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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ganizational Behaviour

네트워크 약한 외톨이가 파괴적 혁신에 유리

이용훈 | 417호 (2025년 5월 Issue 2)
Based on “Informal Networks and Information Environments” by Yonghoon G. Lee and Joon Nak Choi (forthcoming) in Strategic Management Journa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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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왜 연구했나?


네트워크가 중요하다는 이야기는 두말하면 잔소리다. 인맥이 넓은 사람은 회사에서 인정을 받아 더 많은 기회를 얻고, 더 목소리를 내고, 더 빨리 승진한다. 또한 믿을 수 있는 인맥을 다양한 곳에서 쌓은 사람은 남들이 쉽게 얻을 수 없는 지식과 정보를 더 빠르게 얻을 수 있다. 이에 더해 다양한 지식과 정보를 바탕으로 창의적이고, 시의적절하고, 효과적인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더 많은 네트워킹을 통해 넓은 인맥을 쌓으라는 조언이 가치 있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그런데 이런 네트워크에 역기능도 있을 수 있다. 예컨대 가까운 동료들과의 지속적인 교류는 서로가 가진 지식과 정보를 비슷하게 만들고 심지어는 생각조차 비슷하게 만들 수 있다. 굳이 말하지 않아도 마음이 통하는 동료들이 있다. 이런 동료들과의 교류는 새로운 인사이트를 도출하지 못할 뿐 아니라 서로가 이미 알고 있는 정보를 확인하면서 스스로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는 확증편향에 빠지게 할 수 있다. 즉 비슷한 정보를 가진 사람과의 빈번한 네트워킹은 밖에서 일어나고 있는 변화를 직시하지 못하게 만들고, 기존 관념에 빠져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게 할 수 있다. 본 연구는 이런 네트워크의 역기능이 어떤 환경에서 강화되는지 살펴본다.


무엇을 발견했나?

미국 텍사스 A&M대와 홍콩과기대 연구진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두 가지 부류의 헤지펀드 성과를 바탕으로 정형 정보(Hard Information)에 기반한 정보 환경에서 네트워크의 역기능이 증폭될 수 있음을 밝혔다.

정보는 형태에 따라 크게 정형과 비정형 정보로 구분할 수 있다. 비정형 정보(Soft Information)는 사람들의 주관이 개입되고 표준화돼 있지 않아 정보의 전달 과정에서 해석과 재해석이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이와 달리 정형 정보란 이런 비정형 정보들이 특정한 기준을 통해서 표준화, 계량화된 것이다. 예컨대 온라인에서 공유되는 상품 리뷰가 비정형 정보라면 5점 만점으로 이뤄진 온라인 평점이 정형 정보다. 헤지펀드는 투자 전략에 따라 이러한 정형 혹은 비정형 정보 환경하에서 의사결정을 내린다.

헤지펀드 중에서도 롱쇼트(Long-short) 펀드는 어떤 자산이 과대 혹은 과소평가됐는지를 가늠하기 위해 다방면의 자료를 모아 해당 자산의 근본적인 가치를 평가한다. 이때 펀드매니저의 주관적인 시세 판단, 즉 비정형 정보를 중요하게 활용한다. 다른 한편 상대적 가치(Relative Value) 펀드는 계량적 모델을 기반으로 차익거래 기회를 찾는다. 이를 위해서 자산의 근본적 가치를 평가하기보다는 시황에 관련된 정형 정보들을 주로 취합한다.

헤지펀드 매니저들은 이직이 잦은데 한 매니저가 이직하면 그 매니저를 매개로 한 펀드들 간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즉 과거에 같은 직장에 다니거나 함께 일했던 매니저들은 그동안 쌓은 신뢰를 바탕으로 각자의 고민과 시황에 대한 생각을 자주 공유한다. 다른 한편, 출신 성분이 완전히 다른 매니저를 고용한 펀드는 이런 매니저들 간의 네트워크에서 외톨이처럼 떨어져 있다. 그렇다면 이 같은 ‘네트워크 외톨이’ 헤지펀드들은 급격한 시장 변화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은 금융 시장에 큰 충격을 줬다. 많은 펀드매니저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신뢰할 수 있는 친구들과 시장 정보를 확인하고 매일 밤을 새워가며 의논할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런 충격은 정형 정보를 주로 활용하는 상대적 가치 펀드와 비정형 정보를 주로 활용하는 롱쇼트펀드에 어떤 영향을 미쳤을까?

놀랍게도 상대적 가치 펀드 중에서도 네트워크의 중심에서 벗어나 있는 매니저들이 운영한 펀드는 리먼 사태 당시 손실을 거의 입지 않았다. 네트워크 중심에 위치한 상대적 가치 펀드 매니저들이 큰 손실을 입고 펀드를 청산한 것과 대조적이다. 정형 정보가 중요한 상황에서 네트워크는 순기능보다 역기능이 더 강했음을 보여준 셈이 됐다. 반면 롱쇼트펀드의 경우 상반된 결과가 나타났다. 네트워크 중심에 가까운 롱쇼트펀드일수록 리먼 쇼크에 신속하게 적응한 반면 네트워크 외톨이 롱쇼트펀드는 리먼 사태에 적응하지 못했다. 이는 비정형 정보가 중요한 경우에는 네트워크의 역기능보다 순기능이 훨씬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

많은 기업이 경력 직원을 영입할 때 그 사람이 가진 네트워크 가치를 높게 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본 연구에 따르면 기업이 주로 활용하는 정보의 특성에 따라 오히려 네트워크에서 소외된 외톨이를 고용하는 것이 유리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인공지능(AI)의 성능이 향상돼 비정형 정보가 정형 정보로 쉽게 변환되고 있는 오늘날 의미하는 바가 더욱 크다. 즉 많은 기업이 정형 정보가 많은 환경에서 경쟁할 때는 네트워크의 가치가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 예컨대 최근 AI 산업에 큰 파장을 가져온 딥시크는 많은 전문가를 충격에 빠뜨렸다. 딥시크가 외국 유학도 가지 않은 중국 토종 프로그래머에 의해서 개발됐다는 사실 자체가 충격이었다고 말하는 사람도 많았다. 딥시크는 인재가 몰려 있는 실리콘밸리 출신을 경쟁적으로 영입해온 중국의 IT 대기업이 아니었다. 본 연구 결과를 이 사례에 대입해 보면 딥시크 혁신 역시 우연히 발생한 일이 아니다. 정형 정보를 주로 사용하는 프로그래밍 분야에서의 파괴적 혁신은 인맥으로 서로 잘 연결된 기업이 아니라 외톨이처럼 주류에서 동떨어진 기업에서 일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입증한 예이기 때문이다. AI 시대에 네트워크의 함의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 이용훈 yglee@tamu.edu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를,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으로 박사를 받았으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에서 조교수로 재직했다. 현재 미국 텍사스 A&M대에서 부교수로 재직 중이다. 혁신을 요구하는 산업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을 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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