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그인|회원가입|고객센터|HBR Korea
Top
검색버튼 메뉴버튼

“월급만큼만 일한다”는 ‘조용한 사직’ 확산

“권한은 안 주고 헌신 요구?” 침묵의 저항
자율성-공정 보상으로 자존감 회복시켜야

김영훈 | 425호 (2025년 9월 Issue 2)

사직서를 내지 않고 최소한의 업무만 수행하며 조직에 심리적 몰입이나 추가적인 노력을 하지 않는 ‘조용한 사직’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직원 개인의 게으름보다는 직원이 자신을 조직의 부속품으로 인식하고 주인 의식을 느끼지 못하는 구조적 조건의 산물이다. 조용한 사직은 직원 개인에게 일의 의미 상실과 정신적 소모를, 조직에는 생산성 저하와 이직률 증가 등의 심각한 손실을 초래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직은 직원의 자율성, 참여적 의사결정, 공정한 평가 및 보상을 보장해 ‘내가 중요한 존재’라는 감각을 회복시켜야 한다.



며칠 전 지인의 추천으로 유튜브 채널 ‘닥터언니’를 보게 됐다. 의사 부부가 함께 출연해 병원에서 겪은 다양한 사례를 풀어내는 채널인데 그중 한 영상에서 실감 나는 사례가 등장했다. MZ세대 인턴의 행동을 전하는 장면이었다. 아래는 해당 영상에서 의사 한 분이 직접 겪은 일을 전한 대화의 일부이다.

제가 전공의 3년 차 때 중환자실 환자를 보고 있는데 인턴 선생님이 심전도를 찍고 계셨어요.

근데 제가 담당하는 환자 중 하나가 갑자기 부정맥이 굉장히 심하게 지나가는 거예요. 그러면서 막 맥박이 150회, 160회 되는 거죠.

인턴 선생님한테 그거 중단하고 지금 이 환자 빨리 찍어라 이랬어요.

그랬더니 이 인턴 선생님이 “나는 오늘 이거(일반 환자 심전도) 하고 퇴근이다”라고 하면서 “그건 오늘 당직인 다른 인턴을 부르세요” 이러는 거예요.

이 장면은 단지 한 사람의 무책임한 태도를 넘어서 일의 의미와 책임에 대한 세대 간 인식 차이를 여실히 보여준다. 특히 ‘오늘 이거 하고 퇴근이다’라는 말에는 본인에게 정해진 일 외에는 관여하지 않겠다는 분명한 경계선이 담겨 있다. 겉보기엔 무단이탈도 없고, 정해진 일은 다 하지만 생명을 다루는 현장에서의 정서적 연결과 책임감은 철저히 차단된 태도이다. 이런 사례가 특정한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이런 태도가 모든 직업군에 전방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15,000개의 아티클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

가입하면, 한 달 무료!

걱정마세요. 언제든 해지 가능합니다.

  • 김영훈younghoonkim@yonsei.ac.kr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

    필자는 사회심리학자이자 문화심리학자이다. 미국 사우스플로리다대에서 학사, 아이오와대에서 석사, 일리노이대에서 사회심리학 전공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2012년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로 부임한 뒤 2013년 ‘연세대학교 언더우드 특훈교수’에 선정 및 임명됐고 2015년 아시아사회심리학회에서 ‘최고의 논문상’을 수상했다. 저서로 『차라리 이기적으로 살 걸 그랬습니다』 『노력의 배신』 『함부로 칭찬하지 마라』가 있다. 삼성, LG, 사법연수원, 초·중·고등학교 학부모 연수 등 각종 기업과 공공기관에서 칭찬과 꾸중에 관한 강연을 하고 있다.

    이 필자의 다른 기사 보기
인기기사

질문, 답변, 연관 아티클 확인까지 한번에! 경제·경영 관련 질문은 AskBiz에게 물어보세요. 오늘은 무엇을 도와드릴까요?

Clic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