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평가 시즌이 돌아왔습니다. 많은 직장인이 기대와 걱정이 뒤섞인 마음으로 평가 결과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요즘과 같은 불경기에는 업무평가가 아주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자칫하면 이로 인해 ‘생사(生死)’가 갈리기 때문이지요.
따라서 기업의 경영진 역시 여느 때와는 다른 마음가짐으로 평가 결과를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자신의 손에 개인과 회사의 운명이 놓여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하겠지요.
소설 같은 이야기?
소설 ‘삼미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에서 주인공은 아내에게 이혼을 당할 만큼 회사 일에 모든 것을 바치지만 결국 정리해고를 당합니다. 일은 잘하지만 상사와 같은 대학을 나오지 않은 ‘출신 성분’ 때문에 말입니다.
정말 소설 같은 이야기지요? 그러나 IMF 외환위기 때를 생각해 보십시오. 일부이긴 하지만 실제로 일을 잘하는 사람들이 학연이나 지연 때문에, 또는 평가자와 ‘코드’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거리로 내몰렸습니다. 상급자가 자신이 살기 위해 부하 직원들을 희생양으로 삼은 경우도 많았습니다.
이런 일은 도덕적으로도 옳지 않지만 기업에도 아주 좋지 않습니다. 조직 내부를 썩어 들어가게 하니까요. 조직원들이 일을 잘하는 것보다 개인적인 인연이나 아부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하면 직장은 일하는 곳이 아니라 정치적 협잡이 난무하는 아수라장이 되고 맙니다.
억울한 평가 없애려면
앞에서 말씀드린 폐해를 막기 위해서는 경영자가 공정한 평가제도의 실행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혹시나 억울한 사정이 없는지 살펴야 하는 것은 물론입니다. 우리나라 직장 문화에서는 자신의 실제 성과보다 낮은 평가를 받고도 항의나 하소연을 못하는 경우가 흔하기 때문입니다. 제 지인 중에도 그런 사람들이 있습니다. 꽤 일을 잘하는 것으로 소문난 어떤 사람은 “모든 일을 다 내게 맡겨 놓고 펑펑 놀기만 한 상사가 최하 평점을 줬다”며 며칠 동안 술로 억울함을 달래더군요.
이런 불합리한 문제를 없애려면 경영자(또는 고위 관리자) 개인 차원의 노력과 함께 제도적인 보완 장치도 필요합니다. 예를 들면 경영자는 낮은 업무 평점을 받은 직원이 정말 성과가 낮기 때문에 그런 평가를 받았는지 사실 여부를 해당 직원은 물론 그와 함께 근무하는 동료들과 인터뷰를 해 가려내야 합니다. 특히 같은 부서 직원들과의 인터뷰는 아주 중요합니다. 우리나라 직장인들은 자신이 직접 억울함을 직접 털어놓는 것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기 때문입니다. 해당 직원 본인보다 그의 동료들에게 “무엇이 진짜 문제인지 말해 보라”고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입니다.
제도적 장치는 해외 기업들의 사례에서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습니다. P&G는 최고 및 최저 성과자에 대해 평가자 모임에서 한 번 더 심의를 거치게 합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경우 특정 직원이 갑자기 좋은 평점을 받거나 나쁜 평점을 받은 경우가 나오면 반드시 조사한다고 합니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라는 말은 조직 운영의 진리이며, 전장의 팀워크는 논공행상에서 나옵니다. 잘못된 평가는 조직을 죽이는 독이며, 언젠가 당신의 회사와 조직에 부메랑이 되어 돌아옵니다. 이번 글은 ‘대중 소설’로 시작했으니 ‘대중 가요’로 끝을 맺을까 합니다. 그룹 패닉의 ‘그 어릿광대의 세 아들들에 대하여’란 노래에는 다음과 같은 가사가 있습니다. ‘세상의 어떠한 서러운 죽음도 그냥 잊히진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