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新사업 ‘스컹크 조직’에 맡겨라

DBR | 3호 (2008년 2월 Issue 2)
 

신사업을 찾아라
요즘 기업들의 최대 경영화두는 바로 ‘신사업 발굴’이다. 앞으로 10년 또는 그 이후를 먹여살릴 새로운 성장 엔진을 찾기 위해 태스크포스를 만들고, 전문기관으로부터 컨설팅을 받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덕분에 컨설팅회사들이 때 아닌 호황을 맞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새로운 사업영역 발굴, 미래 사업기회 선점 등 신사업 발굴의 배경은 기업마다 다르겠지만 업종과 규모를 불문하고 많은 기업들이 신사업 찾기에 나서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스컹크 조직을 만들라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신사업 발굴을 위해 어떤 전략을 펼쳤을까? 가장 눈에 띠는 것은 별도의 조직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즉 실험적인 기술이나 응용제품을 도맡아서 개발하는 소수의 전문가 그룹을 운영한다는 것이다. 이런 조직을 이른바 ‘스컹크 조직’ 이라고 부른다. 스컹크 조직이라는 이름이 붙게 된 사연은 이렇다. 미국의 방위산업체인 록히드사는 극비 프로젝트를 연구하고 있었는데 보안문제가 가장 중요했다. 고민 끝에 록히드사는 연구팀을 텐트에 격리시켜 합숙하게 했다. 연구원들이 한여름에 그것도 24시간 내내 붙어 지내면서 연구에 연구를 거듭하다보니 텐트에서는 당연히 악취가 진동할 수밖에 없었다. 악취에 시달리던 한 연구원이 “여긴 스컹크가 일하는 곳” 이라고 자조 섞인 푸념을 내뱉었고 이 말이 그 프로젝트의 정식 명칭이 되었다고 한다. 록히드사는 스컹크 조직을 활용해서 고공정찰기 U2, 나이트 워크라고 불리는 스텔스 F-17 등 혁신적인 제품들을 만들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P&G, IBM, 시스코 같은 선진기업들도 록히드사의 스컹크 조직과 같은 별도의 신사업 발굴조직을 가동하고 있다는 것이다.
 
P&G의 FutureWorks
먼저 혁신의 대명사 GE조차 벤치마킹하는 기업으로 유명한 P&G의 스컹크 조직을 살펴보자. P&G는 2000년 래플리 회장이 취임한 직후 새로운 성장엔진을 발굴하기 위해 퓨처웍스(FutureWorks)라는 조직을 신설했다. 퓨처웍스는 새로운 사업영역을 찾고 M&A 등을 통해 새로운 사업을 추진하는 역할을 한다. 특별히 눈여겨보아야 할 것은 퓨처웍스가 CFO가 직접 관리하는 ‘P&G 혁신펀드’에서 별도의 자금을 지원받고 있다는 점이다. 재정을 분리한 덕분에 퓨처웍스는 기존 사업조직과의 충돌이나 간섭으로부터 자유롭게 되는 것이다. CEO의 전폭적인 지원 역시 매우 중요한 성공요인이다. 래플리 회장은 적어도 두 달에 한 번은 퓨처웍스를 직접 방문하여 직원들을 독려한다. CEO가 직접 관심을 표명하고 자신의 경험과 견해를 사업개발 초기단계부터 반영시킴으로써 실패위험도 줄이고 사업 실행력도 높이는 효과를 얻는 것이다. 퓨처웍스를 가동한 결과, 현재 P&G는 신개념 세차용품 등 신상품을 출시했고, 헬스케어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IBM의 EBOs
IBM 역시 신사업 발굴을 위해 별도의 조직인 EBO(Emerging Business Opportunity)를 운영하고 있다. EBO는 경영진의 위기의식으로부터 출발했다. 루 거스너 회장은 단기성과와 기존 시장만을 중시하는 방어적인 사업기조로는 IBM에 미래가 없음을 깨달았다. 실제로 IBM은 매년 수천 건의 특허를 내고 있었지만 실제 사업으로 연결된 것은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또 늘 신규사업 발굴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잘 되지 않는 이유는 인력 때문이었다. 신규사업 발굴을 위한 조직을 만들 때는 가장 유능한 인력을 투입해야 하는데, 실제로는 각 부서에서 중요한 일을 맡고 있지 않은 유휴인력을 투입하곤 했던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타개하기 위해 루 거스너 회장이 야심차게 내놓은 카드가 바로 EBO이다.
 
