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The benefits and burdens of work moralization on creativity” (2023) by Kundro, T. G. in Academy of Management Journal, 66(4).
무엇을, 왜 연구했나?요즘 ESG 경영이나 윤리적 기업문화가 기업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면서 직원들의 도덕적 행동을 강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도덕성은 바람직한 조직문화를 형성하고 비윤리적 행동을 억제하는 중요한 요소로 여겨진다. 하지만 이런 ‘업무의 도덕화(work moralization)’가 창의성에도 긍정적일지는 분명하지 않다.
플로리다대의 티머시 쿤드로 교수는 이 질문에 주목해 업무 도덕화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을 다각도로 분석했다. 기존 연구들은 도덕성의 강조가 직원들에게 스트레스와 압박을 유발해 창의성을 저해할 수 있다고 지적했지만 쿤드로 교수는 그 관계가 단순히 부정적이지만은 않다고 봤다. 그는 도덕성과 창의성이 실제로 상충하는지 또는 조화가 가능한지를 밝히고자 했다.
이 문제를 탐색하기 위해 연구진은 현장 설문조사와 실험을 병행해 연구를 진행했다. 첫 번째 현장 조사에서는 다양한 업종의 직원 134명을 대상으로 업무 도덕화가 창의적 성과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측정했다. 이어 두 번째 현장 조사에서는 622명의 직원을 대상으로 상사와 본인의 평가를 함께 비교해 ‘가치 일치성(value congruence)’이 창의성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정밀하게 분석했다. 또한 실험을 통해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은 도덕적 고려를 강조하며 업무를 수행하게 했고, 다른 그룹은 도덕성과 무관하게 업무를 진행하게 했다. 이 과정을 통해 도덕적 사고방식이 창의적 사고방식과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규명하고자 했다.
그는 이어 실험도 진행했다. 실험 참가자들을 두 그룹으로 나눠 한 그룹에는 업무를 수행할 때 도덕적 문제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이게 했고, 다른 그룹은 도덕성을 고려하지 않고 업무를 진행하게 했다.
무엇을 발견했나?쿤드로 교수는 규제 초점 이론(regulatory focus theory)에 기반해 업무의 도덕화가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두 가지 상반된 경로로 작용할 수 있음을 발견했다. 그 핵심은 직원이 어떤 인지적 사고 경로를 택하느냐에 따라 결과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첫 번째는 ‘예방 중심 인지(prevention focus)’다. 이 경로를 따르는 직원은 도덕적 실수를 피하려는 경향을 보이고, 그 결과 자신의 행동을 지나치게 성찰하는 ‘도덕적 반추(moral rumination)’에 빠질 수 있다. 이로 인해 실수에 대한 두려움과 자기 검열이 커져 창의적인 사고가 위축될 수 있다.
두 번째는 ‘촉진 중심 인지(promotion focus)’다. 이 경로를 따르는 직원은 도덕적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오히려 새로운 아이디어를 탐색하며 ‘인지적 유연성(cognitive flexibility)’을 키울 수 있다. 도덕적 고민이 창의적 사고를 자극하는 계기가 되는 셈이다.
실험 결과, 도덕적 문제를 고려한 집단에서 도덕적 반추와 인지적 유연성이 동시에 나타났다. 이는 업무의 도덕화가 직원의 사고 방식에 따라 창의성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쿤드로 교수는 이러한 상반된 경로를 조절하는 핵심 요인으로 ‘가치 일치성(value congruence)’을 제시했다. 가치 일치성이란 직원 개인이 가진 도덕적 가치와 조직이 추구하는 가치가 얼마나 잘 맞아떨어지는지를 의미한다. 개인의 도덕적 가치와 조직의 가치가 잘 맞는 경우 직원은 도덕적 압박을 덜 느끼고 창의성이 자연스럽게 발휘됐다. 반대로 개인과 조직의 가치가 일치하지 않으면 스트레스는 증가하고 창의성은 저해됐다. 즉 도덕성과 창의성 간 관계는 단선적이지 않으며 직원과 조직의 가치 정렬 정도에 따라 창의성에 미치는 영향이 확연히 달라졌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이 연구는 기존에 당연하게 받아들여지던 “도덕성이 창의성을 저해한다”는 편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다. 연구진은 업무 도덕화의 부정적 효과만을 강조한 연구들을 비판적으로 재해석해 도덕성과 창의성 간 관계가 이중적(double-edged)이라는 데 주목한다. 그리고 기업들이 단순히 직원들에게 도덕적 행동을 요구하는 것에 그쳐서는 안 되며 직원들의 개인적인 가치가 기업의 가치와 자연스럽게 조화를 이루도록 지원하는 환경을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그리고 직원과 기업의 도덕적 가치를 일치시킬 때 비로소 도덕적 압박이 직원들에게 부담이 아니라 창의적 동기로 작용해 인지적 유연성을 높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반대로 가치를 일치시키는 데 실패하면 도덕적 고려가 스트레스를 유발하고 반추와 경직된 사고를 낳을 수 있다는 시사점도 준다.
이 연구의 핵심 메시지는 분명하다. 도덕성과 창의성 사이의 관계는 단순하지 않으며 직원들이 얼마나 조직의 가치에 진심으로 공감할 수 있는지에 따라 완전히 다른 결과를 가져온다. 따라서 현대의 기업들은 단순히 도덕적 가치를 외치거나 직원들에게 업무를 윤리적으로 수행하라고 의무감을 부여하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직원들의 진정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방식으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런 접근을 통해 도덕성과 창의성이라는 양날의 검을 잘 다루는 기업이 미래 경쟁력을 갖추고 앞서 나갈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