 경력 등 사회에서 지탄받을 만한 사건이 있었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특히 임원급 이상은 사생활이 깨끗하지 않으면 회사에 큰 피해를 줄 가능성도 있습니다.”
 
대개 경력직이나 임원급 이상을 뽑을 때 평판 조회를 한다고 알려져 있는데, 신입 사원의 평판도 조회하나요?
 
“3년 전에 어느 기업의 신입 사원 공채에서 임원 면접 때 제가 전문가 자격으로 함께 들어간 적이 있습니다. 성적, 실력, 성격 모두 좋아 합격이 보장된 학생이 있었는데 이력서를 보니 경력이 6개월 동안 비어 있더군요. 그 시기에 뭘 했냐고 묻자 “이 회사에 너무 들어가고 싶어 준비하고 있었다”고 답했는데 느낌이 좀 이상하더라고요. 그래서 이 학생의 평판을 한번 조회해보라고 조언했죠. 학교의 교수와 친구들에게 알아보니 그 기간 동안 다른 회사에 몇 달 다녔더라고요. 그런데 배치된 부서가 마음에 안 든다고 계속 불평을 하다가 그 회사에 통보도 하지 않고 갑자기 그만뒀더군요. 이 학생은 첫째로 면접에서 거짓말을 했고, 둘째로는 이전 회사에서 불미스러운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결국 최종 단계에서 불합격했습니다. 이처럼 상황에 따라서는 신입 사원의 평판 조회가 필요할 때도 있습니다.”
 
업무 실력은 뛰어나지만 평판이 안 좋게 밝혀져 불합격한 사례를 말씀해주세요.
 
“별의별 상황이 참 많습니다. 최종 합격자 후보 단계에서 조사해보니 가정을 2개 꾸리고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불합격한 사례도 있어요. 면접을 할 때 후보자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는다면, 하루 종일 등산을 데려간다든지 해서 오랜 시간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편집자주 이 기사의 제작에는 동아일보 미래전략연구소 김승환 인턴연구원(서강대 경영학과 4학년)이 참여했습니다.
 
유순신 대표는 성신여대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핀란드 헬싱키경제대 경영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1978년 대한항공 승무원으로 사회에 첫발을 내디딘 후, 프랑스 기업 프라마톰코리아 행정관 보좌역, 미국 기업 NCH코리아 영업부장을 거쳐 1992년부터 유니코서치에서 국내 여성 헤드헌터 1호로 활동했다. 2003년 헤드헌팅 및 인력 개발 서비스 전문회사 유앤파트너즈를 설립해 대표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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