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sed on “A Founding Penalty: Evidence from an Audit Study on Gender, Entrepreneurship, and Future Employment”(2022) by Kacpercyzk, A. & Younkin, P., in Organization Science, 33(2): 716-745.
무엇을, 왜 연구했나?대한민국에 불었던 창업 열풍이 잦아드는 듯하다. 중소벤처기업부의 벤처기업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한국의 벤처기업 수는 2014년 약 3만 개에서 2020년 30% 이상 증가해 3만9000여 개로 집계됐다. 신규 벤처 투자 금액도 2014년 약 163억 원에서 2021년 768억 원으로 크게 늘었다. 그런데 이 지표는 2021년을 기점으로 감소했다. 2022년 벤처기업 수는 3만2000개, 신규 투자 금액도 539억 원으로 줄었다. 벤처 시장이 위축되면 창업을 뒤로 하고 다른 형태의 생업 전선에 뛰어드는 사람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다면 창업 경험은 이들이 일반 직장에 재취업할 때 유리하게 작용할까?
우선 창업을 시작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직장인보다 기본적인 업무 능력이나 기획력이 있다고 평가될 수 있다. 안정적인 월급을 포기하고 미래 소득이 불확실한 창업의 길을 선택하는 것은 상당한 자신감이 없으면 어려운 결정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논거로 창업자의 스펙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이들이 창업을 하지 않고 직장에 남아 있었을 때 혹은 이직했을 때 성과가 좋았을지 비교 기준에 따라 평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본 연구는 더 나아가 만약에 여성 창업자가 재취업을 원한다면 어떨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여성에게 창업은 남녀 차별이 심한 일자리를 벗어나 본인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는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이에 본 연구는 창업했던 여성들이 나중에 재취업 시장에서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을지를 살펴봤다.
무엇을 발견했나?본 연구는 오딧 연구(Audit Study)라는 방법론을 활용해 실제 구인 광고에 가상의 이력서를 투고해 얼마나 인터뷰 요청을 받는지를 조사했다. 이는 미국에서 주로 성별, 인종 혹은 성적 지향성 등에 기반한 차별을 연구할 때 사용되는 방법론으로 이름이나 이력서의 한 줄을 제외한 다른 부분이 동일한 이력서들을 무작위로 제출해 인과관계를 판별할 수 있는 실험실 환경을 만들고 실험 변인의 실증적 효과를 현실에서 측정한다.
연구자들은 미국에서 창업 활동 수준이 서로 비슷한 12개 도시를 선정하고 남녀 비율이 너무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는 인사 혹은 마케팅 관련 업종의 구인 광고를 표본으로 삼았다. 각각의 구인 광고에 무작위로 선정된 이력서를 보냈는데 이 이력서는 1) 미국의 유명 주립대학을 졸업하고 2) 인사(혹은 마케팅) 분야에서 경력을 시작했으며 3) 승진 이력이 한 번 있지만 4) 마지막 이력은 비슷한 직무를 가진 곳으로 이직했거나 혹은 비슷한 직무와 관련한 공동 창업을 한 경우로 나뉘었다. 또한 연구자들은 창업 경험이 재취업에 주는 영향에 남녀 간 차이가 있을 것으로 예상해 이력서에 나와 있는 이름을 남자 이름인 조(Joe)에서 여자 이름인 케이티(Katie)로 바꿨다. 이렇게 연구자들은 이력(이직 혹은 창업)과 성별(남 혹은 여)이 무작위로 바뀐 이력서를 보냈다.
연구 결과, 창업 경험을 가진 사람의 11%가 면접 요청을 받은 반면 이직 경험이 있는 사람은 약 17%가 면접 요청을 받았다. 즉 창업 경험이 이직 경험보다 약 6%포인트만큼의 부정적인 차별을 받은 것이다. 이런 차이는 남성의 경우 더욱 심했는데 남성이 약 9%포인트 차이의 차별을 받은 반면 여성은 약 4%포인트의 차별만 받았다.연구진은 마케팅 관련 인력을 채용하는 인사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설문에 기반한 실험을 한 번 더 실시해 왜 이런 차별이 나타나는지를 물었다. 그 결과 창업자들의 경우 1) 지원한 자리와의 적합성이 떨어진다 2) 금방 그만둘 것 같다 3) 관리하기 어려울 것 같다 4) 팀원으로서 적절치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 나왔다. 흥미롭게도 지원자의 능력 자체는 이직한 경우나 창업한 경우 모두 비슷하게 평가됐다.
연구 결과가 어떤 교훈을 주나?평생직장의 개념이 사라지면서 많은 직장인, 특히 중간 관리자들이 ‘나도 나가서 창업을 해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라는 고민을 한다. 최근 10년간 정부가 주도한 창업 열풍도 이런 고민에 기름을 부었다. 하지만 경력을 쌓은 자리를 박차고 나가서 창업을 한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경기 침체 등으로 창업 열풍이 잦아들고 있는 현재 창업 전선에 뛰어들었던 많은 사람이 이제는 다시 일자리를 고민하고 있다. 이런 점에서 본 연구는 창업을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제고할 만한 시사점을 제공한다.
또한 연구는 여성들이 창업 경험을 통해 지불해야 하는 비용이 적다고 밝히고 있다. 이는 여성이 남성에 비해 쉽게 직장을 옮기지 못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여성 창업자들은 창업 경험으로 인해 남성이 받는 오해를 덜 받을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여성에게 불리하게 적용됐던 사회적 고정관념이 이 경우에는 유리하게 적용됐다는 점이 흥미롭다.본 연구는 미국에서 진행됐기 때문에 한국에도 그대로 적용될 수 있을지는 좀 더 연구가 필요하다. 하지만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동서양 모두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을 감안할 때 참고할 만한 의미가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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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용훈 yglee@tamu.edu
텍사스 A&M대 경영대학 경영관리 교수
필자는 고려대에서 경영/경제학 학사, 경영관리학 석사, 인시아드(INSEAD)에서 조직행동(Organizational Behaviour)학 박사를 받았으며 홍콩과기대 경영대학 조교수로 일했다. 혁신 산업에서의 네트워크, 사회적 정체성(social identity), 사회적 불평등에 관해 주로 연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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