먼저 EBO는 전략담당부사장이 총괄한다. 사내 핵심임원에게 지휘를 맡긴다는 것은 그만큼 그 조직에 힘을 실어준다는 의미이다. EBO가 가동되는 시스템은 다음과 같다. 전략담당부사장은 사내는 물론이고 실리콘밸리의 벤처캐피털리스트 등 다양한 채널을 통해 사업아이디어를 수집해 이 중에서 EBO에서 추진할 아이템을 선택한다. 사업 아이템을 선정할 때는 보통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될 때까지 2∼3년 정도 남은 사업을 이상적인 사업으로 본다. 아이템이 결정되면 사업경험이 풍부하고 가장 유능한 인력에게 EBO를 맡긴다. IBM에서는 매출 4조원 규모의 대형 사업부를 이끌던 임원도 EBO에 투입할 정도로 EBO에 들이는 노력이 대단하다.
 
한편, 사업성이 명확히 검증되기 전까지는 최소의 인력으로 EBO를 운영한다. 예를 들어 현재 연간 2조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퍼베이시브컴퓨팅의 경우에도 초기에는 임원 한 명으로 시작했다. 어느 정도 사업이 가시화되면 파일럿테스트를 통해 사업성을 검증하고 본격적으로 자금과 인력을 투입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것이다. 즉 신사업은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실패할 경우 재빨리 빠져나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은 것이다.
 
단, EBO가 도중에 실패하더라도 참여한 인력에게는 전혀 불이익이 없다. 오히려 그 직원에게는 원하는 부서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준다. 사업 실패의 리스크를 직원들에게 떠넘기지 않음으로써 직원들이 창의적으로 사업을 펼칠 수 있게 한 것이다. 현재 IBM에는 약 20개 이상의 EBO가 운영되고 있다. 2000년 착수한 25개의 EBO 가운데 3개만 실패하고 나머지 22개는 연간 약 150억 달러의 매출을 창출하고 있다고 한다.
시스코의 EMTG
시스코의 신사업조직도 흥미롭다. 전통적으로 시스코는 자체 발굴이 아니라 M&A를 통해 신사업을 추진해 왔다. 그런데 2006년부터 시스코는 내부에서 자체적으로 신사업을 개발할 필요성을 절감해 EMTG(Emerging Markets Tech-nology Group)라는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EMTG의 목표는 최소한 7년 이내에 조 단위 매출이 가능한 사업을 개발하는 것이다. IBM의 EBO와 마찬가지로 EMTG 역시 최고 경영자의 지원 하에 신사업개발 경험이 풍부한 수석부사장이 총괄한다. EMTG는 외부의 전문가와의 협업을 통해 신사업 발굴 및 평가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이 프로세스에 따라 다양한 신사업을 개발하고 있다. 신사업이 어느 정도 성장궤도에 오르면 기존 사업조직에 이관하고 또 다른 신사업을 찾아 육성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한편, 시스코는 신사업 아이디어 수집을 위해 ‘I-Zone’이라는 아이디어 포털도 운영하고 있다. I-Zone은 세계 각지의 시스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아이디어를 제안할 수 있는 통로이다. I-Zone에 올린 아이디어가 채택된 직원에게는 EMTG에 합류할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이런 방식으로 초기 10여 명으로 출범한 EMTG는 현재 약 400여명 규모로 성장했다. 시스코가 EMTG를 활용해 발굴한 사업은 영상회의시스템, 디지털미디어서비스, 응급 통신시스템 등 매우 다양하다. 특히 EMTG의 첫 작품인 Tele-Presence 영상회의시스템은 차세대 회의문화를 선보였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반응이 폭발적이다.
 
성공하는 신사업 개발 성공 원리
글로벌 선진기업들이 가동하고 있는 신사업 발굴조직을 살펴보면, 몇 가지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첫째, 최고경영진이 직접 간접 간여하면서 신사업 개발에 힘을 실어준다. 둘째, 조직을 구성할 때는 사내외를 막론하고 가장 유능한 인력을 선발한다. 셋째, 별도의 예산과 평가체계를 마련함으로써 기존 사업조직과의 충돌 및 간섭을 최소화하고 있다는 점도 눈여겨봄 직하다. 넷째, 신사업개발 및 평가 프로세스를 체계적으로 개발해서 성공확률을 높이고 있다는 점이다. 다섯째, 대다수의 글로벌 선진기업들은 도전을 장려하고 실패를 용인하는 조직문화를 갖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새로운 미래를 만드는 신사업 발굴조직, 여섯 가지의 성공 원리에 입각해서 스컹크 조직을 만들어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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