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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형철 SK와이번스 2군 감독 인터뷰

말 많은 선수는 조언 안 듣죠. 자질은 기본, 태도가 중요합니다

DBR | 39호 (2009년 8월 Issue 2)
프로야구 시즌이 시작되면 8개 구단은 6개월 동안 전국을 돌아다니며 무려 133경기를 치러야 한다. 1군 프로야구 팀에는 20명이 넘는 선수, 포지션별 코칭 스태프, 여러 명의 구단 직원들이 있다. 1군 감독은 이런 대부대를 통솔해야 한다. 몸이 10개라도 모자란다. 따라서 1군 감독이 선수를 직접 발굴하고 선택하기는 매우 어렵다. 유망주를 발굴하고 기량을 다듬는 역할은 주로 2군 감독이 맡는다.
 
때문에 유망주 육성과 발굴을 담당하는 2군 감독의 자리는 매우 중요하다. 2007, 2008년 연속 한국 프로야구를 제패한 계형철 SK와이번스 2군 감독은 ‘야구의 신(神)’이라 불리는 김성근 1군 감독을 2006년 말부터 보좌하고 있다. ‘주전 무한 경쟁 체제(플래툰 시스템)’로 팀을 운영하는 김 감독의 보좌관답게 계형철 감독 역시 2군의 모든 선수에게 철저한 경쟁을 강조하고, 그 결과를 수시로 1군에 보고한다. 적어도 SK와이번스에서는 기회가 주어지지 않아 성공할 수 없었다는 핑계는 통하지 않는다.
 
계형철 감독이 유망주를 평가할 때 가장 큰 비중을 두는 부분은 의외로 ‘말(言)’이다. 스포츠의 특성상 타고난 신체 조건이나 역량도 중요하지만, 말이 많은 선수는 언제든 문제를 일으켜 본인과 팀 전체에 손해를 끼친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코칭 스태프의 조언을 겸허히 받아들이고, 고된 훈련을 묵묵히 소화할 수 있는 선수를 뽑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없이 많은 무명 선수를 발굴해 스타로 키워낸 계형철 감독의 인재 선발 노하우를 들어봤다.
 

 
고등학교 시절 ‘초(超)고교급 선수’라며 주목받는 유망주가 프로에서 성공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왜 그런가요?
 
“어렸을 때부터 주목받았다는 건 소질 자체는 충분하다는 뜻입니다. 문제는 그 소질을 발휘하게 해줄 지도자를 만나느냐, 또 그런 지도자를 만났을 때 지도자가 원하는 대로 순순히 움직여주느냐 하는 것이죠.
 
많은 스카우터들이 겉으로 보이는 체격이나 힘이 좋아 보이는 선수를 선호합니다. 하지만 체구가 작은 선수라고 홈런을 치지 못하는 건 아닙니다. 홈런 타자가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선구안, 판단력, 회전력, 순발력인데 신체 조건이 뛰어나다고 반드시 회전력과 순발력이 뛰어난 건 아니니까요. 물론 단순히 스카우터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한국 야구의 인력 풀이 워낙 적거든요. 하지만 눈에 보이는 조건보다 보이지 않는 조건을 감안해 선수를 선발하는 풍토가 아쉽습니다.”
 
감독님이 선수를 뽑을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요건은 무엇입니까?
 
“순발력, 지구력 등을 포함한 총체적인 신체 조건, 과거 지도자, 가정 환경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합니다. 가정 환경은 선수의 집중력과 성격에 대한 판단 기준이 되기 때문에 앞의 두 요인만큼 중요합니다. 요즘에도 그런 일이 있냐고 하시겠지만, 아직도 어렸을 때 자식을 버리다시피 했다가 유명 선수가 된 후 구단에 찾아와 ‘내 아들 내가 관리하겠다’며 돈을 내놓으라는 부모가 있습니다. 물론 가정 환경이 불행한 건 그 선수의 책임이 아니죠. 하지만 구단 입장에서는 막대한 돈을 투자해야 하기 때문에 위험관리를 철저히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한 가지 능력이 특별한 선수와 모든 능력을 두루 갖추고 있는 선수 중 굳이 하나를 뽑으라면 저는 하나의 장점이 뚜렷한 선수를 선호합니다. 한마디로 모든 면에서 90점을 받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보다는 하나는 100점, 하나는 60점을 가진 선수가 좋습니다. 어느 한 조건이 특별히 뛰어나면 단기간 내 빠른 성장이 가능해요. 나머지는 훈련을 통해 조금씩 보완하면 됩니다. 한국 지도자들의 수준이 세계적이기 때문에 단점을 보완하는 일은 큰 문제가 아닙니다. 타고나지 않은 장점을 만들어줄 수는 없지만요.”
 
말 많은 선수를 뽑지 않는다고 들었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말이 많은 선수들은 코칭 스태프의 조언을 잘 듣지 않을 때가 많아요. 훈련이나 경기 중 지시 사항이 아니라 평소 생활 습관을 얘기하는 겁니다. 사실 다들 성인이고, 돈을 받고 활동하는 프로 선수들에게 일일이 이거 하지 말라고 말하기도 힘들어요. 그런데도 코치들이 그런 말을 해주는 건 그만큼 선수를 위하기 때문입니다. 조금만 신경 쓰고 노력하면 몸값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는데도 코칭 스태프의 조언을 잔소리로 치부하는 선수들이 있어요.
 
코칭 스태프의 조언 중 대표적인 게 컴퓨터 게임입니다. 선수 생활을 오래 하고 싶으면 컴퓨터 게임을 멀리하라고 누누이 말해요. 옛날에는 술이나 여자 때문에 자기 관리를 못하는 선수들이 많았지만, 요즘 선수들이 단명하는 가장 큰 이유는 컴퓨터 게임입니다. 다들 훈련을 마치면 방에 틀어박혀 게임 하느라 정신이 없어요. 컴퓨터를 장시간 사용하다 보면 목, 어깨, 팔, 손목, 허리까지 아프지 않은 곳이 없죠. 사람의 몸은 계속 반복되는 자세를 기억하기 마련입니다. 게다가 요즘에는 노트북을 주로 쓰니까 침대나 방바닥에 엎드려 게임을 즐기잖아요. 그러니 몸에 무리가 얼마나 많이 가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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