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긍정적 괴짜는 하늘의 선물

하정민 | 2호 (2008년 2월 Issue 1)
 
하정민 기자 dew@donga.com
 
실수로 잘 붙지 않는 접착제를 만들었다 포스트잇이라는 대박을 터뜨린 3M.이 전설적 이야기는 흔히 소가 뒷걸음치다가 쥐 밟은 꼴과 같은 우연적 성공의 대표적 사례로 회자된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대개의 연구자들은 실패한 사실을 숨기지만 3M의 스펜서 실버 연구원은 그 사실을 사내의 기술 세미나에서 당당히 발표했다. 이런 연구 결과도 뭔가 쓸모가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기 때문이다.
 
몇 년이 흘러 교회에 간 3M의 아서 프라이 연구원은 성가대원들이 불러야 할 찬송가를 표시하기 위해 악보에 끼워 놓은 책갈피가 악보를 넘기면서 자꾸 떨어져버리는 것을 목격했다. 프라이의 머릿 속에는 스펜서 실버의 실험 실패가 떠올랐고 그는 ‘떨어지지 않게 접착 가능한 책갈피’로 생각을 발전시켰다.
 
하지만 3M의 반응은 부정적이었다. 일부 접착제를 바르는 곳만 종이를 얇게 깎아내 전체의 두께를 똑같이 맞추는 고도의 기술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프라이는 좌절하지 않고 기술 개발을 독려했다. 접착 가능한 책갈피라는 기능 외에 ‘새로운 의사 전달 도구’로도 이 발명품을 사용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우여곡절 끝에 결국 그는 포스트잇을 완성했다. 하지만 가격이 비쌌고 사내 마케팅 부서의 시장 조사에서도 아직 아무도 써본 적이 없는 이 제품의 수요가 없을 것이라고 나왔다. 프라이는 포기하지 않고 사내의 비서들에게 견본품을 나눠주고 제품을 써보게 했다. 그 편리함과 실용성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이리하여 세계를 뒤흔든 포스트잇의 대박 신화가 탄생했다.
 
포스트잇 외에도 노벨의 다이너마이트, 듀폰의 나일론과 테플론, 켈로그의 시리얼, HP의 잉크젯 프린터, 제록스의 레이저 프린터 등 혁신적 기술과 제품의 상당수는 사전에 의도하지 않았던 우연한 행운에 의해 세상의 빛을 봤다. 우연히 찾아온 행운을 잡아 대박을 터트리는 기업들의 성공 비결은 무엇일까. 과연 기업의 창의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들이 필요한 것인가.
 
창의력 극대화하는 HRM
경영에는 전통적으로 옳다고 여겨지는 원칙들이 있다. 대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부터 몇 명의 부하직원과 함께 일하는 작은 팀의 팀장까지 조직의 리더는 대개 과거로부터 배워 온 이런 원칙들을 아무 의심 없이 따르기 마련이다. 신입사원을 채용할 때 그 기업의 문화와 맞는 사람을 채용하라거나, 조직에 꼭 필요한 사람만을 고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하라는 것 등이 대표적 예다.
 
기업이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기까지 이런 원칙들이 상당한 역할을 할 때가 많지만 혁신이란 관점에서 보면 전통적 원칙들은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 스탠포드 대학의 로버트 서튼 교수는 소위 이상한 아이디어(weird ideas), 즉 ‘역발상’이 오히려 기업의 활력소가 되고 나아가 기업을 살리는 길이라고 주장한다. 그는 역발상이 곧 창의력과 맞닿아 있다는 점을 줄곧 강조해 오고 있다.
 
흔히 조직의 융화를 추구하는 경영자는 자기 마음에 드는 사람만을 고용하려 한다. 동료 또는 부하와의 마찰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다.
 
임원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들을 승진시키기 꺼려하고, 이로 인해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경영층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이 곧 ‘자신이 갖지 못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란 점을 간과하고 있다.
 
애플컴퓨터의 창업 초기 일화다. 스티브 잡스는 1976년 투자회사로부터 마케팅 전문가를 영입하지 않으면 투자를 하지 않겠다는 통보를 받고 마이크 마쿨라를 경영진으로 끌어들인다. 마쿨라는 곧 마이크 스콧을 애플 컴퓨터로 영입했다. 마쿨라와 스콧 모두 경험이 풍부한 전문경영인이었다.
 
기술과 의욕으로 넘쳐났던 히피 스타일의 젊은 CEO 잡스는 나이 많은 원칙주의자 경영진과 사사건건 마찰을 빚었다. 면전에서 소리를 지르며 싸우는 것도 다반사였다. 하지만 이들의 개인적 마찰은 애플의 성패와는 무관했다. 스콧의 재무 및 마케팅 능력은 잡스의 기술력과 훌륭히 융합했고 이는 오늘날 애플 신화의 기반으로 작용했다.
 
전설적 히트 상품인 제록스의 레이저 프린터 개발자 게리 스타크웨더 역시 고집 센 엔지니어로 상사와 잦은 마찰을 빚었다. 그는 광학 복사기가 대세이던 시절 끈질기게 레이저 복사기 개발을 주창해 오늘날의 레이저 신화를 이끌어냈다. 아서 프라이가 회사 지시에 순응했다면 3M의 포스트잇 역시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구글 역시 옥외 광고판에 채용 공고를 암호로 숨겨두고 암호를 감지하는 사람에게만 채용 신청 기회를 부여한 적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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